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서 있는 몇몇 사람들은 도범, 백이철, 공하현으로, 그들은 똑바로 서서 임호진, 이수영, 왕현석을 마주보고 있었다. 도범의 표정은 비교적 여유로웠고, 게으른 듯한 시선으로 임호진, 이수영, 왕현석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백이철과 공하현의 눈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고, 이 광경을 본 임호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임호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라워했다.방금까지 임호진 일행은 도범 일행이 분명 바깥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라고 허세를 부렸는데, 도범 일행이 순식간에 임호진 일행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이수현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죠? 도범 일행이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죠? 원래대로라면 바깥에 있어야 하는데요?”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도범 일행이 모를 리 없다. 또한 한군데 모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여기에 오기 위해서는 많은 마물을 제거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그러나 도범 일행은 이곳에 왔다. 게다가 도범 일행의 속도는 결코 임호진 일행보다 느리지 않았다. 임호진이 방금 여덟 꼬리 요수를 물리쳤는데, 도범 일행은 이미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도범은 냉소를 터뜨리며 임호진 일행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여덟 꼬리 요수를 바라보았다. 도범은 이 여덟 꼬리 요수를 알고 있었다. 도범이가 알고 있는 이유 역시 대가가 도범에게 남긴 기억 덕분이었다.여덟 꼬리 요수는 현연대륙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2급 세계에 사는 생물이다. 성체의 여덟 꼬리 요수는 영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덟 꼬리 요수는 아직 영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아마 오늘 싸움이 없었다면 조만간 이르렀을 것이다.이 생각에 도범은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은 불안정한 표정으로 변했다. 도범이 여덟 꼬리 요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던 중 백이철이 크게 외쳤다.“그 작은 속임수로 우리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적어도 저는 속아 넘
백이철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호진 씨가 우리 형제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으니, 우리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당장은 죽이지 못해도,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도범은 임호진의 저주에 개의치 않았지만, 백이철의 말에 눈썹을 추켜올렸다.백이철은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다. 백이철은 도범을 같은 편으로 묶어 마치 그들이 같은 종문에서 항상 함께 있는 것처럼 말했다.그러나 도범은 백이철이 마음속으로 얼마나 계산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그들이 같은 북쪽 종문 출신에 만시종을 상대하기 위해 연합해야 하긴 했지만, 신허 언덕 정상에 도달하면 백이철은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 백이철이 임호진과 연합해 도범을 상대할 수도 있었다.임호진은 백이철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그러나 임호진은 중상으로 인해 점점 더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자 임호진의 제자들이 급히 임호진을 부축했다. 한편, 백이철은 그제야 임호진이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을 알아차렸다.백이철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백이철을 바라보았다. 백이철이 높이 수십 미터의 여덟 꼬리 요수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큰 여덟 꼬리 요수가 눈앞에 있는데도, 백이철은 왜 임호진이 이렇게 부상을 입었는지 묻고 있다.‘백이철은 바보인건가?’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차갑게 말했다.“그 여덟 꼬리 요수를 보지 못했어요?”백이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덟 꼬리 요수? 이걸 여덟 꼬리 요수라고 부르는군요? 도범 제자는 정말 박식하네요. 무슨 일인지 다 알고 있네요. 당신을 보니 제가 부끄러워지네요.”도범은 백이철의 아첨을 듣지 않았다. 그는 백이철과 말싸움을 할 마음이 없었다.“우리 둘도 곧 이 여덟 꼬리 요수를 상대하게 될 거예요. 만시종의 큰 형님, 임호진 씨가 저렇게 다친 것을 보니 우리도 서로 도울 시간을 없을 것 같네요. 통과는 각자의 실력에 달려 있겠네요.”
도범은 이 생각에 미소를 참지 못했다. 그 순간, 도범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범 제자, 무리하지 마세요. 산이 있으면 땔감도 있으니, 승리를 위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마세요.” 이용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도범에게 말했다.이 순간에도 이용민의 상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은 이용민이 진심으로 하는 말임을 알고 있었다. 이제 양극종에는 배신으로 살아남은 오양용을 제외하고 그들 셋만 남았다. 이시원도 뒤따라 말했다.“이용민 선배 말이 맞아요. 이 여덟 꼬리 요수를 상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예요. 싸우게 되면, 도범 씨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거예요!”도범이 이용민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안심하세요. 이제 양극종에는 우리 셋만 남았어요. 어떻게든 이시원 씨와 이용민 씨를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게요.”도범은 양극종에 특별한 애착이 없었지만, 양극종이 도범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양극종의 다른 제자들에게 보살펴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이시원과 이용민은 감동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양극종의 큰 손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울하고 침울했지만, 도범의 말에 그들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이시원과 이용민은 다시 생존의 의지를 되찾았다. 한편, 황영광은 여덟 꼬리 요수를 반나절 동안 바라보며 호기심을 보였다. 이 여덟 꼬리 요수는 높이가 수백 미터이나 되었고, 생김새가 이름에 잘 맞았다.허리 부분에 여덟 개의 꼬리가 나와 있었고, 온몸은 비늘로 덮여 있었으며, 거대한 혀와 붉은 눈이 위엄 있고 무서운 아우라를 뿜어내도 있었다.그러나 여덟 꼬리 요수는 혀를 내밀고는 앞에 있는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여덟 꼬리 요수는 공격하지 않자 도범과 다른 사람들도 의아해했다.이때, 황영광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 여덟 꼬리 요수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왜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거죠!”도범은 황영광을 쳐다보며
도범은 눈썹을 약간 추켜올리고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이 여덟 꼬리 요수의 힘이 강하긴 하지만,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예요. 백이철 씨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출발해요.”도범의 말을 들은 백이철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백이철은 마음속으로 도범이가 왜 저러나 싶었다. 이 말은 그리 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마치 자신이 아주 강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듯했다. 백이철은 매우 불쾌했다. 이 상황에서 도범을 자극하고 싶었지만, 그런다 해도 도범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만약 자극적인 말을 했다면, 도범이 바로 되받아 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후의 협력도 힘들어질 것이었다. 그래서 백이철은 불만을 억누르고, 도범과 함께 여덟 꼬리 요수 쪽으로 다가갔다.한편, 임호진과 임호진을 따르는 제자들은 도범과 백이철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흥분한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임호진은 긴장한 채 숨을 내쉬며 도범을 지켜보았다.임호진은 지금 도범에게 조롱당한 것이 몹시 불편했다. 이수현도 그런 임호진의 심정을 알고, 임호진을 위로하기 위해 말했다.“호진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들이 여덟 꼬리 요수의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요. 여덟 꼬리 요수가 저들을 몰아붙여 통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 신허 언덕에는 호진 형님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어요.”이수현은 확신에 차서 큰소리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임호진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는 도범에게 모욕당한 것이 너무 분했지만, 이제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임호진은 냉소하며 큰소리로 말했다.“너희들은 힘껏 싸워야 할 것이야. 여덟 꼬리 요수에게 한 입에 먹히지 않도록 조심해라!”이 말은 도범과 백이철을 비꼬는 것이었다. 북쪽 종문의 제자들도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이전 같았으면, 그들은 임호진의 신분 때문에 감히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임호진의 행동은 너무 악랄했다.만약 도범 일행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은 임호진에게 모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롱까지 하다니,
분노에 찬 임호진은 몸부림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범 이들과 결전을 벌이고자 했다. 그러나 지금 임호진은 중상을 입어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임호진 곁에 있던 자제들은 급히 두 손으로 임호진을 부축하며 계속해서 안심시켰다.“호진 형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저 사람들은 그냥 소인배예요. 그런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죠. 호진 형님이 다치지 않았다면, 도범 일행도 이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거예요. 어차피 호진 형님은 곧 회복될 테니, 그때 가서 저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면 그만 이예요!”임호진은 분노로 몸이 미세하게 떨리며, 한숨을 내쉬지 못한 채 다시 각혈했다.도범은 약간 당황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비록 임호진은 강력한 실력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저 몇 마디 말을 듣고 이렇게 화를 내며 피를 토하는 것은, 임호진의 인내심이 너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도범이 이리저리 생각하던 중, 갑자기 끈적한 에너지가 도범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도범이가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도범의 곁에 서 있던 백이철 역시 안색이 급변해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볼 새도 없이, 시야가 흐려지며 그들은 독립된 공간으로 끌려 들어갔다.주변을 다시 확인했을 때, 도범은 자신이 여덟 꼬리 요수로부터 6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결계 안으로 들어온 후, 여덟 꼬리 요수는 마치 활성화된 것처럼 붉은 눈동자로 도범을 주시했다. 여덟 꼬리 요수가 뿜어내는 독기는 결계 전체를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도범은 깊이 숨을 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범은 자신이 결계 안으로 갑자기 이동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도범 뿐만 아니라, 백이철 역시 얼굴이 좋지 않았다. 하긴, 임호진이 친절하게 그들에게 결계 안으로 갑자기 이동될 것이라고 알려줄 리 없었다.게다가 도범과 백이철이 맞닥뜨린 여덟 꼬리 요수는 이미 공격을 시작했다. 여덟 꼬리 요수가 머리를
도범이 여덟 꼬리 요수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피하자, 요수는 더욱 화가 나서 입에서 나오는 독니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눈에는 원한이 서렸다.도범은 처음으로 요수에게서 원한의 감정을 느꼈다. 도범은 이 여덟 꼬리 요수가 무엇에 대해 그렇게 원한을 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요수가 도범에게 답해줄 리 없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귀를 스치며, 요수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꼬리를 휘둘러 빠른 속도로 도범을 공격했다. 도범은 꼬리 공격의 위력이 상당할 것이라 확신했다. 피하지 못하면 도범도 부상을 입을 것이다.도범은 다시 공간법칙을 발동시켜 꼬리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도범이가 서자마자 또 다른 꼬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이 속도는 도무지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계속되는 공격에 도범은 머리가 아팠다. 도범은 그제야 왜 임호진이 이렇게 강한 요수에게 크게 다친 것인지 깨달았다. 여덟 개의 꼬리 중 하나라도 공격해 오면 일반 사람은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요수는 실전 능력이 뛰어나, 공격마다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다.잦은 공격에 신선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도범은 깊이 숨을 쉬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대가가 남긴 기억이 없었다면, 이번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이 여덟 꼬리 요수는 정말로 까다로웠다. 여덟 꼬리 요수는 본래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그 무기가 매우 특수한 것이다. 요수를 죽이려면 약점을 알지 못하고는 불가능하다. 일단 힘이 여덟 꼬리 요수보다 강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에 도범은 중얼거렸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시간을 끌면 진원도 소모될 거야!”도범은 다시 공간법칙을 발동해 요수의 등으로 향했다. 요수의 등에 올라타자, 도범은 여덟 꼬리 요수가 뿜어내는 강렬한 요기를 느꼈다. 여덟 꼬리 요수의 등 비늘은 금강석보다 단단했다. 검은 비늘은 붉은 달빛 아래서 더욱 강하게 빛났다.이 모습을 본 임호진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저 녀석이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설마 요수의 등을 공격하려는
“제가 말했잖아요. 도범 저 녀석은 미친 놈이라고요!”그 순간, 도범이 검은 장검을 들어 올려 여덟 꼬리 요수의 등에 공격을 가했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급변했고, 도범을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해졌다.많은 사람들은 도범이 지금 하는 일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범은 여덟 꼬리 요수와 같은 방어력이 강력하고 육체 공격이 주된 요수의 등은 가장 견고한 비늘로 덮여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의 공격이 경계를 초월하여 여덟 꼬리 요수의 방어를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이제는 도범에게 상당한 신뢰를 가졌던 북쪽 종문 사람들조차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도범 제자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왜 목숨을 걸고 여덟 꼬리 요수의 등에 공격을 하는 거죠! 자신의 진원을 낭비하려는 건가요?” 북쪽 종문의 제자들도 도범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도범의 현재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시원은 이용민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이용민의 귀에 대고 말했다. “도범 제자는 지금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죠? 도범이가 항상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무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요.”사실 이시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용민은 이시원이 도범이 멍청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도범의 행동은 본인이 정말로 멍청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한편, 임호진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어. 가장 단단한 부분을 공격하다니, 백이철이라도 저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은 어떤 요수든지 배가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라는 것을 알고 있지. 방어를 뚫으려면 그 부분이 가장 좋은 선택이야! 그런데 도범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등 쪽을 죽도록 공격하고 있으니, 정말 웃겨 죽겠네!”오양용도 임호진의 뒤에 서서 흥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오양용도 임호진과 마찬가지로 도범이 불운할수록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도범이 마치 바
사람들이 도범이가 멍청하다고 생각할 때, 도범은 다시 한숨을 내쉬고, 양손으로 계속해서 법진을 만들어내 다시 공간 법칙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공간 법칙을 극도로 추진했다. 이윽고 여덟 꼬리 요수의 등에 붙어있던 도범은 갑자기 여덟 꼬리 요수의 앞에 나타났다. 이건 여덟 꼬리 요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여덟 꼬리 요수는 도범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여 천천히 공격하고 있었는데, 도범이가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난 것이다. 여덟 꼬리 요수는 도범이가 앞에 나타날 줄은 전혀 몰랐다.한편, 도범은 실눈을 뜨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여덟 꼬리 요수가 머리를 든 모습을 주시했다. 이윽고 도범이 낮게 속삭였다. “뱀 머리 아래 4m 지점! 여기가 약점이다.”말을 마치자마자, 도범은 마치 탄환처럼 확정된 위치로 돌진했다. 이때 도범의 마음은 아무런 잡념 없이 아주 차분했다. 여덟 꼬리 요수가 자신의 계획을 알아차렸는지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도범이 양손으로 계속 법진을 만들어내자 회색과 검은 빛이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와 빠르게 검은 장검에 흡수되었다. 이윽고 35개의 영혼 검이 하나로 모였다.도범이 소리쳤다. “참멸현공! 죽어라!”검은 장검이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여덟 꼬리 요수의 약점을 찔렀다.이 모든 것은 너무도 빨리 일어났다. 여덟 꼬리 요수는 도범이가 그냥 바보인 줄 알았지만, 도범은 여덟 꼬리 요수의 약점을 이미 파악 있었다. 물론 여덟 꼬리 요수는 전신이 비늘로 덮여 있지만, 도범은 여덟 꼬리 요수의 유일한 약점이 머리 아래 4m 지점에 있는 회색 비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회색 비늘은 외부의 진원을 흡수하는 입구로, 전신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콱-사람들은 여덟 꼬리 요수의 약점에 검은 장검이 박히는 소리를 들었다. 회색과 검은 에너지가 도범의 팔에서 4m 길이의 검을 통해 빠져나왔다.이는 35개의 영혼 검이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영혼 검으로, 도범이 현재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영혼 검은 육체를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