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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 윤지은이라는 여자랑도 이렇게 잠자리 가진 거야?”

“아니요.”

“그럼 뭔데?”

사실 지난번 형수한테 지은과의 일을 들킨 뒤 나는 바로 대화 기록을 삭제했었다.

때문에 누나가 본 건 최근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뿐이다. 그러니 나와 지은이 무슨 사이인지 당연히 모른다.

이 일에 대해 나는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다.

한번 거짓말을 시작하면 더 많은 거짓말로 그걸 둘러대야 하니까.

그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악순환과도 같다.

심지어 지은과의 일을 애교 누나한테 솔직히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진실을 얘기하면 애교 누나가 왕정민을 미워하는 것처럼 나를 미워할까 봐 두려웠다.

마음이 너무 모순되고 고민된 나머지 나는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대답했다.

“나중에 기회 되면 천천히 설명할게요.”

나는 말하면서 손을 움츠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앞 좌석에 앉은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

순간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지은과의 일도 이미 충분히 애교 누나한테 미안한데 계속 이렇게 해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동네에 도착했다.

애교 누나 집에 가자는 남주 누나의 초대도 거절해 버렸다.

아직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돌아가서 잘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애교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식으로 애교 누나와 만나고 싶으니까.

그렇다면 애교 누나한테 상처 주는 일은 하면 안 된다.

집에 도착하니 형이 기분이 언짢은 듯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 형을 보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형, 왜 그래? 형수는?”

“샤워 중이야.”

자세히 들어 보니 욕실 안에서 희미한 물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형이 왜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됐다.

형수가 지금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그걸 만족시켜 줄 수 없으니 고민될 터다.

“수호야, 내가 전에 했던 얘기 생각해 봤어?”

그때 형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 일은 생각도 안 해 봤는데.’

그도 그럴 게, 형의 요구가 너무 황당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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