공유

제354화

작가: 김세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송 닥터가 했어요.”

주석민이 말했다.

고훈은 몹시 의외였다.

“그랬군요.”

“네, 그런데 제 생각에 송 닥터도 고훈 씨 뇌물을 안 받을 거예요.”

주석민의 말을 들은 고훈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

그와 송연아는 구면이기도 하니 그녀는 절대 무자비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

병원에 도착한 송연아는 흉부외과에 들어가지 않고 먼저 산부인과에 가서 심혜진의 주치의를 찾았다. 그녀는 의사에게 부탁해서 심혜진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으로 나오게 할 작정이었다.

같은 병원 의사들이라 말하기도 편했고 그 산부인과 의사도 바로 동의했다.

전화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혜진이 병원에 왔고 주혁이 그녀의 옆에 있었다.

주혁이 아니면 그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금방 검사를 받아서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의사가 수치 하나가 안 좋다며 다시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해.”

주혁이 말했다.

심혜진은 살짝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물 좀 마실래?”

주혁이 물었다.

이때 송연아가 마스크를 끼고 간호사 모자까지 쓴 채 이리로 걸어왔다.

“저 따라오세요.”

심혜진이 물었다.

“어제 다 검사했잖아요. 왜 또 오라는 건데요?”

송연아가 해명했다.

“의사 선생님이 한 검사 수치에 이상이 있다고 말했잖아요. 이게 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하는 거니까 협조 잘 부탁드려요.”

“맞아, 우리 아기를 위해서 네가 좀 더 고생해. 나중에 다 보상해줄게.”

주혁은 정말 조심스럽게 심혜진을 달랬다.

송연아는 이젠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심혜진이 바로 최지현이란 것을.

주혁이 이토록 자상하게 대할 수 있는 여자는 오직 최지현뿐이다!

송연아는 그들을 심전도 모니터링실로 안내했다.

심혜진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심전도를 해야 돼요?”

“네.”

송연아가 대답했다.

“들어가. 난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금방이면 끝나.”

주혁이 그녀를 달랬다.

심혜진은 주혁을 힐긋 보다가 송연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운 후 송연아가 그녀를 등지고 말했다.

“옷을 걷어 올리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355화

    송연아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꾸도 안 했다.“네가 송연아인 거 다 알아. 처음엔 내가 방심했어. 진작 네 목소리를 알아챘어야 했는데. 아까 검사받을 때야 네가 일부러 내 겨드랑이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심혜진은 송연아에게 들킨 이상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송연아가 고개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당신 나 알아?”“네가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굳이 뭘 더 숨기겠어?”그녀는 아예 가면을 벗어버렸다.“얘기 좀 할까?”최지현이 물었다.송연아는 그녀가 무슨 꼼수를 부릴지 도통 가늠이 되지 않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너 뭐 하려는 거야?”“그냥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네가 싫으면 됐어.”최지현은 몸을 홱 돌리고 떠날 기세였다.송연아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계단 입구로 갔다.“제일 먼저 날 알아챈 사람이 송연아 너일 줄은 정말 몰랐어.”최지현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때문에 강세헌이 날 죽음으로 몰아세웠어. 내가 널 미워해? 말아?”“그건 네 업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잊었어? 너 때문에 난 한 아이를 잃었어. 세헌 씨가 애 아빠인데 널 가만둘 리 있겠니? 만약 그저 방관했다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자격도 없지.”최지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강세헌이 다 알았나 보네.”“물론이지.”송연아가 말했다.최지현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끓어오르는 증오와 질투를 가슴 깊이 숨겼다.“그래서 너한테 그렇게 잘해준 거야? 널 지키려고 본인이 폭탄을 막는다고?”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세헌 씨는 나한테 진짜 너무 잘해줘. 주혁 씨는 비할 바도 못 된다는 걸 너도 인정하지? 날 위해 폭탄을 막아주는 건 물론이고 목숨도 내놓을 수 있어. 못 믿겠으면 폭탄을 제외한 다른 무기를 사용해봐.”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일부러 최지현을 자극했다.예리한 최지현은 그녀가 덫을 놓고 있는 걸 바로 알아챘다.“폭탄이라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세

  • 미친 그날 밤   제356화

    콰당...“으악!...”최지현이 계단에서 굴러내렸다!그녀는 마침 아이도 낳기 싫었는데 일부러 계단을 굴러 송연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했다.이렇게 되면 주혁도 송연아를 원망할 테니까.주혁은 아빠가 되는 기대에 차 있었고 이 아이를 엄청 사랑했다.다만, 죽을 만큼 아팠다.“읍...”그녀는 몸을 움츠렸다.비록 대가가 좀 크지만 송연아를 불행하게 할 수만 있다면 뭐든 가치가 있었다.송연아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최지현은 바로 이런 식으로 그녀를 괴롭혔다.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했다.‘최지현, 너 정말 독한 여자구나. 아이도 버릴 만큼.’“최지현, 난 네가 하나도 안 불쌍해. 제 손으로 아이까지 죽이는 너 같은 매정한 여자는 몸에 흐르는 피도, 뛰고 있는 심장도 한없이 차가울 따름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계단 입구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송연아는 사람을 불러오지 않았다.최지현이 자초한 일이니까.“우리 와이프 못 봤어요?”주혁은 줄곧 최지현을 찾아 헤매다가 송연아와 마주쳤다.“네, 못 봤어요.”그녀는 바로 가버렸고 주혁도 계속 찾아 나섰다.송연아는 사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자마자 주석민에게 불려갔다. 오늘 희귀성 심장병 환자가 한 명 와서 그녀에게 더 많이 가르치고 견문을 넓혀주고 싶었다.마무리하고 돌아갈 때 복도에서 고훈을 마주쳤는데 그는 은근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송연아가 물었다.“약 잘못 먹었어요?”“아니요. 연아 씨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매일 뭐가 그렇게 바빠요? 나 한참 기다렸단 말이에요.”고훈이 걸어오며 말했다.“우리 엄마 수술을 연아 씨가 했다면서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송연아가 대답했다.“난 의사이고 수술해서 환자를 구하는 건 내 직책이에요. 억지로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아니요, 무조건 감사의 뜻을 표할 거예요.”고훈이 말했다.송연아는 어이없다는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마음대로 하시던가요.”그녀가 막 자리를 떠나려 할 때 간호사 한 명이 부랴부랴 달려왔다.“큰일

  • 미친 그날 밤   제357화

    고훈은 그녀가 동의한 거로 여겼다.멀리서부터 주혁의 포효와 물건을 내던지는 소리가 들렸다.“당장 송연아 내 앞에 데려와!”분노에 찬 고함이 울려 퍼졌다.고훈은 몰래 송연아를 쳐다봤는데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이 여자도 참 대단해. 이렇게 큰 소란이 일어났는데 차분함을 잊지 않는 것 좀 봐. 점점 더 매력적이야.’사무실 문이 반쯤 열렸고 송연아가 가볍게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원장님...”“송연아!”주혁이 미친 듯이 달려들자 고훈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말로 합시다, 손 쓰지 말고. 여자한테 손대는 남자는 남자도 아니죠.”주혁은 충혈된 두 눈으로 고훈을 째려봤다.“넌 뭐야?!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들어? 이 여자 때문에 내 아이가 죽었어. 당장 비켜!”“아이가 죽은 건 나랑 상관없어요.”송연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주혁을 쳐다봤다.“조사해보시던가요.”“계단 입구에 CCTV가 없는데 어떻게 조사해?”주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내가 증거 없을 줄 알고 일부러 조사하라고 한 거지? 송연아, 나도 널 눈감아주고 있는데 네가 먼저 시비를 걸어오네?”“내가 무슨 시비를 걸었죠?”송연아가 물었다.주혁이 생각해보았지만 그녀와 딱히 깊은 원한이 없었다. 단지 최지현이 물에 빠졌을 때 송연아를 잡아서 강세헌을 협박하려던 것뿐이니 원한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나랑은 원한이 없어도 지현이랑은 있잖아. 걔 때문에 네가 아이를 한 명 잃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너도 지현이를 계단 아래로 밀쳐서 아이를 유산하게 한 거잖아. 내 말 틀려?”주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언제든지 휘두를 것 같았다.“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아? 아빠가 될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아이를 잃었어.”송연아는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당신 아이를 잃었으면 최지현한테 가서 따져야죠. 걔가 날 모함하기 위해 스스로 계단에서 굴러내렸어요.”“헛소리하지 마. 내가 널 믿을 것 같아?”주혁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넌 그냥 책임을 전가하고 싶을 뿐이야.

  • 미친 그날 밤   제358화

    “네가 여긴 웬일이야?”송연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송예걸이 대답했다.“누나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계속 찾아다녔는데 전화는 또 왜 안 통하냐고?”송연아는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지만 배터리가 다 됐는지 자동으로 꺼졌다.“무슨 일인데? 이따가 얘기해. 나 지금 좀 바빠.”그녀가 말했다.송예걸은 마음이 초조해서 눈앞의 상황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슬 누나에 관한 일이야. 누나가...”그 시각 고훈과 주혁이 바짝 붙어 당장 싸울 기세였다.송연아는 예걸의 말을 들어줄 겨를 없이 앞으로 다가가 고훈을 말렸다.“이런 사람한테는 손댈 가치도 없어요. 게다가 지금 여긴 병원이라고요.”“송연아, 똑똑히 들어. 내가 오늘 반드시 널 병원에서 내쫓을 거야. 그렇게 못하면 내 성을 고친다.”주혁은 송연아가 주눅 든 줄 알고 턱을 치켜세우며 그녀에게 삿대질했다.“지금 뭐라는 거야?”이때 송예걸이 불쑥 뛰쳐나와 그에게 쏘아붙였다.“너 지금 누구한테 삿대질이야?”주혁이 미간을 구겼다.“넌 또 뭔데?”“송연아는 우리 누나야. 인제 내가 누군지 알겠어? 한판 붙으려고? 와봐, 얼른!”송예걸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곧장 달려들었다.고훈도 코웃음 치며 말했다.“어때? 계속해? 말아?”주혁은 두 남자를 상대하기엔 힘에 부칠 것 같아 바로 주눅 들었다.“사람이 많다고 해서 일리가 있는 건 아니야.”그는 몸을 돌려 원장에게 말했다.“하루 시간을 줄게요. 무조건 송연아를 병원에서 내쫓으세요. 안 그러면 내가 이 병원 운영 못 하게 하는 수가 있어요!”주혁은 으름장을 놓고 문틈을 비집으며 나갔다.송예걸은 내키지 않아 계속 덮쳐들려고 했지만 송연아가 재빨리 가로막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여기 병원이야. 소란 피우지 마.”송예걸이 그녀를 위해 앞장서는 행동은 몹시 훈훈하지만 병원에서 다투면 안 된다.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 싸움장이 아니니까.원장은 뒷짐을 지고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일은 평소처럼 그렇게 단순한 의료분쟁이 아니

  • 미친 그날 밤   제359화

    송연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말 함부로 하지 마...”“예걸 씨 말이 맞아요. 세헌이가 먼저 낚아채지만 않았어도... 나 실은 연아 씨 엄청 좋아하거든요.”고훈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송연아는 그를 힐긋 노려보았다.“예걸이가 장난치니까 고훈 씨도 장난치고 싶어요? 재밌어요 이게? 난 지금 소송에 휘말려서 자칫하다 또 직장을 잃게 생겼다고요. 더이상 직업을 날릴 순 없어요. 내가 병원 일 때문에 세헌 씨까지...”그녀는 말이 길어진 걸 눈치채고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송예걸이 곧바로 물었다.“누나 세헌 씨를 어떻게 했는데?”고훈도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송연아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남의 일에 신경 끄고 최지현을 어떻게 상대할지나 생각해. 아 참, 너 방금 나한테 하려던 말이 뭐야?”“이슬 누나가 떠난대.”송예걸이 말했다.“누나가 가서 설득해봐.”송연아는 안이슬의 상황을 다 알아 무턱대고 설득할 순 없었다.“나중에 만나서 상황을 알아보고 다시 얘기할게.”“그래.”송예걸이 말했다.“난 그래도 누나가 이슬 누나를 여기 남도록 설득했으면 좋겠어.”송연아는 그를 지그시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자식, 왜 이렇게 남겨두고 싶어 하는 건데? 설마 사심을 품은 거야?’고훈은 송예걸이 송연아의 동생인 걸 알고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최지현을 조사하는 일은 우리 둘이 함께할까?”송예걸은 흔쾌히 동의했다.“좋아요. 최지현의 살인 증거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 엄마 사건은 이미 종결됐거든요. 그 여자가 감히 살인을 저지른 이상 절대 증거도 안 남겼을 거예요. 아까 그 미친개가 계속 우리 누나를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쩌죠?”송예걸이 물었다.“미친개라니?”고훈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박장대소했다.“주혁이를 말하는 거지? 걔 펄쩍 날뛰는 꼴이 미친개나 다름없지. 아주 정확한 표현이야.”송예걸도 미소 지었다.“그러게 말이에요.”“다만 네 말처럼 최지현의 살인 증거를 찾는 건 하루 이

  • 미친 그날 밤   제360화

    ‘엥? 왜 아무도 없지? 서재에 있나?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다가 문을 닫고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서재 문을 열고 보니 임지훈이 책상 앞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녀는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임 비서님? 세헌 씨는요?”“아까는 제가 채 말하지 못했어요. 도련님이 오신 게 아니라 임 비서님이 오셨어요.”오은화가 말했다.송연아는 순간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임지훈은 서류 한 뭉치를 안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문 앞에 서 있는 송연아를 보더니 친절하게 한마디 건넸다.“안 바쁘실 때 대표님께 연락 한번 드리세요.”말을 마친 임지훈은 서류를 챙기고 떠나갔다.송연아가 강세헌과 함께 출국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그 날부터 강세헌의 안색은 줄곧 어두웠고 기분도 가라앉았다.그는 휴대폰만 자꾸 들여다보며 자존심 때문에 먼저 송연아에게 전화를 걸지 못하고 그녀가 연락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송연아는 전화 한 통 없었다.그녀는 강세헌을 깜빡 잊은 게 아니라 종일 한가할 새가 없었다.송연아가 재빨리 임지훈을 쫓아갔다.“임 비서님.”임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네?”송연아가 다가오며 말했다.“세헌 씨 이번에 회사 일로 출국했나요?”임지훈이 머리를 내저었다.“아니요.”“그럼 뭔데요?”송연아가 캐물었다.임지훈은 망설이다가 결국 말을 아꼈다.“이번 일은 대표님께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사실 연아 씨도 함께 따라갔어야 했는데...”“대체 무슨 일이냐고요?”송연아가 간절하게 물었다.“이 일은 대표님께 직접 들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임지훈이 차 문을 열고 안에 탔다.송연아는 한걸음 나서며 그에게 물었다.“그럼 세헌 씨는 언제쯤 돌아와요?”“당분간은 못 돌아올 겁니다.”임지훈이 대답했다.“뉴스에서 장진희 씨 재판 결과가 곧 나온다던데 과연 어떤 결말을 얻을지 보러 안 온대요? 그 여자는 세헌 씨 부모님을 해친 원수잖아요.”송연아는 임지훈을 바라보며 제발 말해주길 바랐다

  • 미친 그날 밤   제361화

    사진 속 사람은 그녀도 본 적이 있었다.주석민이 예전에 그녀에게 한 특별한 환자의 진찰 기록을 정리하라고 했는데 그때 그 환자가 강세헌의 어머니와 너무 비슷해서 몇 번 더 봤었다. 그런데...강세헌이 왜 이 사진을 갖고 있는 걸까?이번에 출국한 이유가 이 사진과 연관이 있을까?그녀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고개 들어 보니 오은화가 문 앞에 서 있었다.“주무신 거 아니었어요? 저는 또 깜빡하고 서재 등을 안 끈 줄 알았어요.”송연아는 손에 쥔 사진을 봉투에 넣어서 원래 자리에 놓았다.“잠이 안 와서 책 좀 보려고 왔어요.”“네.”오은화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제 말 진짜예요.”오은화도 웃었다.“저는 또 도련님이 안 계셔서 사모님이 못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송연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오은화는 역시 눈썰미가 예리했다!“일찍 쉬세요, 저도 이젠 자야겠어요.”그녀는 아무 책이나 한 권 집어 들고 서재를 나갔다.오은화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사모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방해 안 할게요.”송연아는 실소를 터트렸다.오은화는 지금 그녀가 강세헌의 물건을 보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여긴 걸까?송연아는 솔직히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다.강세헌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녀는 병원 일에 최지현 일까지 더해 남편을 그리워할 시간은 잠잘 때뿐이다.송연아는 책을 들고 방에 돌아가서 고작 두 페이지를 읽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들어버렸다.고요한 밤, 그녀도 깊은 잠에 빠졌다.깨나 보니 어느덧 다음 날 아침이었다.주석민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휴대폰을 아직도 서재에서 충전하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그녀는 휴대폰을 가져와 전원을 켰지만 부재중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실망스럽기도 하고 살짝 화가 나 강세헌에게 전화하지 않고 바로 주석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오늘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갈게요.”주석민은 그녀가 최지현 일 때문에

  • 미친 그날 밤   제362화

    송연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물었다.“무슨 말이요?”장진희는 어차피 이제 곧 죽을 사람이라 남들이 들을까 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내가 세헌의 부모를 해쳤어. 이번에 세헌이가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고 뒤에서 수단을 쓴 탓에 나도 이렇게 어이없이 사형을 선고받았어. 게다가 바로 집행한다지. 난 내가 한 모든 일에 후회는 없어. 그저 이 말만 묻고 싶어. 내가 죽는다고 세헌의 부모가 살아 돌아올 것 같아? 네가 대신 물어봐 줘.”“이게 바로 당신의 가장 가증스러운 점이야.”송연아가 담담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사람을 해칠 때 알았어야지,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야.”장진희가 하찮다는 표정에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저지른 일이 얼만데. 세헌이를 해치는 일만 해도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래도 수년간 자유롭게 살았어! 강세헌이 지금 날 죽여도 달라질 건 없어. 걔는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라온 아이야! 나보다 더 가엽다고, 하하하...”송연아는 이토록 흉악하고 잔인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죽어버려.”송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노려봤다.“당신은 죽으면 그만이겠지만 당신 아들은 어떨 것 같아? 지금도 충분히 고통스럽게 살거든.”장진희가 아무리 사악하고 매정해도 그녀는 결국 한 아이의 엄마였다.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아마 아들뿐이겠지.“세헌 씨가 놓아주지 않는 한 강세욱이 편하게 살 것 같아? 당신 아들이 세헌 씨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점은 당신한테 고마워해야겠어. 당신 덕분에 세헌 씨는 어릴 때부터 조심스럽게 지냈고 차갑고 매정한 사람으로 변했으며 머릿속에 온통 계략으로 가득 찼어. 당신은 세헌 씨를 해쳤지만 도와주기도 했지. 만약 세헌 씨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지금 같은 수단과 박력이 없었을 거야. 한편 당신 아들은 줄곧 당신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는데 인제 당신이 떠나면 뭘 할 수 있을까?”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세헌 씨를 대신해서 당신에게 감사해야겠네. 당신의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