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단 생각을 잘해야 해요. 누나는 왕정민이 몰락했으면 하는 거예요, 아니면 누나의 재산을 가져오고 싶은 거예요?”“만약 이 동영상을 그 여자한테 보낸다면 그 여자는 분명 왕정민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만약 왕정민도 화가 나서 눈이 돌면 누나한테 해코지할 수도 있어요.”“하지만 우리가 손에 든 증거로 왕정민이랑 협상을 한다면 누나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요.”애교 누나는 화가 덜 풀린 듯했다.“하지만, 원래 나한테 속한 물질적인 것만 가져오면 그 인간 좋은 일만 한 거잖아요! 그 인간이 나한테 했던 일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요.”난 누나의 말에 대꾸해 줄 수가 없었다. 나도 그 일에 가담했으니까.문득 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애교 누나는 그 순간 내 변화를 포착이라도 한 듯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수호 씨, 수호 씨 들으라고 한 말 아니에요. 난 그냥 왕정민을 탓할 뿐이에요. 난 수호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난 수호 씨를 탓한 적 한번도 없어요.”난 마음속으로 너무 고마웠다. 애교 누나가 나한테 준 믿음뿐만 아니라 나한테 보여준 관심과 배려 덕에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으니까.“애교 누나, 난 진심으로 누나가 그 일에서 벗어나서 자기 삶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왕정민의 영향을 받지 마요.”이건 나의 진심이다.애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수호 씨 말 무슨 뜻인지 알아요. 나도 알고 있어요. 내가 왕정민이랑 빨리 이혼해야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는 걸. 나도 더 고민해 볼 게요!”애교 누나의 대답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가요. 우리 먼저 룸으로 들어가요. 오늘 저녁 왕정민이랑 싸우고 싶지도 않고 그 인간 보고 싶지도 않아요!”“그래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애교 누나랑 룸으로 향했다.“너네 둘 뭐야? 왜 이렇게 오래 있다가 와?”남주 누나는 심문하는 듯한 눈빛으로 우리 둘을 쳐다보았다.난 남주 누나가 분명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그녀의
갑자기 생각난 건데 내 사진첩엔 남한테 보여줘서는 안 되는 사진들이 있었다.전부 지은이 보내준 사진들이었다.‘남주 누나가 지금 내 사진첩을 뒤지는 건 아니겠지?’난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 말했다.“남주 누나, 다 봤어요? 다 봤으면 핸드폰 돌려줘요.”남주 누나는 고개도 쳐들지 않은 채 말했다.“아직 다 못 봤어. 다 보고 나서 돌려줄게.”불길한 예감은 점점 더 심해졌다.남주 누나는 지금 분명 나에 관한 걸 보고 있다.그리고 자기의 핸드폰을 꺼내 들고 내 핸드폰에 대고 찰칵찰칵 한참을 찍어 댔다.난 점점 더 불안해져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걸어갔다.“남주 누나, 진짜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내 핸드폰으로 뭘 뒤지고 있는 거예요?”남주 누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푸들, 왜 이렇게 긴장해? 설마 핸드폰에 남들한테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 같은 게 있는 거야?”“그런 거 없어요!”“없으면 왜 이렇게 긴장한 건데?”난 마음이 어지러워 대답했다.“누나의 이 행위가 내 사적인 영역을 침범했어요. 만약 내가 함부로 누나 핸드폰을 뒤지고 그러면 누나는 기분이 좋겠어요?”남주 누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나한테 건네주며 말했다.”난 상관없어, 보고 싶으면 맘껏 봐, 난 전혀 상관없거든.”난 그냥 어이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남주 누나는 악마인 게 틀림없어.’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난 좀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누나 핸드폰 필요 없어요. 난 그저 누나가 내 핸드폰을 돌려줬으면 좋겠어요.”“거봐, 넌 나한테 네 핸드폰 속 비밀을 들킬까 봐 급급히 핸드폰을 가져가려는 거잖아?”“아주 순진한 청년인 줄 알았더니 내면엔 짐승이 살고 있었네? 네가 이러니까 더 궁금해지네, 네 핸드폰 속에 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남주 누나는 일부러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난 정말 남주 누나 때문에 화병이 날 지경이었다.룸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달려들어 빼앗을 수도 없었다.‘하지만 뺏지 않으면 내 핸드폰 속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쳤다.돌아가는 길에 남주 누나가 기어코 나랑 애교 누나를 끌고 같은 차에 탑승하는 바람에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것도 애교 누나가 앞에서 운전하고 나와 남주 누나가 뒤에 앉은 상태로 말이다.“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내가 너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남주 누나는 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심지어 일부러 바싹 붙으며 야릇한 분위기를 풍겼다.이에 나는 얼른 누나한테 경고했다.“남주 누나, 뭐 하자는 거예요? 애교 누나가 앞에 앉아 있는데, 질투하면 어떡하려고요?”“애교는 내가 너한테 호감 있는 거 진작 알고 있었어. 오히려 너야말로, 내가 안 예뻐? 몸매가 좋다는 생각 안 들어?”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뇨, 누나 예뻐요. 몸매도 좋고.”“그러면 왜 나랑 안 자는데?”생각지도 못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남주 누나의 말에 내 마음은 간질거리고 두근대기 시작했다.심지어 말조차 더듬거렸다.“누, 누가 싫댔어요? 누나가 매번 이상한 포인트에서 끊었잖아요.”“그래서 다른 여자 찾아갔어?”‘역시나, 이걸 물고 늘어질 줄 알았어.’나는 사실 진작 변명을 생각해 두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답했다.“누가 다른 여자 찾아갔다고 그래요? 사람 함부로 모함하지 말아요.”“아니야? 그럼 앨범에 있는 적나라한 노출 사진은 어떻게 해명할 건데?”“그 사진이요? 그거 다 인터넷에서 찾은 거예요. 예뻐서 저장했고요.”“정말이야?”“당연하죠. 설마 지금 제가 애교 누나한테 미안할 짓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이럴 때 보면 내 얼굴도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만약 예전이었다면 절대 이러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내 허리를 꼬집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왜 또 그래요?”그저 낮은 소리로 물을 뿐.남주 누나는 입가에 냉소를 띤 채로 물었다.“윤지은이 누구야?”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머
“그 윤지은이라는 여자랑도 이렇게 잠자리 가진 거야?”“아니요.”“그럼 뭔데?”사실 지난번 형수한테 지은과의 일을 들킨 뒤 나는 바로 대화 기록을 삭제했었다.때문에 누나가 본 건 최근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뿐이다. 그러니 나와 지은이 무슨 사이인지 당연히 모른다.이 일에 대해 나는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다.한번 거짓말을 시작하면 더 많은 거짓말로 그걸 둘러대야 하니까.그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악순환과도 같다.심지어 지은과의 일을 애교 누나한테 솔직히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하지만 내가 진실을 얘기하면 애교 누나가 왕정민을 미워하는 것처럼 나를 미워할까 봐 두려웠다.마음이 너무 모순되고 고민된 나머지 나는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대답했다.“나중에 기회 되면 천천히 설명할게요.”나는 말하면서 손을 움츠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앞 좌석에 앉은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순간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지은과의 일도 이미 충분히 애교 누나한테 미안한데 계속 이렇게 해야 하나?’내가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동네에 도착했다.애교 누나 집에 가자는 남주 누나의 초대도 거절해 버렸다.아직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돌아가서 잘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애교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식으로 애교 누나와 만나고 싶으니까.그렇다면 애교 누나한테 상처 주는 일은 하면 안 된다.집에 도착하니 형이 기분이 언짢은 듯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런 형을 보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형, 왜 그래? 형수는?”“샤워 중이야.”자세히 들어 보니 욕실 안에서 희미한 물소리가 들렸다.그 순간 형이 왜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됐다.형수가 지금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데 그걸 만족시켜 줄 수 없으니 고민될 터다.“수호야, 내가 전에 했던 얘기 생각해 봤어?”그때 형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그 일은 생각도 안 해 봤는데.’그도 그럴 게, 형의 요구가 너무 황당했으니까.
“생각해 봐. 만약 내가 네 형수한테 아이를 못 낳는다고, 우리는 앞으로 아이가 없을 거라고 솔직히 말하면 네 형수 심정이 어떻겠어?”“하지만 내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힘에 부치는 거라고, 치료만 잘 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하면 네 형수 심정이 어떻겠어?”“전자는 절망이야. 하지만 후자는 그나마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잖아. 한 사람이 무슨 일을 정말 하고 싶을 때 희망도 없다면 어떻게 견지하겠어?”형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걸 나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형의 관점을 동의하는 건 아니다.“그래도 이렇게 형수를 속이는 건 아니지. 이러는 게 왕정민이랑 뭐가 달라?”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생각만 하고 형수 생각은 안 하지?’‘이건 형수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형은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수호야, 넌 아직 너무 어려. 왕정민이 그러는 건 자기 이익 때문이지만, 내가 이러는 건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야.”“내가 네 형수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거고, 이혼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형 한 번만 도와주라. 응?”형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을 보니 너무 곤란하고 고민되었다.정말이지 이 일은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니까.“네 형수 이제 곧 나올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네가 한 번 찔러 봐. 애가 없으면 네 형수가 어떤 반응일지.”형이 또다시 나를 설득했다.그때, 형수가 마침 안방에서 나왔다.형수는 내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목욕 타월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풍만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수호 씨, 언제 돌아왔어요?”형수는 나를 보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웃으며 인사했다.하지만 나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대답했다.“아까 금방요.”그때 형이 은근히 팔꿈치로 나를 쿡쿡 찌르며 부추기는 바람에 나는 결국 큰마음 먹고 농담하듯 말을 꺼냈다.“형수, 만약 형이랑 애가 없으면 어떨 것 같아요?”“그런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애교 누나의 태도를 먼저 살펴야 할 것 같았다.내가 혼자 결정하는 건 너무 독단적이고 무책임하니까.결국 나는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전송했다.[애교 누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뭔데요?]곧바로 돌아온 애교 누나의 답장에 나는 깊은숨을 들이켜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만약 제가 누나 외에 다른 여자랑 만났어도 저와 만나줄래요?]이 질문이 아주 직설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만약 애교 누나가 싫다고 하면 내가 전에 했던 노력은 수포가 되는 거고 무척 큰 아쉬움이 남을 거다.하지만 이게 정확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나는 잔뜩 긴장해서 애교 누나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누나는 한참이 지나도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너무 불안했다.애교 누나의 마음이 안 좋을 거라는 걸 알기에 나는 먼저 해명했다.[제가 애교 누나한테 구애하는 동안에 한 여자를 만난 관계까지 가졌어요. 누나한테 솔직해지고 싶어서 얘기하는 거예요. 만약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제 연락처 차단해줘요.]이 문자를 보낸 뒤 나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애교 누나가 다시 나한테 답장을 하던 말던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고서.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의 답장이 도착했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사실 진작 눈치채고 있었어요.]애교 누나의 답장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진작 눈치챘다고?’‘그런데도 나한테 몸을 내어주었다는 건가?’이건 너무 놀라운 사실이었다.나는 두근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타자했다.[어떻게 알았어요?][그때 매일 껌딱지처럼 나한테 들러붙었는데 선 넘는 짓은 한 번도 안 했잖아요. 그렇다는 건 혼자 해결했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해결한 것밖에 더 돼요? 혼자 해결했다면 그 정도로 참을 수는 없었을 텐데, 당연히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다고 짐작했죠.][그런데 지금껏 그 상대가 태연이라고 생각했어요. 태연이 절대 수호 씨더러 솔직하게 말하게 하지 않을 테니 그때 태연을 자빠뜨려라고 했던 거고요.]나
나는 일부러 애교 부리는 말투로 문자를 보냈다.[그런데 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제 마음속에는 애교 누나뿐이에요.]애교 누나는 내 말에 곧바로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오더니 말을 보탰다.[그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듣기 좋네요. 그런데 만약 출세하고 남들 위에 서고 싶다면 남주 비위는 무조건 잘 맞춰 줘요.]나는 애교 누나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 것 같았다.남주 누나는 공무원이기에 다른 정계 인사를 많이 알고 있을 거다.때문에 내가 남주 누나의 비위를 잘 맞춰 주면 나중에 발전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다.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런데 정말 화 안 내요? 만약 신경 쓰인다면 솔직하게 말해줘요. 출세하는 기회를 버리더라도 누나를 잃고 싶지 않아요.]이 말은 내 진심이다.애교 누나 정말 좋은 여자이기에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에게 뽀뽀하는 이모티콘을 보내더니 이내 문자 하나를 보내왔다.[이런다고 나 잃지 않아요. 난 언제나 수호 씨 곁에 있을 테니까. 난 수호 씨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어요.]그 문자를 본 순간 나는 너무 감동했다.애교 누나는 어쩜 예쁜 데다 착하기까지 하고 나한테 또 이렇게 잘해주는지.만약 애교 누나 같은 여자와 결혼하면 분명 엄청 행복할 거다.애교 누나는 나한테 또 문자를 보내왔다.[남주가 모레면 간대요. 그러니 남은 시간 얼마 없어요. 내일 기회를 마련해 줄 테니까 꼭 성공해요.]‘나를 도와주려고 내가 자기 친구와 잠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하다니.’애교 누나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이에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네, 누나 말대로 할 게요.]애교 누나 쪽 문제가 해결되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형 쪽 문제다.하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지 못했다.그때, 밖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놀란 나머지 문에 귀를 바싹대고 들었더니 곧바로 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체 왜 그래? 우리 오늘 시도해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는 형을 보니 이 순간 형의 속이 얼마나 탈지 알 수 있었다.곁에서 지켜보는 나까지 속이 말이 아니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형, 너무 낙심하지 마. 요즘 의술이 발달해서 꼭 고칠 수 있을 거야.”“그만 위로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아.”형은 풀이 죽어 말하면서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한의학적으로 봐도 형의 경우는 완치되기 어렵다.때문에 형이 더욱 안쓰러웠다.하지만 지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는 침묵을 지켰다.그대 형이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았다.“수호야, 이러다가 나 정말 미칠 것 같아. 네가 얼른 네 형수 임신시켜. 그러면 나도 이렇게 괴롭지는 않을 거야.”‘또 이 얘기를 하다니.’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숨이 턱 막혔다.“형, 나 좀 더 고민해 볼게.”나는 거절하면서 형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형은 오히려 내 손을 더 꽉 잡았다.“수호야, 더 고민할 필요도 없어. 네가 나 안 도와주면 난 끝장이야. 너도 내가 네 형수랑 이혼하는 게 싫을 거 아니야. 수호야, 형이 이렇게 빌게.”말하면서 아예 무릎 꿇으려는 형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라 얼른 형을 부축했다.“형, 이러지 마. 알았어. 약속할게.”너무 놀란 나머지 엉겁결에 요구를 들어줬더니 형은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정말이지? 거짓말 아니지?”사실 나는 형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걸 곧바로 후회했다.하지만 이미 말을 꺼냈기에 번복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형의 희망찬 눈빛을 보니 거절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어, 진짜야.”형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수호야, 난 이제 모든 희망을 너한테 걸었어. 형이 남은 인생 행복할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어.”“형, 너무 오버 아니야?”형의 말에 나는 너무 난감하여 거절하기도 힘들었다.‘우선 이렇게 하는 수밖에. 안 그러면 형이 또 무릎 꿇으면 어떡해.’나는 얼른 형을 부축했다.“형, 이따가 먼저 방에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