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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임천호가 보면 어떡해요. 아마 날 죽이고도 남을 거예요.”

소여정은 계속해서 설득했다.

“사진첩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둬서 볼 수 없을 거야.”

“그럼 더 의심할 거 아니에요. 왜 멀쩡한 사진첩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거예요? 그거야말로 쓸데없는 일 아니에요?”

‘이 여자가 날 망치려고 작정했나!’

‘난 아직 젊다고, 아직 즐기고 싶고 이렇게 빨리 죽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나는 영상 찍는 것을 결사반대했다.

“알겠어. 그럼 영상 안 찍을게. 지금 직접 볼게, 됐지? 다시 한번 춰봐. 이 영상 속 모습처럼 야하면 야할수록 좋아.”

“내가 한 번 더 추면, 다시는 이 얘기 안 꺼낼 거예요?”

소여정은 한쪽 손을 들고서 맹세했다.

“맹세할게. 한 번만 더 추면 바로 갈게.”

‘그래, 그렇다면 그냥 한번 추지 뭐!’

난 소여정의 핸드폰을 들고 영상 속 남자처럼 몸을 흔들어 댔다.

나는 어색한 줄 모르겠지만, 소여정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 웃어댔다.

다행히도 영상은 일분가량이었고 엄청 빨리 끝났다.

“춤 다 췄으니까 이제 좀 가요.”

소여정은 핸드폰을 돌려받고 나의 가슴을 쓱 만졌다.

“그래, 누나가 오늘엔 한번 봐줄게. 시간 봐서 또 올게.”

나는 속으로 다시는 오지 말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다.

소여정은 옷을 갈아입고 바로 떠났다.

내가 소여정을 바래다줄 때, 가게에 있는 사람 모두가 우리를 쳐다봤다.

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 이상할 지경이었다.

‘무슨 상황이지?’

소여정이 가고 나서 모태진이 나한테로 걸어왔다.

모태진도 맹인 마사지사다.

모태진 역시 이 선생님의 제자인데, 성격이 엄청 외향적인 편이다. 그는 궁금한 표정으로 나한테 물었다.

“수호 씨, 저 여자 무슨 사이예요?”

“무슨 사이긴요, 저분은 그냥 고객일 뿐이에요.”

“그래요? 그럼 아까 저 안에서 뭐 했어요?”

모태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난 순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마사지 룸은 공간이 엄청 협소하고 소음 격리도 잘 안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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