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형수는 어떻게 내 속내를 다 꿰뚫어 보지?’‘형수 앞에서는 내 생각을 속일 수가 없잖아.’형수 앞에만 서면 영원히 비밀이 없어지는 느낌이다.나는 당황스럽고 불안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거짓말했다.“아니에요. 저는 그냥 방법을 제시해 주는 거예요. 다른 생각 하지 마요.”형수는 내 얼굴을 꼬집었다.“그래야 할 거예요. 만약 그런 생각 하면 당장 집에서 쫓아낼 거니까.”“네? 왜요?”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랬더니 형수가 되물었다.“내가 누구고 수호 씨가 누구예요?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몰라서 물어요?”“전 정수호고, 형수는 형의 아니에요. 우리는 형수와 도련님 사이고.”나는 솔직해 대답했다.“알긴 아네요. 나는 또 수호 씨가 그것마저 잊은 줄 알았죠. 우리의 관계가 이렇기에 절대 아무 일도 벌어져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과 아이를 가져야 한다 해도 그 상대가 수호 씨가 될 리는 없어요.”형수의 말이 나는 너무 서운하게 느껴져 끈질기게 물었다.“왜요? 제가 형수랑 더 가깝잖아요.”“수호 씨 바보예요? 우리 매일 같이 생활하는데, 내가 수호 씨 아이를 가져 봐요. 시간이 지나면 그게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아예 모르는 사람과 낳으면 상황은 달라지죠. 그저 정자만 받았다고 치면 되니까.”형수가 낯선 남자와 아이를 가지는 걸 상상만 했는데 죽기보다 싫었다.이에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대뜸 말했다.“안 돼요, 제가 동의 안 해요.”형수는 싱긋 웃으며 나를 봤다.“동의 안 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가 나랑 무슨 사이라고 그런 것까지 관여해요?”나는 어디서 난 배짱인지 갑자기 고집을 부렸다.“아무튼 동의 못 해요. 다른 사람과 아이를 가지면 제가... 제가...”나는 제대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때 나를 보는 형수의 눈빛이 변하더니 이내 물었다.“수호 씨가 뭐요? 말해 봐요.”그 순간 나는 뭐에 홀린 것처럼 형수를 품에 꼭 껴안으며 형수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형수는 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형수는 자기 욕망을 억제하지 못할까 봐 나를 다급히 밀어내더니 일부러 엇나갔다.“수호 씨 지금 나한테 반말했어요? 이제 아주 막 나가네요? 다 컸다 이거예요?”그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솔직히 말하면 나도 너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뻔뻔하게 말했다.“이건 다 형수 때문이에요.”“왜 나 때문인데요?”“다른 남자랑 애 낳겠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형수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리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물론 내가 형수 남편도, 남자도 아니지만 우리도 은밀한 관계를 가진 적 있으니까.나는 진작 형수를 내 여자라고 정의했다.내 여자가 내 앞에서 다른 남자의 힘을 빌리겠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형수도 참, 어쩜 내 기분은 조금도 생각해 주지 않는 거지?’내가 슬픈 표정을 짓자 형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질투한 거예요?”확실히 질투한 건 맞다.하지만 형수가 웃는 걸 보니 솔직하게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형수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알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이에 나는 일부러 형수의 말에 반박했다.“아니거든요. 제가 형수랑 무슨 사이도 아닌데, 왜 질투하겠어요?”“아니긴, 질투한다는 게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내 마음을 꿰뚫어 본 형수는 일부러 나를 비웃었다.그 순간 나는 더욱 화가 났다.‘내가 형수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면서 이렇게 웃는다는 건, 형수 마음속에는 아예 내가 없다는 건가?’‘정말 눈곱만치도 없나?’‘어떻게 이럴 수 있지?’생각할수록 서럽고 화가 나 나는 강조했다.“마음대로 생각해요. 아무튼 다른 남자 찾으면 안 돼요.”형수는 웃는 얼굴로 나를 흔들어 대며 물었다.“다른 남자 찾지 않으면 누구를 찾아요? 수호 씨요?”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나는 왜 안 되냐?’고 아우성쳤다.적어도 내가 어디 가서 빠지는 조건은 아니고, 형수한테 진심인데.하지만 이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지금은 형수한테 삐진 상태니까.
형은 진짜로 자는 게 아니라 자는 척 연기하고 있었다.그저 형수를 속일 목적이었는데, 형수는 형이 ‘잠든걸’ 확인하기 바쁘게 방을 나섰다.그러면서 낮은 소리로 형이 나보다 못하다며 중얼거렸다.그 말에 형의 마음은 무척 괴로웠다. 속이 말이 아니었을 거다.그와 동시에 형수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나와 형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그런 의심을 품은 형은 형수가 안방을 나서자마자 침대에서 내려 문에 바싹 붙어 문틈 사이로 훔쳐봤다.그리고 형의 눈에 보인 건 나와 형수가 수군거리며 대화하는 모습이었다.물론 거리 때문에 대화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형은 직감적으로 우리의 관계가 간단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그렇지 않으면 실랑이를 벌일 이 없으니까.그 모습을 본 형은 점점 질투심이 밀려와 나마저 거슬렸다.“정수호, 그렇게 안 된다고 내빼더니 진작 내 마누라랑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어?”형은 더 이상 보기 힘들어 문을 닫아버렸다.하지만 마음은 이미 말이 아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돌아오자 형은 다급히 침대에 누웠다.그리고 얼마 뒤, 형은 형수가 자위하며 신음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 순간 형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 났다. 심지어 질투심이 폭발했다.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 어떤 남자라도 자기 아내가 바람피우는 걸 참지 못할 거다.형도 아무리 말로는 나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나랑 형수가 뒤에서 붙어먹었다는 걸 알게 되면 기분이 안 좋을 테다.자기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고, 내가 저를 갖고 놀았다고 느껴질 테니까.형이 참지 못해 형수한테 따져 물으려 할 때, 형수가 갑자기 나지막하게 형의 이름을 불렀다.“동성 씨... 자기야...”그 순간 형은 미안함이 몰려왔다.형수가 저한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은 데다 마음속으로 항상 저를 생각했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그에 반해 형은 형수한테 질려버렸다고 형수를 속이는 방식으로 곁에 남겨주려 했다.형은 속으로 자기한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진동성, 넌 진짜 인
그래야만 형의 죄책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테니까....그 시각 나는 안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저 형수가 떠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게 뭐가 없어진 기분이었다.더욱이 방금 전 형수랑 한 스킨십 때문에 아직도 불편해 형수가 가자마자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혼자 하는 건 너무 재미없어 혼자 하고 싶지 않았다.‘애교 누나를 찾아갈까? 아니면 남주 누나?’‘아니야, 애교 누나가 내일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너무 급할 필요 없지.’안 그러면 내가 남주 누나를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그렇다고 지은을 찾아가고 싶지는 않았다‘그 여자와는 앞으로 엮이지 않는 게 좋아.’‘그런데 이 사람들 제외하면 아는 사람도 없는데?’“하!”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영상 보면서 혼자 해결해야지.’이번에는 순전히 욕구 해결 목적이라 그다지 강렬한 느낌도 없었다.심지어 욕구를 풀고 나니 허전함마저 느껴졌다.‘애교 누나는 남주 누나가 있고, 형수는 형이 곁에 있는데 나만 혼자네.’나는 순간 내가 너무 불쌍하게 불쌍하게 느껴졌다.‘그래도 애교 누나가 왕정민과 이혼하면 매일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잘 수 있잖아.’이 생각을 하니 내 기분은 다시금 좋아졌다.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들 준비를 시작했다. 내일을 맞이하려고.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윙윙 진동하기 시작했다.의외인 것은 나한테 문자를 보내온 사람이 민규라는 거다.“이 자식은 왜 갑자기 문자를 보내고 지랄이야?”‘어디 무슨 꿍꿍이인지 보자고.’속으로 중얼거리며 문자를 본 순간 나는 너무 화가 나 그 자식 얼굴에 토하고 싶었다.‘그날 병원에서 봤던 그 섹시한 미녀의 연락처 좀 보내줘 봐?’[야 이 개자식아. 넌 분리수거도 안 될 놈이야!]나는 화가 나서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민규를 삭제했다.하지만 아직도 화를 삭일 수 없었다.특히 그런 놈이 남주 누나를 어떻게 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 떠올리면 마음 한
나는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어디서 발견했는데?]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주 누나가 밖에 애인을 두고 있는데 마침 민규 그 자식한테 들켰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민규가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만약 정말 그렇다면 남주 누나까지 내 여자로 만들려던 생각은 다시 해보는 게 좋을 지도.물론 내가 남주 누나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다른 남자와 한 여자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이 있기 마련이다.나도 내 여자가 나 혼자만의 소유였으면 좋겠고.그때 민규가 또 문자를 보내왔다.[오늘 오후 스카이 라운지 바에서 그 여자가 웬 기생 오라비 같이 생긴 놈이랑 같이 있는 걸 봤어. 서로 웃으며 얘기 나누더라.]이 문자를 받은 순간 나는 머리가 윙 하며 터질 것만 같았다.처음에는 일말의 요행 심리를 품고 있었는데, 이 순간 이런 답변을 보니 무조건 사실일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남주 누나는 나를 건드리면서 한편으로 다른 남자와 놀아났던 거다.‘남주 누나한테 나는 그저 그 기생오라비 같은 존재였던 거네?’그걸 인지한 순간 남주 누나에 대한 호감이 사라졌다.심지어 누나한테 제대로 농락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괴로웠다.곧이어 민규가 또 문자를 보내왔지만 나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비행 모드로 설정하고 자버렸다.다음 날 아침, 나는 형의 부름에 깨어났다.“수호야, 수호...”어제 늦게 잔 탓에 나는 아직도 너무 피곤했다.때문에 한참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형, 무슨 일이야?”형은 무척 흥분하고 설렌 모습이었다. 게다가 특별히 나를 찾아온 것 같았기에 이렇게 물은 거였다.형은 내 침대에 앉으며 흥분한 듯 말했다.“나 오늘 네 형수랑 술자리에 나갈 건데 너도 같이 가자. 내가 네 형수를 취하게 하면 네가 형수 데리고 집에 돌아와. 나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오늘 저녁 기회를 꼭 잡아야 해. 한 번에 임신시킬 수 있게. 그리고 내일 아침이 되면 내가 바로 돌아올 테니까 아무도 우리 계획을 모를 거야.”나는 여전히 흐리멍
나는 다급히 말했다.“형, 이러지 마. 약속한 일은 나도 지켜.”“그럼 오늘 다른 데로 새지 말고 우리랑 같이 술자리 나가는 거다?”이 상황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그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형은 웃는 얼굴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일어나 식사하자고 얘기했다.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어리둥절하다.‘정말 내가 형수를 도와야 하나? 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일인데?’‘왜 나한테는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거야?’그때 밖에서 형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얼른 일어나서 식사해요.”“네, 가요.”‘그래, 됐어.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될 대로 되라지.’침실에서 나왔더니 형수는 이미 풍성한 아침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수호 씨를 위해 특별히 달걀 후라이 두 개 준비했으니 많이 먹고 기력 보충해요.”나는 왠지 형수의 말에 숨은 뜻이 있다고 느껴졌다. 마치 오늘 밤 힘 제대로 써야 하니 많이 먹고 보충하라는 것처럼 들렸다.순간 나는 마음이 찔려 형 쪽을 봤다. 하지만 다행히 형은 아직 화장실에 있어 못 들은 모양이었다.“형, 앞으로 형이 집에 있을 때는 그런 말 하지 마요. 형이 듣고 기분 나빠 할 수 있잖아요.”물론 나랑 형이 일을 꾸미고 있다지만 형 앞에서 형수랑 눈빛을 주고받으면 형이 기분 나쁠 게 뻔하다.그러자 형이 웃으며 나를 째려봤다.“그저 많이 먹고 기력 보충하라고 말한 것뿐인데 대체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아, 그래요.”내가 야릇한 쪽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형수가 자기가 말을 내뱉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내가 형수 앞에 앉자 형수는 내 앞으로 우유 한 잔을 밀었다.그리고 내가 그걸 들어 마시려고 할 때 갑자기 물었다.“수호 씨 어제 양이 이 우유만큼 될까요?”“풉...”나는 순간 참지 못하고 우유를 그대로 내뿜었다.그것도 형수를 향해.순간 형수는 옷이 축축하게 젖었고 물기 때문에 옷이 투명해져 속옷이 희미하게 보였다.나는 너무
“정말이에요? 그런데 왜 홧김에 한 말처럼 들리죠?”‘알면서 뭘 묻는대?’형수가 일부러 나를 놀린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방법이 없었다.그저 화가 나고 답답해서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형수, 아직 형수 남편이 나더러 형수랑 자라고 한 거 모르죠?’‘그것도 오늘 밤. 그러니까 아직 좋아하긴 일러요.’‘내가 오늘 밤 아주 제대로 혼쭐내 줄 테니까.’오늘 밤 형수랑 있을 일을 생각하니 나는 순간 기분이 좋아져 음식과 우유를 단번에 먹어버렸다.그러고는 일부러 형수한테 말했다.“형수, 형수 우유 참 맛있네요.”나도 일부러 형수를 희롱했다.형수는 당연히 그걸 보아냈을 거다.하지만 내가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는 알지 못한 듯했다.“맛있어요? 한 잔 더 마실래요? 바로 짜줄 수 있는데.”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의 가슴을 봤다.물론 이 우유가 오늘 아침 갓 짠 따끈따끈한 소젖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환상했다.‘저기서 짜는 거라면 내가 직접 먹고 싶은데.’‘그러면 형수도 자지러질 건데.’상상하다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어 버렸다.형수는 내가 흐뭇해하는 걸 보더니 갑자기 식탁 위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대체 뭘 그렇게 웃는 거예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 잔 더 주세요.”내가 웃으며 잔을 건네자 형수는 곧바로 우유 한 잔을 더 따라주었다.하지만 내가 손을 뻗자 갑자기 손을 뒤로 뺐다.“직접 가져가요. 난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그러더니 아예 뒤돌아 떠나버렸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싱긋 웃으며 직접 우유 잔을 집었다.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우유는 아까 것보다 더 맛있는 듯했다.은은한 우유 향이 나면서 말이다.내가 한창 우유를 마시고 있을 때 형이 다가왔다.“수호야, 방금 네 형수랑 무슨 얘기 했어?”“아,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내가 실수로 형수 옷에 우유를 쏟았더니 형수나 나를 뭐라 하더니 옷 갈아입으러 갔어.”내 말에 형은 바싹 긴장했다.“형수가 너
“그럼 다행이네. 네가 몰라서 그런데, 오늘 밤 술자리는 내가 어렵게 네 형수를 설득해서 함께 가기로 한 거야. 내가 계산해 봤는데 요즘 네 형수 배란기야. 네가 기회만 잘 잡으면 네 형수 임신하게 할 수 있어. 네 형수가 임신하면 너한테 수고비 톡톡히 챙겨줄게.”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수고비는 됐어. 난 그저 형 도와주는 거니까.”‘내가 본인 마누라랑 자는데 돈까지 주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하하하, 오늘 밤 힘내!”우리가 말하고 있을 때 형수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더니 우리 앞에 앉았다.“둘이 뭐라고 쏙닥거리는 거야?”형수는 형을 보며 물었다.그랬더니 형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오늘 술자리에 수호도 부르려고. 세상 물정 알게 해야지.”“응, 그거 잘됐네. 수호 씨도 이제는 세상 물정 좀 알아야지. 오늘 술자리에 거물들이 많이 참석할 거예요. 그중에 한둘만 알아도 수호 씨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나는 사실 오늘 밤 모임에 참석하는 거물들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큰일을 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착실하게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만약 큰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혼자 한약방이나 차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에 알아본 바로는 이곳에서 약방 하나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 금액이 적어도 몇억은 있어야 한다.그건 나한테 천문 숫자나 다름없기에 계획을 바꾸어 거물들과 안면을 틀 수밖에 없다.만약 거물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많은 게 순조로워질 테니까.“네.”나는 형수의 말에 대답했다.대충 음식을 몇 점 먹던 형은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다급히 떠나갔다.“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게.”그러면서 잊지 않고 귀띔했다.형이 떠난 뒤 나는 형수를 훑어보았다.형수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어 흰 피부가 더 맑아 보였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심지어 가슴도 더 풍만해 보였다.그때 형수가 젓가락으로 내 그릇을 두드리며 귀띔했다.“뭘 보는 거예요?”“형수, 오늘 입은 옷 정말 예뻐요. 그
“무서운 것도 신경 쓰인다는 뜻이거든요. 아니에요?”강한나는 나에게 되물었다.그 말을 들어보니 왠지 일리가 있는 듯해 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다만 순순히 인정할 수는 없었다.그때 동료가 조사를 마치고 상황을 보고하자 강한나는 일하러 가버렸다.약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내 차는 견인차에 끌려갔고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윤지은이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빨리 끝나지 못했을 거다. 심지어 일이 해결된 후에도 윤지은이 나와 윤미화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내가 윤지은더러 형수 동생네 집에 바래다 달라고 하자 윤지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봤다.“언제부터 거기서 지냈어?”“네?”“세 맡은 집도 있잖아. 그런데 언제부터 거기서 지냈냐고?”윤지은은 또다시 물었다.나는 그제야 윤지은의 질문을 이해하고 해명했다.“이틀 전이요. 제 친구 두 명이 제 집에서 얹혀살아 제가 지낼 자리가 없어서 잠깐 신세진 것뿐이에요.”“이제 겨우 형수랑 정정당당하게 만날 수 있어 기쁘겠네?”‘윤지은이 질투하는 것 같은 건 왜지?’‘설마 윤 사장님 말대로 윤지은이 나를 좋아하나?’자세히 생각해 보니 윤지은이 나에게 도움을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비록 그동안 말로 나를 봐준 적이 없고 항상 쌀쌀맞게 대했지만 매번 나한테 일이 있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그랬겠나?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내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결국 나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었다.“뭐 하나 물어볼게요. 절대 화내면 안 돼요.”“뭔데? 꾸물대지 마.”윤지은은 고개를 돌려 나를 차갑게 바라봤다.나는 심호흡을 한 뒤 물었다.“혹시 나 좋아해요?”그 질문을 한순간 윤지은은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반응했다.“뭐?”나는 흠칫 놀라 목을 움츠렸고 자신감을 잃어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나는 도망치듯 차를 뛰쳐나갔다.내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다. 나는 윤지은
윤지은은 두말없이 가방에서 립스틱 하나를 꺼냈다.그걸 본 여경은 이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기분 좋은 듯 미소 지었다.“아르마니 한정판이잖아? 나 오래전부터 예약했는데 아직도 못 샀는데. 역시 우리 윤지은 아가씨가 나서야 한다니까. 나 그냥 주는 거야?”“그 컬러는 나한테 많아. 너한테 하나 주는 게 뭐라고.”“헐. 누가 부자 아니랄까 봐. 말로 사람 기죽이네. 그런데 대체 누가 우리 윤지은을 움직였는지 궁금한데?”여경은 말하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나는 얼른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나는 윤지은의 말을 명심하고 있기에 절대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여경은 내가 이상하게 행동하자 곧바로 나를 가리키며 윤지은에게 물었다.“설마 저 남자야? 오 마이 갓! 윤지은, 너 연애해? 심지어 남자 때문에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여경은 놀란 듯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윤지은의 얼굴은 단번에 싸늘하게 굳어버렸다.“립스틱 갖기 싫어? 싫으면 돌려주든가.”말을 마치자마자 윤지은은 립스틱을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여경은 단번에 몸을 비틀었다.“줬다 뺐는 게 어디 있어? 이미 줬으면 내 거야.”그러면서 또 나를 한번 흘긋거렸다.몰래 훔쳐보던 나는 여경이 나를 보자 또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그 모습을 본 윤지은이 낯빛이 어두워진 채 말했다.“정수호, 뭘 그렇게 피해?”‘왜 또 나한테 뭐라는 거야?’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보는 것도 안 돼, 안 보는 것도 안 돼. 그럼 말해봐요. 어떻게 할까요?”나는 이번에 살가운 태도로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은 또 화를 냈다.“어떡하긴. 내가 뭐 협박이라도 했어? 다 큰 성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나는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알았어요. 갈게요. 내가 있으면 지은 씨 화만 날 테니까.”나는 말을 마친 뒤 바로 뒤돌아섰다. 나는 더 이상 윤지은과 다투기 싫었다. 생각해 보니 윤지은은 가끔 아이처럼 너
“너 가은 쓰레기를 계속 강북에 있게 하면 또 형수한테 무슨 짓 할지 모르잖아.”진동성은 나에게 기어와 싹싹 빌며 애원했다.“수호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이렇게 빌 테니 봐줘. 우리 같은 동네 출신이잖아. 내가 예전에 너 도와줬던 걸 생각해서 한 번만 봐줘.”나는 또 진동성을 걷어찼다.그 사이 윤지은은 어디론가 전화했고 얼마 뒤 양동준이 모습을 드러냈다.“아가씨.”“이 인간 강북에 다시는 못 오게 처리해.”윤지은은 차갑게 명령했다.“네.”양동준은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진동성을 향해 걸어갔다.그러자 진동성은 버림받은 개처럼 두 손 두 발을 사용해 앞으로 기어갔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양동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진동성이 양동준에게 끌려가는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와 동시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수호 씨, 괜찮아?”윤미화는 나를 걱정하는 듯 물었다.“괜찮아요. 조금만 휴식하면 돼요.”나는 이제야 내 사지의 힘이 모두 빠져 흐물흐물해졌다는 걸 발견했다.이런 일은 처음 겪는지라 반응이 세게 온 모양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체력을 회복하려고 한참을 휴식했다.휴식을 마친 뒤 나는 바닥에서 기어 일어났다.“이제 괜찮아요. 가요. 나머지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윤지은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건데?”사실 나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마저 두 사람의 도움을 바랄 수는 없었다.내가 한창 망설이고 있을 때 윤지은이 말했다.“앞으로 이런 미친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뒤처리는 내가 해줄게.”“이런 일은 절대 안 해요. 아까는 상황이 상황인지라...”아까의 상황을 돌이켜 보니 나는 겁이 났다.윤지은은 내가 반박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나를 욕하지 않았다. 그저 동창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전화에서 윤지은은 이곳에 교통사고가 났으니 대신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하지만 이 일은 사고가 아니라 내가
나는 얼른 조수석으로 가 진동성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차는 순간 평형을 잃고 도로 위로 떨어졌다.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나는 차 상태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진동성 앞으로 다가갔다.진동성은 한쪽 팔과 다리를 찔린 데다 한쪽 팔은 쓰지 못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 신세가 되었다.나는 칼을 들어 진동성의 목을 겨누었다. 그러자 진동성은 겁에 질려 엉엉 울면서 윤지은과 윤미화에게 애원했다.다만 두 사람은 모두 진동성을 무시했다.“정수호. 진동성을 죽일 방법은 수천수만 가지가 있어. 그런데 방금처럼 하는 건 아니지.”윤지은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늘 고고하고 깨끗하던 그녀는 이 순간 얼굴이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윤지은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런 위험한 순간 윤지은은 재벌가 아가씨라는 신분도 생각하지 않고 몸을 던져 나가 같이 평범한 사람을 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잘못을 인정했다.“그러면 안 되는데,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또 다음도 있어? 아까 심장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윤미화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그 모습을 보니 나는 더 미안해졌다.방금 두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형수처럼 병원에 누워있었을 거다.나는 너무 무모했다.때문에 두 사람이 뭐라고 하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했다.“경찰에 신고해서 저 인간은 경찰한테 맡겨.”“안 돼요. 경찰에 맡기는 건 너무 가벼워요.”“그럼 어떻게 하려고?”윤지은이 물었다.나는 바닥에 엎드려 있는 진동성을 흘긋 보고는 그의 손등을 발로 밟았다.“말해. 왕정민이 어디 있어?”“정말 몰라. 나중에 먼저 연락하겠다고 했어.”“좋아. 그럼 두 번째 질문. 우리 할아버지가 준 의서는 누구한테 팔았어?”진동성은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봤다.“내가 그걸 말하면 풀어줄 거야?”“풀어 달라고? 꿈 깨!”“날 풀어주지도 않는데 내가 왜 말해야 해?”진동성은 배 째
“틀렸어.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난 인간이야. 넌 인성도 없어. 너 같은 놈은 인간도 아니야.”나는 진동성을 죽이려고 칼을 꼭 움켜잡았다.진동성은 내가 칼을 쥔 걸 보고는 바들바들 떨었다.“수호야. 바보짓 하면 안 되지. 나 같은 쓰레기 때문에 이럴 필요는 없잖아.”“너를 위해 이럴 가치가 없긴 하지.”내 말에 진동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희망을 바로 부숴버렸다.“그런데 네 놈을 살려두는 건 형수한테 가장 큰 위협이 돼. 난 아무도 형수를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나는 칼을 들어 진동성의 허벅지를 콱 내리 찔렀다.진동성은 단번에 비명을 질렀다. 그가 격렬하게 몸부림칠수록 차도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거렸다.진동성 다급히 나에게 애원했다.“수호야. 너 아직 젊잖아. 왜 이런 바보짓을 하는 건데? 내가 잘못했어. 그만 놔줘. 우리 같이 내려가자. 내가 당장 네 형수랑 이혼하고 두 사람 축복해 줄게.”“못 믿겠어.”나는 칼을 힘껏 비틀었다.그 순간 진동성은 고통에 더 세게 비명 질렀고 차도 따라서 삐걱거리며 소리 냈다.그때 윤지은과 윤미화가 달려왔다.“정수호. 이러다 떨어져. 당장 내려.”“살려줘요. 살려주세요...”진동성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윤지은과 윤미화는 진동성을 무시한 채 나를 잡아끌었다.하지만 이미 분노에 눈이 먼 나는 진동성과 같이 죽을 결심까지 한 지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그때 차 앞부분이 앞으로 기우뚱 쏠렸고 나와 진동성의 몸도 동시에 앞으로 쏠렸다.차가 당장이라도 떨어질 절체절명의 순간, 윤지은과 윤미화는 다급히 뒤로 달려가 차를 내리눌렀다.하지만 이미 겁먹을 대로 먹은 진동성은 이미 바지에 오줌을 지려 축축하게 젖어버렸다.나 역시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온몸이 식은땀에 푹 젖었다.그 순간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형수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쓰레기 때문에 나를 희생하는 건 너무 수지가 맞지 않았다.그렇다고 진동성을 이대로 풀어 주자니
“네놈이 형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진동성 난 단지 진실을 원해.”나는 진동성을 빤히 주시했다.진동성은 눈을 이리저리 피하며 내 눈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진실은 바로 그 교통사고는 단순 사고였어. 나도 네 형수가 그렇게 심하게 다칠 줄 몰랐어.”“좋아!”나는 더 이상 진동성과 말씨름하기 싫었다. 이런 인간과 얘기하는 건 입만 아프니까.나는 두말없이 육교 가장자리로 차를 이동했다.그때 윤지은의 차가 내 차를 따라잡았다.“정수호, 명령하는데 당장 차 세워!”나는 윤지은을 무시한 채 반대쪽 차선으로 차를 돌렸다.육교의 양쪽은 모두 공중에 떠 있어 어느 쪽으로 부딪히든 아래로 떨어질 수 있었다.“진동성, 빌어!”나는 액셀을 밟으며 난간 쪽으로 부딪혔다.“아! 정수호, 이 미친놈! 말할게. 말할게!”차 바퀴는 이미 난간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내가 제때 브레이크를 밟은 덕에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고 공중에 반만 둥둥 떠 있었다.정신을 차린 뒤에야 나는 내가 얼마나 미친 짓을 했는지 알아챘다.방금 1초만 늦었어도 나와 진동성은 아래로 떨어졌을 거다. 솔직히 나도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이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나는 진동성을 보며 물었다.“말해. 그때 상황이 어땠어?”진동성의 얼굴은 식은땀에 흠뻑 젖었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제야 내가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만약 마지막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로 육교 아래로 돌진했을 거다.진동성의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했고 몸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난, 난 그냥 네 형수랑 좀 다투다가 실수로 떨어진 거야.”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역시 그 사고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하지만 고작 이게 다라고?고작 몇 마디 다툰 거로 차가 통제력을 잃고 육교 아래로 떨어졌다면 왜 운전석에 앉은 진동성은 고작 찰과상만 있고 형수는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걸까?“진동성, 한꺼번에 다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같이 여기서 떨어질
우연히 그림자를 통해 진동성이 벽돌을 휘두르는 걸 발견한 나는 재빨리 피해 진동성을 세게 걷어찼다.진동성은 내 발에 차여 연신 뒷걸음치더니 이내 벽돌을 던져버리고 도망쳤다.그 순간 나는 곧바로 뒤쫓았다.그러자 진동성이 도망치면서 소리쳤다.“정수호, 이 개자식아. 꼭 나를 죽여야만 해?”“내가 네 놈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네 놈이 죽으려고 설치는 거잖아.”“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수호야. 우리 그래도 형제처럼 지냈잖아. 그러니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한 번만 봐줘.”나는 진동성의 말을 무시한 채 그를 잡자마자 또 주먹질했다. 그러고는 그의 다리를 잡은 채 질질 끌어 다시 원래 자리로 끌고 갔다.그 모습을 본 윤미화는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수호 씨가 이런 거야?”“윤 사장님, 지은 씨, 왕정민은 두 분한테 맡길게요. 난 우리 형을 데리고 교통사고를 체험하러 가야 해서요.”말을 마친 나는 진동성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차를 금방 샀을 때만 해도 나는 이게 내 애마라고 애지중지했었다. 비록 가격은 비싸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산 인생 첫 차였으니까.하지만 지금은 단지 진동성을 태운 채 교통사고 체험을 시켜주고 싶을 뿐이었다.나는 조수석에 앉은 진동성도 형수처럼 세게 다칠지 확인하고 싶었다.진동성을 차에 밀어 넣은 뒤 나는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그러자 진동성은 겁을 먹었는지 버럭 소리쳤다.“수호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빨리 밟아? 사고 나면 어쩌려고?”나는 미친 듯이 액셀을 밟았다.“맞아. 사고 내려는 거야. 이따가 육교에서 떨어지면 네 놈도 정말 형수처럼 크게 다칠지 확인해야겠어.”진동성은 다급히 조수석 위에 있는 손잡이를 꼭 잡았다.“정수호, 너 미쳤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멈춰. 당장 멈춰!”나는 차를 멈춰 세울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진동성은 핸들을 잡으려고 버둥댔지만 나는 냉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래. 잡아. 더 빨리 죽고 싶으면.”진동성은 형수가
나는 두 사람한테서 모든 빚을 천천히 받아낼 작정이었다.나는 한참 때리다가 손이 힘들어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어찌 됐든 형수가 혼수상태가 된 게 진동성 짓이라고 확신했으니까.그렇게 나는 힘이 모두 빠져서야 동작을 멈추었다.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진동성이 도망칠까 봐 그의 옷을 잡고 있었다.나도 내가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 그저 형수가 혼수상태라는 생각만 하면 분노가 차올라 힘도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진동성에 대한 미움도 더해져 진동성을 죽여서라도 형수의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시뻘게진 눈으로 반쯤 죽은 듯 누워 있는 진동성을 보며 또다시 물었다.“형수가 저렇게 된 거 너랑 관련 있는 거 맞지?”진동성은 여전히 잡아뗐다.“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냥 사고였어.”나는 또다시 진동성을 주먹질했다.“말 안 해도 괜찮아. 내가 싹 다 조사할 거니까. 진동성, 만약 이 일이 네놈 짓이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그 순간 진동성이 나를 보는 눈빛에 두려움이 더해졌다. 그는 내가 이토록 살기를 내뿜는 눈빛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협박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진동성은 겁에 질려 머리를 마구 저었다.“정말 아니야. 정말 나 아니라고.”나는 진동성을 발로 걷어차며 물었다.“여긴 왜 왔어? 왕정민은 어디 있는데?”“나, 난 왕정민 대신 물건 가지러 왔어.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라. 나한테 연락한다고 했어.”“물건은 가졌어?”내가 따져 물었다.그때 윤지은과 윤미화도 다가왔다.진동성은 전전긍긍하며 목을 움츠렸다.“서, 서류야.”진동성은 대충 얼버무렸다.“무슨 서류?”윤미화가 따져 물었다.그 옆에서 윤지은이 보충했다.“혹시 모든 핵심 서류를 챙겨 오라고 했어?”그 서류만 챙기면 왕정민은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윤지은은 평소 차갑기만 하고 사업에 관심이 없어 보여도 어릴 때부터 사업하는 아버지 밑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기에 나와 윤미화보다 맥을 더 잘 짚었다.그때
나는 다급히 일어섰다.“그런다고 이렇게 나간다고요?”윤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때 윤미화가 뒤에서 말했다.“분명 계획이 있을 거야. 따라가 보자.”윤지은이 이미 계획이 있다니 순간 궁금했다.나와 윤미화는 윤지은을 따라 왕정민 회사 입구에 도착했다.현재는 새벽 2시가 넘는 시간이라 주위에 아무도 없어 매우 조용했다.순간 문득 궁금해 물어보려던 그때 그림자 하나가 살금살금 수풀 뒤에서 걸어 나왔다.하지만 그 사람은 왕정민이 아니라 진동성이었다.진동성은 우리를 발견하고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냉소를 지었다.“정수호, 설마 이런다고 왕정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나는 이를 갈며 진동성을 바라봤다.“왕정민은 언젠가 잡혀. 계속 왕정민과 협력하면 분명 불똥이 튈 거야. 진동성, 이제 벼랑 끝이니 그만 멈춰.”“벼랑 끝? 하하, 정수호.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진동성은 나를 비아냥거렸다.“넌 나랑 다를 것 같아? 너도 여자 덕에 여기까지 왔잖아. 넌 뭐 대단한 것 같아?”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해 봤자 아무 의미 없으니까.“마음대로 말해. 왕정민은 어디 있어?”내 질문에 진동성은 나를 향해 침을 뱉었다.“알고 싶으면 직접 찾아.”나는 두말없이 진동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그렇게 나올 거라는 건 진동성뿐만 아니라 윤지은과 윤미화도 몰랐다.내가 평소에 고분고분하고 나약한 인상을 줘서인지 누구도 내가 먼저 진동성을 때릴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준비도 없이 한 대 맞은 진동성은 이를 갈며 버럭 소리쳤다.“정수호, 네가 감히 나를 때려?”나는 두말없이 또 한 번 달려들었다.요 며칠간 나는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다. 비록 대단한 건 아니지만 진동성을 상대하기엔 충분했다.진동성은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왜 갑자기 이렇게 강해졌는지 모를 거다. 진동성은 몇 대 맞다가 내 발에 차여 바닥에 넘어졌다. 나는 곧장 그의 몸 위에 올라타 주먹질을 해대며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