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점원이 옷을 가지러 간 틈을 타서 가정부가 안이슬의 앞에 나타났다.“제발 부탁인데 저 좀 도와줘요.”그녀는 심지어 쪼그리고 앉아 안이슬의 허벅지를 껴안았다.“제발 계속 그 집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줘요. 이제 절대로 잘못하지 않을 거예요.”밖을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아주 평범한 옷차림의 중년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수군거렸다.“지금 무슨 상황이죠?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사람을 어떻게 저 정도로 괴롭히는 거죠?”“찍어서 인터넷에 올릴까요?”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안이슬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약간 당황한 가정부의 눈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이렇게 해요. 심 대표님 이제 곧 퇴근할 시간인데 돌아오시면 제가 심 대표님께 전화해서 당신의 상황을 설명 드릴게요. 심 대표님만 동의하신다면 저는 당연히 다른 의견 없을 거예요.”계속 이런 식으로 맞서면 사람들이 오해해서 더 큰 일이 일어날까 봐 가정부는 안이슬의 말을 듣고 바로 일어섰다.“고마워요. 걱정하지 말아요. 대표님이 저를 만나주시기만 하면 다시는 절대 아가씨를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가정부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그때 점원이 아이 옷을 가지고 나타나자, 가정부가 웃으며 받았다.“제가 들게요.”“괜찮아요.”안이슬이 냉정하게 가방을 집어 들었다. 안이슬은 마음속으로 가정부가 정말로 일 때문에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아이의 물품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유아용품 가게를 나올 때는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정부는 계속 안이슬을 따라갔는데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저기 앞에 차 세워!”심재경은 회의가 끝나고 모니터를 살펴봤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자, 당황해하며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새로 오신 베이비시터인가 봐요?”기사가 안이슬의 모습을 보고 물었지만, 심재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차는 속도를 늦추더니 바로 안이
“아앙...”무심하게 움직이던 아이의 작은 손이 안이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움켜쥐었다.“우리 아가 착하지!”잠에서 깨어난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이슬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대표님, 괜찮아요.”두 사람은 모두 그 가정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아파트 입구니까 아이랑 바람도 쐴 겸 걸어서 갈게요.”가정부가 떠나는 안이슬을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안이슬은 재빨리 앞으로 걸어가서 가정부의 손을 피했다.심재경이 그것을 보고 잽싸게 가정부의 손을 잡아 뿌리치자, 가정부는 넘어질 뻔했다.심재경이 냉정하게 말했다.“월급은 정산했으니 이제 다시 이 아파트에서 보이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제 말뜻 아시죠?”얼음장처럼 차가운 심재경의 눈빛을 보더니 가정부는 겁에 질려 꼼짝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심재경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그와 동시에 안이슬은 아이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이상하네!”문을 열 때 안이슬은 조금 의아했다.“평소에는 매일 회사에서 늦은 밤까지 일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지?”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따뜻한 불빛이 쏟아졌는데 그녀는 아이에게 사준 옷을 내려놓고 아이를 요람에 눕혔다.“우리 아가 착해라.”안이슬은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잠깐만 기다려, 분유 타올게.”전에 먹던 분유 캔은 다 먹었지만, 아직 많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녀가 새 분유통을 꺼낼 때 현관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이슬이 분유통을 가지고 거실에 나오자, 심재경이 들어왔다.“대표님.”안이슬은 얼굴에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심재경에게 인사를 했다.“분유 먹을 시간인가요?”심재경이 안이슬을 보며 물어보고는 바리 고개를 돌리자, 안이슬은 간단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심재경이 겉옷을 벗어 소파에 던지자, 안이슬이 다시 집어서 걸어놓았다.심재경은 집 안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며칠 안에 새 가정부를 찾을게요.”그러고는 딸의 방으로 향했다.“저기...”그의 뒤에
아이는 아직 깨어 있었는데 방금 바람을 쐬러 나간 것 때문인지, 신이 나서 작은 손과 발을 계속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조그마한 얼굴을 보고 있는데 너무 귀여웠다.“그렇게 좋아?”아이를 보는 순간, 심재경의 얼굴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드러움이 보였다.그때 안이슬이 분유 병을 건넸고 심재경이 받아서 아이에게 먹이려 했다. 분유 병에 닿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잡고 분홍빛 작은 입으로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젖꼭지를 찾았다.그때 심재경이 갑자기 물었다.“선생님,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데도 따로 방법이 있어요?”그가 물어보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안이슬이 아이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을 보았는데 서로 눈이 마주치자 잠시 멈칫하더니 서둘러 직접 움직였다.“이렇게 하면 돼요.”말하면서 안이슬은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지금 아이는 침대에서도 좋아하기에 굳이 안을 필요 없어요. 하지만 자세가 잘못되면 아이가 목이 막힐 수도 있기에 방심하면 절대 안 됩니다.”심재경은 안이슬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챙기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아이가 젖꼭지를 입에 넣고 힘차게 분유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안이슬은 미소를 지었다.“장하네!”안이슬은 고개를 숙여 아이의 얼굴을 만져주려 했는데 손이 거의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 뒤에 있는 사람이 생각났다. 자기는 베이비시터일 뿐인데 너무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동작을 멈췄다.“오늘 어땠어요?”심재경은 안이슬의 움직임을 무시한 채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물었다.“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잘 먹고 잘 마시고 했어요. 중간에 한번 열이 나긴 했었는데 금방 가라앉았어요.”그녀는 옆에 있는 곰돌이 인형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대표님, 비록 아이가 정식 이름이 있다고 하지만, 평소 집에서 어릴 때 부를 아명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안이슬은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며칠 동안 생각을 했었지만, 딱히 예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에 계속 아가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이어서 친근
‘그래도 뜻이 담겨 있네. 좋아, 모든 게 바뀌었으니 이제 과거의 일에 더는 연연하지 말자고. 심재경도 아이 때문에 예전의 일을 떠올릴 리가 없을 테고...’“네...”바운서 안의 아이는 우유를 마셔서 그런지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안이슬은 아이를 위해 땀을 닦아줬다.아이의 손에 든 젖병이 빈 걸 발견한 안이슬은 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가 우유는 잘 마시네요. 물론 지금은 아이가 한창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할 때죠. 그만큼 아이가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기도 하고요.”아이는 쉽게 졸린다. 우유를 마신 후 안이슬은 아이를 안고 겨우 몇 번 달래줬는데 샛별은 벌써 눈을 감았다.“샛별아...”안이슬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안이슬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달래는 장면을 보고 심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오늘 그는 일찍 퇴근했기 때문에 아직 식사를 하지 못했다.부엌에서 먹을 음식이 있나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가 부엌에 들어설 때 안이슬은 이미 아이를 재우는 데 성공했다.“대표님, 혹시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하셨나요?”안이슬이 잠깐 고민하더니 부엌으로 다가갔다.“오늘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일찍 돌아왔어요. 밖에서도 밥을 먹지 않았거든요.”스크린에 안이슬과 아이의 모습이 잡히지 않아 심재경은 걱정된 나머지 다급하게 차를 타고 돌아온 것이다.집에 돌아오니 아이와 안이슬이 모두 안전한 걸 확인하고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달걀과 소면 빼고는 집에 음식이 아무것도 없었다.띵동!이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누구지?”시계를 올려다봤는데 벌써 저녁 여덟 시가 거의 다 되어갔다.이미 늦은 시간인데 누가 찾아온 거지?띵동!초인종이 또 한 번 울렸다.심재경이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안이슬이 문을 열러 갔다.“대표님!”문이 열리자 밖에 있던 비비안이 손에 작지 않은 도시락을 든 채 들어오려고 했다.“대표님, 오늘 사내 식당
그녀는 모든 반찬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놨다.그리고 주방에서 그릇을 찾아 보온 도시락에 있던 삼계탕을 쏟아냈다.“이건 푹 끓인 삼계탕인데 제가 며칠 전에 주문한 토종닭으로 만들었어요. 토종닭이 잡곡을 골고루 먹었고 스트레스 안 받은 닭이라 그렇게 맛이 좋대요. 회사에도 있는데 오늘 일찍 퇴근하셔서 제가 챙겨드리지 못했네요. 좀 식어서 제가 집에 돌아간 후 다시 한번 푹 끓였어요.”심재경이 자리에 앉았는데 그는 얼굴색 한 번 바뀌지 않았다. 비비안이 한 모든 일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마치 그녀의 이런 행동을 묵인하는 것 같았다.“오늘 퇴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고기가 엄청 육질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육볶음 한 번 만들어봤어요. 어떤지 한 번 맛 좀 보실래요?”비비안은 심재경에게 적극적으로 음식을 권했다.심재경은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저 안이슬을 힐끔 쳐다봤다.그녀는 제자리에 그저 서 있었기에 심재경은 가슴이 조금 답답했다.그리고 그는 시선을 제육볶음에 옮겼는데 고기의 결이 또렷하고 두께도 알맞게 썰려 있었는데 고기와 양파, 그리고 청양고추와 어우러졌다. 방금 만들어서 그런지 아직 김이 모락모락 솟아 아주 맛있어 보였다.하지만 심재경은 입맛이 없었다.“이건 우리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잡채고요.”비비안은 안이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심재경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심재경의 표정이 아무런 변화가 없자 그녀는 내심 실망감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제가 잡채에 특별히 목이버섯을 넣었거든요. 목이버섯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장 활동을 활발하게 해요.”심재경은 더는 참을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안이슬을 떠보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 비비안을 내쫓았을 것이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는 표정을 관리하면서 최소한 험악하게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것도요.”비비안은 심재경의 짜증과 반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 잔뜩 신이
하지만 바로 그때, 심재경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강문희 씨.”심재경의 목소리에 안이슬은 잠깐 멈칫했다.“제가 소개를 못했군요.”그는 여유롭게 티슈로 입을 닦고는 안이슬을 가리키더니 비비안에게 말했다.“이분은 제가 새로 모셔 온 베이비시터세요.”심재경에게 반찬을 집어주고 있던 비비안은 그 말을 듣더니 허리를 곧게 폈다.“베이비시터셨군요.”별다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말투였지만 안이슬은 비비안과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그녀의 적개심을 느낄 수 있었다.“이분은 제 비서, 비비안 씨예요.”심재경은 일부러 안이슬에게 비비안을 소개했다.하지만 안이슬은 별다른 이상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저는 심 대표님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베이비시터예요. 아이의 일상적인 보살핌을 책임지고 있어요.”안이슬이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데 능력 있는 베이비시터셨군요. 우리 대표님께서 모셔 올 정도면 엄청 대단한 분이시겠죠?”비비안은 떠보며 물었는데 겉으로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대표님은 워낙 안목이 훌륭하셔서 아이를 강문희 씨에게 맡겼다는 건 분명 강문희 씨의 능력이 대단하시다는 것을 뜻하겠죠. 앞으로 아이를 잘 보살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요.”비비안이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살갑게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제가 오늘 특별히 아이를 위해 아기용품을 좀 샀어요. 확인해 보시고 모자란 것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그럼 제가 내일 사러 갈게요.”비비안은 도시락 외에 큰 종이 박스도 하나 챙겨왔다.안이슬은 바로 종이 박스를 챙겨왔는데 그 안에는 적지 않은 아기용품이 있었다.“모두 해외 브랜드예요.”안이슬이 멍한 채 제자리에 서 있자 비비안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빠르게 그녀가 산 젖병 세척기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이 브랜드, 국내에서 사기 힘들어요. 워낙 안전한 재료로 만들어졌고, 사용감도 좋다고 해서 저
“아니요.”비비안은 다급하게 거절하면서 자기가 산 물건들을 안이슬의 손에 마구 쥐여주었다.“대표님께서 워낙 바쁘시기에 강문희 씨를 믿고 대신 아이의 물건을 사라고 하셨을 거예요. 그러니 강문희 씨께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 건 맞지만 저도 대표님 비서로서 대표님의 하나뿐인 아이를 신경 써야죠. 그리고 대표님께서도 저를 신임하셔서 비서로 뽑으신 게 아닐까요?”마지막 한 마디는 안이슬이 아닌 심재경에게 한 말이었다.그녀는 강제로 안이슬의 손에 물건을 쥐여준 후 웃으면서 심재경 옆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대표님, 아이는 정성을 들여 키우셔야죠. 특히 여자아이면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해요.”비비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심재경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심재경은 바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옆으로 피하면서 그녀와 거리를 뒀다.‘정말 징그럽네.’그는 비비안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했지만 안이슬의 변화된 표정을 보고는 끝내 그 말을 입밖에 내뱉을 수 없었다.안이슬도 자신이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걸 인지하고는 일부러 비비안이 가져온 물건들을 살펴보는 척했다.‘다 좋은 물건이긴 한데. 한낱 비서로서 무슨 돈으로 이 많은 걸 산 거야? 심재경의 마음을 얻으려고 돈을 제대로 썼겠는데?’안이슬은 여기에 남아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에 비비안이 가져온 물건을 챙기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서 아이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안이슬은 아이가 누워있는 바운서 옆에 앉고는 창밖을 내다봤다.밤이 깊어져 하늘은 어둠으로 뒤덮였다.바운서에 누워 고요히 자고 있는 딸을 보더니 안이슬의 마음도 차츰 평온해진 것 같았다.“쪽쪽...”바운서에 누워있던 아이가 입을 꾸물거렸다.앵두같이 빨간 입술을 가진 아이는 너무나도 귀여워 안이슬은 손을 내밀어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줬다.아이는 이미 잠에서 깼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게 궁금한 듯 큰 눈을 똘망똘망 뜨곤 했다.안이슬은 웃으면서 아이와 놀아주고는 아이의 볼을 어루만지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불
안이슬이 아이를 신경 쓸수록 비비안은 더욱 위기감을 느꼈다.“저는 대표님께서 특별히 고용한 베이비시터예요. 아이를 달래는 일은 저에게 맡기면 돼요. 비비안 씨는 대표님과 함께...”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비안이 덥석 그녀의 손을 잡고는 눈썹을 치켜들었다.“저도 사촌 언니네 아이를 집에서 안아본 경험이 있거든요. 강문희 씨는 음식도 안 드신 것 같은데 나가서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두 사람은 그 누구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심재경이 갑자기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방 안에는 아직도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지만 눈앞의 두 사람은 마치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대표님.”비비안은 바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가 갑자기 울길래 혹시나 아이가 불편한 데는 없는지 확인하러 왔어요.”안이슬이 그 틈을 타 비비안에게서 벗어나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대표님,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줄 시간이에요.”안이슬이 말했다.“마침 잘됐네요.”핑계를 대고 방을 나서려고 했는데 안이슬의 말을 듣고 비비안은 눈을 번쩍 떴다.“제가 사 온 기저귀로 바꾸죠?”말을 마친 후 비비안은 주위를 훑어보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자기가 가져온 종이 박스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안에 들어있던 기저귀를 꺼냈다.“바로 이거예요! 외국 회사에서 아이 맞춤으로 기저귀를 제작하더라고요, 특별 제작한 기저귀가 일반 기저귀보다 훨씬 아이들에게 좋대요.”비비안이 심재경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을 보고 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계속 퀄리티와 가격을 강조했지만 진짜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 건 맞는가?지금까지는 그저 아이를 이용해 심재경의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면...안이슬은 차마 더 생각하고도 싶지 않았다.이런 사람이 심재경의 곁에 남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대할 것인가?“이런 거 필요 없어요.”안이슬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그녀는 심재경 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