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집으로 와, 오늘 밤 너 거둬줄 게.]‘집에 오라고’‘늦은 시각에 집으로 초대하는 건, 설마...’난 떠보는 듯 물었다.“남주 누나, 남편은요? 제가 집으로 가면 혹시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요?”[남편은 이틀 동안 시골에 조사 내려갔어. 당분간 못 올 거야.]누나의 목소리는 엄청 야릇했다.그 의도는 너무 명확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아무 짓이나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나는 솔직히 너무 흥분되었다.저번에 애교 누나 집에서 할뻔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선영 때문에 끝까지 가진 못했다.만약 오늘 그전에 못 했던 일을 하게 된다면 못다 한 일을 완성하는 것과도 같았다.난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럼 주소 보내줘요. 지금 갈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으로 남주 누나가 보내온 주소를 받았다.내비게이션에 검색해 보니 지금 내가 있는 곳과 그리 멀지도 않았다.차로 20분 거리였다.난 바로 남주 누나의 집으로 향했다.나는 남주 누나 집에 가기 전에 그 동네 마트에서 콘돔 한 통을 샀다.그때야 지갑에 20만 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건 낮에 윤 사모님이 준 팁이었다.하지만 그새 팁 받은 것을 잊어버렸다.만약 이 일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누나한테 전화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늦은 밤 누나의 집으로 올 기회도 없었을 거다.‘내가 팁 받은 걸 얘기 안 하면 남주 누나도 모를 거야.’나는 콘돔을 사 들고 남주 누나의 집으로 향했다.남주 누나의 집 문 앞에 오니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벨을 누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주 누나가 문을 열어줬다.남주 누나의 옷차림을 보고 난 그대로 굳어버렸다.남주 누나는 고양이처럼 까만 스타킹에 꼬리가 달린 옷을 입고, 고양이 머리띠까지 하고 있었다.그리고 메이크업까지 하고 있어 고양이 그 자체였다.난 남주 누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남주 누나는 공무원 아니었나? 좀 엄숙한 면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너무 개방적이잖아!’나는 순간 욕구가 솟아
하지만 난 더 이상 기다리기가 힘들어 누나를 말렸다.“됐어요. 우리 그냥 벗고 해요.”“안 돼. 난 네가 스타킹을 확 찢어버리는 걸 봐야 더 흥분될 것 같단 말이야.”남주 누나는 나만 만족시켜 주려는 게 아니라 본인도 만족감을 위해 자극을 추구했다.남주 누나의 뜻은 알겠으나 나는 도저히 기다리기가 힘들었다.한 번도 이런 코스프레를 본 적이 없기에 나한테는 너무 자극적이었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기어코 나를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콘돔을 찢었다.예전에 애교 누나랑 할 때, 그리고 형수랑 할 때 한 번도 콘돔을 써본 적 없었다.애교 누나와는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었으니까. 만약 애교 누나가 임신한다면 난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애교 누나랑 결혼할 것이기에 콘돔을 쓸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형수랑은 더욱더 쓸 수가 없었다.형수랑 하는 건 형수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였고 콘돔을 쓰면 만족감이 많이 줄어들 테니까.그리고 저번에 형수랑 할 때 형수가 안전기인지 확인 다 끝냈기에 쓸 필요가 없었다.그때는 백 퍼센트 안전했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다르다.우리는 그저 자극을 추구하고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에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아니면 우리 둘한테 모두 불리하다.이때 방에서 남주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푸들, 누나 준비 끝났어. 들어와도 돼.”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몸에 전율이 흘렀다.헐레벌떡 달려가 남주 누나의 방문을 열고 보니 누나가 까만 스타킹을 입고 요염한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었다.그리고 나한테 손을 흔들며 말했다.“푸들, 이리 와.”난 웃으며 바로 누나를 덮쳐버렸다.“누나, 가요.”“윙윙...”뜨거운 밤을 위해 한창 준비할 때 남주 누나의 전화가 진동했다.남주 누나는 핸드폰을 보더니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우리 남편이야. 빨리 숨어, 절대 소리 내면 안 돼.”난 너무 놀라 오줌을 지릴 뻔했다.‘누나 남편이 하필 지금 전화 왔다고?’ 만약 발각되
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걸 본 고정훈은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여보, 미안해. 나도 여보 혼자 집에 남겨 두는 거 싫은데, 위에서 마련한 자리라 어쩔 수가 없었어.]고정훈이 직장 내에서 지위는 꽤 높다. 때문에 그는 마땅히 상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하지만 요물 같은 남주 누나는 영상 속 남편을 향해 연신 애교를 부렸다.“하지만 자기가 너무 보고 싶은 걸 어떡해. 대체 언제 올 거야? 자기 품에 안기고 싶고, 하고 싶다고!”아내가 애교 부리는 모습에 고정훈은 순간 견디기가 힘들었다.자기 와이프가 애교가 많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애교쟁이인 줄 몰랐으니까.두 사람은 결혼한 지 벌써 몇 년 됐고, 감정도 꽤 안정적이다. 게다가 부부생활도 꽤 조화로운 편이다.고정훈이 남주에 대한 사랑은 엄청나다. 매일 칼퇴는 기본이고 술자리도 일절 거부한다.집에 이렇게 예쁜 요물이 있는데, 밖에 있는 들꽃에 눈길이 갈 리가 있을까![여보, 이러지 마. 자꾸 이러면 오늘 밤이라도 당장 내려가고 싶잖아.]고정훈은 아랫배가 뜨거워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오늘 남편이 돌아오지 못할 걸 알고 있었다.이번에 남편 직장에서 간 곳이 너무 멀어 집으로 오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때문에 남주 누나는 일부러 앵글 앞에서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나 계속 이럴 건데. 그러게 누가 나 혼자 남겨두래?”남주는 말하면서 일부러 가슴을 흔들었다.고정훈은 너무 괴로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따가 통화가 끝나면 혼자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이 나이에 정력이 왕성하고 부부생활도 조화로울 수 있었던 건 요물 같은 마누라가 있기 때문이다.때문에 고정훈은 전혀 밖에서 딴짓할 마음이 없었다.둘은 한참 동안 꽁냥꽁냥 대화를 이어가다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다. 남주 누나는 전화를 내려놓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거실로 걸어왔다.“푸들, 이제 됐어. 들어와도 돼.’그러나 나의 욕구는 시간이
“어떨 땐 말이야. 결혼 생활이 너무 평온하고 너무 행복해도 좋은 일은 아니야. 마치 오랫동안 꿀단지에 담겨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행복감이 사라지거든.”“사람은 말이야. 너무 좋은 것만 먹어도 안 돼. 많이 먹으면 질리게 돼 있거든. 가끔은 인스턴트도 먹어줘야 해.”‘그래서 밖에서 찾은 사람들이 인스턴트라는 건가?’남주 누나가 말한 말들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받아들일 순 없었다.“그럼 누나 남편은요? 남편 생각은 안 해요?”남주 누나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난 우리 남편도 밖에서 다른 여자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는 거 뭐 어떡해! 너 그거 알아? 난 심지어 어린 여자애를 찾아서 남편을 꼬시라고도 했었어. 그런데 우리 남편이 전혀 반응이 없더라고. 우리 남편이 정상적인 남자가 맞는지 의심까지 들더라니까.”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남주 누나의 말만 들어서는 누나의 남편은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남자다.그런데 왜 남주 누나한테서 정상적인 남자가 맞는가 하는 의심을 받아야 할까?‘그래서 세상에 완벽한 짝은 없다고 하나 보다.’애교 누나는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고 평온하게 살아갈 남편을 원했지만 왕정민 같은 쓰레기를 만났다.남주 누나 남편은 평온하게 살아갈 사람이지만 남주 누나는 또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만약 이 둘을 서로 바꿀 수 있다면 상황이 좀 좋아지지 않았을까?’“시간은 금이야. 푸들, 얼른 따라와.”남주 누나는 나의 옷깃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다.하지만 난 뒷걸음을 쳤다.“누나, 좀만 생각할 시간을 줘요.”“생각하긴 뭘 생각해. 내가 이렇게까지 차려입었는데, 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거야. 아까는 안달 나 하더니. 그리고 잊지 마, 저번에 나한테 한 약속.”난 저번에 애교 누나 집 욕실에서 누나한테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다음엔 내가 입으로 누나 해줄 거라고 했던 약속 말이다.그때는 욕구에 눈이 멀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요.”이런 짜릿함은 남주 누나랑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다.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남주 누나는 나한테 팔을 벌리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 안고 가줘.”그건 나도 바라던 바였다.난 단숨에 남주 누나를 번쩍 들어 안았다.남주 누나 집의 베란다는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통유리창 틀에 엎드려 있으면 유리창 밖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맞은편 집의 조명까지도.‘맞은편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거 아니야?’하지만 남주 누나는 나더러 신경 쓰지 말라고 설득했다. 이래야 더 짜릿하고 재밌다면서.남주 누나는 참으로 간이 큰 것 같다. 다른 사람한테 섹스하는 모습 보이는 걸 즐기다니.나도 남주 누나와 함께 있으니 점차 대담해졌다.우리는 새벽 두 시까지 섹스를 즐겼다.하지만 마지막에는 도저히 힘이 없어 계속 이 행위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남주 누나를 껴안고 있으니 잠이 솔솔 몰려왔다.“남주 누나, 난 정말 누나가 너무 좋아요.”난 만족에 차 말했다.남주 누나도 나를 껴안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나도 이런 짜릿함 엄청 오랜만에 느껴.”“남주 누나, 우리 이젠 자요. 조금 피곤해요.”우리는 얘기를 나누다 지쳐 잠이 들어 버렸다.다음 날 아침, 나는 알람 소리에 놀라 깨어났다.남주 누나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난 누나가 깰까 봐 조심조심 침대에서 내려왔다.어젯밤에 있은 일은 다시 생각해도 너무 짜릿했다.그 짜릿함은 누구한테서도 체험해 보지 못한 거였다.역시 여자마다 느낌이 전부 다르다.어떤 여자는 귀엽고, 어떤 여자는 불같이 뜨겁고, 어떤 여자는 얼음같이 차고, 또 어떤 여자는 요물 같고 말이다.아예 다른 스타일의 여자를 전부 만나봤다는 게 꽤나 운 좋은 일인 것 같다.나는 샤워하고 나서 아침을 준비했다.그때 마침 남주 누나도 깨어났다.남주 누나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 누워 배시시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어젯밤 어땠어?”“그야 당연히 잊기 힘든 밤이었죠.”“그럼 오늘 밤
남주 누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네 형수가 오해할까 봐 그러지? 네가 나한테 알려줬다고? 걱정할 거 없어. 나 입 그렇게 가볍지 않아. 하지만 궁금하긴 하네. 진동성 안 되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바람피워?”“하, 형도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그냥 형수한테만 안 되고 다른 여자와 있을 때는 정상이에요.”나는 형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남주 누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뭐? 그게 뭐야? 자기 와이프한테 안 되지만 다른 여자한테는 된다고? 고태연이 평범한 여자면 몰라도, 그렇게 몸매가 좋고 그렇게 예쁜데, 정말 아무 느낌 없다고?”“네, 저도 몇 번 봤어요. 형수는 형과 잠자리 가지고 싶어 하는데, 형이 안 돼서 화장실에 숨거나 제 방에 숨었거든요.”나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실이 이러하다.“네 형은 아픈 게 틀림없어. 그것도 아주 심하게.”남주 누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나 역시 동의하기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형이 마음에 병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형은 인정하지 않지만.이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형과 형수가 앞으로 계속 지낼 수 있을까?나는 솔직히 형수가 빨리 형과 이혼했으면 한다. 형이 어제 한 말만 놓고 봐도 형이 지금은 왕정민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나는 형수가 이참에 빨리 끝내 애교 누나처럼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남주 누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볼 때 네 형수는 형과 이혼하지 않을 거야.”“왜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설명했다.“네 형과 형수의 상황은 애교와 왕정민과 달라. 애교는 눈에 흙이 들어가는 걸 두고 보는 사람이 아니야. 그동안 왕정민한테 모든 걸 바쳤는데 왕정민이 저를 배신한 걸 알았으니 당연히 참지 않겠지.”“하지만 네 형수는 달라. 걱정하는 게 많을 거야. 양쪽 집안, 주위의 시선, 그리고 그동안 네 형과 사는 게 익숙해졌을 거야. 네 형이 바람피운 걸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네 형을 떠나는 건 쉽게 결정 내
9시가 넘어 나는 화인당 문 앞에 도착했다.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내 앞에 막아섰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내 형 진동성이었다.동성 형은 초췌한 얼굴에 분노한 모습이었고, 표정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보아하니 어젯밤 밤새 잠을 못 잔 모양이다.하지만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데다 눈에 핏발이 가득 서 있는 걸 봐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이 모든 건 자업자득이니까.“수호야, 네 형수 어디 있어? 제발 알려줘.”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나도 몰라.”동성 형의 눈에 분노가 스쳐 지났다.“수호, 넌 내 동생이야. 내가 어릴 때부터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잊었어? 형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아직도 날 속일 수 있어?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동성 형은 매우 격분해서 끊임없이 나에게 도덕의 잣대를 내밀며 질책했다.나는 기분이 너무 언짢았다.만약 예전처럼 아무것도 몰랐다면 난 분명 죄책감을 느끼며 형한테 미안해했을 거다.하지만 형이 나한테 잘했던 게 나를 이용하기 위해서고,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가짜라는 걸 알고 난 뒤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없어졌다.나는 차갑게 말했다.“지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면 무슨 소용 있어? 형이 형수한테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면 형수도 형을 숨지 않았을 거야.”동성 형은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더니 내 어깨를 꽉 잡았다.“그 말은 네 형수가 어디 있는지 안다는 뜻이네? 그럼 당장 알려줘, 오늘 반드시 네 형수를 만나야겠으니까.”형이 이토록 눈을 번뜩이는 모습은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었기에 나는 괜히 무섭고 두려웠다.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안돼, 형수가 형 얼굴 보기 싫댔어.”동성 형은 갑자기 나를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보기 싫대도 그건 우리 부부 간의 일이야.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네 형수가 어디 있는지 말해.”나는 형의 모습에 흠칫 놀랐다.지금의 형은 마치 미친 짐승처럼 흉악하고 잔인했다.마치 내가 말하지 않으면 다음 순간 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처럼.그걸 느낀 순
때문에 나도 독설을 내뱉었다.“말이 나왔으니 나도 하나만 묻자. 그동안 나한테 잘해준 거 진심이었어? 아니면 목적이 있었던 거야?”동성 형의 눈에는 약간 불안한 빛이 언뜻 지나갔다. 보아하니 그동안 점잖던 내가 이렇게 물어볼 거라고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형은 이내 불안을 숨기며 잡아뗐다.“목적? 너한테 뭐 얻을 게 있기는 해? 네가 돈이 많아? 아니면 인맥이 넓어?”동성 형의 변명에 기가 차서 나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내가 돈 없고 백 없고 시골에서 와서 그동안 형이 조금만 잘해줘도 고마움을 마음속에 새겨뒀어. 그러니까 그동안 나를 쉽게 주물렀던 거 아니야? 소여정이 주최했던 술자리에 나를 데려갔던 게, 나를 소여정한테 소개해 주기 위해서 아니야?”나는 더 이상 거리낄 것도 없었기에 직설적으로 내 속내를 털어 놓았다.그랬더니 동성 형이 내 말에 놀랐는지 두 눈을 부릅떴다.“그런 얘기는 누가 해줬어?”동성 형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는 형수를 팔 수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말을 돌렸다.“이런 걸 꼭 누가 말해줘야 해? 나 혼자서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내가 정말 형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던 정수호인 줄 알아? 정신 차려. 형도 변하면서 나는 왜 변하면 안 되는데?”“난 사람이야. 형이 기르는 애완동물이 아니야. 형이 뭔데 나더러 원래 모습을 유지하도록 강요하는데?”“나더러 애교 누나를 꼬시라고 한 것부터 시작해서 형수를 임신시키라고 하고, 술자리라는 핑계로 나를 소여정한테 넘긴 거, 다 형이 꾸민 거잖아. 그동안 내가 말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런데 굳이 말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도 더 이상 눈에 뵈는 거 없어.”나도 감정이 격해져서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내 목소리 톤과 뛰어난 연기 덕에 동성 형은 깜빡 속아 넘어가 더 이상 형수를 의심하지 않았다.오히려 얼굴이 잿빛이 되더니 말했다.“네 마음대로 생각해. 이제야 알겠네, 이제 다 컸다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네 생각이 있다고 이젠 내 말을 듣지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