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비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앞으로 아들을 낳을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북당을 빼앗기게 될 텐데.’진비는 기왕비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 기왕비는 전부터 누군가에게 기왕의 오랜 비밀을 발설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이의 치부를 발설하고 나니 예상과 반대로 마음에 돌덩이라 들어앉은 듯 무거웠다. 하지만 기왕비는 기왕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진 지 오래이기에 돌덩이 같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딸이었다. 만약 기왕이 중죄인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면 딸마저도 죄인의 딸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기왕이 죽든 살든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딸 때문이라도 처벌은 막아야 했다. *제왕의 상태는 점점 나아졌지만 상처 부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보름 넘게 밖에 나가지 못했다.원용의는 제왕 곁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수발을 들었다. 제왕은 그런 원용의에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다. 제왕은 수차례 어의의 진료를 받았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아프다고 거짓말한 것을 혹시 원용의가 알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사실 원용의도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모른척했다. 날이 갈수록 제왕은 더 불안해졌다. 결국 제왕은 용기를 내어 원용의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용의야, 본왕이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여기 앉아서 내 말을 듣거라.”제왕은 그녀가 준비해 온 약을 마시며 원용의를 바라보았다.원용의는 침상 옆에 앉아 의아한 표정으로 제왕을 보았다.제왕은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왔다.“본왕이 병을 앓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건 너를 속이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어.”“저를 속이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설마…… 내가 널 속인 거 몰랐니?” 제왕은 깜짝 놀랐다.“몰랐는데……” 원용의가 쏟아지는 눈물을 참아
제왕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에 눈물이 흘렀다. ‘이래서 주수보가 하루 만에 백발이 되었구나……’늘 있던 사람이 곁에 없자 제왕의 마음은 괴로웠다.*다음날 아침. 잠깐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제왕이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눈을 뜨자 어떤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밤새 잠을 잘 못 잔 그는 눈앞이 뿌옇게 보였다. 정신이 몽롱하니 제왕은 자신이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구나 깨달았다. “잘 잤습니까?”그녀의 한 마디에 그의 코끝은 시큰해졌고, 눈물이 터질 뻔했다.원용의는 따끈따끈한 죽을 침상 옆 탁자에 놓고 “왜 울려고 그래요? 어디 아픕니까?”라고 물었다.“왜 여기 있어? 친정에 갔다고 하던데……”그의 목소리는 하루사이에 많이 쉬어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조모님 생신이라 어제 오후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이것 보십시오! 조모께서 저랑 제왕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니까요? 이게 당신 겁니다!”그녀는 싱그럽게 웃으며 소매주머니에서 복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 손을 넣어 기다란 금괴를 꺼냈다.“조모님의 생신이라고? 그걸 내가 왜 몰랐지?” 제왕은 눈을 비볐다.“다치고 경황이 없었잖아요. 저도 깜빡했다가 어제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죽만 준비하고는 금방 또 가봐야 합니다.”원용의는 죽을 후후 불어서 제왕에게 줬다. “참, 방금 상궁이 그러던데, 어젯밤에 탕약도 안 마셨다면서요? 왜 그랬어요?”“그건…… 상궁이 약과를 준비해주지 않아서 안 마셨어.”“은근히 까다롭다니까?” 원용의가 웃으며 그에게 죽을 먹였다. 제왕은 두어 술 먹고는 그녀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난 네가 친정으로 갔다길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왜 그렇게 생각했죠? 제 물건들이 아직 여기 있는데 제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겠어요?”“전에 나를 떠나서 여기저기 여행하며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왕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
제왕의 시간은 자객의 습격을 받았을 때에서 멈춘 것 같았다. 기왕이 범인이라는 모든 증거물을 제출하였으나 그는 아직 처벌받지 않았고 명원제 쪽에서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수사에는 진전이 없는 듯했고, 자객 검거에 힘을 쓰지 못했다며 우문호는 또 면직을 당했다. 두 번의 면직에 우문호는 조정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짓궂은 사람들은 우문호를 보고 복직 후 최단 면직 기록을 세웠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임신한 부인도 지키지 못하고 안왕에게 구박을 받다 못해 두 번째 면직이라는 수치를 겪다니.그런 말들은 쉬이 당사자의 귀에 흘러들어 갔다. 우문호는 하도 욕을 먹어서 자신이 장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의 실직은 원경릉에게 행복이었다. 원경릉은 속으로 명원제가 우문호의 안전을 위해 일부러 그를 면직시킨 게 아닌가 생각했다. 출산까지 두세 달 남은 순간 매일 우문호와 붙어있을 생각에 그녀는 너무나도 행복했다.*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벌써 2월 중순이 되었다. 조어의는 원경릉에게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고, 그 때문에 원경릉은 방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최대인이 소개해준 산파는 이미 경중에 도착했고, 그들은 왕비 뱃속의 아이가 셋이라는 말을 듣고 기함을 토했다. 탕양은 산파들에게 궁중에서 대기하라고 했으며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 각종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응방법을 가르쳤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불러 왕부 안에 수술실을 만들어놓았다.수술실 안에 밤에도 빛을 낼 수 있는 야광주(夜光珠)를 4개 박아 두고, 외부 공기가 쉽게 통하지 못하도록 공기가 통하는 구멍은 4개만 뚫었다. 원경릉은 수술실이 완성되는 동안 수술침대, 들것, 휠체어, 아기 침대, 유모차 등 직접 도면을 그려 기술 관리에게 만들도록 했다.모든 것이 순리대로 준비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원경릉은 최악의 상황을 그렸다. 아이가 달을 다 못 채우고 나올 경우. 그녀는 첫 출산이고, 세 쌍둥이이기에 조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태어난 아이들이 저체중일 가능성이 높은데, 산파들이 아이를
다시 말해서 그날 제왕과 원경릉의 암살 작전은 소규모 집단의 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었다.만약 금군과 부병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왕과 원경릉은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이를 알고 있음에도 명원제는 여전히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친왕들도 조정의 신하들도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기왕은 옥중에서 만언서를 써서 명원제에게 올렸다. 하지만 그 만언서(萬言書)는 명원제의 심기를 건드렸고 그는 만언서를 갈기갈기 찢으며 “개소리를 열심히도 적어놨네.”라고 말했다.진비는 그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떨었고 그 길로 곧장 기왕비를 보러 갔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무슨 생각으로 만언서를 쓰라고 해서 황상을 분노하게 만든 게냐!”기왕은 한 달 동안 옥에 갇혀있었고, 만언서를 쓰기에는 돌아가는 정세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부황께서 화가 나셨나요? 제가 의도하던 바입니다.”기왕비가 대답했다.“의도했다고? 황상을 실망시킨 게 네 의도였다고? 넌 기왕을 사지로 몰아넣을 셈이야?”“모비, 부황께서 기왕에게 실망을 해야 기왕이 풀려날 수 있습니다. 만언서 내용을 보고 부황께서는 기왕의 머리로는 절대 제왕과 초왕비를 해칠 계획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아셨겠죠.”기왕비의 말을 듣고 진비가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비는 진비를 안심시킨 후 초왕부로 가서 원경릉을 만났다.*초왕부.우문호는 아침 일찍부터 주지스님을 마중하기 위해 나갔다. 그는 원경릉이 왜 주지스님을 만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최대한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리 않으려고 그녀의 말에 토 달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내가 아이를 낳아봤어야 알지…… 내가 모르는 일이니 경릉이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우문호는 원경릉의 안정을 위해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그래서 기왕비가 때가 되면 원경릉을 찾아와 바깥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했다.초왕부에 도착한 기왕비는 원경릉에게 인사 몇 마디를 건네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
손왕비도 요즘따라 초왕부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날 손왕비는 정화군주가 만든 옷 3벌을 가지고 왔다. 정화군주는 예쁘게 수를 놓고 싶었지만 어린 아이들의 피부는 민감하기에 순면 그대로 깔끔하게 만들었다. “군주가 말하길 아이들은 피부가 연해서 본연 그대로 입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데는 수를 못 놓고, 옷자락에 자그마한 꽃 한 송이를 수놓았답니다.”손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은 옷을 만지작거리며 정화군주의 실력에 감탄했다. 옷감도 매우 부드러웠고, 가벼웠다.“정화군주께서 고생이 많았네요. 왕비님께서는 정화군주를 뵙고 오신 겁니까?”“예, 정화군주가 초왕비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초왕비는 참 마음 따듯한 사람입니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정화군주를 초왕비께서 보호해 주신 겁니다.”“사실, 태상황 님께서 군주에게 사람을 보내라고 하신 겁니다.”“태상황님이요? 태상황께서 그녀를 기억하십니까? 군주가 이 얘기를 들으면 분명 좋아할 겁니다.”손왕비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정화군주께서는 기력은 많이 회복했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손왕비는 두루마기를 접어서 한쪽으로 놓았다.“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해요. 하지만 초왕비가 보내준 약을 먹고 나서는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약에 너무 의존을 한 탓인지 약을 먹으면 자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온대요.”“지금은 그럴 수 있어요.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 약을 천천히 줄이면 됩니다.”손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맞다! 셋째에게 서신이 왔어요.”라고 말했다.“서신에 뭐라고 적혀있습니까?” 원경릉은 손왕비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았다.“별 말 없었습니다. 뭐 정화군주는 어떻게 지내는지, 건강은 어떤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답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둘째는 정화군주의 일을 그에게 전하라고 했는데, 제 생각엔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원경릉은 손왕비의 말을 듣고
냉정언이 나오고 그 뒤에 원경릉이 만아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먼저 나와있던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았고, 세 사람은 초왕부의 문으로 들어오는 강녕후 내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강녕후는 마흔 살쯤으로 보였으며 키가 크고 부리부리한 눈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검은 비단옷을 입고 대나무가 수 놓인 망토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정갈했다.그의 곁에는 강녕후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담해보이는 강녕후의 부인 주패가 서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이를 낳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탱탱하고 탄력이 있었다. 주패부인은 연지곤지를 바르고 머리를 하나로 단정하게 쪽을 지었다. 그녀는 옷도 장신구도 많이 하지 않았으며 그 모습이 참 검소해 보였다. 그는 흰색 치마를 입고 강녕후와 같은 검은 망토에 대나무가 수놓아져 있었다. 두 사람이 대문을 걸어오는 데 주변 분위기가 청량해질 만큼 걸음걸이가 시원시원했다.“왕비를 뵙습니다!” 강녕후 내외가 앞으로 나와 원경릉에게 인사를 했다. 원경릉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후작, 부인. 예를 거두시고 어서 들어가 앉으세요!”라고 말했다.주패부인은 원경릉의 배를 보고 웃으며 “왕비님 이제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제 아홉 달이 넘었죠?”라고 물었다.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우문호가 “아니요. 아직 그것보다 더 남았어요.”라고 말했다.“예? 아직 더 남았다고요? 어떻게……” 강녕후 내외는 줄곧 경중에 있지 않았기에 원경릉이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우문호는 놀란 주패부인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아, 배가 크지요? 이 안에 세 아이가 들어있어서 그래요.”“세 아이요? 정말 경사네요!” 주패부인이 말했다.강녕후는 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을 보았다. 그의 두 눈동자에는 부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주패부인은 빠르게 강녕후의 눈빛을 읽고 남들이 안 보는 사이에 조용히 강녕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여자들은 자연히 난각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태후께서
사식이가 원경릉과 주패부인의 말을 듣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혼인하자마자요? 조모님께서 말씀하시길 강녕후 나으리는 이미 두 아들과 하나의 딸이 있다고 했는데요? 그중 아들 하나는 의붓아들로 대주의 명장인 진전정 장궁이라고…… 그럼 어떻게 두 분이 결혼을 하신 거죠?”‘아 사식이 저 녀석이……’원경릉은 인상을 쓰고 사식이에게 그런 걸 왜 묻느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사식이는 원경릉의 표정을 읽고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어머, 실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주패부인은 너그럽게 웃으며 “괜찮아요. 그건 숨길 일이 아니니까요. 예 맞습니다. 아들 하나와 딸 하나는 제가 낳은 게 아닙니다. 전 강녕후의 후처입니다.”라고 말했다.“그렇군요!” 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패부인은 머쓱한 표정으로 “원누이, 제가 나가서 차를 좀 끓여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같이 가시죠.” 원경릉은 배를 짚고 일어났다. 순간 허리에 무리가 갔는지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뒤로 넣어 허리뼈를 주물러 보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부위라 불가능했다.놀란 주패부인이 일어나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배가 이렇게 크니 그렇게 급히 일어나시면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게 당연하죠.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것도 고통스러우시죠? 제가 한 번 문질러 드릴 테니 한 번 맡겨보세요. 혈은 건드리지 않고 뱃속의 아이들도 다치지 않을 겁니다.”“너무…… 너무 실례를 범하는 것 같아서요. 이를 어쩌죠?” 원경릉이 말했다.“괜찮습니다. 장차 황제를 낳으실 몸인데 그런 말씀 마세요.”부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원경릉 뒤에 다른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천천히 벌려 원경릉 등에 대고 열 손가락을 이용해 천천히 문질렀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원경릉의 등에 닿자 시원하면서도 허리가 편안해졌다.주패부인이 한참을 주무르자 원경릉의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 원경릉은 잠을 푹 잔 것처럼 온몸이 개운했다.“제가 침을 안 가져
복통으로 고생하는 원경릉원경릉이 날짜를 따져보더니 배도 좀 처진 게 8,9일 안에 낳을 것이 틀림없다.하지만 원경릉은 갈수록 힘들어서 밤새 잠도 못 자고, 숨이 차서 어떨 때는 젖 먹던 힘까지 용을 써야 겨우 숨이 쉬어질 정도다.궁에서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어의가 4조로 교대 근무하며 원경릉의 곁을 지켰다.주지스님도 초왕부에 머무르지만 때때로 입궁해서 태상황의 말벗이 되곤 했다.강녕후 부인(江寧侯夫人)도 초왕부에 머무르면서 초왕비의 허리와 부종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는 안마에 주력했다.현비와 태후도 매일 사람을 보내 상황을 물어보고 나중엔 아예 자기 심복 상궁을 초왕부에 머무르게 하며 도왔다.온 초왕부가 궁 안 사람으로 가득해,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그래도 결국 오늘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3월 날씨가 원래 좀 눅눅하고 꽃샘추위라고는 하지만, 원경릉이 먹고 마시는 건 반드시 신선해야 하므로 기상궁이 직접 엄밀하게 점검한 뒤 다시 녹주와 만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원경릉에게 건네 지고 이를 희상궁과 사식이가 은침으로 독을 검사하는 것이 마지막 절차다.만약 우문호가 곁에 있으면 기미상궁 역할을 맡고 먹어본 뒤 문제 없으면 원경릉이 그제서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전체적인 섭식 환경이 물 한 방울 샐 틈이 없다.하지만 이날 원경릉은 갑자기 배탈이 났다.하루에 열 번도 넘게 여의방을 들락날락 거리고 숨 쉴 힘도 없을 만큼 설사를 했다.하지만 어의도 약을 처방을 못하고 오히려 원경릉 본인이 약을 처방해서 먹었다.저녁이 되자 창자가 배배 꼬이는 아픔이 오기 시작하는데 이 통증은 출산 할 때의 산통과 달리 위장염 증상과 비슷했다.고통으로 침대 위를 구르며 못 견디겠는지 식은땀이 줄줄 나고 구토를 했다.우문호도 속이 타서 미칠 지경으로 어의가 하나씩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보고 소리치며: “너희들은 방법을 찾지 않고 뭘 하느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중독이냐 배탈이냐?”중독 일리는 만무한 것이 식재료와 음식은 철저히 검사했고, 임신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