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은 송연아의 표정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너 왜 그래...”“안이슬.”심재경은 갑자기 돌아섰다.안이슬은 얼어붙었다!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 상황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지만 한순간 기쁨의 감정도 느꼈다.그를 만나서 기뻤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안이슬의 표정이 차가워졌고 말투에는 온기가 없었다.“왜 연아랑 같이 있어?” 심재경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안이슬은 그를 만나고도 걱정이나 인사 한마디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질문하고 있었다.송연아는 서둘러 설명했다.“문 앞에서 우연히 재경 선배를 만나서 언니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안이슬은 송연아의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보고 그녀가 한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았다. 그녀는 송연아가 일부러 심재경과 자신을 만나게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송연아의 말을 믿었다.“다른 곳으로 가자.” 안이슬이 말했다.송연아는 알겠다고 말하고 안이슬와 함께 카페를 나가려고 했다. 심재경은 입을 꽉 다물고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안이슬의 손목을 잡고 카페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송연아의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이슬이랑 할 말이 있으니까 넌 끼어들지 마.”“이거 놔. 난 너랑 할 말이 없어. 나 결혼했어...”심재경은 그녀를 껴안고 입맞춤하여 그녀의 말을 막았다.송연아는 옆에 서서 지켜보면서 이 기회에 둘이 제대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조용히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송연아는 택시를 타고 빌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음을 바꾸고 강세헌을 찾아가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다.지금쯤이면 강세헌이 진정하고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까?차에 타서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천주그룹으로 가달라고 말했다.천주그룹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만났다.“강 대표님은 지금 여기에 안 계시고 본가에 가셨어요.” 임지훈이 말했다.송연아가 물었다.“무슨 일로 본가에 갔어요?” 임지훈이 대답했다.“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 집사님께서 직접 강 대표님을
이지안도 강세헌을 보고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여기서 그를 만날 줄을 전혀 예상 못 한 것 같았다.연장자가 있는 관계로 그녀는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자신의 할아버지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강세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의 기운은 강했다.이수홍은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청년이 자네의 그 능력 좋다는 손자인가?”강의건은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호탕하게 웃더니 대답했다.“나와 지 아비의 젊은 시절보다 뛰어나지.”그리고 곧 강의건의 시선이 이지안에게 향했다.“이 애는 자네의 유일한 손녀고?”이수홍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맞아. 이 애의 아비가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미는 오래전에 재혼해서 나와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다네.”강의건은 그 말을 듣고 탄식했다. 그도 아들을 잃었기 때문에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다!“우린 친구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겠어. 세헌아, 너는 지안이를 데리고 집 마당에서 산책하렴.”강세헌은 강의건의 속셈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번에는 자신을 불러와 놓고 송연아와 이혼하라고 말했다.오늘은 다리를 놓아주려고 다른 여자를 불러온 게 아닐까?강세헌은 기분이 나빴지만 강의건이 어른이기 때문에 난리를 치지는 않았다.하지만 강의건의 말에 협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지금 그는 이지안이 회사에 나타난 것이 강의건의 계획이 아니었는지 의심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나갔지만 이지안을 데리고 같이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강의건이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지안이 먼저 말했다.“괜찮습니다.”강의건은 강세헌이 멀리 간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저 아이의 얼굴은 차갑지만 마음은 열정적이에요.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그럴게요.”이지안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얼굴도 너무 예쁘고 미소가 달콤했다. 또한 친한 친구의 유일한 손녀였기 때문에 서로 사정을 잘 알아 강의건은 이지안이 마음
임지훈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설령 그가 잘못해서 강세헌이 그를 꾸중한대도 분명하게 말을 해줘야 한다.그를 끝까지 이유도 모르게 만들면 안 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강세헌은 더더욱 들을 수 없었다!“아이고, 왜 여기 있어요. 빨리 나와요.”거실로 돌아가는 길에 강세헌이 전 집사의 목소리를 듣고 걸어가자 이지안이 방에서 그의 부모님 사진 옆에 놓아둔 작은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순식간에 그의 눈빛이 흐려지더니 큰 걸음으로 건너갔다.“뭐 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서웠다.이지안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그냥 궁금해서 여기 뭐가 들어 있는지 살펴본 것뿐이에요.”“얼른 그걸 내려놓으세요. 그건 우리 도련님에게 매우 소중한 물건이에요...”전 집사가 말했다.“이건 분명 내 물건이었어요.”이지안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그녀가 이 물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당당한 얼굴로 말할 수 있었다.이 모든 것은 강의건이 그녀에게 가르쳐 준 말이었다.강의건은 이 옥패의 주인이 강세헌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녀가 강세헌에게 자신이 이 옥패의 주인이라고 말하면 강세헌은 당연히 그녀에게 잘 대해 줄 것이다.“뭐라고 했어?”강세헌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게 당신 거라고?”“네, 이건 아버지가 저에게 남긴 물건인데 제가 잃어버렸었어요. 못 믿으시면 저희 할아버지께 가서 제 물건이 맞는지 아닌지 물어보시면 되잖아요?”이지안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확신에 찬 표정을 보면 사람들이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당신의 물건이라면서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어?”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언제 잃어버린 건지는 잊었어요.”이지안은 대답했다.“이걸 잃어버렸을 때는 제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그녀는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바로 말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된 일이기에 바로 말하면 고의적인 것 같
이지안은 그 순간 강세헌의 눈빛을 알아차렸다.그녀의 얼굴은 더욱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강세헌은 곧장 자리를 떠났다.가는 길에 강의건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세헌아, 지안이 회사에 입사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일을 잘 못해서 해고된 것 같구나. 지안이가 이제 막 졸업하고 경력이 없는데 회사에 자리 하나 마련해 줄 수 있겠니?”“할아버지가 그 애를 데려온 거죠?”강세헌이 물었다.그들은 연기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강세헌은 그래도 단서를 찾았다.이지안의 등장은 너무 우연이었다.수상쩍을 정도로 우연히 일치여서 그는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세헌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강의건은 여전히 사실을 숨기려고 애쓰고 있었다.“할아버지, 제가 바보처럼 보여요?”강세헌의 말투가 차가웠다.“지난번에 저를 부르셨을 때는 송연아와 이혼하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집에 다른 여자가 나타났어요. 할아버지, 일부러 저를 그 여자와 엮는 거 아니에요?”강의건은 자신이 계획을 잘 세웠다고 생각했다.그래도 강세헌에게 들킬 줄은 누가 알았을까?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이 너무 똑똑해도 피곤하다고 생각했다.“그게...” 강의건은 해명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이 강세헌을 위해 이러는 거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댈 수 없었다.다른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결국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제가 지훈이에게 그 여자의 일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할게요. 할아버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꾸미지 마세요."그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었다.강의건이 그의 개인적인 일에 너무 심하게 간섭했다.“아이고, 그래.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너와 지안이를 엮어주고 싶었지만, 정말 지안이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싶었어. 걔가 오래전에 할아버지를 따라 해외로 이주했고, 부모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어. 지안이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너처럼 둘 다 아주 일찍...”그는 ‘부모’ 두 글자를 말하지 않았고,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
진짜 오늘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게 강세헌 때문일까?강세헌이 이미 그녀의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아니야.그럴 리가 없어.마음속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사실은 바로 눈앞에 있었고, 그녀는 정말 강세헌 때문에 불안해했다.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간접적으로 아이를 잃게 만든 남자에게 어떻게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강세헌을 마음에서 지우고 싶었지만, 무언가를 없애려고 할수록 마음속에서 강세헌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떠올랐다.이 순간 강세헌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마치 영화가 한 장면 한 장면 재생되는 것처럼.“맞아요, 사모님. 도련님께서 이미 돌아오셨어요. 방금 도련님도 위층으로 올라가셨는데 사모님을 찾으시지 않던가요?”오은화가 물었다.송연아는 계단을 오르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오은화를 돌아보며 물었다.“세헌 씨가 돌아왔다고요?”오은화는 고개를 끄덕였다.송연아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강세헌을 만나러 갈지 말지 망설였다.하지만 충동이 이성을 이기고 그녀는 결국 강세헌의 방으로 걸어갔다.방의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고 틈이 보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천천히 방 문을 열었다. 방안의 빛이 너무 밝아 문을 여는 순간 살짝 눈이 부셨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빛에 적응한 후 방에 서 있는 강세헌을 보았다.그는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송연아는 방의 문을 조금 더 열어 똑똑히 보았는데 그는 확실히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지난번에 고훈에게서 사 온 자신의 임신한 모습을 담은 그림이었다.그녀는 걸어 들어와서 부드럽게 물었다.“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그림을 사려고 했어요?”강세헌은 그녀가 문을 열었을 때 이미 인기척을 느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림에 머물러 있었다.이 여자는 아마 잠들었을 때와 그림과 같을 때만 조용히 그의 곁에 가만히 머물러 있을 것이다.“너니까.” 그가 말했다.송연아는 숨이 막히고
송연아는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강세헌은 그 일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알 뿐, 백수연이 선택한 장소가 외딴곳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송연아가 백수연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고 말한 것을 듣고 강세헌은 신경이 곤두서면서 물었다.“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고훈의 부상을 떠올리자 강세헌은 다시 안도했다. 그녀는 메스를 잡는 사람인데 어떻게 쉽게 인질로 잡혀 다칠 수 있을까.그러나 그녀는 결국 젊은 여자였고 아무리 똑똑해도 육체적으로 한계가 있었다.“앞으로 조심해.”그가 당부했다.“무슨 일이 생기면 제때 연락해.”“알았어요.”송연아는 맑고 밝은 눈을 뜨고 속눈썹을 깜빡이며 말했다.“세헌 씨, 나...”그녀는 아이를 낳았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무슨 일이야?”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숙이고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말했다.“지난번에 세헌 씨한테 하려고 했던 말이 있었잖아요.”“응?”“그게... 내가요...”윙윙--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할 말이 있으면 바로 말해. 나한테 숨길 필요 없어.”강세헌은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알아차렸다.“저 출산했었어요!”그녀는 용기를 냈다.강세헌은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그는 송연아가 그 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의 표정을 보고 송연아는 그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가 지난번에 그에게 거짓말한 것을 언급하고 있다고 생각한 줄 알았다.“아니, 사실은...”“괜찮아. 신경 안 써.”강세헌은 다시 강조했다.이때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또 진동했다.송연아는 혹시 한혜숙이 전화한 거면 찬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수도 있어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그에게 말했다.“됐어요.”그녀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강세헌이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어디 가? 오늘 밤 내 방에서 자.”그의 시선이 불타올랐다.송연아가
송연아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문밖을 나섰는데 복도에서 강세헌과 마주쳤다. 그도 한창 외출 준비를 하는 듯싶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더니 강세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가려고?”송연아가 머리를 끄덕였다.“친구한테 일이 좀 생겨서 가보려고요.”그녀는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려는 강세헌을 보며 물었다.“세헌 씨도 나가려고요?”“응.”강세헌이 먼저 걸음을 내디디며 그녀에게 물었다.“넌 어디 가는데?”송연아는 좀 전에 확인한 주소를 그에게 알려주었다.강세헌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나도 거기 가.”“네?”송연아는 흠칫 놀랐지만 심재경과 강세헌이 친하다는 걸 알아채고 마음을 다잡았다.“재경 선배가 찾아요?”강세헌이 머리를 끄덕였다.“같이 가.”송연아도 알겠다며 대답했다.강세헌이 운전하고 송연아가 조수석에 탔다.두 사람 모두 침묵을 지켰다.서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상 떠오르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송연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만나기로 한 선배는 안이슬이라고 하는데 전에 재경 선배와 만났었어요.”강세헌은 심재경의 사생활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다.송연아의 말을 들은 후에야 심재경이 왜 요즘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이해가 됐다. 감정에 문제가 생긴 탓이었다.“그래서 두 사람 지금 이별하는 중이야?”강세헌의 물음에 송연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이슬 선배는 헤어지고 싶은데 재경 선배가 안 놓아줘요. 못 놓아준다고 해야겠죠.”강세헌은 담담한 눈빛으로 더 캐묻지 않았다.그는 딴 사람 일에 지나치게 따져 묻지 않는 듯싶었다.두 사람은 곧바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송연아가 먼저 내리고 강세헌이 뒤따라 내렸다!문을 두드리자 심재경이 와서 문을 열었다.둘이 함께 온 걸 보고 심재경은 썩 놀라지 않았다. 방금 안이슬이 송연아에게 전화할 때 그도 옆에 있었으니까.심재경은 몸을 한쪽 옆으로 피하며 길을 내주었다.“들어와.”송연아는 재빨리 안이슬에게 다가
“맞아.”안이슬이 쓴웃음을 지었다.“소개팅하러 온 상대 앞에서 내가 여자친구라고 말했고 그 여자는 속았다고 생각해 당장에서 재경이 엄마한테 전화했어. 일을 아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니까...”송연아는 그 당시의 장면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선배가 왜 재경 선배 집에서 나타나요? 두 사람 오해 다 풀었어요?”송연아가 물었다.안이슬은 한참 침묵한 후에야 말을 이었다.“재경이한테 다 얘기했어.”송연아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두 사람 원래 서로 사랑했으니 다 알게 되면 이슬 선배를 더 놓치려 하지 않겠죠? 요즘 재경 선배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아요? 매일같이 술로 슬픔을 달래고 사람이 다 홀쭉해졌다니까요. 이슬 선배는 이런 재경 선배가 속상하지 않아요?”안이슬도 다 알고 있었다. 심재경은 그토록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의기소침해졌는지, 그녀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심재경의 엄마는 그녀를 더욱 미워할 것이다. 전에는 가정형편이 별로여서 제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겠지만 이젠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심재경을 떠나겠다고 약속해놓고 인제 와서 또다시 그와 엮이다니.심재경의 엄마가 안이슬을 얼마나 미워하겠냐는 말이다.송연아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달래주었다.“천천히 관계를 개선해나가면 돼요. 재경 선배가 이슬 선배의 마음을 헤아리고 또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으니 재경 선배 어머님도 시간이 지나면 선배의 좋은 점을 서서히 발견할 거예요.”안이슬은 그녀의 말처럼 낙관적이지 못했다.그 당시 심재경의 엄마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으니까.송연아는 꿋꿋이 그녀를 위로했다.“사실 난 지금이 더 좋다고 봐요. 두 사람 손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잖아요. 전에는 이슬 선배 혼자 감당하느라 얼마나 괴로웠어요. 재경 선배도 덩달아 속상했고요. 지금은 적어도 재경 선배가 그때처럼 힘들어하지 않잖아요. 두 사람을 가로막는 사람은 재경 선배 어머님뿐이에요. 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