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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4화

진비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앞으로 아들을 낳을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북당을 빼앗기게 될 텐데.’

진비는 기왕비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

기왕비는 전부터 누군가에게 기왕의 오랜 비밀을 발설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이의 치부를 발설하고 나니 예상과 반대로 마음에 돌덩이라 들어앉은 듯 무거웠다. 하지만 기왕비는 기왕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 지 오래이기에 돌덩이 같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딸이었다.

만약 기왕이 중죄인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딸마저도 죄인의 딸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기왕이 죽든 살든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딸 때문이라도 처벌은 막아야 했다.

*

제왕의 상태는 점점 나아졌지만 상처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보름 넘게 밖에 나가지 못했다.

원용의는 제왕 곁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수발을 들었다. 제왕은 그런 원용의에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다.

제왕은 수차례 어의의 진료를 받았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아프다고 거짓말한 것을 혹시 원용의가 알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사실 원용의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모른척했다.

날이 갈수록 제왕은 더 불안해졌다.

결국 제왕은 용기를 내어 원용의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용의야, 본왕이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여기 앉아서 내 말을 듣거라.”

제왕은 그녀가 준비해 온 약을 마시며 원용의를 바라보았다.

원용의는 침상 옆에 앉아 의아한 표정으로 제왕을 보았다.

제왕은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본왕이 병을 앓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건 너를 속이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

“저를 속이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내가 널 속인 거 몰랐니?” 제왕은 깜짝 놀랐다.

“몰랐는데……” 원용의가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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