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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10화

비구니가 급히 들것을 준비하라고 사람들에게 말했고, 한숨을 돌린 원경릉은 일어나서 향을 피웠다. 그러자 회색 옷을 입은 나이가 지긋한 비구니가 원경릉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했다.

“아미타불. 당신은 부처님께서 보내신 보살입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와 쉬십시오.”

원경릉은 정말로 피곤해서 두 눈이 감길 것 같았다.

노부인을 모시던 상궁은 놀란 표정으로 사식이에게 “저분께서 당신 집안의 부인이십니까?”라고 물었다.

사식이는 웃으며 “예, 그렇습니다. 어서 가셔서 노부인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상궁은 탄식하며 “은혜를 베풀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으시니 댁네 부인께서는 보살의 마음을 가졌군요.”라고 말했다.

*

원경릉은 몸도 녹일 겸 휴식을 취하기 위해 늙은 비구니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저는 명월암의 주지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댁의 성씨가 어떻게 되십니까?”

“부군은 다섯째로 스님께서는 저를 그냥 다섯째 부인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원경릉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다.

탕양과 서일은 남자이기에 대전 밖으로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뒤편 사랑방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스님께서 노부인을 들것에 싣고 사랑방에 옮기도록 이번만 허락했다.

서일과 탕양이 노부인을 내려놓고 떠나려고 할 때, 노부인이 손을 뻗어 서일의 손목을 잡았다.

“나를 대신해서 댁네 부인께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주세요. 괜찮다면 댁이 어디신지 알려주시지요…… 제가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요……”

서일이 어쩔 줄 몰라 탕양을 바라보자 탕양이 웃으며 “노부인,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인연이라면 나중에 만나게 되겠지요.”라고 말했다.

노부인의 옆에 있던 상궁이 탕양에게 “방금 아까 누가 댁네 부인을 왕비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어떤 왕비이신지……”라고 말했다.

탕양은 손을 저으며 “상궁께서 잘 못 들으셨습니다. 왕비가 아닙니다. 흠, 사내인 저희가 사랑방에 이렇게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가보겠습니다. 노부인께서는 몸조리 잘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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