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835화

작가: 유애
“부황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경조부에서 경중을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우문호가 말했다.

“넌 여기서 무얼 하느냐? 가서 자객을 잡아오든지, 증거를 찾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

우문호는 원경릉이 별채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부황의 불호령에 군말 없이 탕양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서일이 초왕부에 도착하자 만아가 원경릉을 깨우러 들어갔다. 곯아떨어진 원경릉은 제왕의 암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제야 그녀는 우문호가 이미 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둔한 몸으로 일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꺼내 입고 약상자를 열어 약품과 기구들을 살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만아에게 건네고 마차에 올라탔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해가 뜨지 않은 거리는 푸르스름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지 다바오는 왕부의 대문 앞까지 나와서 마차를 향해 짖었다.

원경릉은 그런 다바오가 신경이 쓰여 다바오를 데리고 제왕의 별채로 향했다.

마차의 앞에는 서일이 뒤에는 만아가 마차 안에는 희상궁이 다바오를 잡고 있었다.

금군과 부병들도 원경릉의 안위를 위해 마차 양 옆에 바짝 붙어 그녀를 호위했다.

마음이 조급해진 원경릉은 장막을 걷고 서일에게 물었다.

“제왕이 얼마나 다쳤느냐.”

“여덟 번이나 찔렸다고 합니다. 조어의가 말하길 상처가 매우 깊고 출혈이 심하다고 해요. 제가 별채에서 출발할 때는 제왕의 호흡과 맥박이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서일의 말에 원경릉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발 심장과 대동맥은 다치지 않았길……’

원경릉이 약상자를 열자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지혈제, 마취약, 구급약, 산소마스크, 수술용 칼이 보였다.

그녀는 약상자가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균실도 아니고, 수술을 어떻게 하지?’

원경릉은 약상자가 자신에게 경고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원경릉은 제왕의 상태도 걱정이 됐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자신의 체력이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였다.

수술조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며칠 내내 휴식을 취하지 못한 그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836화

    ‘어쩜 이 곳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걸까.’원경릉은 약상자 안에 무기가 될만한 것이 있나 뒤적였다. 상자 저 구석에 후추스프레이가 보이자 원경릉은 그것을 꺼내 손에 꽉 쥐었다. 바깥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몰래 장막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마차에 달린 풍등 불빛에 금군들이 화살과 검을 방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막이 걷힌 것을 본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휘어진 칼을 들고 공중을 가르며 날아왔다. “왕비를 보호하라!” 금군이 소리를 질렀다.이 소리를 듣고 만아와 금군들이 우르르 달려와 마차를 에워쌌다. 자객들은 칼을 휘둘렀고 사방에는 피가 튀었다. 주변이 어두워서 누가 다쳤는지 판단도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자객 하나가 마차 앞으로 다가와 만아를 찌르려고 했다. 만아는 날아오는 칼을 피하더니 주머니에서 가루를 꺼내 한 줌 뿌렸다. 놀란 자객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나 얼굴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자객이 합세해 만아에게 달려들었다. 원경릉을 호위하던 두 명의 금군은 원경릉을 보호해야 하기에 만아에게 달려갈 수 없었다. 자객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그에 따라 날아오는 화살의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장막을 뚫고 날아들어와 마차를 관통했다. 놀란 희상궁은 원경릉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꼭 껴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원경릉은 배가 눌리는 느낌을 받고 희상궁을 밀어냈지만, 희상궁의 힘이 어찌나 센지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아미타불만 되뇌었다. 만아는 격렬한 몸싸움 끝에 부상을 입고 마차에서 굴러 떨어졌다.자객이 장막을 열어젖히고 들어서자 다바오가 달려들어 자객의 목덜미를 물고는 놓지 않았다. 자객은 끝내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왕비, 빨리 달아나십시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금군이 소리쳤다. 희상궁이 서둘러 원경릉을 부축했고 약상자를 든 원경릉은 뒤뚱거리며 도망쳤다. 빗발치는 화살을 가까스로 피하며 도망치던 원경릉의 머리 위로

  • 명의 왕비   제 837화

    원경릉은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희상궁을 보았다.“희상궁, 저 배가 너무 아픕니다.”“왕비, 갑자기 배가 아프다니요?”“하…… 저는 더 못 걷겠습니다. 희상궁 먼저 가세요.” 원경릉이 벽에 기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그 순간에도 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리고 사방에는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희상궁은 원경릉을 업으려고 허리를 굽혔다가, 그녀가 임신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도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만아가 다친 몸을 이끌고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만아는 이를 악물고 희상궁과 힘을 합쳐 원경릉을 부축했다. 그 순간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다바오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몰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고, 만아도 칼을 꺼내 원경릉을 지켰다. 십여 명의 횃불을 든 기병이 그들 앞에 멈추었다. 앞에 나와있는 우두머리 세 사람은 망토를 걸치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살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두 손으로 고삐를 잡고 말을 진정시켰다.원경릉은 배를 부여잡고 위를 올려다보았다.‘기왕비……?’맨 앞에 있는 사람은 기왕비였다. 그녀의 뒤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장검을 메고 눈이 이글거렸다.기왕비는 말에서 내리더니 원경릉의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렸다.“먼저 가마에 타세요.”희상궁이 기왕비의 뒤를 보니 하인들이 가마를 메고 오는 것이 보였다.원경릉은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급히 가마에 탔다. 기왕비는 그녀를 데리고 제왕이 있는 별채로 향했다.*명원제는 원경릉이 자객들에게 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즉시 금군을 소집하고 온 성을 포위했다. 별채에 들어온 원경릉은 유산 방지 주사를 맞고 뱃속의 통증이 사라지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뜨자 눈앞에 명원제가 보였다.“제왕은 어떱니까?” 원경릉이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물었다.“상황이 좋지 않아. 아픈 걸 참을 수 있다면, 지금 가서 제왕을 살펴보거라.” 명원제가 말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지만 머리가 핑글핑

  • 명의 왕비   제 838화

    제왕의 배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원경릉은 자금단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을 때 그에게 수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여서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제왕의 복부에 있는 상처는 처치하기가 어려운 부위였고, 원경릉은 내장의 손상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봉합하기 시작했다. 바늘로 봉합을 시작하려고 하자 그녀의 눈앞이 새까매졌다. 원경릉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명원제를 보았다.“부황, 지금 당장 호국사의 주지스님을 불러주세요.”“그 사람을 믿어도 되느냐? 그도 너처럼 의술을 아느냐?” 명원제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적어도 상처를 봉합하는 건 할 수 있을 겁니다.”그녀의 몸 상태로는 이미 쓰러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녀는 제왕을 살려야 한다는 정신력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 명원제는 한참 원경릉을 지켜보더니 조심스럽게 원경릉을 보며 입을 뗐다.“제왕이…… 죽을 수도 있느냐?”“그럴 수도 있습니다.” 원경릉이 대답했다.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황후가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며 원경릉을 보았다.“가서 좀 쉬거라.”원경릉이 의자에 앉아 눈을 붙이자 만아가 와서 제왕의 상처 부근을 닦았다.희상궁은 안팎을 오가며 원경릉의 시중을 들었고 기왕비도 곁에서 원경릉을 돌봤다.“근데 기왕비님은 제가 위험한 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원경릉이 고개를 들어 기왕비를 보았다.용감하게 말을 타고 오던 기왕비는 어디 갔는지, 그녀는 입을 우물쭈물하며 원경릉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실은 제가 항상 사람을 시켜 초왕비를 보호했습니다.”“보호?”원경릉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게…… 초왕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기왕비님, 설마 저를 감시한 겁니까?”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는 난처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전에 주명취 일도 겪었고! 초왕비가 나를 치료해줘야 하는데 나를 이렇게 두고 가버리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궁보다 기왕부가 더 초왕부

  • 명의 왕비   제 839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어렵게 받아낸 자백이다. 자백을 바탕으로 두 사람이 잠시 묵었던 여인숙을 뒤진 결과. 그 안에서는 서신 한 통과 일만 냥의 어음이 발견되었다. 서신의 필적은 대학사의 감정을 통해 기왕의 친필로 밝혀졌다.금군은 조사한 내용 모두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기왕의 자필 편지를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분노한 그는 구사에게 명령을 내려 기왕을 잡아 옥에 가두고 처벌을 기다리게 했다.우문호도 원경릉이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명원제가 그를 돌려보내 혹시 잠복해 있을지도 모르는 다른 자객들의 행방을 추적하라고 했다.우문호는 알겠다고 하더니 순찰을 돌기 전 목이 마르다는 핑계를 대고 원경릉을 보러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보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이만하니 다행이다.”우문호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괜찮으니까 빨리 가 봐.” 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가면서 그녀를 한번 더 돌아보더니 자리를 떴다.그는 밤새 금군들과 부병을 데리고 다리가 부서져라 뛰어다녔다. 그에 반해 기왕은 구사가 어명을 받고 방에 쳐들어갔을 때에도 술에 진탕 취해 주명양을 품에 안고 곤히 자고 있었다.그는 잠에서 깨 구사를 보고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그에게 성질을 부렸다. “기왕. 자 여기, 제왕과 초왕비가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성지입니다.” 구사의 말을 듣고 기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왕이 끌려나가자 주명양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황제의 성지를 어찌 그녀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잡히는대로 겉옷을 챙겨 입고 조부를 찾아갔다. 주씨 집안에서도 제왕이 피살될 뻔 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제왕은 재상의 외손주이기에 그도 깜짝 놀라 바로 제왕에게 달려갔다. 그래서 주명양이 친정에 왔을 때 재상은 부중에 없었다. *수도의 백성들은 새해맞이 폭죽을 몇 개 터뜨리지도

  • 명의 왕비   제 840화

    원경릉은 편채에 있었고, 손왕비와 기왕비가 그녀를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안왕 내외가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초왕비께서도 자객에게 습격을 받으셨다는데 괜찮으십니까?”안왕이 물었다.원경릉은 안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새해부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세상에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자객을 보내 황실 사람을 죽이려고 합니까? 그것도 친왕과 임신한 친왕비를 말입니다!”손왕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안왕을 보았다. “안왕, 소식 못 들었습니까? 조사 결과 이 모든 게 기왕의 소행이라고 밝혀졌잖아요. 그래서 황상께서 기왕을 옥에 넣으라고 명을 내리셨고요.” “뭐라고요? 범인이 큰 형님이라고요? 어떻게 큰 형님께서 그럴 수 있죠?” 안왕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설명이 필요한 눈빛으로 기왕비를 바라보았다. 기왕비도 그를 바라보며 면목이 없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보았다.“저도 기왕이 한 게 아니었음 하네요. 황실 가족끼리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손왕비가 말했다.“형님일 리가 없어요. 그렇게 끔찍한 짓을 큰 형님께서 했을 리 없습니다!”원경릉은 안왕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형제끼리 이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믿기 힘들겠지.’원경릉은 시선을 옮겨 안왕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앉아 기왕비처럼 바닥만 보고 있었다. 안왕은 기왕이 저지른 게 아닐 거라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밖으로 나갔고 안왕비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원경릉은 기왕비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안왕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걸 보고 멍해졌다. 그녀는 그 둘의 관계를 애써 짐작하지 않으려고 했다.“액땜을 너무 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 초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손왕비가 한숨을 내쉬었다.“손왕비님, 이제 우리도 그만 갑시다. 초왕비도 쉬어야죠.” 기왕비가 말했다.기왕비의 말에 별채에

  • 명의 왕비   제 841화

    화장실에서 안왕을“초왕비마마 조심하세요!” 안왕도 놀란 듯하나 얼른 손을 뻗어 원경릉을 부축하며 사과하길: “죄송해요,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잠깐 딴생각을 하다가 누가 안에 있는 줄 모르고,”원경릉은 안왕의 얼굴이 창백하고 여전히 슬픔에 찬 눈을 보고, 제왕이 다쳤기 때문이란 생각에 바로: “괜찮아요, 가세요.” 원경릉은 안왕이 여전히 자신의 팔꿈치를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일부러 물러서는데, 안왕은 원경릉이 넘어지는 건 줄 알고 얼른 끌어안으며, “초왕비마마 조심하세요.”원경릉의 전신이 안왕 품에 안겼는데 그의 몸에 침향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얼른 안왕을 밀쳐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넷째 아주버님, 뭐하시는 거예요?”안왕이 한걸음 물러나서 난감한 얼굴로, “미안해요, 전 마마께서 넘어질 까봐, 아이고,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이 나갔나 봐요. 초왕비마마 어서 가세요.”원경릉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안왕의 이 이상한 행동이 더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안왕이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원경릉이 방금 넘어질 뻔한 상황이 아닌 걸 딱 보면 알겠고, 넘어질 뻔 했어도 한손으로 잡으면 되는데 왜 안았지?그리고 안왕이 잽싸게 손을 뻗어 안는데 원경릉을 안왕의 가슴팍에 일부러 확 누르는 것에 원경릉은 심한 반감을 느꼈다.원경릉이 눈을 내리깔고 :”넷째 아주버님, 저 먼저 가요.”말을 마치고 바로 떠났다.“초왕비마마!” 안왕이 갑자기 뒤에서 불렀다.원경릉이 고개를 돌려보니 안왕이 여의방(如意房)문 앞에 서 있는데 손에 손수건을 쥐고 살짝 흔들며 건방진 눈초리로 원경릉에게, “마마 건가요?”입꼬리가 살짝 들리고 복숭아꽃 무늬 주름이 지게 눈웃음을 치며 손수건을 들어올리는데, 손수건은 그의 코 끝과 입술 사이를 쓸고 지나갔다.“제 거 아니에요!” 원경릉은 돌아서서 바로 가다가 거의 기둥에 부딪힐 뻔 했다.뒤에 안왕의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그 웃음소리는 더럽고, 악의에 가득 차 있었다.원경릉이 비틀비틀 방으로 돌아와 대야에 미친듯이 토했다.그녀는

  • 명의 왕비   제 842화

    주지스님과 원경릉제왕쪽은 원용의와 황후가 여전히 지키고 있으며 사식이도 있다.주지스님은 이미 차를 마시자고 초대받아 가서 어의 몇 명이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원 언니, 전하 깨어날 수 있어요?” 원용의는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원경릉을 손을 잡아 끌고 물었다.황후가 이 말을 듣고 귀를 쫑긋하고 한없이 원경릉을 쳐다본다.원경릉은 억지로 웃으며 위로하길, “착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다고 하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이 말은 가장 가망 없어 보이는 위로의 말이지만 원경릉이 하니 원용의는 왠지 모르지만 안심이 되는 것이다.“어마마마, 우선 가서 좀 쉬세요.” 원경릉은 황후가 앉아서도 무너질 듯 후들거리는 게, 당장 혼절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라 그렇게 얘기했다.연속으로 두 번 아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것 치고는 황후는 그래도 의연한 편이다.황위도 좋지만 목숨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그래서 황후는 원경릉에게 일종의 새로운 태도가 생겨났다. 적어도 여덟째와 이번 일에 원경릉은 앞뒤 가리지 않고 나서서 심지어 암살까지 겪었다.황후는 원경릉에게: “어의가 여기서 지키고 있으니 초왕비는 가서 좀 쉬게나, 몸도 불편한데.”원경릉도 지금 지키고 앉았어도 소용없는 것이, 전신마취를 했기 때문에 제왕이 그렇게 빨리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원경릉은 돌아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고, 우문호도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돌아가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면 구역질 나는 장면이 떠오를 게 뻔하니 차라리, 후배인 주지스님을 찾아가 얘기하는 게 낫겠다.주지는 여전히 정신이 생생하다. 주지 모습은 마치 선풍도골 노인이 불교의 자비까지 갖추고 태극권을 창시한 장삼풍(張三豐) 느낌이다.“선배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군요.” 주지가 일어나 두 손을 합장하고 원경릉에게 예를 표하는데, 사식이가 어리둥절해 하자 사식이에게 웃음을 보이며: “아가씨, 가시지요, 아마도 왕비마마께서 소승에게 볼 일이 있나 봅니다.”사식이가 ‘어’하더니 이상하다는 듯

  • 명의 왕비   제 843화

    뇌과학 어디까지?주지가: “그건 100% 무균상태를 보장할 수 없어요.”원경릉이: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따질 수가 없어, 그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지.”주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중요한 일을 선배가 소승에게 까지 부탁한 이상 소승이 당연히 도와야 지요.”“이 일은 보안을 철저히 유지할 거라 수술실에 들어가는 사람은 전부 내 심복이야. 밖으로 새나가 주지의 명성에 영향을 줄까 걱정할 필요 없어.”주지는 호국사의 주지스님으로 국사와 마찬가지로 만약 사람들에게 주지스님이 일개 여인을 위해 아이를 받으러 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확실히 명성에 해가 된다.주지가 웃으며, “그게 뭐라고, 아이를 받는 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니 부처님도 인정하실 겁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안심이 되었다.“하지만 이 일은 비밀에 부쳐야 해. 반드시 출산 전후에 날 지켜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니까. 넌 내 최후의 비밀무기로 너와 날 제외하고 제삼자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설사 왕야 쪽에도 당분간은 함구할 거야.”왕야한테서 말이 새나갈까 걱정이 아니라 우문호의 사고방식이 완고하고 보수적이라 만약 늙은 남자를 산파로 부른다는 걸 알면 분명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건 제왕절개는 여기서 성행하지 않는 것으로 우문호는 대략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 동의할 리가 없다.하지만 닥쳐서 긴급한 상황이면 우문호도 동의고 자시고 없다.중요한 얘기를 다 마치고 원경릉은 주지와 농담 따먹기를 했다.주지가 문득: “선배, 선배는 자신한테 무슨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원경릉이 주지에게, “능력? 빨래 요리 같은 거?”주지가 웃으며 온화한 눈빛으로 원경릉에게, “예를 들면, 공간을 초월해 물건을 가져온다 든지.”원경릉이 헛웃음을 흘리며, “내가 무슨 신선도 아니고.”곧바로 농담으로 받으며, “설마 넌 할 수 있어?”주지가 느릿느릿 손을 뻗자 원경릉은 자기 탁자 위에 잔이 갑자기 둥둥 떠서 다시 평행이동 하더니 조용히 주지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53화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 명의 왕비   제3152화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 명의 왕비   제3151화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 명의 왕비   제3150화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 명의 왕비   제3149화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 명의 왕비   제3148화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 명의 왕비   제3147화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 명의 왕비   제3146화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 명의 왕비   제3145화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