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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9화

도범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귀가 먹은 거예요? 제가 전에 한 말을 못 들었어요? 제가 누구인지는 당신과 아무 상관도 없어요!”

정수근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도범이 말을 끝내자마자 정수근은 성큼성큼 걸어 도범 앞으로 다가왔다. 정수근의 기세에 백발 남자도 뒤로 물러섰다. 정수근이 도범과 싸움을 벌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백발 남자는 이런 싸움에 조금도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도 정수근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잡아챘다. 정수근은 도범을 미친 듯이 노려보며, 마치 도범의 외면에 가려진 속내를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한편, 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정수근을 바라보았다. 도범은 이 정수근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러나 도범을 놀라게 한 것은, 정수근이 자신을 몇 초간 바라본 후 갑자기 몸을 돌려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갔다는 점이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정수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도범은 순간 멍해졌다. 정수근은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방금 몸을 돌릴 때 무슨 결심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때, 백발 남자는 두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깜짝 놀랐어. 정수근이 벌칙을 무릅쓰고 너와 싸우려고 하는 줄 알았어!”

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여전히 정수근이 몸을 돌릴 때의 그 단호한 눈빛을 떠올리고 있었다. 정수근이 분명히 어떤 계획을 세운 것이 분명했지만 무슨 일을 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정수근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수근 씨가 저와 싸우려고 했다면, 오히려 일이 간단해졌을 거예요. 그러면 정수근은 생각 없는 무모한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됐을 텐데, 참은 것을 보니 그나마 똑똑하긴 하군요.”

좌단에 앉아 있던 몇몇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의 눈에서 계산적인 생각을 읽어냈다. 그들 또한 정수근이 이렇게 가볍게 돌아선 것이 이곳에서 답을 얻지 못해 화가 나서 떠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정수근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도범은 미간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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