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이 아이를 신경 쓸수록 비비안은 더욱 위기감을 느꼈다.“저는 대표님께서 특별히 고용한 베이비시터예요. 아이를 달래는 일은 저에게 맡기면 돼요. 비비안 씨는 대표님과 함께...”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비비안이 덥석 그녀의 손을 잡고는 눈썹을 치켜들었다.“저도 사촌 언니네 아이를 집에서 안아본 경험이 있거든요. 강문희 씨는 음식도 안 드신 것 같은데 나가서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두 사람은 그 누구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심재경이 갑자기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방 안에는 아직도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지만 눈앞의 두 사람은 마치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대표님.”비비안은 바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이가 갑자기 울길래 혹시나 아이가 불편한 데는 없는지 확인하러 왔어요.”안이슬이 그 틈을 타 비비안에게서 벗어나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대표님,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줄 시간이에요.”안이슬이 말했다.“마침 잘됐네요.”핑계를 대고 방을 나서려고 했는데 안이슬의 말을 듣고 비비안은 눈을 번쩍 떴다.“제가 사 온 기저귀로 바꾸죠?”말을 마친 후 비비안은 주위를 훑어보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자기가 가져온 종이 박스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안에 들어있던 기저귀를 꺼냈다.“바로 이거예요! 외국 회사에서 아이 맞춤으로 기저귀를 제작하더라고요, 특별 제작한 기저귀가 일반 기저귀보다 훨씬 아이들에게 좋대요.”비비안이 심재경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을 보고 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계속 퀄리티와 가격을 강조했지만 진짜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 건 맞는가?지금까지는 그저 아이를 이용해 심재경의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면...안이슬은 차마 더 생각하고도 싶지 않았다.이런 사람이 심재경의 곁에 남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대할 것인가?“이런 거 필요 없어요.”안이슬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그녀는 심재경 쪽으
심재경은 테이블 위에 놓인 티슈로 입을 닦고 시간을 확인했는데 벌써 저녁 열 한시였다. 하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특히 비비안이 들어온 후로 샛별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평소라면 이 시간은 안이슬이 기저귀를 갈아준 후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었다.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안이슬을 바라봤다.그는 안이슬이 남기를 원했다. 게다가 전에 두 사람은 약속까지 했었다. 다만 그는 어떻게 이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자칫 말실수라도 하면 안이슬에게 밉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안이슬은 분명 근처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에게 구체적인 위치를 안 알려주는 걸로 봐선 아마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안이슬은 심재경이 고민하는 모습을 알아챘다.사실 그녀는 이곳에 남고 싶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대표님?”심재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비비안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에게 다가갔다.비비안이 드디어 아이의 방에서 나가사 안이슬은 재빠르게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줬다.“강문희 씨, 혹시 오늘 저녁 샛별이를 좀 봐줄 수 있을까요? 게스트 룸은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었어요. 필요한 다른 물건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기저귀를 정리하던 안이슬은 그 말을 듣고 흠칫했다. 그녀는 심재경이 자기를 머물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결국 비비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를 남게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아직은 아이가 먼저인 듯싶었다.적어도 여자와 아이 사이에서 심재경은 아이를 선택했다.그 생각에 안이슬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오늘 저녁은 신세를 질게요.”대답을 한 뒤 안이슬은 샛별이가 썼던 기저귀를 계속 정리했다.아무리 아이의 기저귀라고 하지만 그 냄새는 고약했다.하지만 안이슬은 이미 습관 되었고, 심지어 이것보다 몇 배는 더 고약한 냄새도 많이 맡았었다.그녀와는 달리,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비비안은 차마 견
샛별이를 천천히 바운서에 내려놓고 안이슬은 바운서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아이의 방은 곧이어 다시 정적을 되찾았다.안이슬도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랐다.화기애애한 이쪽 분위기와는 달리, 심재경과 비비안이 있는 서재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싸늘했다.“오늘 도시락만 주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닐 텐데요?”비비안은 그의 비서이긴 했으나 그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비비안은 오늘 그렇게나 많은 아기용품을 가져왔고, 수시로 강문희를 관찰했다.이 모든 걸 심재경은 알아챘지만 강문희 앞에서 비비안에게 따지고 싶진 않았다.심재경의 서재는 유난히 심플했다. 한 줄로 늘어선 책장과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뿐이었다.지금 이 시각, 비비안은 심재경의 맞은편에 서 있었는데 그녀는 심재경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심재경의 의심을 샀는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분명 아까 밥 먹을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의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저는 그저 대표님을 챙겨주고 싶어서요. 어젯밤에 잘 주무시지 못한 것도 아이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대표님 비서로서 그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어요.”비비안이 솔직하게 말하더니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다만 심재경이 볼 수 없을 만큼 고개를 푹 숙이고는 교활하고 사악한 눈빛을 반짝였다.오늘 비비안이 이곳으로 온 목적은 바로 안이슬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심재경이 안이슬을 그저 베이비시터로만 대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안이슬의 얼굴은 그렇게 출중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동영상 속 몸매보다 훨씬 더 우월했다.“비비안 씨, 이건 제 사적인 일입니다.”심재경은 딱 비비안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얘기했다. 그는 비비안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의 뜻을 알아챌 거로 생각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세요.”하지만 비비안은 어금니를 깨물었다.심재경은 그 베이비시터를 남기면서도 이 늦은 시간에 그녀를 집으로
인기척을 느낀 심재경은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대표님, 술 마시려고요?”들통난 심재경은 그제야 자기 손에 맥주 한 캔이 쥐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는 당황한 나머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손에 쥐었다.“아, 우유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맥주가 앞을 가려서 들고 있었어요.”심재경은 재빨리 맥주를 도로 넣었다.다시 고개를 들 때 안이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어리둥절했는데 곧이어 코끝에 우유의 향기가 스쳐 지나갔다.“자, 여기요.”안이슬은 심재경의 손 뒤로 냉장고에서 우유를 찾아 심재경에게 건넸다.‘내가 전에 정리할 때 위치를 바꿨나? 그래서 못 찾는 건가?’안이슬이 준 우유를 건네받고는 심재경은 저도 모르게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강문희 씨도 좀 마실래요?”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였기에 김이 나고 있었다.예전의 안이슬은 이런 찬 음식을 가장 좋아했다. 특히 냉장고에 넣어둔 우유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체질 때문에 찬 음식은 되도록 피했다. 예전처럼 찬 음식을 찾게 되지도 않았다.무심결에 심재경과 눈이 마주쳐 안이슬은 심재경의 떠보려는 속셈을 알아챘다.“저녁에 우유를 마신 습관이 없었어요. 그리고 찬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대표님께서 혹시 별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가서 쉬겠습니다.”안이슬이 자리를 뜬 후 심재경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차가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 아니면 정말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심재경은 살포시 샛별의 방문을 열었는데 깊이 잠든 샛별을 보고는 또다시 살포시 문을 닫았다.안이슬은 역시 샛별은 잘 돌보고 있었다.가정부보다 나은 부모는 없으니 말이다...심재경은 한숨을 푹 쉬었다.안이슬이 아이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심재경은 잘 알고 있었다.심재경의 방은 바로 안이슬의 방 맞은편에 있었다. 안이슬이 문을 열면 바로 심재경의 방문과 마주할 수 있었다.안이슬은 밤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새 침대였기에 쉽게
“괜찮아요. 집이 워낙 크기도 하고, 강문희 씨가 아이를 돌보면서 청소까지 하는 건 힘들죠.”심재경은 그녀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잘 타일렀다.안이슬이 대답했다.“네, 대표님. 오늘은 아이를 위해 세 가지의 이유식을 준비했습니다.”안이슬은 미리 준비한 쌀죽, 계란찜, 그리고 야채즙을 꺼냈다.“아이는 지금 젖을 떼고 이유식으로 넘어가야 해요. 이 이유식은 아이가 새로운 식단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심재경이 하나하나 맛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부분에 대해서 심재경이 많은 공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는 안이슬을 믿었다.“강문희 씨라면 안심하고 믿어도 되죠? 다만 이것만 먹이면 좀 단조롭지 않을까요?”심재경은 아이의 영양소 문제가 걱정되었다.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녀 또한 생각했던 문제였다.“이유식을 시작한 초기에는 천천히 음식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아이가 어떤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지, 심지어 알레르기가 있는지 체크할 수 있어요.”심재경은 그녀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 많이 배우고 공부한 걸 보아낼 수 있었다.“역시 강문희 씨가 주도면밀하시네요. 샛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말해주세요.”심재경이 옷을 입자 안이슬은 그가 곧 출근할 것을 예상했다.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장을 나서는 심재경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오늘 그녀는 샛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샛별이도 이제 천천히 젖을 뗄 수 있을 것이다.회사에 도착한 후 비비안은 가장 먼저 심재경에게 업무를 보고했다.“대표님, 혹시 가정부 찾고 계시나요?”비비안은 무심결에 심재경의 스크린을 보고서 그가 가정부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네. 집에 가정부가 한 명 모자라서요.”아침에 안이슬이 조심스럽게 램프 커버를 씌우던 모습을 떠올리자 심재경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다만 오랫동안 찾았는데도 심재경의 마음에 든 가정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대표님, 전에 제가 소개했던 가정부 말이
비비안은 미간을 구기고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안이슬을 쳐다봤다.눈앞의 여자는 겨우 베이비시터인데도 대표님의 비서인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는 아이를 보며 비비안은 결국 목소리를 낮췄다.샛별이는 처음에 겁을 먹어 울음을 터뜨렸으나 다행히도 안이슬의 품에 안긴 채 다독임을 받고 곧바로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조그마한 얼굴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안이슬은 부드러운 손길로 샛별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서야 고개를 돌려 비비안을 바라봤다.“비서라는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예의조차 몰라요?”심재경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예의와 침착함을 구비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비비안 같은 성격의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채용되었는지 안이슬은 의심이 가기만 했다.“당신!”비비안은 안이슬의 말에 제대로 자극받아 손찌검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이곳은 심재경의 별장이었고, 혹시라도 그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기면 그녀만 손해였기에 비비안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언니, 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비비안은 겉으로 잘못을 인정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안이슬을 하찮게 여겼다.안이슬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언니? 참 친한 척은 잘하네.’“무슨 일로 나 찾아왔어요?”안이슬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샛별이를 바라봤다. 비비안에게는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대표님께서 언니랑 같이 가정부 아주머니를 고르라고 저를 보내셨어요. 지금 바로 출발하죠? 기사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안이슬이 흠칫했다.지금 집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집을 비운다면 샛별이는 누가 돌본단 말인가?“괜찮아요. 비비안 씨 혼자 다녀와요.”안이슬은 샛별이를 혼자 집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으니 말이다.비비안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심재경이 직접 내린 분부이기도 했고, 그녀는 안이슬 앞에서 뽐내고 싶었기에 당
모두 가방에 챙기고서야 안이슬은 샛별을 안고 비비안 앞에 나타났다.안이슬이 준비하고 있을 때 비비안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서 다리까지 시큰시큰했다.안이슬이 빨리 준비를 끝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꾸물거릴 줄이야.그 생각에 비비안은 베이비시터로서의 안이슬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가죠.”비비안이 집을 나서려던 그때, 안이슬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잠깐만요. 이걸 챙겨요.”안이슬은 한 손으로 샛별이를 안고 가방까지 들고 있었으니 유모차를 끌 손이 없었다.비비안은 어쩔 수 없이 유모차를 밀면서 안이슬의 뒤를 따랐다.“그래, 지금 온갖 잘난 척을 다 해. 이따가 제대로 혼내줄 거니까.”하이힐을 신은 비비안은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안이슬을 바라봤다.‘감히 나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차에 올라탄 후 안이슬은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다.비비안이 유모차를 잘 놓고 차에 올라타려고 할 때, 안이슬이 자기가 원래 앉던 자리에 앉았다는 걸 발견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래, 한 번 해보자 이거지? 베이버시터 따위가 감히 나를 무시해?”비비안은 씩씩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었다.“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출발하죠.”운전기사도 베이비시터인 안이슬은 초면이었는데 그녀가 젊은이일 줄은 생각지도 못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어느 집 사장님을 모시러 간 거예요? 해가 다 저물어가겠어요.”안이슬이 곧바로 운전기사의 불평을 알아챘다.하지만 이 일은 어떻게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사전에 나가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말이다.비비안이 불쌍한 척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아이와 나오는 걸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기사님, 한 번만 봐주세요. 이분은 대표님 댁의 베이비시터인 강문희 씨예요. 아까 아기용품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비비안은 안이슬의 편을 들어주는 척했지만 그녀가 사전에 외출하는 걸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리고 은연중에 기사에게 강문희 때문에 시간
어떤 여인이 앞에 있는 여윈 아가씨를 때리고 있었는데 그 아가씨는 누가 봐도 월계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여인의 손찌검에 직원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맞고만 있었다.“당신 때문이야. 나 당장 월계를 신고할 거라고. 아가야, 우리 불쌍한 아가. 당장 119에 신고해요!”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월계 직원들은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다.하지만 아이는 계속 신물을 뱉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이슬은 가슴이 아팠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곳으로 이끌렸다.“강문희 씨, 어디 가요?”비비안은 강문희가 자기를 따라오기는커녕 사건이 일어난 곳까지 가려고 하자 한숨을 푹 쉬었다.‘지금이 저런 구경을 할 때야? 역시 농촌 사람이라 그런가? 정말 촌스럽네. 재밌는 구경이 있는 데만 찾아가려고 하고. 그런데 여긴 고급 가정부 센터라고.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은 권력이 있는 집안 아니면 부잣집 사람일 텐데 혹시나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안이슬은 비비안의 부름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샛별이가 누워있는 유모차를 민 채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다가갔다.“죄송해요, 잠깐 비켜주실 수 있나요?”안이슬은 아이의 상황을 한 시라도 빨리 살펴보고 싶었다.마침내 그 여윈 직원이 겁에 질려 소리 없이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아니에요. 제가 한 거 아니에요.”직원의 얼굴은 검고 손도 굳은살투성이였다.안이슬은 그 직원이 분명 예전에 농사일하던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면 그녀의 손에 이렇게 많은 굳은살이 있는 게 이상했다.게다가 직원의 불안한 표정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안이슬은 이 일이 분명 직원의 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까 봐 두려움에 질린 것이다.“나에게 아이를 좀 보여줄 수 있어요?”안이슬은 여인에게 손을 내밀자 샛별이도 옹알옹알 소리를 냈다.마치 자기와 비슷한 또래를 보고 잔뜩 신이 난 모양이다.“당신 누구예요?”여인은 경계했지만 초조한 기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