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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65화

제왕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에 눈물이 흘렀다.

‘이래서 주수보가 하루 만에 백발이 되었구나……’

늘 있던 사람이 곁에 없자 제왕의 마음은 괴로웠다.

*

다음날 아침.

잠깐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제왕이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눈을 뜨자 어떤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밤새 잠을 잘 못 잔 그는 눈앞이 뿌옇게 보였다. 정신이 몽롱하니 제왕은 자신이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구나 깨달았다.

“잘 잤습니까?”

그녀의 한 마디에 그의 코끝은 시큰해졌고, 눈물이 터질 뻔했다.

원용의는 따끈따끈한 죽을 침상 옆 탁자에 놓고 “왜 울려고 그래요? 어디 아픕니까?”라고 물었다.

“왜 여기 있어? 친정에 갔다고 하던데……”

그의 목소리는 하루사이에 많이 쉬어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조모님 생신이라 어제 오후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이것 보십시오! 조모께서 저랑 제왕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니까요? 이게 당신 겁니다!”

그녀는 싱그럽게 웃으며 소매주머니에서 복주머니를 꺼내 그 안에 손을 넣어 기다란 금괴를 꺼냈다.

“조모님의 생신이라고? 그걸 내가 왜 몰랐지?” 제왕은 눈을 비볐다.

“다치고 경황이 없었잖아요. 저도 깜빡했다가 어제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죽만 준비하고는 금방 또 가봐야 합니다.”

원용의는 죽을 후후 불어서 제왕에게 줬다.

“참, 방금 상궁이 그러던데, 어젯밤에 탕약도 안 마셨다면서요? 왜 그랬어요?”

“그건…… 상궁이 약과를 준비해주지 않아서 안 마셨어.”

“은근히 까다롭다니까?” 원용의가 웃으며 그에게 죽을 먹였다.

제왕은 두어 술 먹고는 그녀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난 네가 친정으로 갔다길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왜 그렇게 생각했죠? 제 물건들이 아직 여기 있는데 제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전에 나를 떠나서 여기저기 여행하며 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왕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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