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윤지은이라는 여자랑도 이렇게 잠자리 가진 거야?”“아니요.”“그럼 뭔데?”사실 지난번 형수한테 지은과의 일을 들킨 뒤 나는 바로 대화 기록을 삭제했었다.때문에 누나가 본 건 최근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뿐이다. 그러니 나와 지은이 무슨 사이인지 당연히 모른다.이 일에 대해 나는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다.한번 거짓말을 시작하면 더 많은 거짓말로 그걸 둘러대야 하니까.그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악순환과도 같다.심지어 지은과의 일을 애교 누나한테 솔직히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하지만 내가 진실을 얘기하면 애교 누나가 왕정민을 미워하는 것처럼 나를 미워할까 봐 두려웠다.마음이 너무 모순되고 고민된 나머지 나는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대답했다.“나중에 기회 되면 천천히 설명할게요.”나는 말하면서 손을 움츠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앞 좌석에 앉은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순간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지은과의 일도 이미 충분히 애교 누나한테 미안한데 계속 이렇게 해야 하나?’내가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동네에 도착했다.애교 누나 집에 가자는 남주 누나의 초대도 거절해 버렸다.아직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돌아가서 잘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애교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식으로 애교 누나와 만나고 싶으니까.그렇다면 애교 누나한테 상처 주는 일은 하면 안 된다.집에 도착하니 형이 기분이 언짢은 듯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런 형을 보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형, 왜 그래? 형수는?”“샤워 중이야.”자세히 들어 보니 욕실 안에서 희미한 물소리가 들렸다.그 순간 형이 왜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됐다.형수가 지금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그걸 만족시켜 줄 수 없으니 고민될 터다.“수호야, 내가 전에 했던 얘기 생각해 봤어?”그때 형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그 일은 생각도 안 해 봤는데.’그도 그럴 게, 형의 요구가 너무 황당했으니까.
“생각해 봐. 만약 내가 네 형수한테 아이를 못 낳는다고, 우리는 앞으로 아이가 없을 거라고 솔직히 말하면 네 형수 심정이 어떻겠어?”“하지만 내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힘에 부치는 거라고, 치료만 잘 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면 네 형수 심정이 어떻겠어?”“전자는 절망이야. 하지만 후자는 그나마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잖아. 한 사람이 무슨 일을 정말 하고 싶을 때 희망도 없다면 어떻게 견지하겠어?”형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걸 나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형의 관점을 동의하는 건 아니다.“그래도 이렇게 형수를 속이는 건 아니지. 이러는 게 왕정민이랑 뭐가 달라?”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생각만 하고 형수 생각은 안 하지?’‘이건 형수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형은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수호야, 넌 아직 너무 어려. 왕정민이 그러는 건 자기 이익 때문이지만, 내가 이러는 건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야.”“내가 네 형수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거고, 이혼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형 한 번만 도와주라. 응?”형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을 보니 너무 곤란하고 고민되었다.정말이지 이 일은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니까.“네 형수 이제 곧 나올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네가 한 번 찔러 봐. 애가 없으면 네 형수가 어떤 반응일지.”형이 또다시 나를 설득했다.그때, 형수가 마침 안방에서 나왔다.형수는 내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목욕 타월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풍만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수호 씨, 언제 돌아왔어요?”형수는 나를 보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웃으며 인사했다.하지만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대답했다.“아까 금방요.”그때 형이 은근히 팔꿈치로 나를 쿡쿡 찌르며 부추기는 바람에 나는 결국 큰마음 먹고 농담하듯 말을 꺼냈다.“형수, 만약 형이랑 애가 없으면 어떨 것 같아요?”“그런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애교 누나의 태도를 먼저 살펴야 할 것 같았다.내가 혼자 결정하는 건 너무 독단적이고 무책임하니까.결국 나는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전송했다.[애교 누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뭔데요?]곧바로 돌아온 애교 누나의 답장에 나는 깊은숨을 들이켜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만약 제가 누나 외에 다른 여자랑 만났어도 저와 만나줄래요?]이 질문이 아주 직설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만약 애교 누나가 싫다고 하면 내가 전에 했던 노력은 수포가 되는 거고 무척 큰 아쉬움이 남을 거다.하지만 이게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잔뜩 긴장해서 애교 누나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누나는 한참이 지나도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너무 불안했다.애교 누나의 마음이 안 좋을 거라는 걸 알기에 나는 먼저 해명했다.[제가 애교 누나한테 구애하는 동안에 한 여자를 만난 관계까지 가졌어요. 누나한테 솔직해지고 싶어서 얘기하는 거예요. 만약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제 연락처 차단해줘요.]이 문자를 보낸 뒤 나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애교 누나가 다시 나한테 답장을 하던 말던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고서.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의 답장이 도착했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사실 진작 눈치채고 있었어요.]애교 누나의 답장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진작 눈치챘다고?’‘그런데도 나한테 몸을 내어주었다는 건가?’이건 너무 놀라운 사실이었다.나는 두근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타자했다.[어떻게 알았어요?][그때 매일 껌딱지처럼 나한테 들러붙었는데 선 넘는 짓은 한 번도 안 했잖아요. 그렇다는 건 혼자 해결했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해결한 것밖에 더 돼요? 혼자 해결했다면 그 정도로 참을 수는 없었을 텐데, 당연히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짐작했죠.][그런데 지금껏 그 상대가 태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태연이 절대 수호 씨더러 솔직하게 말하게 하지 않을 테니 그때 태연을 자빠뜨려라고 했던 거고요.]나
나는 일부러 애교 부리는 말투로 문자를 보냈다.[그런데 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제 마음속에는 애교 누나뿐이에요.]애교 누나는 내 말에 곧바로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오더니 말을 보탰다.[그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듣기 좋네요. 그런데 만약 출세하고 남들 위에 서고 싶다면 남주 비위는 무조건 잘 맞춰 줘요.]나는 애교 누나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 것 같았다.남주 누나는 공무원이기에 다른 정계 인사를 많이 알고 있을 거다.때문에 내가 남주 누나의 비위를 잘 맞춰 주면 나중에 발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다.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런데 정말 화 안 내요? 만약 신경 쓰인다면 솔직하게 말해줘요. 출세하는 기회를 버리더라도 누나를 잃고 싶지 않아요.]이 말은 내 진심이다.애교 누나 정말 좋은 여자이기에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에게 뽀뽀하는 이모티콘을 보내더니 이내 문자 하나를 보내왔다.[이런다고 나 잃지 않아요. 난 언제나 수호 씨 곁에 있을 테니까. 난 수호 씨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어요.]그 문자를 본 순간 나는 너무 감동했다.애교 누나는 어쩜 예쁜 데다 착하기까지 하고 나한테 또 이렇게 잘해주는지.만약 애교 누나 같은 여자와 결혼하면 분명 엄청 행복할 거다.애교 누나는 나한테 또 문자를 보내왔다.[남주가 모레면 간대요. 그러니 남은 시간 얼마 없어요. 내일 기회를 마련해 줄 테니까 꼭 성공해요.]‘나를 도와주려고 내가 자기 친구와 잠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하다니.’애교 누나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이에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네, 누나 말대로 할 게요.]애교 누나 쪽 문제가 해결되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형 쪽 문제다.하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그때, 밖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놀란 나머지 문에 귀를 바싹대고 들었더니 곧바로 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체 왜 그래? 우리 오늘 시도해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는 형을 보니 이 순간 형의 속이 얼마나 탈지 알 수 있었다.곁에서 지켜보는 나까지 속이 말이 아니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형, 너무 낙심하지 마. 요즘 의술이 발달해서 꼭 고칠 수 있을 거야.”“그만 위로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아.”형은 풀이 죽어 말하면서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한의학적으로 봐도 형의 경우는 완치되기 어렵다.때문에 형이 더욱 안쓰러웠다.하지만 지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는 침묵을 지켰다.그대 형이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았다.“수호야, 이러다가 나 정말 미칠 것 같아. 네가 얼른 네 형수 임신시켜. 그러면 나도 이렇게 괴롭지는 않을 거야.”‘또 이 얘기를 하다니.’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숨이 턱 막혔다.“형, 나 좀 더 고민해 볼게.”나는 거절하면서 형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형은 오히려 내 손을 더 꽉 잡았다.“수호야, 더 고민할 필요도 없어. 네가 나 안 도와주면 난 끝장이야. 너도 내가 네 형수랑 이혼하는 게 싫을 거 아니야. 수호야, 형이 이렇게 빌게.”말하면서 아예 무릎 꿇으려는 형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얼른 형을 부축했다.“형, 이러지 마. 알았어. 약속할게.”너무 놀란 나머지 엉겁결에 요구를 들어줬더니 형은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정말이지? 거짓말 아니지?”사실 나는 형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걸 곧바로 후회했다.하지만 이미 말을 꺼냈기에 번복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형의 희망찬 눈빛을 보니 거절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어, 진짜야.”형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수호야, 난 이제 모든 희망을 너한테 걸었어. 형이 남은 인생 행복할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어.”“형, 너무 오버 아니야?”형의 말에 나는 너무 난감하여 거절하기도 힘들었다.‘우선 이렇게 하는 수밖에. 안 그러면 형이 또 무릎 꿇으면 어떡해.’나는 얼른 형을 부축했다.“형, 이따가 먼저 방에 들어가.
‘내가 대체 무슨 약속을 했지?’‘어떻게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에 동의할 수 있지?’‘정말 미쳤네.’나는 괴로워 머리를 쥐어뜯었다.하지만 이미 동의한 마당에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될 대로 되라지.’‘하지만 형수처럼 완벽한 몸매를 가진 여자와 한 번 하는 건 진짜 행복할 것 같단 말이지.’형수를 생각하니 나는 갑자기 안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몰래 엿듣고 싶어졌다.특히 안방 문이 굳게 닫힌 순간 안에서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머릿속으로 상상이 되었다.‘분명 엄청 화끈하겠지?’‘형수는 워낙 열정적이라 분명 엄청 적극적일 거야.’이런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더 이상 내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나는 결국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금살금 안방 쪽으로 걸어갔다.그러고는 얼굴을 문에 바싹 붙이고 안쪽 상황을 엿들었다.그런데 아쉽게도 아무 소리도 드리지 않았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포기하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하지만 속이 어수선하고 거기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액정에 있는 지은의 사진을 확인했다.그걸 볼수록 아래는 점점 더 반응하기 시작했다.나는 아예 바지를 벗어 던지고 손을 움직였다.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형수와 함께 뒤엉켜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상상할수록 자극은 더 심해졌다.특히 형수의 육덕진 몸매와 매력적인 모습을 상상하니 몸이 둥실둥실 하늘을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절정에 도달하려 할 때쯤 안방 문이 갑자기 열렸다.너무 깜짝 놀란 나는 얼른 담요를 덮었다.그리고 간발의 차로 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호 씨, 늦었는데 안 자고 뭐 해요?”“이, 이따가 자려고요. 핸드폰 게임 좀 하고.”나는 불안함에 심장이 두근대고 쿡쿡 찔려 너무 괴로웠다.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게 바로 이런 느낌은 듯싶었다.심지어 자꾸만 형수가 나에게로 다가와 내 꼴을 볼까 봐 걱정되었다.나는 형수가 제발 오지 말기를 간절히 기도했다.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지, 나에게 꼭 시련을 안겨주는 것만 같았다.형수가 나에
“형수, 저, 그게...”나는 더듬거리느라 한마디도 제로 내뱉지 못했다.그러다가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담요를 들어 얼굴을 가렸다.이 순간 형수를 볼 낯이 없었으니까.이 상황이 너무 어색하고 난감했다.그러다 한참 뒤, 형수가 손을 빼면서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양이 정말 많네요. 수호 씨 형이 수호 씨 10분의 1이라도 되면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나는 담요 틈새로 형수의 표정을 살폈다.형수는 손에 묻은 액체를 바로 닦아내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뭐 하는 거지?’‘왜 저걸 저렇게 소중하게 쳐다보는 거지?’나는 너무 혼란스럽고 불안하여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당장이라도 해명하고 싶었다.이에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형수,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나도 알아요. 그런데 왜 여기에서 하는 거예요?”형수는 티슈 한 장을 꺼내 손을 깨끗이 닦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 물음에 나는 너무 난감했다.‘그러게, 왜 여기서 해서는. 차라리 화장실이나 방에서 했으면 얼마나 좋아?’‘젠장,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형수가 나에게 갑자기 다가오더니 뜨거운 숨결을 내 얼굴에 내뿜었다.“설마 우리 소리를 엿듣고 괴로워서 한 거예요?”형수는 화끈한 성격이라 말하는 데 거침이 없다.원래대로라면 이미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런 말을 들으니 나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이런 걸 어떻게 인정해?’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에요.”“아니라고요? 그럼 뭐예요? 어디 한번 말해봐요.”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바라보는 형수의 눈빛에 나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이걸 어떻게 설명하라는 거야?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내가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던 형수는 손을 다시 담요 속으로 넣어 내 그곳을 잡았다.순간 온몸의 피가 한데 쏠리며 머리털이 쭈뼛 곤두섰다.“형수...”나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이런
“형수, 시간도 늦었는데 우리 일찍 쉬는 게 어때요?”나는 한 시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더듬거리며 말했다.그때 형수가 나를 소파 위로 확 밀쳤다.그 행동은 너무 카리스마 있었다.심지어 형수가 이 기회에 나랑 뭐라도 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솔직히 긴장되는 한편 기대되었다.그러면서 형수를 품에 안고 싶어 손을 자꾸만 꼼지락거렸다.그때 형수가 내 옆에 털썩 앉았다.“아직 가지 마요. 다리 좀 주물러 줘 봐요.”형수는 말하면서 소파에 눕더니 다리를 내 허벅지 위에 올려 놓았다.형수의 다리는 가늘고 늘씬한 다리가 아니다. 오히려 살집이 조금 붙어 있다. 하지만 너무 예뻐 내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형수, 그럼 형은...”나는 형이 갑자기 나올까 봐 한편으로 두려웠다.형이 물론 나한테 황당무계한 부탁을 했지만 나와 형수가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마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거다.때문에 형이 나오지는 않을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그때 형수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피곤하다고 이미 잠들었어요. 아마 나오지 못할 거예요.”‘그렇다면 마음 놓을 수 있겠네.’나는 그제야 대담하게 형수의 다리 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형수의 다리는 매끈하니 촉감이 무척 좋았다.게다가 형수라는 신분 때문에 살결이 서로 닿으니 저도 모르게 엉큼한 상상이 들었다.생각할수록 나는 설레고 흥분되었다.물론 욕구를 풀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내가 한참 동안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형수가 뜬금없이 물었다.“수호 씨, 만약 나랑 수호 씨 형 사이에 애가 없다면 어떡해야 하죠?”‘왜 갑자기 이런 걸 묻지?’‘형이 방금 너무 별로여서 만족하지 못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예전 같았으면 나는 분명 포기하지 말라고 형수를 응원해 줬을 텐데, 지금은 왠지 형수의 마음이 알고 싶어졌다.이에 나는 대담하게 질문했다.“형수, 만약, 정말 만약에 형이 안 된다면 다른 사람과 애 낳을 생각
현성은 손을 휙 저었다.“뭔데? 말해 봐.”“네가 나 대신 대출 좀 받아 줘.”은행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실력 있는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했다.현성은 가정형편이 좋으니 내 보증을 서주기에 적합했다.“얼마나 빌릴 건데?”“3억.”나는 필요한 돈보다 더 대출할 생각이었다. 만약 앞으로 혼자 하면 이런저런 지출이 있을 게 뻔하니, 수중에 돈을 남겨두는 건 당연했다.“뭐 하러 그렇게 많이 빌려?”현성은 음식을 우물거리며 물었다.결국 나는 민우와 함께 한의관을 열려고 한다는 걸 털어놓았다.그걸 들은 현성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정수호. 어떻게 민우랑 한의관을 열면서 나한테 말하지 않아? 난 네 친구 아니야?”현성의 반응에 멍해진 나는 한참 뒤에 반응했다.“나도 네가 강북에 온 걸 얼마 전에 알았어.”“그럼 이제 돌아왔는데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돼?”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선 앉아 봐.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현성은 내 말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는 걸 본 나는 조목조목 분석하기 시작했다.“그 한의관을 운영할 사람은 나랑 민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파트너 두 명이 더 있어. 물론 네가 끼어도 되지만 네 성격에 매일 가게에 붙어 있을 수 있어?”내 기억에 따르면 현성은 학교 다닐 때 교실에 붙어 있는 걸 가장 싫어했었다.직접 한의관을 운영하는 건 학교 다니는 것보다 분명 더 바쁠 거다. 뭐든 직접 해야 하는 건 물론,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번 한 적 없는 현성이 그걸 버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분석을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알겠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뭐 하나 해낸 게 없어서 우리 부모님이 맨날 닦달해. 난 진작부터 성과를 내서 두 분께 보여주고 싶었어. 그동안은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너랑 민우가 창업한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등신 같더라. 그래서 나도
게다가 집도 마침 강북에 위치해 있다.나는 얼른 전화번호부에서 조현성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현성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현성아. 나야. 정수호.”[정수호? 오호 브라더. 갑자기 웬일로 연락했어?]대학교 때 친구들은 우리가 늘 꼭 붙어 다닌다고 부부냐며 놀렸었다.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싫었지만, 현성의 성격이 꽤 괜찮은 데다 어디 놀러갈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닌다는 걸 인지한 뒤로는 우리가 친해서 그렇게 놀리는 거라고 점차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성은 웬 여자애를 따라다니느라 대학교를 그만뒀고,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강북으로 돌아왔다는 현성의 SNS를 보고 그에게 연락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용건이 있으니까 했지. 너 지금 어디야? 우리 만날까?”[나야 백수라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하지. 며칠 전에 우리 영감탱이가 날 집에 가두는 바람에 아직도 집에 있어.]“어? 그럼 만나지 못하잖아.”[만나려면 당연히 만날 수 있지. 내가 누구야. 마왕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아니겠어. 우리 집 열쇠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것 같아? 주소 보내 봐. 이따 찾으러 갈게.]현성의 말에 나는 한시름 놓았다.나는 얼른 근처에서 가게를 찾아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그러자 현성은 곧 올 거라며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냈다.약 20분쯤 기다렸을 때 현성은 모습을 비추었다.몇 년 만에 만나서인지 조현성은 많이 변해 있었다. 몸에 살이 올랐고 얼굴도 더 동글동글해졌다. 하지만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고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을 반짝이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글쎄,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 앞에 있는 두 여자애를 향해 휘파람을 불다가 된통 욕까지 먹었다. 하지만 현성은 어찌나 뻔뻔한지 개의치 않고 제 명함까지 건넸다. 물론 그 명함은 예상대로 쓰레기통 행이였지만.“하하. 까칠하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현성은 빙그레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보다 보니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모든 제품을 한번 훑은 뒤 나는 세 가지를 선택했다.“제가 볼 때 이 세 가지가 괜찮아 보여요.”이영미는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이 세 가지로 하지 뭐. 주소 알려 줘.”“제 주소는 왜요?”“먼저 수호 씨 집에 보낼게. 수호 씨가 한번 사용해 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말해 줘. 그러면 내가 다시 살 테니까.”‘나를 실험용 생쥐로 보는 건가?’비록 조금 찜찜했지만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도 마침 사용해보고 싶었으니까. 나는 결국 내 주소를 가르쳐 줬다.이영미가 구매를 마쳤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윤지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밖에서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둘이 뭐 했어?”이영미는 핸드폰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내가 수호 씨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어. 뭐야? 이런 것도 상관하게?”“엄마는 나이도 있으면서 뭐 맨날 사진을 찍어요?”윤지은은 불만 투로 투덜댔으나 표정은 전혀 싫어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도 제 엄마가 아직도 아이 같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가끔 윤지은은 이런 엄마가 부러울 때도 있다. 평생 남편의 예쁨을 받고 아무 고민 없이 영원히 동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식사 후반부는 그런대로 순조로웠다.식사를 마친 뒤 이영미는 함께 노래 부르러 가자고 초대했지만 나는 그걸 거절했다. 이번에는 윤지은도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사장님이 빌려준 레인지로버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고는 형수에게 전화했다. 그러고는 방금 이영미의 병을 봐주고 형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그런데 결국 못 가게 됐어요.”다시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쉬웠다.내 말에 형수는 싱긋 웃었다.[난 계속 집에 있으니까 언제든 와요.]그 순간, 방금 이영미가 산 물건을 형수와 함께 사용하면 분명 끝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이영미가 문건을 고를 때 나
윤지은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 난 꼭 말한 대로 할 테니까.”“그럼 약속한 거예요. 두고 봐요. 지은 씨는 언젠가 저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나는 홱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혼자 룸 안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이영미는 내가 들어오자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건넸다.나는 두말없이 핸드폰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뜬 메시지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이영미가 인터넷으로 중년 부부가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때마침 네티즌들이 댓글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섹스 토이를 추천하며 사진까지 첨부했다.“크흠...”난생처음 보는 신문물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때 이영미가 마침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왜 그래?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데?”“직접 보세요.”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건넸다.폰을 건네받은 이영미는 댓글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고작 이것 때문에 그래? 혹시 우리 지은이랑 이런 거 사용해 본 적 있어?”“아니요. 절대 없어요. 절 그렇게 변태로 몰아가지 마세요.”이영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젊어서 그런지 부끄러움이 많네. 수호 씨도 나이 먹으면 이러지 않을 거야. 사실 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건 즐겁기 위해서라고 봐. 그러니 즐겁고 재밌는 건 해봐야지.”‘제가 경험 많은 어머님과 어떻게 비교하겠어요?’입만 열면 이런 쪽으로 얘기하는 건 난 도저히 할 수 없다. 역시 유부녀라 그런지 욕구도 많고 뭐든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인터넷에서 연애 경험 많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보다 재밌다고 하더라니.그 말인 즉 유부녀가 훨씬 낫다는 말 아니겠나?“지은은?”“모르겠어요.”나는 그 여자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다.그때 이영미가 룸 문을 닫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럼 나 대신 골라 줘. 뭐가 더 재밌을 것 같아?”나는 순간 어리
이영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아. 젊을 때는 누구나 다 경험이 부족해 감정적으로 굴 때가 많아. 이해해. 오늘 기분도 좋은데 이따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 내가 살 테니까.”사실 나는 싫었다. 형수를 만나러 가고 싶었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누구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나는 다급히 부인했다.“제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예요? 저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알았어요.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따발총이야 뭐야? 왜 항상 이렇게 쏘아붙여?’이영미는 딸이 남자 맛을 본 걸 축하한다며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심지어 파티까지 준비하려 했는데 윤지은이 막았다.“엄마, 파티 열면 엄마를 정신병원에 처넣는 수가 있어요.”이런 일로 정말 파티까지 열면 윤지은은 아마 쪽팔려 죽을 거다. 다행히 윤지은의 말은 이영미에게 겁을 주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식사 내내 윤지은의 상태는 계속 이상했고 자꾸만 나를 흘끔거리기까지 했다. 나 역시 윤지은이 무슨 꿍꿍이인지 걱정이 돼 식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는 밖에서 바람을 쐬려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을 나왔다. 그 뒤로 얼마 뒤, 윤지은도 따라 나왔다.“우리 일 이제 들켰는데 어쩔 거야?”‘이건 또 뭔 질문이지?’“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데요?”“정수호. 너 정말 남자 맞아?”윤지은은 낯빛이 어두워져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뜬금없이 욕을 먹은 난 너무 어이없었다.“의견을 묻는 건데 왜 또 화내는 거예요?”“누가 의견 물으래? 네 태도가 궁금하다고.”“제 태도는... 책임져줄 수 있어요. 물론 지은 씨가 원하면.”윤지은은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지어 안색이 점점 어두워져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것도 싫어요? 그럼 뭘 원하는데요?”윤지은은 나에게 바짝 다가오면 싸늘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책임질 건데? 네 애교 누나를 차버리고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야?”“그건 안 되죠. 전 애
“엄마, 괜찮아요?”윤지은은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보통 엄마라면 자기 딸이 우수한 짝을 찾기를 원하지 않나? 왜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게다가 딸이 아무것도 아닌 남자랑 잤다는데 왜 화를 내지 않지?’“괜찮지 그럼. 우리 윤씨 가문은 정략결혼으로 사업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돈 많은 사돈에게 빌붙을 필요도 없어. 난 전에 네 심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문제없다니 오히려 다행이지. 앞으로 외로우면 만나고 싶은 남자 마음대로 만나. 넌 윤씨 가문 딸이잖아.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윤지은의 얼굴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지은은 사실 욕구불만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전에는 정말 힘든 데다 여준휘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에 아무나 만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거였다.“필요 없어요. 요즘 병원 일이 바빠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없어요.”“누굴 속여? 너희 병원 요즘 안 바쁘잖아. 나 고 교수한테 다 물어봤어. 네가 요즘 할 일이 없다면서 휴가 줄 생각도 하던데. 차라리 이참에 수호 씨랑 여행이나 다녀와.”윤지은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버럭 소리 질렀다.“싫어요. 가더라도 혼자 다녀올 거예요.”“혼자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해? 낯선 환경과 낯선 도시에 가면 외로울 때 누가 같이 있어 줘?”“엄마. 말끝마다 남자 얘기하지 마요. 전 독립적인 여성이에요. 남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요.”“우리 딸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나도 잘 알지. 그럼 그냥 친구랑 같이 논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가는 게 혼자보다는 낫잖아. 남자도 사실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면 꽤 즐거워.”그 말에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역시 부자들한테는 뭐든 애완동물로 보이는구나.’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지은 씨, 윤 사모님, 이제 설명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기분이 언짢아 일부러 호칭으로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았다.“가긴 어딜 가?
그때, 슬리퍼 한쪽이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그대로 소파 위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윤지은은 그 틈에 덮쳐와 가위로 내 옷을 마구 잘랐다. 그 모습에 나는 오금이 저려 났다.가위가 조금만 더 아래로 향하면 나는 정말 고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나는 다급히 윤지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정말 저를 고자로 만들 작정이에요? 내 거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잊었어요? 정말 잘라버리면 앞으로 누가 지은 씨 기분 좋게 해줘요?”윤지은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봤다.“그건 너 없이 나 혼자서도 해결해. 그런데 감히 우리 엄마를 노려? 그러면 죽어야지.”“전 지은 씨 어머님 노린 적 없어요. 정말 마사지해 드린 것뿐이에요.”“노린 적 없다고? 그런데 아까 더 세게 하라느니 거친 게 좋다느니 한 말은 뭔데?”“제가 너무 살살 누른다고 더 세게 누르라는 거였어요.”“헛소리하지 마.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내가 들어왔을 때 네놈이 우리 엄마랑 같이 방에 들어가는 거 똑똑히 봤는데. 말해. 우리 엄마한테 나쁜 짓 하려고 했지?”“제가 여색을 밝히는 건 맞지만 짐승은 아니에요. 전에 지은 씨랑 그랬는데 어떻게 지은 씨 어머니를 노리겠어요? 내가 변태도 아니고.”윤지은이 뭐라 하기 전에 이영미가 초조한 모습으로 달려 나왔다.“지은아, 너희 둘... 정말 했어?”윤지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목까지 빨개졌다.“엄마,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요?”이영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용천 호텔에서부터 두 사람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우리 예쁜 딸. 네가 남자랑 사랑도 나누어 봤다니 엄마는 너무 기뻐. 난 네가 불감증인 줄 알았잖아. 어때? 해보니까 기분 좋지? 한 번 하니 또 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지?”윤지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빨갛게 익어 버렸다.“엄마. 좀 점잖게 행동해요.”“에이, 엄마도 다 겪었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랑 수호 씨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절대 못 그래요. 제가 그렇게 물으면 지은 씨는 분명 저를 잡아먹으려고 할 거예요.”나는 바로 거절했다.그러자 이영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우리 딸이 정말 불감증은 아니겠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남자도 안 만나려는 건가? 남자랑 한 번도 해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불쌍한데.”“크흠...”서슴없이 말하는 이영미의 모습에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호 씨, 힘 좀 써봐.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이 정도면 돼요?”“아니. 더 힘써 봐. 난 심플하고 거친 걸 좋아하거든.”“이렇게요?”“아, 좋아...”한편, 집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윤지은은 안에서 어머니와 누군가의 이상한 대화가 들려 다급히 문에 귀를 바짝 댔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대화를 들어 버렸다.그 순간 나와 제 어머니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고 착각한 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문을 확 열어젖히고 노기등등해서 들어왔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하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참 공교롭게도 윤지은이 들어오기 바로 전 이영미는 소파가 불편하다며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이영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나와 이영미가 한 방에 같이 있는 장면을 윤지은에게 들키고 말았다.단단히 화가 난 윤지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위를 집어 들었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 넘봐? 내가 너 다시는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야.”나는 침실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도어락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영미가 얼른 마사지해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바로 그걸 무시해 버렸다.고개를 돌렸을 때 이영미는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게다가 슬립이 너무 짧아 예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이런 상태에서 마사지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을 때, 이영미가 말했다.“안 될 거 뭐 있어? 집에 사람도 없는데. 무엇보다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잖아. 얼른 눌
“이렇게요. 손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쫙 펴야 해요.”나는 최선을 다해 시범을 보여주었다.그때 이영미가 갑자기 내 바지춤을 잡으며 말했다.“옷이 너무 커서 시선이 막히잖아. 옷 벗어 봐. 그래야 잘 보이지.”“어머님, 그건 안 돼요...”“그럼 옷을 들어 올리던가. 이렇게 하면 잘 안 보여.”나는 어쩔 수 없이 티셔츠 밑단을 위로 들고 다시 시범을 보여주었다.“보세요. 이렇게 손가락을 놓으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간격이 조금 생기는데 그 위치가 바로 우리가 찾으려는 혈자리예요.”“똑바로 앉아 봐. 잘 안 보여.”이영미는 또다시 나를 마구 잡아당겼다. 이러다가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 “어머님, 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 직접 찾아보세요.”“이렇게? 이것 봐, 내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니까.”이영미는 동안에 귀염 상이지만 손은 어찌나 둔한지 계속 틀렸다.결국 보다 못한 나는 직접 가르쳐주었다. 다만 자세만 잡아주고 혈자리를 찾는 건 역시나 이영미 스스로 찾게 했다.“혈자리를 찾았다면 가볍게 눌러 봐요. 시큰거리는지 확인해 봐요.”그 과정에 나는 이영미를 보지 않으려고 계속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 말에 이영미는 혈자리를 살짝 눌렀다.“아. 진짜 시큰거리는 것 같네. 앞으로 여기를 누르면 해소된다는 거지?”“네.”나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이영미의 맥을 짚었다.이영미는 낮은 소리로 진작 물었던 걸 그랬다며 혼잣말했다. 이영미의 모습을 보니 연기 같지는 않았다. 아까 계속 내 바지를 내리려 해서 하마터면 이영미가 나한테 뭐라도 할 줄 알고 진땀을 뺐는데, 보아하니 내가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었다.맥을 한참 짚어본 뒤 나는 상황을 말했다.“보아하니 편두통이 있으신 것 같아요. 손으로 마사지하면 두통이 사라질 거예요.”나는 이영미더러 소파에 기대앉게 하고 나는 소파 뒤에 선 채 머리를 마사지해 줬다.그때 이영미가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