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걸 본 고정훈은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여보, 미안해. 나도 여보 혼자 집에 남겨 두는 거 싫은데, 위에서 마련한 자리라 어쩔 수가 없었어.]고정훈이 직장 내에서 지위는 꽤 높다. 때문에 그는 마땅히 상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하지만 요물 같은 남주 누나는 영상 속 남편을 향해 연신 애교를 부렸다.“하지만 자기가 너무 보고 싶은 걸 어떡해. 대체 언제 올 거야? 자기 품에 안기고 싶고, 하고 싶다고!”아내가 애교 부리는 모습에 고정훈은 순간 견디기가 힘들었다.자기 와이프가 애교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애교쟁이인 줄 몰랐으니까.두 사람은 결혼한 지 벌써 몇 년 됐고, 감정도 꽤 안정적이다. 게다가 부부생활도 꽤 조화로운 편이다.고정훈이 남주에 대한 사랑은 엄청나다. 매일 칼퇴는 기본이고 술자리도 일절 거부한다.집에 이렇게 예쁜 요물이 있는데, 밖에 있는 들꽃에 눈길이 갈 리가 있을까![여보, 이러지 마. 자꾸 이러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내려가고 싶잖아.]고정훈은 아랫배가 뜨거워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오늘 남편이 돌아오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이번에 남편 직장에서 간 곳이 너무 멀어 집으로 오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때문에 남주 누나는 일부러 앵글 앞에서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나 계속 이럴 건데. 그러게 누가 나 혼자 남겨두래?”남주는 말하면서 일부러 가슴을 흔들었다.고정훈은 너무 괴로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따가 통화가 끝나면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이 나이에 정력이 왕성하고 부부생활도 조화로울 수 있었던 건 요물 같은 마누라가 있기 때문이다.때문에 고정훈은 전혀 밖에서 딴짓할 마음이 없었다.둘은 한참 동안 꽁냥꽁냥 대화를 이어가다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다. 남주 누나는 전화를 내려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거실로 걸어왔다.“푸들, 이제 됐어. 들어와도 돼.’그러나 나의 욕구는 시간이
“어떨 땐 말이야. 결혼 생활이 너무 평온하고 너무 행복해도 좋은 일은 아니야. 마치 오랫동안 꿀단지에 담겨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행복감이 사라지거든.”“사람은 말이야. 너무 좋은 것만 먹어도 안 돼. 많이 먹으면 질리게 돼 있거든. 가끔은 인스턴트도 먹어줘야 해.”‘그래서 밖에서 찾은 사람들이 인스턴트라는 건가?’남주 누나가 말한 말들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받아들일 순 없었다.“그럼 누나 남편은요? 남편 생각은 안 해요?”남주 누나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난 우리 남편도 밖에서 다른 여자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는 거 뭐 어떡해! 너 그거 알아? 난 심지어 어린 여자애를 찾아서 남편을 꼬시라고도 했었어. 그런데 우리 남편이 전혀 반응이 없더라고. 우리 남편이 정상적인 남자가 맞는지 의심까지 들더라니까.”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남주 누나의 말만 들어서는 누나의 남편은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자다.그런데 왜 남주 누나한테서 정상적인 남자가 맞는가 하는 의심을 받아야 할까?‘그래서 세상에 완벽한 짝은 없다고 하나 보다.’애교 누나는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고 평온하게 살아갈 남편을 원했지만 왕정민 같은 쓰레기를 만났다.남주 누나 남편은 평온하게 살아갈 사람이지만 남주 누나는 또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만약 이 둘을 서로 바꿀 수 있다면 상황이 좀 좋아지지 않았을까?’“시간은 금이야. 푸들, 얼른 따라와.”남주 누나는 나의 옷깃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다.하지만 난 뒷걸음을 쳤다.“누나, 좀만 생각할 시간을 줘요.”“생각하긴 뭘 생각해. 내가 이렇게까지 차려입었는데, 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거야. 아까는 안달 나 하더니. 그리고 잊지 마, 저번에 나한테 한 약속.”난 저번에 애교 누나 집 욕실에서 누나한테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다음엔 내가 입으로 누나 해줄 거라고 했던 약속 말이다.그때는 욕구에 눈이 멀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요.”이런 짜릿함은 남주 누나랑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다.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남주 누나는 나한테 팔을 벌리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 안고 가줘.”그건 나도 바라던 바였다.난 단숨에 남주 누나를 번쩍 들어 안았다.남주 누나 집의 베란다는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통유리창 틀에 엎드려 있으면 유리창 밖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맞은편 집의 조명까지도.‘맞은편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거 아니야?’하지만 남주 누나는 나더러 신경 쓰지 말라고 설득했다. 이래야 더 짜릿하고 재밌다면서.남주 누나는 참으로 간이 큰 것 같다. 다른 사람한테 섹스하는 모습 보이는 걸 즐기다니.나도 남주 누나와 함께 있으니 점차 대담해졌다.우리는 새벽 두 시까지 섹스를 즐겼다.하지만 마지막에는 도저히 힘이 없어 계속 이 행위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남주 누나를 껴안고 있으니 잠이 솔솔 몰려왔다.“남주 누나, 난 정말 누나가 너무 좋아요.”난 만족에 차 말했다.남주 누나도 나를 껴안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나도 이런 짜릿함 엄청 오랜만에 느껴.”“남주 누나, 우리 이젠 자요. 조금 피곤해요.”우리는 얘기를 나누다 지쳐 잠이 들어 버렸다.다음 날 아침, 나는 알람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남주 누나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난 누나가 깰까 봐 조심조심 침대에서 내려왔다.어젯밤에 있은 일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 짜릿했다.그 짜릿함은 누구한테서도 체험해 보지 못한 거였다.역시 여자마다 느낌이 전부 다르다.어떤 여자는 귀엽고, 어떤 여자는 불같이 뜨겁고, 어떤 여자는 얼음같이 차고, 또 어떤 여자는 요물 같고 말이다.아예 다른 스타일의 여자를 전부 만나봤다는 게 꽤나 운 좋은 일인 것 같다.나는 샤워하고 나서 아침을 준비했다.그때 마침 남주 누나도 깨어났다.남주 누나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 누워 배시시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어젯밤 어땠어?”“그야 당연히 잊기 힘든 밤이었죠.”“그럼 오늘 밤
남주 누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네 형수가 오해할까 봐 그러지? 네가 나한테 알려줬다고? 걱정할 거 없어. 나 입 그렇게 가볍지 않아. 하지만 궁금하긴 하네. 진동성 안 되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바람피워?”“하, 형도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그냥 형수한테만 안 되고 다른 여자와 있을 때는 정상이에요.”나는 형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남주 누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뭐? 그게 뭐야? 자기 와이프한테 안 되지만 다른 여자한테는 된다고? 고태연이 평범한 여자면 몰라도, 그렇게 몸매가 좋고 그렇게 예쁜데, 정말 아무 느낌 없다고?”“네, 저도 몇 번 봤어요. 형수는 형과 잠자리 가지고 싶어 하는데, 형이 안 돼서 화장실에 숨거나 제 방에 숨었거든요.”나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이 이러하다.“네 형은 아픈 게 틀림없어. 그것도 아주 심하게.”남주 누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나 역시 동의하기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형이 마음에 병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형은 인정하지 않지만.이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형과 형수가 앞으로 계속 지낼 수 있을까?나는 솔직히 형수가 빨리 형과 이혼했으면 한다. 형이 어제 한 말만 놓고 봐도 형이 지금은 왕정민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나는 형수가 이참에 빨리 끝내 애교 누나처럼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남주 누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볼 때 네 형수는 형과 이혼하지 않을 거야.”“왜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설명했다.“네 형과 형수의 상황은 애교와 왕정민과 달라. 애교는 눈에 흙이 들어가는 걸 두고 보는 사람이 아니야. 그동안 왕정민한테 모든 걸 바쳤는데 왕정민이 저를 배신한 걸 알았으니 당연히 참지 않겠지.”“하지만 네 형수는 달라. 걱정하는 게 많을 거야. 양쪽 집안, 주위의 시선, 그리고 그동안 네 형과 사는 게 익숙해졌을 거야. 네 형이 바람피운 걸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네 형을 떠나는 건 쉽게 결정 내
9시가 넘어 나는 화인당 문 앞에 도착했다.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내 앞에 막아섰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내 형 진동성이었다.동성 형은 초췌한 얼굴에 분노한 모습이었고, 표정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보아하니 어젯밤 밤새 잠을 못 잔 모양이다.하지만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데다 눈에 핏발이 가득 서 있는 걸 봐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이 모든 건 자업자득이니까.“수호야, 네 형수 어디 있어? 제발 알려줘.”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나도 몰라.”동성 형의 눈에 분노가 스쳐 지났다.“수호, 넌 내 동생이야. 내가 어릴 때부터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잊었어? 형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아직도 날 속일 수 있어?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동성 형은 매우 격분해서 끊임없이 나에게 도덕의 잣대를 내밀며 질책했다.나는 기분이 너무 언짢았다.만약 예전처럼 아무것도 몰랐다면 난 분명 죄책감을 느끼며 형한테 미안해했을 거다.하지만 형이 나한테 잘했던 게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고,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가짜라는 걸 알고 난 뒤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없어졌다.나는 차갑게 말했다.“지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무슨 소용 있어? 형이 형수한테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면 형수도 형을 숨지 않았을 거야.”동성 형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더니 내 어깨를 꽉 잡았다.“그 말은 네 형수가 어디 있는지 안다는 뜻이네? 그럼 당장 알려줘, 오늘 반드시 네 형수를 만나야겠으니까.”형이 이토록 눈을 번뜩이는 모습은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었기에 나는 괜히 무섭고 두려웠다.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안돼, 형수가 형 얼굴 보기 싫댔어.”동성 형은 갑자기 나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보기 싫대도 그건 우리 부부 간의 일이야.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 형수가 어디 있는지 말해.”나는 형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지금의 형은 마치 미친 짐승처럼 흉악하고 잔인했다.마치 내가 말하지 않으면 다음 순간 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처럼.그걸 느낀 순
때문에 나도 독설을 내뱉었다.“말이 나왔으니 나도 하나만 묻자. 그동안 나한테 잘해준 거 진심이었어? 아니면 목적이 있었던 거야?”동성 형의 눈에는 약간 불안한 빛이 언뜻 지나갔다. 보아하니 그동안 점잖던 내가 이렇게 물어볼 거라고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형은 이내 불안을 숨기며 잡아뗐다.“목적? 너한테 뭐 얻을 게 있기는 해? 네가 돈이 많아? 아니면 인맥이 넓어?”동성 형의 변명에 기가 차서 나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내가 돈 없고 백 없고 시골에서 와서 그동안 형이 조금만 잘해줘도 고마움을 마음속에 새겨뒀어. 그러니까 그동안 나를 쉽게 주물렀던 거 아니야? 소여정이 주최했던 술자리에 나를 데려갔던 게, 나를 소여정한테 소개해 주기 위해서 아니야?”나는 더 이상 거리낄 것도 없었기에 직설적으로 내 속내를 털어 놓았다.그랬더니 동성 형이 내 말에 놀랐는지 두 눈을 부릅떴다.“그런 얘기는 누가 해줬어?”동성 형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는 형수를 팔 수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말을 돌렸다.“이런 걸 꼭 누가 말해줘야 해? 나 혼자서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내가 정말 형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던 정수호인 줄 알아? 정신 차려. 형도 변하면서 나는 왜 변하면 안 되는데?”“난 사람이야. 형이 기르는 애완동물이 아니야. 형이 뭔데 나더러 원래 모습을 유지하도록 강요하는데?”“나더러 애교 누나를 꼬시라고 한 것부터 시작해서 형수를 임신시키라고 하고, 술자리라는 핑계로 나를 소여정한테 넘긴 거, 다 형이 꾸민 거잖아. 그동안 내가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런데 굳이 말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도 더 이상 눈에 뵈는 거 없어.”나도 감정이 격해져서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내 목소리 톤과 뛰어난 연기 덕에 동성 형은 깜빡 속아 넘어가 더 이상 형수를 의심하지 않았다.오히려 얼굴이 잿빛이 되더니 말했다.“네 마음대로 생각해. 이제야 알겠네, 이제 다 컸다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네 생각이 있다고 이젠 내 말을 듣지
“그래. 네가 형수한테 물어봐.”동성 형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지금 당장 형수한테 물어보라는 듯 다그쳤다.“지금은 출근 시간이라 시간 날 때 연락할 거야.”형은 그제야 내가 본인 앞에서 전화하기 싫어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우선 일 봐. 물어보고 나면 나한테 알려줘.”“응.”나는 짤막한 한마디를 끝으로 더 이상 형과 대화를 섞지 않았다.동성 형이 떠난 뒤 나는 화인당으로 들어갔다.출근 시간까지 몇 분 남은 터라 나는 형수에게 전화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했다.연결음이 몇 번 우리더니 형수가 전화를 받았다.“형수, 할 말이 있어요. 형이 방금 찾아와서 형수가 있는 곳을 물었는데 제가 말해주지 않았어요.”나는 단숨에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는 한참 동안 응답이 들려오지 않았다.이에 전화가 끊겼다고 생각해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통화 상태였다.‘형수가 왜 대답이 없지? 설마 신호가 안 좋은가?’나는 다시 장소를 바꾸어 몇 번이나 형수를 불렀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지?’“형수? 형수?”내가 또 두 번 형수를 부르자 마침내 전화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이 말 한마디와 낯선 목소리에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그제야 나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형수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누구지?’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맑고 청아한 게 조금 익숙했다.그제야 나는 어제 형수와 전화할 때 이 목소리를 들은 적 있다는 게 생각났다.전화 건너편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의 동생이었다.나도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형수의 동생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결국 나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수연 누나죠? 진동성이 제 형이에요. 저는 정수호고요.”[우리 언니한테는 왜 전화한 거예요? 언니와 형부한테 무슨 일 있어요?]수연은 심문하듯 따져 물었다.나는 뻔뻔하게 거짓말했다.“별거 아니에요.
나는 형수를 사랑하기에 형수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결국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순간 너무 당황했다.‘내가 때를 잘못 골랐나?’‘이러면 형수를 팔아버린 셈인가?’‘형수 친정 식구들이 형수한테 따져 물으면 어떡하지?’나는 불안하고 당황했지만 형수한테 전화할 수 없었다.그 시각, 태연의 집.태연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본인의 핸드폰을 쥐고 있는 동생을 보자 무심코 물었다.“고수연, 내 핸드폰은 왜 쥐고 있어?”“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본 거야.”수연은 헤실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 전화를 받았다는 걸 말하지 않고, 심지어는 나와의 통화 기록마저 삭제했다.수연은 일부러 나와 통화했다는 걸 숨겼다.태연은 방금 화장실에 있어 아무것도 듣지 못한 탓에 당연히 내가 전화했다는 건 알 리 없었다.그저 화가 나는 듯 걸어가 자기 전화를 빼앗았다.“다 큰 애가 왜 남의 사생활을 훔쳐봐? 이거 불법인 거 몰라?”수연은 헤실 웃으며 말했다.“언니와 형부의 야릇한 사진이 있나 보려고 그랬지. 언니, 요즘 형부랑 잘 돼가?”태연은 눈을 매섭게 부릅떴다.“질문 엄청 재미없거든? 대답하기도 싫어.”“언니, 말해 봐. 궁금하단 말이야. 나 우리 남편이랑 요즘 성생활이 점점 별로란 말이야. 아이 낳기 전에는 그나마 좋았는데, 아이 둘 나으니까 남편이 나한테 손을 안 대.”“매번 퇴근하고 돌아오면 돼지처럼 퍼질러 자기만 하고 내가 원하든 말든 상관도 안 한다고. 정말 짜증 나 죽겠어. 가끔 보면 나랑 결혼한 게 애를 낳기 위해서인 것 같다니까.”수연은 쌓인 게 많았는지 불만을 늘어놓았다.그러자 태연이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하나만 묻자. 네 남편이 애 낳기 전에 에너지를 다 쓴 거 아닐까?”“응. 애 낳기 전에는 매일 달려들었다니까. 그것도 하루에 두세 번씩. 그때는 너무 자주 했어. 마치 힘이 계속 솟아나는 것처럼. 그런데 그때 정말 행복했어. 매일 사랑을 가득 받아서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