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에요? 그런데 왜 홧김에 한 말처럼 들리죠?”‘알면서 뭘 묻는대?’형수가 일부러 나를 놀린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방법이 없었다.그저 화가 나고 답답해서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형수, 아직 형수 남편이 나더러 형수랑 자라고 한 거 모르죠?’‘그것도 오늘 밤. 그러니까 아직 좋아하긴 일러요.’‘내가 오늘 밤 아주 제대로 혼쭐내 줄 테니까.’오늘 밤 형수랑 있을 일을 생각하니 나는 순간 기분이 좋아져 음식과 우유를 단번에 먹어버렸다.그러고는 일부러 형수한테 말했다.“형수, 형수 우유 참 맛있네요.”나도 일부러 형수를 희롱했다.형수는 당연히 그걸 보아냈을 거다.하지만 내가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는 알지 못한 듯했다.“맛있어요? 한 잔 더 마실래요? 바로 짜줄 수 있는데.”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의 가슴을 봤다.물론 이 우유가 오늘 아침 갓 짠 따끈따끈한 소젖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환상했다.‘저기서 짜는 거라면 내가 직접 먹고 싶은데.’‘그러면 형수도 자지러질 건데.’상상하다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어 버렸다.형수는 내가 흐뭇해하는 걸 보더니 갑자기 식탁 위에 손을 짚고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대체 뭘 그렇게 웃는 거예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 잔 더 주세요.”내가 웃으며 잔을 건네자 형수는 곧바로 우유 한 잔을 더 따라주었다.하지만 내가 손을 뻗자 갑자기 손을 뒤로 뺐다.“직접 가져가요. 난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그러더니 아예 뒤돌아 떠나버렸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싱긋 웃으며 직접 우유 잔을 집었다.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우유는 아까 것보다 더 맛있는 듯했다.은은한 우유 향이 나면서 말이다.내가 한창 우유를 마시고 있을 때 형이 다가왔다.“수호야, 방금 네 형수랑 무슨 얘기 했어?”“아,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내가 실수로 형수 옷에 우유를 쏟았더니 형수나 나를 뭐라 하더니 옷 갈아입으러 갔어.”내 말에 형은 바싹 긴장했다.“형수가 너
“그럼 다행이네. 네가 몰라서 그런데, 오늘 밤 술자리는 내가 어렵게 네 형수를 설득해서 함께 가기로 한 거야. 내가 계산해 봤는데 요즘 네 형수 배란기야. 네가 기회만 잘 잡으면 네 형수 임신하게 할 수 있어. 네 형수가 임신하면 너한테 수고비 톡톡히 챙겨줄게.”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수고비는 됐어. 난 그저 형 도와주는 거니까.”‘내가 본인 마누라랑 자는데 돈까지 주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하하하, 오늘 밤 힘내!”우리가 말하고 있을 때 형수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더니 우리 앞에 앉았다.“둘이 뭐라고 쏙닥거리는 거야?”형수는 형을 보며 물었다.그랬더니 형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오늘 술자리에 수호도 부르려고. 세상 물정 알게 해야지.”“응, 그거 잘됐네. 수호 씨도 이제는 세상 물정 좀 알아야지. 오늘 술자리에 거물들이 많이 참석할 거예요. 그중에 한둘만 알아도 수호 씨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나는 사실 오늘 밤 모임에 참석하는 거물들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큰일을 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착실하게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만약 큰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혼자 한약방이나 차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에 알아본 바로는 이곳에서 약방 하나 운영하려면 초기 투자 금액이 적어도 몇억은 있어야 한다.그건 나한테 천문 숫자나 다름없기에 계획을 바꾸어 거물들과 안면을 틀 수밖에 없다.만약 거물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많은 게 순조로워질 테니까.“네.”나는 형수의 말에 대답했다.대충 음식을 몇 점 먹던 형은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다급히 떠나갔다.“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게.”그러면서 잊지 않고 귀띔했다.형이 떠난 뒤 나는 형수를 훑어보았다.형수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어 흰 피부가 더 맑아 보였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심지어 가슴도 더 풍만해 보였다.그때 형수가 젓가락으로 내 그릇을 두드리며 귀띔했다.“뭘 보는 거예요?”“형수, 오늘 입은 옷 정말 예뻐요. 그
“이거 얼마 주고 샀어요?”“4만 원밖에 안 해요. 너무 싸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죠?”“수호 씨는 질문하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 봐요. 근무하는 동안 받은 임금은 얼마인데요?”“28만 원이요.”“그 돈은요?”“하, 말도 마요. 퇴사하던 날 윤지은이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모습을 마침 봤었거든요. 기분이 꿀꿀한 것 같아 보여 같이 식사했었는데 식사비만 32만 원이 나오더라고요. 원래는 더치페이하려고 했는데 남자가 돼서 체면 깎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제가 20만 원 냈어요.”“그렇다면 윤 쌤하고 식사하고 나서 8만 원밖에 안 남았다는 소리네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형수는 거울에 비친 목걸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8만 원밖에 안 남았는데 이 목걸이가 4만 원이면 나머지 4만 원은요?”“사실 똑같은 거 두 개 구매해서 돈은 다 써버렸어요.”“그럼 남은 돈이 없다는 거예요?”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그랬더니 형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수호 씨 바보예요? 애교 선물만 사면되지 내 건 뭐 하러 샀어요?”“형수니까요, 사주고 싶었어요.”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 마음속에 애교 누나와 형수는 모두 중요하다.때문에 선물을 하고 싶고.“돈 다 써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지내요?”“괜찮아요. 다시 일 찾으면 돼요. 먹고 자는 건 형수 집에서 하니까 돈 쓸 일도 없고,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니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나중에 일 찾으면 더 좋은 선물 해줄게요.”형수는 내 말에 피식 웃더니 또 한 번 내 얼굴을 꼬집었다.“대체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만약 수호 씨가 몇 살만 더 먹었다면 당장 수호 씨랑 도망갔을지도 몰라요.”형수의 말에 나는 기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면 지금은 어려서 그만한 매력이 없다는 거예요?”“매력이 없다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내 나이 되면 앞뒤 안 가리고 사랑에 목매는 일은 적어져요. 남자가 자기를 먹여 살릴 수 있는지부터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 조건에 부
“애교 누나가 오늘 밤 저한테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거든요. 남주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게.”내 말에 형수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마치 진작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던 사람처럼.”“그럼 수호 씨는 싫어요?”“저는...”나는 더듬거리며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그러다가 형수가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말하자 그제야 용기를 내어 말했다.“솔직히 처음에는 그러고 싶었는데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요.”“왜요?”형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나는 곧바로 어젯밤 민규한테서 받은 문자 내용을 형수한테 털어놓으며 핸드폰을 보여주었다.그걸 본 형수는 나를 보며 물었다.“남주가 몸 함부로 굴리는 여자인 것 같아 잠자리를 갖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그때 형수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럼 내가 남주처럼 행동하면 나도 싫어할 거예요?”“그럴 리가요! 형수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나는 곧바로 부인했다.하지만 형수는 끝질기게 물었다.“만약에요, 정말 만약에 내가 나주랑 같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요?”나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런 경우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형수가 남주 누나랑 같을 리가? 형수가 얼마나 좋은데.’내 마음속에 형수는 애교 누나랑 동급으로 사랑스러운 존재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나는 결국 고개를 마구 저었다.“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 경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형수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하, 수호 씨는 왜 그렇게 단순해요?”‘내가 단순하다고?’‘이게 무슨 뜻이지?’나는 순간 멍해졌다.“형수,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내가 의아해하자 형수는 갑자기 긴장한 듯 내 손을 잡았다.“사실 비밀이 하나 있는데 절대 수호 씨 형한테 말하지 마요.”‘형수한테 비밀이 있다고?’나는 그게 너무 궁금했다.‘어쩌면 부부가 모두 비밀을 갖고 있지? 부부인데 서로 모르나?’‘게다가 공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형수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 만약 형수가 형을 계속 닦달하면 형은 아마 죽고 싶었을 거다.그러니까 형수는 형의 체면과 심정을 고려해서 모른척해 준 거다.하지만 그렇다면 더 이해되지 않았다.“형수, 그런데 왜 저한테 이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나는 형수의 목적이 알고 싶었다.그때 형수가 말머리를 돌리며 대뜸 말했다.“사실 수호 씨 동료가 봤다던 그 여자 나였을 거에요.”“네?”나는 순간 얼빠진 표정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게, 형수의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으니까.‘그러니까 형수의 말은 부민규가 라운지 바에서 봤다던 여자가 남주 누나가 아니라 형수였다고? 그 기생오라비와 같이 있었던 여자가?’‘왜지?’나는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그때 형수가 고개를 숙이며 허탈한 듯 말했다.“수호 씨 형이랑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정말 아이를 갖고 싶었거든요. 만약 아이가 없다면 어떻게 이 관계를 유지할지도 막막했고. 그래서 이혼하고 새 가정 꾸릴 생각도 했어요.”“하지만 아이 문제만 아니면 수호 씨 형은 다 좋거든요. 나한테 잘해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이혼하기는 싫고 아이는 가지고 싶고 해서...”형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나는 모두 이해했다.“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이라도 가지려고 한 거예요?”내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상을 벗어난 상황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저 귓가에서 자꾸만 이명이 들리고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그렇게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뒤 나는 정신을 차렸다.“그래서 남주 누나한테 부탁해서 사람을 찾았던 거예요?”내가 크게 숨을 들이켜며 묻자 형수는 다시 고래를 끄덕였다.“남주는 아는 사람도 많고 신분과 배경도 있으니까, 남자들의 배경을 조사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거든요. 그래서 사실대로 말하고 괜찮은 사람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어요.”형수의 해명을 듣자 나는 순간
“남주 누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앞으로 남주 누나 말은 귓등으로 들어요.”형수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이렇게 살라고요? 생리적 욕구는 내가 직접 해결한다 쳐도 수호 씨 형이 안 되면 내가 아이를 가질 수가 없잖아요. 이건 나 혼자 어떻게 할 수도 없다고요.”나는 형수가 얼마나 불만이 많은지 보아낼 수 있었다.게다가 형수가 얼마나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나는 이때다 싶어 형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럼 나는 어때요? 낯선 남자보다 차라리 나를 선택해요.”“나도 수호 씨를 선택하고 싶어요. 하지만 수호 씨와는 관계가 관계인지라...”“만약 형도 그걸 원한다면요?”나는 이참에 형의 계획을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었다.툭 까놓고 말해 버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일 수도 있다.모두 솔직히 말해버리면 서로 속일 필요도 없고.하지만 형수가 대뜸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머리가 잘못된 게 아니면 모를까?”“왜 안 돼요? 형도 본인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잖아요. 만약 형도 형수처럼 이혼하고 싶지 않고 또 형수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어 한다면요?”나는 은근슬쩍 형수한테 귀띔했지만 형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 없어요. 수호 씨는 아직 동성 씨를 모르네요.”나는 형수의 말에 멍해졌다.형에 대한 인식이 아직 예전에 멈춰 있는 건 사실이다. 사회의 시련을 겪으면서 그동안 형이 많이 변했는데 그걸 내가 아직 모르고 있으니.때문에 나는 입을 다물고 형수가 하는 말에 귀 기울였다.“그러면 형이 왜 무조건 반대할 거라고 생각해요?”형수는 내 물음에 확신하는 듯 대답했다.“수호 씨가 본인 동생이니까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다면서요. 툭 까놓고 동성 씨가 없으면 지금의 수호 씨도 없었을 거잖아요.”나는 형수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내 인생에서 형이 참으로 많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내 정신적 기둥이 되어주었고 물질적으로
형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왠지 불안해졌다. 어쩌면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래도 사실을 알고 싶었다.너무 궁금했으니까. 그러니 끝까지 파고들기 전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때 형수가 내 손을 잡아당기며 자기 옆에 앉혔다.“수호 씨 형이 회사를 크게 키우고 싶어 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알아요. 형이 동네에 돌아올 때마다 동네 사람들한테 말했었거든요. 본인이 나중에 잘나가는 사장이 되면 동네 사람들도 같이 부자가 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말이 쉽지 큰 회사 사장이 되는 게 어디 쉬워요? 수호 씨 형을 봐요, 도시에서 5년을 열심히 일했는데 직원이 고작 10명뿐이잖아요. 정말 좋은 기회를 만나 사업을 키우려면 대가가 필요해요.”“수호 씨 형이 항상 그랬거든요, 자기한테 동생이 있는데 잘생긴 데다 엄청 착실하다고. 자기가 앞으로 발전하는 데 분명 도움 될 거라고. 그러니까 동성 씨가 수호 씨한테 잘해주는 건 수호 씨한테 마음의 빚을 심어주려는 거예요. 본인이 수호 씨 도움 필요할 때 수호 씨가 거절하지 못하게.”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나는 얼떨떨했다.“형수, 앞으로의 발전에 제가 큰 도움이 될 거라니, 그건 무슨 뜻이에요? 왜 알아듣지 못하겠죠?”형수는 안타까운 듯 나를 보며 말했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수호 씨 형은 수호 씨를 돈 많은 유부녀의 애인으로 팔아버리려고 계속 도와준 거예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한참 동안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머릿속에는 자꾸만 형수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형이 나한테 잘해준 게 마음의 빚을 얹어주고 본인이 필요할 때 내가 무조건적으로 도와주게 하기 위해서라고?’‘나를 친동생처럼 대한 게 아니라 이용하기 위해서라고?’하지만 나는 계속 형을 친형처럼 생각했었다.그러면서 언젠가 성공하면 무조건 보답할 거라고 수없이 되뇌었다.그런데 형이 지금껏 나한테 잘해준 게 다 목적이 있어서
‘이제 다시는 바보처럼 굴지 말아야지. 안 그러면 어디 팔려 가면서 돈이나 세어주고 있을지도 모르니.’나는 이제야 형이 절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던 형수가 이해되었다.큰 성과를 거두고, 대기업 사장이 되고 싶어 하고, 꼭대기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자기 아내와 동생이 붙어먹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하지만 형은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때문에 나로서는 더 두렵고 불안했다.그동안은 형수와의 결혼 관계를 유지하려고 나한테 그런 부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아마 다른 목적이 있을지도.‘그런데 그 목적이 뭐지?’‘내가 형한테는 항상 그저 도구에 불과했나?’이걸 생각하니 순간 소름이 끼치고 온몸의 솜털이 쭈뼛 곤두섰다.때문에 형수에게 말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내 안색이 안 좋았는지 형수는 다시 내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놀라지 마요. 사회는 원래 이런 거예요. 동성 씨처럼 수호 씨한테 잘해주는 사람도 사실 드물어요. 어떤 사람은 이용만 하고 입 싹 닫고 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날 걸요.”“어찌 됐든 이제 수호 씨도 사회의 일원이니 항상 조심하고 아무나 쉽게 믿지 마요.”나는 형수가 너무 고마웠다.이렇게 나한테 귀띔해 주고 깊은 가르침을 준 데다 사회와 현실이 어떤지 알게 해 주었으니까.오늘 형수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형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었을 거다.그러다가 바보처럼 형이 시킨 일을 할 테지.그 결과가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진심으로 말했다.“네, 알았어요.”“마음 추스르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어요. 이따가 애교가 같이 쇼핑하자고 했으니까 잘 좀 해봐요. 남주 마음만 얻으면 수호 씨한테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형수도 이런 말을 하다니.’전에 애교 누나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애교 누나와 형수 모두 남주 누나의 마음을 얻으면 내 앞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