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건이 언제 배를 탔는지는 모르지만 마침 임설이 송연아를 때리려 하는 장면을 보고는 바로 큰소리로 외쳤다.임설이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강의건이었다.그날 병원에서 강세욱이 그를 공손하게 대했으니 그의 신분은 짐작할 수 있었다.그래서 감히 하려던 동작을 계속할 수 없었다.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강세욱의 뒤로 물러났다.강의건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 강세욱에게 말했다.“너 따라와.”강세욱은 아랫사람으로서 당연히 거부할 수 없었다. 떠나기 전에 부하들에게 송연아를 잘 보고 있으라고 눈짓을 했다. 이 틈을 타서 도망가지 않도록 말이다.부하들은 곧바로 뜻을 알아차리고 송연아를 붙들어 잡았다.컨테이너로 가던 강의건은 강세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당장 아이와 송연아를 풀어줘, 모든 게 아직 늦지 않았어...”“할아버지, 뭐가 늦었단 말씀이세요?”강세욱은 강의건의 말을 가로채, 되물었고 강의건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강세헌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강의건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지금 풀어주면 내가 세헌이를 설득할 수 있어. 내가 살아있는 한 체면을 세워줄 거야.”강의건이 말했다.강세욱은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할아버지, 저희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아들이고 저도 할아버지의 손자예요. 하지만 강씨 집안의 모든 재산을 강세헌한테 주셨죠. 할아버지, 너무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불만이 있는 거고 저의 싸움은 모두 할아버지 때문이에요.”“어르신이 큰 도련님께 재산을 맡긴 이유는...”“전 집사!”강의건은 즉시 전 집사의 말을 끊었다.“네가 고집하는 이상 나도 할 말이 없다. 복이든 재앙이든 네가 알아서 책임져.”“당연히 제가 책임져야죠.”강세욱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승패의 결과는 당연히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그가 스스로 자처한 일인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나도 할 말이 없다.”강의건이 지팡이를 짚고 밖으로 나갔다
송연아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이 떨려왔다. 그녀는 아이를 살포시 내려놓고는 갑자기 달려갔다.그녀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기에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반응하지 못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았을 때 이미 강세욱에게 달려들고 있었다.누군가가 앞으로 나아가서 막으려고 하는데, 송연아의 손바닥이 강세욱의 얼굴에 무겁게 떨어졌다.팍!맑은 소리가 컨테이너 안에서 메아리쳤다.다들 멍하니 서 있었다.송연아가 그를 때린 팔은 이미 아무런 감각이 없었는데 방금 손바닥으로 얼굴을 내리칠 때 온몸에 힘을 주었던 것이었다.“송연아!”임설은 사랑하는 남자가 맞는 것을 보고는 그녀를 밀쳐냈다.“감히 내 남자를 때려?”“내가 못할 게 뭐 있어? 우리 애가 잘못되면 난 강세욱이랑 끝장을 내고 말 거야!”“그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너 죽고 나 죽고야!”임설은 눈을 부릅떴다. 강세욱이 자신과 헤어지자고 한 것은 사실 그녀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 그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더욱 강세욱을 사랑하게 되었다. 정말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강세욱은 손을 뻗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임설을 옆으로 보내고는 송연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그의 모습은 너무 흉악하여 마치 한 마리의 맹수 같았다.송연아는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강세헌과 무슨 원한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갚아. 몇 개월 된 아기를 잡아서 협박이나 하고. 그래도 네가 남자야?”강세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얼굴에는 새빨간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이 나이 되도록 누구한테 뺨 맞는 건 처음이네. 내가 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송연아는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열세에 처했지만 기세만큼은 밀리지 않았다.“넌 내 아이를 해친 주제에 내가 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뿌드득-강세욱은 주먹을 불끈 쥐어 손등의 핏줄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고 손가락 마디마디에 뼈가 뿌드득 하는 소리가 났다.“좋아
송연아는 허둥지둥 발로 그 사람들을 찼지만 조금도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그녀는 너무 무서웠다!“살려주세요!”그녀는 격조를 잃었다.절대로 그녀가 침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이 그녀를 침착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상대방의 쪽수가 많고 하나같이 짐승처럼 그녀를 주시하여 그녀에게는 아무런 기회가 없었다.“맘껏 소리쳐! 네가 나를 부르면 부를수록 흥분되니까.”남자가 입고 있던 상의를 벗었다.송연아의 몸을 내리누르려는데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 철문이 걷어차였다.남자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느 눈먼 놈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가 당최 무엇인가를 볼 겨를도 없이 그 사람한테 발길질을 당했다.몸이 포물선 모양으로 낮게 날아올라 빙빙 돌면서 컨테이너의 쇳조각에 부딪혀 쿵 하고 땅에 떨어졌다. 남자는 고통스럽게 복부를 감싸 쥐고 울부짖었다.“너 누구야...?”이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강세욱의 부하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여전히 기세등등하여 소리쳤다.“여기가 누구 땅인지는 알아? 사는 게 지겨워?”임지훈은 차갑게 말했다.“주제 파악도 못 하는 것들, 오늘 여기에 있는 사람들, 한 명도 도망갈 생각 하지 마!”그의 말소리와 함께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 뛰어들어 짓눌러버리겠다는 기세로 안에 있는 사람들을 소탕했다.공간이 제한된 컨테이너에는 순식간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송연아는 일어났고 어깨가 따뜻해지자 고개를 들어 강세헌을 보았다.그는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눈에는 온통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다만 그에 의해 억지로 눌렸기에 그 분노가 얼굴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송연아는 그의 눈에서 두려움과 애틋함을 엿볼 수 있었다.그의 두려움과 애틋함은 그녀 때문일까?그녀는 몰랐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녀는 걸치고 있던 양복 외투를 제대로 입고는 상자에서 황급히 내려와 찬이 곁으로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움직임이 너무 컸는
그녀가 강세헌을 따라 컨테이너 밖으로 나오자 인기척을 들은 강세욱이 달려왔다.강세헌과 송연아가 아이를 빼낸 것을 보고는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네가 어떻게 여기를...?”강세욱은 그가 절대로 알아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그는 임지훈의 사건 조사 수법이 너무 익숙해져 이리저리 잘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강세헌이 결국에 어떻게 이곳을 찾아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임설은 무슨 생각이 난 듯 송연아를 바라보았다.“너지? 부두로 오는 길에 네가 핸드폰을 본 기억이 나. 그때 소식을 흘린 거지?”강세욱은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네가 내 좋은 일을 망친 거야?”송연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좋은 일? 네가 지금까지 한 일은 모두 양심은 개나 줘버리고 하늘도 노하는 악한 짓이야. 넌 반드시 대가를 치를 거야!”임설은 자신이 강세욱의 계획을 망쳤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금 강세욱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여 송연아를 바라보는 눈빛에 원한이 가득 차 있었다.만약 자신이 무모하게 송연아를 믿어 그녀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더라면, 강세욱의 계획이 무산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의 카지노도 발각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주먹을 꼭 쥐었다.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강세욱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이 졌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은 궁지에 몰리지 않았고 여전히 판을 뒤집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누가 지고 이기는지는 아직 몰라.”강세욱은 오만하게 고개를 세웠다.강세헌도 송연아를 끌어안고 꼿꼿이 서 있었다. 그는 갑판에 반사된 햇빛을 가려 싸늘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다.“오늘의 일은 이제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지훈아.”임지훈은 바로 왔다.“대표님.”“방금 그 남자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한테 먹여.”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임지훈은 즉시 송연아를 추행하려던 그 남자를 끌어냈다. 그 남자는 하도 얻어맞아서 제대로 일어나 걷지도 못했다.“내려놔.”임지훈이 도왔다.남자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용서해 주세요. 용서해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자 도박에 빠져 있던 도박꾼들이 소리를 들은 듯 컨테이너에서 뛰쳐나왔고 강세욱을 보고는 우르르 몰려들었다.“경찰이 웬일입니까.”그들의 행동은 불법이었기에 혹시라도 잡힐까 봐 당황하였다.강세욱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잡히기 싫으면 조용히 해.”그는 사람들을 지나 강세헌을 향해 걸어와서 말했다.“이 일이 알려지면 너에게도 좋지 않을 거야. 잊지 마, 나도 강 씨 집안이야. 너는 강 씨 집안의 명성이 더러워질까 봐 두렵지 않아?”도박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 그는 카지노까지 차렸으니 말이다.그의 신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이 일이 알려지면, 그가 소송에 휘말리게 될 텐데 강 씨 집안인 강세헌한테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너 이렇게까지 하면 곧 닥칠 나쁜 결과는 생각하지 않니?”강세욱이 물었다.강세헌은 담담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 각도는 경멸스럽고도 냉혹했다.“강 씨 집안이 어떻게 되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그는 강 씨이다.하지만 강의건은 송연아와 그의 아이가 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부터 그는 단지 그의 가족을 보호하고 싶을 뿐이었다.송연아와 찬이야말로 그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곧바로 배가 포위되었다.사이렌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사람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경찰한테 잡힐까 봐 당황하였고 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임지훈은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고, 강세헌은 송연아를 밀착 경호하며 카지노 배를 떠나 그들 쪽 배에 올랐다.“지훈아, 이쪽은 너한테 맡길게. 잘할 수 있겠어?”강세헌은 엄숙하게 물어보았다.요 며칠 임지훈이 일을 처리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만회할 기회를 주었다.임지훈도 자기 일 처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표님, 안심하셔도 됩니다.”이번에 그는 반드시 잘 해낼 것이다.강세헌은 임지훈을 믿고 있었기에 당연히 한 방에 때려죽이지는 못
의사는 강세헌의 눈빛에 깜짝 놀라 조심스럽게 말했다.“소아과 쪽에 분유가 있는데 제가 안내할 테니 그쪽에 가서 아이한테 조금 먹이실래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병원에 있는 분유도 먹지 않았고 목이 쉬도록 계속 울어댔다.송연아는 분유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안고 송가네 저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강세헌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어디 아픈 거 아니야?”마음이 놓이지 않아 심란했고 온통 걱정뿐이었다.그는 조급해져서 운전 기사에게 조금 빨리 운전해달라고 계속 재촉했다.운전기사는 전전긍긍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이 시간대에 차 또한 많아서 안전을 보장해야 했다.한참 후에야 차가 저택에 도착했다.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혜숙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송예걸은 회사에 갔다.문에 들어서자 송연아는 바로 아이를 강세헌의 품에 안겼다.“저 분유 좀 타올게요.”찬이는 배가 고파서 그렇게 심하게 울었을 것이다.그녀는 급해서 강세헌이 아기를 안을 줄 아는지 모르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강세헌은 확실히 아이를 안아본 적이 없다.처음이었다!몸이 너무 굳어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려 품에 안고 있는 작고 부드러운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이 아이는 그의 아이다.그의 심장은 가슴속에서 요란하게 소리치고 뛰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그의 지금 벅찬 감정을 분명하게 나타냈다.송연아가 분유를 다 타고 걸어왔을 때, 강세헌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동작이 서툴렀지만 또한 그렇게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그만큼 그는 찬이를 아끼고 좋아한다.송연아는 삽시에 크나큰 위로를 느꼈다.적어도 그는 이 아이를 인정하고 사랑한다.이것은 그녀와 이 아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아이 저한테 주셔도 돼요. 분유 먹일 거예요.”강세헌은 아이를 주지 않고 물었다.“내가 먹여도 돼?”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젖병을 건네주며 행동으로 답을 표시했다.“앉아 봐요.”그
강세헌은 꼿꼿이 서 있었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네. 그렇습니다.”강의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이 나이 되도록 여전히 혈육의 정을 신경 쓰기는 했지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그래도 강 씨 집안의 명예였다.그가 강세헌에게 강 씨 집안을 맡긴 것도 그를 달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집안의 추악한 가정사는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 되었고 그는 체면을 가장 중시했기에 강세헌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집안의 일을 크게 만들까 봐 두려웠다.“너의 잘못을 알고 있니?”강의건은 강세헌 앞에서 꼰대 행세를 하는 일은 드물었다.이번도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였다.강세헌은 입술을 치켜들었는데 더없이 차갑고 딱딱해 보였다. 그는 가슴에서 우러러나오는 불만을 토로했다.“할아버지는 강세욱이 내 아이와 여자를 잡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지하지도 않았고 저한테 말하지도 않았죠. 오히려 제가 묻고 싶네요. 할아버지 도대체 왜 그러셨는지. 강세욱이 벌인 일을 찬성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할아버지도 참견하신 거예요?”강의건은 깜짝 놀랐다.“너 내가 아는 걸 어떻게 알았어?”그는 자신이 간 사실을 전 집사 혼자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강세헌은 어떻게 알았지?강세헌의 눈빛이 날카롭게 전 집사를 향해 쏘아붙였다.“어르신,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다...”“할아버지는 내가 배를 어떻게 찾았다고 생각하세요.”강세헌의 눈빛이 차가워졌다.“할아버지께서 바다에서 돌아오시는 걸 직접 봤는데, 덩굴을 따라갔더니 참외를 찾았네요.”강세헌은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편하게 포개고는 상체를 뒤로 젖혔다.“저는 할아버지가 이번 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어요.”“세헌아, 내가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네가 이미 찾아냈을 줄 누가 알았겠어...”“그래요?”강세헌은 분명히 믿지 않았다. 만약 그가 구할 마음이 있었다면 강세욱이 사람을 놓아주지 않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전화 한 통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어요?”여기로 오라고 할 때는 그렇게 전화를 잘
송연아는 그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무 일도 없는데 왜 전화벨이 두 번 연속으로 울린 거지?그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회사 안 가요?...”“안 가.”강세헌은 앞으로 가서 송연아를 껴안았다. 그녀가 몸부림치려고 하자 강세헌은 그녀를 더 꽉 끌어안고 속삭였다.“움직이지 마. 잠깐만 안고 있자. 잠깐만.”송연아는 마음속으로 약간 놀랐지만 몸부림치지 않았다.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고 강세헌은 서 있었기 때문에 껴안긴 송연아의 얼굴은 그의 복부에 눌려 있었다.왠지 그녀는 강세헌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느꼈다.그래서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었다.송연아를 안고 있자 그의 마음은 조금 더 따뜻해졌고 조금 더 안정되었다.“그날 밤 그 여자가 너여서 정말 다행이야.”갑자기 강세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송연아의 몸은 굳어졌다.그날 밤 그 남자가 강세헌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두 사람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송연아는 조금 부끄러웠고 난처하기까지 했다.“그...”“무섭지 않았어?”그가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어떻게 무섭지 않을 수 있는가. 그의 손에 든 칼이 그녀를 해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를 도운 것이었다.“왜 나를 밀어내지 않는 거야?”그가 다시 물었다.송연아는 강세헌이 그날 밤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날 밤 일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일탈이었다.그녀는 한 번도 그날 일을 후회 한 적이 없었지만, 자신이 강세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짝 후회했다.그저 그날 밤 그 남자가 강세헌이였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마치 그날 밤의 일탈이 그렇게 잘못되지는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그 당시에는 분명히 송태범의 강요에 대한 불만으로 반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