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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원경릉을 찾아온 위왕

위왕의 얼굴이 더욱 잿빛으로 변하더니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무릎을 비볐다. 원경릉은 위왕의 손이 각종 상처로 가득한 것을 봤고, 몇몇 마디에 피부가 벗겨져 있는 것이 주먹으로 뭔가를 내리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이렇게 멀리서 대충 봐도 피범벅인 느낌이다.

“아직 왜 절 찾아오셨는지 얘기 안 하셨어요.” 위왕이 이런 모습이라 쓸데없는 동정심이 생기지 않게 원경릉이 얼른 시선을 거뒀다.

위왕이 작은 소리로: “전 내일 북군 군영에 가야해요. 가기 전에 그녀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그녀를 찾아가지 마세요.” 원경릉이 위왕의 말을 듣고 얼른 경고하며 말했다.

위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찾아가지 않을 겁니다. 당신에게 얘기하려고 왔어요. 당신이 적당한 때에 그녀에게 전해주세요.” 원경릉이 위왕을 한동안 쳐다보고 비로소: “말씀하세요.”

원경릉은 정말 위왕의 진심을 들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연유에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말이다.

너무 잔인했다. 살인은 그저 목이 땅에 떨어질 뿐.

위왕의 입술이 꿈틀거리며, “물 한 잔만 주실 수 있으세요?”

원경릉이 만아에게 고갯짓으로 찻물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만아가 나가고, 잠시 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가져와 올리며, “왕야 드세요!”

말을 마치고 만아가 방금 서있던 자리로 가서 원경릉을 지켰다.

물이 뜨거워서 한 모금 씩 마시는 위왕의 모습을 보고 마치 한동안 물을 마셔본 적이 없는 듯, 극도의 갈증상태처럼 보였다.

물을 다 마시길 기다려 원경릉이: “말씀하셔도 돼요.”

위왕의 입가에 아직 물방울이 맺혀 있는데 아무렇게 손으로 쓱 닦는 모습이 털끝만치도 친왕이란 사실을 개의치 않는지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한참 뒤에 위왕이 비로소 작은 목소리로: “당신들은 믿을 리 없다는 걸 알지만, 전 정말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살구 빛이 도는 노란 비단 옷을 입고 목에는 전기석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꽃신이 더러워져서 그녀가 고개를 숙여 손수건으로 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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