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이를 천천히 바운서에 내려놓고 안이슬은 바운서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아이의 방은 곧이어 다시 정적을 되찾았다.안이슬도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랐다.화기애애한 이쪽 분위기와는 달리, 심재경과 비비안이 있는 서재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싸늘했다.“오늘 도시락만 주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닐 텐데요?”비비안은 그의 비서이긴 했으나 그의 개인적인 일정까지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비비안은 오늘 그렇게나 많은 아기용품을 가져왔고, 수시로 강문희를 관찰했다.이 모든 걸 심재경은 알아챘지만 강문희 앞에서 비비안에게 따지고 싶진 않았다.심재경의 서재는 유난히 심플했다. 한 줄로 늘어선 책장과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뿐이었다.지금 이 시각, 비비안은 심재경의 맞은편에 서 있었는데 그녀는 심재경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심재경의 의심을 샀는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분명 아까 밥 먹을 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의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저는 그저 대표님을 챙겨주고 싶어서요. 어젯밤에 잘 주무시지 못한 것도 아이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제가 대표님 비서로서 그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어요.”비비안이 솔직하게 말하더니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다만 심재경이 볼 수 없을 만큼 고개를 푹 숙이고는 교활하고 사악한 눈빛을 반짝였다.오늘 비비안이 이곳으로 온 목적은 바로 안이슬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심재경이 안이슬을 그저 베이비시터로만 대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안이슬의 얼굴은 그렇게 출중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동영상 속 몸매보다 훨씬 더 우월했다.“비비안 씨, 이건 제 사적인 일입니다.”심재경은 딱 비비안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얘기했다. 그는 비비안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의 뜻을 알아챌 거로 생각했다.“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세요.”하지만 비비안은 어금니를 깨물었다.심재경은 그 베이비시터를 남기면서도 이 늦은 시간에 그녀를 집으로
인기척을 느낀 심재경은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대표님, 술 마시려고요?”들통난 심재경은 그제야 자기 손에 맥주 한 캔이 쥐어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는 당황한 나머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손에 쥐었다.“아, 우유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맥주가 앞을 가려서 들고 있었어요.”심재경은 재빨리 맥주를 도로 넣었다.다시 고개를 들 때 안이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어리둥절했는데 곧이어 코끝에 우유의 향기가 스쳐 지나갔다.“자, 여기요.”안이슬은 심재경의 손 뒤로 냉장고에서 우유를 찾아 심재경에게 건넸다.‘내가 전에 정리할 때 위치를 바꿨나? 그래서 못 찾는 건가?’안이슬이 준 우유를 건네받고는 심재경은 저도 모르게 말 한마디를 내뱉었다.“강문희 씨도 좀 마실래요?”방금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였기에 김이 나고 있었다.예전의 안이슬은 이런 찬 음식을 가장 좋아했다. 특히 냉장고에 넣어둔 우유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체질 때문에 찬 음식은 되도록 피했다. 예전처럼 찬 음식을 찾게 되지도 않았다.무심결에 심재경과 눈이 마주쳐 안이슬은 심재경의 떠보려는 속셈을 알아챘다.“저녁에 우유를 마신 습관이 없었어요. 그리고 찬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대표님께서 혹시 별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가서 쉬겠습니다.”안이슬이 자리를 뜬 후 심재경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차가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 아니면 정말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심재경은 살포시 샛별의 방문을 열었는데 깊이 잠든 샛별을 보고는 또다시 살포시 문을 닫았다.안이슬은 역시 샛별은 잘 돌보고 있었다.가정부보다 나은 부모는 없으니 말이다...심재경은 한숨을 푹 쉬었다.안이슬이 아이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심재경은 잘 알고 있었다.심재경의 방은 바로 안이슬의 방 맞은편에 있었다. 안이슬이 문을 열면 바로 심재경의 방문과 마주할 수 있었다.안이슬은 밤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새 침대였기에 쉽게
“괜찮아요. 집이 워낙 크기도 하고, 강문희 씨가 아이를 돌보면서 청소까지 하는 건 힘들죠.”심재경은 그녀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잘 타일렀다.안이슬이 대답했다.“네, 대표님. 오늘은 아이를 위해 세 가지의 이유식을 준비했습니다.”안이슬은 미리 준비한 쌀죽, 계란찜, 그리고 야채즙을 꺼냈다.“아이는 지금 젖을 떼고 이유식으로 넘어가야 해요. 이 이유식은 아이가 새로운 식단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심재경이 하나하나 맛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이 부분에 대해서 심재경이 많은 공부를 한 건 아니지만 그는 안이슬을 믿었다.“강문희 씨라면 안심하고 믿어도 되죠? 다만 이것만 먹이면 좀 단조롭지 않을까요?”심재경은 아이의 영양소 문제가 걱정되었다.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녀 또한 생각했던 문제였다.“이유식을 시작한 초기에는 천천히 음식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아이가 어떤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지, 심지어 알레르기가 있는지 체크할 수 있어요.”심재경은 그녀가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 많이 배우고 공부한 걸 보아낼 수 있었다.“역시 강문희 씨가 주도면밀하시네요. 샛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에게 말해주세요.”심재경이 옷을 입자 안이슬은 그가 곧 출근할 것을 예상했다.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장을 나서는 심재경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오늘 그녀는 샛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샛별이도 이제 천천히 젖을 뗄 수 있을 것이다.회사에 도착한 후 비비안은 가장 먼저 심재경에게 업무를 보고했다.“대표님, 혹시 가정부 찾고 계시나요?”비비안은 무심결에 심재경의 스크린을 보고서 그가 가정부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네. 집에 가정부가 한 명 모자라서요.”아침에 안이슬이 조심스럽게 램프 커버를 씌우던 모습을 떠올리자 심재경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다만 오랫동안 찾았는데도 심재경의 마음에 든 가정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대표님, 전에 제가 소개했던 가정부 말이
비비안은 미간을 구기고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안이슬을 쳐다봤다.눈앞의 여자는 겨우 베이비시터인데도 대표님의 비서인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는 아이를 보며 비비안은 결국 목소리를 낮췄다.샛별이는 처음에 겁을 먹어 울음을 터뜨렸으나 다행히도 안이슬의 품에 안긴 채 다독임을 받고 곧바로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조그마한 얼굴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안이슬은 부드러운 손길로 샛별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서야 고개를 돌려 비비안을 바라봤다.“비서라는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기 전에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예의조차 몰라요?”심재경을 모시고 있는 사람은 최소한의 예의와 침착함을 구비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비비안 같은 성격의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채용되었는지 안이슬은 의심이 가기만 했다.“당신!”비비안은 안이슬의 말에 제대로 자극받아 손찌검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이곳은 심재경의 별장이었고, 혹시라도 그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기면 그녀만 손해였기에 비비안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언니, 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비비안은 겉으로 잘못을 인정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안이슬을 하찮게 여겼다.안이슬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언니? 참 친한 척은 잘하네.’“무슨 일로 나 찾아왔어요?”안이슬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샛별이를 바라봤다. 비비안에게는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대표님께서 언니랑 같이 가정부 아주머니를 고르라고 저를 보내셨어요. 지금 바로 출발하죠? 기사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안이슬이 흠칫했다.지금 집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집을 비운다면 샛별이는 누가 돌본단 말인가?“괜찮아요. 비비안 씨 혼자 다녀와요.”안이슬은 샛별이를 혼자 집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으니 말이다.비비안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심재경이 직접 내린 분부이기도 했고, 그녀는 안이슬 앞에서 뽐내고 싶었기에 당
모두 가방에 챙기고서야 안이슬은 샛별을 안고 비비안 앞에 나타났다.안이슬이 준비하고 있을 때 비비안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서 다리까지 시큰시큰했다.안이슬이 빨리 준비를 끝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꾸물거릴 줄이야.그 생각에 비비안은 베이비시터로서의 안이슬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가죠.”비비안이 집을 나서려던 그때, 안이슬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잠깐만요. 이걸 챙겨요.”안이슬은 한 손으로 샛별이를 안고 가방까지 들고 있었으니 유모차를 끌 손이 없었다.비비안은 어쩔 수 없이 유모차를 밀면서 안이슬의 뒤를 따랐다.“그래, 지금 온갖 잘난 척을 다 해. 이따가 제대로 혼내줄 거니까.”하이힐을 신은 비비안은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안이슬을 바라봤다.‘감히 나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차에 올라탄 후 안이슬은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다.비비안이 유모차를 잘 놓고 차에 올라타려고 할 때, 안이슬이 자기가 원래 앉던 자리에 앉았다는 걸 발견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래, 한 번 해보자 이거지? 베이버시터 따위가 감히 나를 무시해?”비비안은 씩씩거리며 조수석 문을 열었다.“죄송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출발하죠.”운전기사도 베이비시터인 안이슬은 초면이었는데 그녀가 젊은이일 줄은 생각지도 못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어느 집 사장님을 모시러 간 거예요? 해가 다 저물어가겠어요.”안이슬이 곧바로 운전기사의 불평을 알아챘다.하지만 이 일은 어떻게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사전에 나가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말이다.비비안이 불쌍한 척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아이와 나오는 걸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기사님, 한 번만 봐주세요. 이분은 대표님 댁의 베이비시터인 강문희 씨예요. 아까 아기용품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비비안은 안이슬의 편을 들어주는 척했지만 그녀가 사전에 외출하는 걸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그리고 은연중에 기사에게 강문희 때문에 시간
어떤 여인이 앞에 있는 여윈 아가씨를 때리고 있었는데 그 아가씨는 누가 봐도 월계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여인의 손찌검에 직원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맞고만 있었다.“당신 때문이야. 나 당장 월계를 신고할 거라고. 아가야, 우리 불쌍한 아가. 당장 119에 신고해요!”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월계 직원들은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다.하지만 아이는 계속 신물을 뱉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이슬은 가슴이 아팠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곳으로 이끌렸다.“강문희 씨, 어디 가요?”비비안은 강문희가 자기를 따라오기는커녕 사건이 일어난 곳까지 가려고 하자 한숨을 푹 쉬었다.‘지금이 저런 구경을 할 때야? 역시 농촌 사람이라 그런가? 정말 촌스럽네. 재밌는 구경이 있는 데만 찾아가려고 하고. 그런데 여긴 고급 가정부 센터라고.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은 권력이 있는 집안 아니면 부잣집 사람일 텐데 혹시나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안이슬은 비비안의 부름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샛별이가 누워있는 유모차를 민 채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다가갔다.“죄송해요, 잠깐 비켜주실 수 있나요?”안이슬은 아이의 상황을 한 시라도 빨리 살펴보고 싶었다.마침내 그 여윈 직원이 겁에 질려 소리 없이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아니에요. 제가 한 거 아니에요.”직원의 얼굴은 검고 손도 굳은살투성이였다.안이슬은 그 직원이 분명 예전에 농사일하던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면 그녀의 손에 이렇게 많은 굳은살이 있는 게 이상했다.게다가 직원의 불안한 표정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안이슬은 이 일이 분명 직원의 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까 봐 두려움에 질린 것이다.“나에게 아이를 좀 보여줄 수 있어요?”안이슬은 여인에게 손을 내밀자 샛별이도 옹알옹알 소리를 냈다.마치 자기와 비슷한 또래를 보고 잔뜩 신이 난 모양이다.“당신 누구예요?”여인은 경계했지만 초조한 기색을
여인도 다급한 얼굴로 아이를 걱정했다.다행인 건 안이슬이 세 번째로 주먹을 밀어 올릴 때 아이의 입에서 하얀 물체가 나왔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비비안은 눈을 크게 떴는데 강문희가 이렇게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이토록 쉽게 아이를 구하다니.바닥에 떨어진 물체의 정체를 확인하자 여인의 눈빛은 확 바뀌었다.“어머, 이거 빵 덩어리 아니야?”“월계에 토스트 같은 건 없을 테고. 이 아가씨 잘못 아니네.”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썼던 직원은 감격의 얼굴로 안이슬을 바라봤다.안이슬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계속 월계에서 일할 수 없었을 것이다.“다행이야. 우리 환이 괜찮아졌네.”여인은 아이를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정말 고마워요, 이 직원은 제가 오해한 게 맞네요.”여인도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했다.그 빵조각은 그녀가 아이에게 먹인 것이었기 때문이다.환이가 계속 그녀에게 음식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는데 마지막 조각은 괜찮겠지 싶은 생각에 여인은 아이에게 빵조각을 건넸다. 그런데 그 빵조각이 아이의 목에 걸릴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안이슬이 아니었다면 아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했을 수도 있다.“저 직원분께 사과를 하세요.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여인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직원 앞으로 걸어갔다.“죄송해요. 제가 괜한 오해를 했네요. 사과할게요.”“괜찮아요, 오해를 풀었으니 다행이에요.”직원은 손을 저으며 말했는데 사투리 투가 남아 있었다.“강문희 씨, 시간 지체하지 말죠.”비비안이 재촉했다.안이슬도 가정부를 찾는 일이 먼저라는 걸 깨닫고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아가씨, 혹시 저 집에서 일하는 거예요?”여인에게 손이 잡힌 안이슬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집에 와서 일해요. 재가 월급 두 배로 줄게요.”안이슬의 방금 그 행동은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비비안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강문희를 바라봤다. 그리고 속으로 제발 강문희가 그 제
안이슬은 그제야 시간이 나서 눈앞의 검고 깡마른 여자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안이슬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고개를 더 푹 숙였다.금메달리스트 가정부 사이에서 그녀는 눈에 띄는 존재였다. 다른 의미로 고객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온갖 메달을 목에 건 다른 가정부와는 달리 그녀의 목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았다.“이분 괜찮아 보이는데요. 강문희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안이슬은 깡마른 여자의 이름을 보려고 했지만 비비안은 두 번째 가정부 앞에 서고는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비비안이 고른 가정부는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입술에는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최선을 다해 꾸몄지만 야박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안이슬의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집에 아이까지 있으니 그녀는 절대 이런 짙은 화장을 한 사람을 집에 들일 수 없었다.“글쎄요, 조금 더 지켜볼까요?”안이슬이 고민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자신의 권위가 짓밟혔기에 비비안은 심기가 불편했다. 그녀는 고작 베이비시터인 안이슬이 그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결정 내리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여러모로 조건이 좋잖아요. 이분을 안 뽑으면 설마 저 촌년을 뽑으려는 거예요?”안이슬이 계속 깡마른 여자 앞에 서 있자 비비안은 일부러 그녀를 비꼬면서 말했다.두 번째 가정부는 마음이 다급했는지 손을 뻗어 비비안의 옷을 잡으려고 했는데 비비안이 눈짓을 한 번 하자 그 가정부는 꼼짝하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안이슬은 두 사람의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비비안은 작정하고 심재경 옆에 자기 사람을 두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소위 금메달리스트인 가정부도 비비안이 부정한 방법으로 끼워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여자의 촌스러운 옷차림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안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깡마른 여자의 자료를 건네받고는 대충 상황을 파악한 후 그녀를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