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취의 자결, 만약 우문호가 주명취를 죽인 것이라면? 아니면 그녀의 자결을 도왔다면?’온갖 추측이 머릿속의 휘젓자 원경릉의 마음이 널뛰듯 뛰었고 불길한 예감에 손이 떨렸다.마침 밖에서는 슬픈 태평소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듣고 사식이가 난간에 매달려 밖을 보았다.“아이씨! 재수 없게 왜 이쪽으로 오는 겁니까! 성 밖으로 도는 것 아니었습니까?”사식이의 말에 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원경릉을 잡아당겼다.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를 올려다보며 “괜찮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의 마지막을 배웅해 주자.”라고 말했다.“속 편한 소리 하고 있네. 저 여자가 너를 저승길로 배웅하려고 했어. 그걸 잊은 거야?”우문호가 화를 냈다.“그래, 인생이라는 게 참 신기해. 나를 죽이려던 여자가 나보다 먼저 죽다니 말이야.”원경릉은 난간으로 걸어가 장의 행렬을 보았다. 주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생각도 할 수 없이 행렬은 초라했고 뒤를 따르는 하인들도 적었다. 얇디얇은 붉은 관 안에 누워있는 사람이 제왕비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어? 저 사람은 제왕 아닙니까?” 사식이가 놀라서 큰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사식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적막한 거리 끝에 한줄기의 그림자가 보였다. 얇은 옷차림을 한 그는 세찬 바람에 옷깃이 젖혀지고 두 소매가 바람에 불룩해져 소매 안으로 뼈가 앙상하게 보였다. 그의 뒤에는 원용의가 보였는데 그녀는 말을 끌고 멀리서 그런 제왕을 지켜보며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제왕이 행렬을 따라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표정이 보였다. 쓸쓸함과 슬픔 그리고 원한이 섞여있는 복잡한 얼굴에 원경릉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장례 행렬이 찻집 아래에 멈추자 제왕도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멈췄다.태평소 소리가 멈추자 종이를 흩뿌리던 젊은이가 앞으로 나왔다. 사식이는 작은 소리로 원경릉에 귀에 대고 “저 젊은 남자가 주명취의 이복동생으로 주복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했다.주복은 제왕의 앞에 멈춰 그의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했다.“제왕을 뵙습
제왕은 잠시 침묵하더니 자리에 앉아 술주전자와 작은 술잔 그리고 향을 꺼냈다.찬합 안에는 제사 음식이 가득했고 제왕은 차갑게 식은 음식들은 하나하나 꺼내 그릇에 담았다.주복은 옆에서 향을 피워 관 위에 두었다. 바람이 불자 다 타버린 향이 떨어져 제왕의 발등이 검게 변했다. 제사를 준비하고 제왕은 관 앞에 서서 조용히 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맛있는 거로 챙겨봤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제비집은 늘 즐겨 마시는 것 같기에 필히 챙겼으니 가는 길에도 꼭 먹고 가. 부부로 지낸 일 년 동안 아름다운 사랑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일들도 많았던 것 같네. 꽃처럼 아름답던 너.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자책하기도 해…… 내가 도통 모르겠는 게 있는데…… 왜 날 그렇게 미워했어? 난 정말 모르겠어. 왜 넌 나를 죽이려고 했을까. 난 요즘에도 화염에 휩싸여 허덕이는 꿈을 꾸고, 비녀로 찌르려고 했던 장면이 생생하게 꿈에 나와. 곱고 나긋나긋했던 네가 갑자기 그렇게 변한 이유가 뭐야? 만약 이 해답을 나에게 주려거든 꿈에 한 번 나와줘.”원용의는 슬픔에 잠긴 제왕을 보고 그럴 가치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자 이만하면 됐습니다. 그만 슬퍼하세요.” 원용의가 제왕의 어깨를 감쌌다.제왕은 고개를 저으며 야윈 얼굴로 원용의를 보았다.“나는 주명취 때문에 슬픈 게 아니야. 본왕은 그저 지난날의 내가… 내가 너무 안타깝고 주명취도…… 만약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혼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을 텐데.”바람이 불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사람이 우는 것 같이 들렸다.제왕의 말을 찻잔 2층에서 들은 원경릉은 마음이 매우 아팠다. 제왕은 주명취를 사랑했다.그런 험한 꼴을 겪고도 정성스럽게 그녀가 생전 좋아했던 음식들을 준비해 제사를 지내주었다. 주명취는 왜 한결같은 제왕을 두고도 왜 끝이 보이는 선택을 했던 것일
서일은 의자를 두 개 가져와 그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제왕은 우문호를 보고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다섯째 형님도 계셨네요.”“응.”“초왕비께서도 계셨군요.” 제왕이 당황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제왕은 왠지 모르게 원경릉을 보면 죄책감이 느껴졌다. 원경릉은 제왕의 슬픈 얼굴을 보며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고 미래만 생각합시다.”라고 말했다.“예. 이제는 잊어보려고요.”제왕은 기침을 하며 어색하다는 듯 원경릉을 보았다.“뭐 안 먹었죠? 식사부터 하세요.” 원경릉이 원용의를 보며 물었다.원용의는 배가 고팠기에 원경릉의 말에 알겠다고 고맙다고 말했다.그녀는 젓가락을 들면서 우문호를 조심스럽게 한번 쳐다보고 그가 아무 반응이 없자 탁자 위의 다과를 먹기 시작했다. 제왕은 다과는 먹지 않고 차만 마셨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건지 넋이 나가서 그런 건지 제왕의 손이 미세하게 덜덜 떨렸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며 “형님, 명취가 정말 자결을 한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다.“그럼 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우문호는 그를 쳐다보았다. 제왕은 당황한 표정으로 “전 그저……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그게 뭐가 중요해? 죽고 난 뒤에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우문호가 차를 마시며 제왕을 노려보았다.강한 겨울바람에 난간이 흔들리고 창호지 사이로 찬 기운이 방안에 퍼졌다. 난간이 달칵거리며 흔들리자 어딘가 모르게 스산한 기분도 들었다.“전 그저 명취가 자결을 할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여쭌 겁니다.”제왕이 말했다.“네가 그 여자를 이해한다고?” 우문호가 물었다.두 사람의 목소리가 격양되는 것 같자 옆에 있던 서일이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입을 열었다.“제왕 전하, 이미 죽은 사람을 자꾸 입에 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제왕은 서일을 쳐다보며 “본왕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그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
제왕은 우문호를 올려다보며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다섯째 형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왜 그녀를 죽였습니까?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그녀를 죽입니까. 두 사람은 전에……”라고 흐느꼈다.제왕은 원경릉을 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주명취를 위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섯째인 우문호가 주명취를 죽였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죗값도 치르지 못하게 하고 죽게 하다니. 제왕은 마음속으로 주명취를 증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죽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늘이 허락한다면 주명취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오늘 주명취의 장례에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작별을 하면 마음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던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의 마음은 전보다 더 답답해졌다. 우문호는 제왕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찻집을 나왔다.“다섯 형님……” 제왕이 우문호를 따라나서더니 “주명취를 죽였다고 형님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 전 그저 형님이 어떻게 사람을 빨리 잊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저 여자를 잊고 싶다고요!”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마차에 오르자 우문호의 숨결이 전과 다르게 거세졌다. “화내지 마. 갑작스러운 일로 제왕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야.” 원경릉은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피곤하다는 듯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너도 내가 그 여자를 죽여서…… 옛정은 다 잊고 사람을 죽인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아니야. 내가 그 여자 손에 죽을 뻔했잖아. 네가 만약에 다시 그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원경릉은 그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꼭 잡았다.“이번이 두 번째야. 그 여자가 네 생명을 위협한 두 번째. 하지만 그건 내가 그녀를 죽일
원용의의 결별 선언과 시한부 인생원용의가 말했다 “이렇게 됐으니 저도 더이상 숨기지 않을 게요, 원래 당신에게 후궁으로 시집오는 걸 별로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누군가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가 주명취는 사람을 해칠 마음을 품고 있으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저더러 제왕부에서 주명취를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이제 주명취가 죽었으니 제 임무도 이것으로 끝입니다.”제왕은 원용의가 이럴 줄 상상도 못해서 당황하고, “모든 사람이 전부 주명취가 날 해치려던 의도를 알고 있었어? 나만 몰랐구나.”원용의가 웃으며, “당신은 단순한 마음을 가졌으니까요, 그건 좋은 거예요.”사실 원용의는 할머니가 당시에 권했던 말을 기억한다. 주명취가 야심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할머니는 역시 원용의가 제왕과 혼인하길 진심으로 바랬다.제왕은 분명 따스하고 단순한 사람이다.하지만 주명취의 일을 겪고 원용의는 황실이란 파란만장한 곳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게 되었다.원용의는 남자는 하늘이라고 여길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해야 할 자신의 일이 있다.제왕은 낙심이 되고 허전한 것이 주명취가 죽은 것보다 더 힘이 드는데, “친정에 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또 시집 갈 거야?”원용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뇨, 여전히 결혼은 싫으니까 여기 저기 다녀보고 싶어요, 우리 북당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고 싶고, 가다가 지쳐서 더 못 가겠으면 돌아오죠.”“경성을 떠나려고?” 제왕이 엄청 충격을 받았다.“네, 그게 제 어릴 적 꿈이거든요.” 원용의가 말했다.제왕의 마음이 단번에 쓸쓸함에 파묻혔다.원용의의 어릴 적 꿈이었구나, 그녀의 어릴 적은 당연히 제왕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다.제왕은 원용의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간이라고, 이런 시기에 자신을 두고 간다며 꾸짖고 싶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용의가 시집온 뒤로 그녀에게 한 가닥 따스한 온기라도 준 적이 있었던가?오히려 원용의가 계속 제왕을 보호해왔다.하지만 제왕의
원용의를 잡는 제왕제왕이 ‘힘겹게 겨우’ 진정되어 천천히 앉으며 입가의 피를 닦고 눈을 들어 슬픈 기색으로 원용의에게, “이건 희귀한 병으로 지금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만 알고 계셔, 계속 비밀을 지켜왔고 너도 모르게 했는데, 네 앞에서 발병하고 말았으니 더이상 숨길 수가 없구나.”원용의가 제왕을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눈살을 찌푸리며: “어의가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해요?”“없다는 군.” 제왕이 고개를 젓고 쓴 웃음을 지으며, “네가 방금 그랬지, 금수강산을 돌아다니고 싶다고, 진짜 좋겠구나, 나도 가고 싶……지만 몸이, 됐다 앞으로 네가 만약 경성으로 돌아오면 내 위패도 같이 데려가 줘. 나도 아름다운 북당의 금수강산을 실컷 볼 수 있게.”원용의는 제왕의 이런 슬픈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파와서 달래며, “어쩌면 아직 희망이 있을 거예요, 포기하지 마요, 천하에 명의가 이렇게 많은데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아바마마께서도 몇년간 명의를 수소문 하셨지만 아쉽게도 찾아내지 못했지,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 네가 떠나기 전에 괜히 아픔을 남길 순 없으니까.” 제왕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원용의를 바라봤다.원용의가 약간 망설이며 작은 목소리로: “제왕 사람들은 전부 당신이 병에 걸린 걸 알아요?”“아무도 몰라, 아바마마께서 말하지 못하게 하셨지, 알잖아.” 제왕이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일부러 나약한 눈빛을 슬며시 드러내며, “난 황제의 적자니 만약 내가 죽으면 수많은 사람이 큰 형을 지지할 거야, 적자가 없으면 장자를 세우는 법이니까.”원용의는 이해가 됐다. 비록 그녀는 이 일에 관심이 없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실 것이다.지금은 장자냐 적자냐의 싸움이다.이 적장자 싸움은 어떤 사람의 한결같은 의지에 따른,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지만 말이다.바로 이 표면적 이유를 계획한 사람이 주재상이다.주재상이 손녀를 자기 외손자인 제왕에게 시집을 보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주재상이 제왕을 미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했다.이 때문에 장
황제와 식사하러 가는 원경릉아바마마는 혼자서 수라를 드시는데 지난번 원경릉과 드신 것이 이미 여러 면으로 원경릉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또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시니 도대체 무슨 풍파를 일으키려고 하시는 걸까.원경릉이 안에서 단장하고 있는데 우문호가 따라 들어가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원경릉이 웃으며: “안심해요, 아바마마는 결국 내 목숨을 어쩌진 못하시니까.”“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아바마마의 과한 은총을 걱정하는 거야.” 우문호는 지금 정세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고,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백배 천배 낫다. 아바마마께서 풍파의 격랑에 원 선생을 제발 좀 그만 밀었으면 좋겠다.원경릉은 청색 비단실로 석류꽃 자수가 놓인 맞섶 치마를 입고 비단 바람막이를 걸친 뒤, 녹주가 솜씨 좋게 머리를 틀어 올려 양쪽에 보요를 끼우고, 기상궁이 원경릉의 손에 은으로 만든 손난로를 쥐여주었다.입궁이니 맨 얼굴로 갈 수 없어 기상궁이 원경릉에게 엷은 화장을 해주는데, 눈썹은 멀리 있는 산처럼 옅고 입술은 붉게 살짝 단장하니 활기차 보여 훨씬 좋다.우문호가 안고 입을 맞추고도 계속 재잘재잘 떠들며,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뭘 묻거든, 너무 확실하게 대답하지 말고, 이도 저도 아니게 애매모호하게 하면 돼, 고심해서 너더러 입궁해 식사하자고 하시는 것을 보니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닐 거야,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원경릉이 웃으며, “아바마마는 네 아버지셔, 아버지를 그렇게 얘기해도 돼?”우문호가 답답해 하며: “만약 아무 의도도 없으면 날 왜 못 들어가게 하는데?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거 없어.”원경릉이 우문호의 목덜미를 잡고 입을 맞추며, “좋아, 알았어, 안심해.”우문호가 절박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며, “진짜 안심이 안돼, 만아랑 사식이를 따라 보낼 게.”“그러던지!” 원경릉은 우문호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되면서 돌아와 ‘약을 좀 처방할까’ 생각했다.사식이와 만아를 데리고 원경릉은 문을 나섰다.눈발이
황제를 기다리는 원경릉원경릉이 손을 뻗어 목여태감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태감, 주명취 건과 관련이 있는 거야?”목여태감이: “왕비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 황제폐하께서는 먼저 왕비마마의 의견을 물으실 것이고, 만약 마마께서 강력하게 반대하시면 황제폐하께서도 분별하실 것입니다.”이 말에 원경릉은 더욱 안절부절 하게 되었다.무슨 일이길래 원경릉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걸까? 초왕부의 일이 아닌 공사라면 그럴 필요 없다.그리고 초왕부의 일로 원경릉에게 물어보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 뻔한 것이, 그럴 만한 일은 후궁 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아니 겨우 잠잠해 진지 얼마나 됐다고? 주명양이 이제 막 시집을 가서 겨우 안도할까 말까 한데 또?어쩌면 이번 식사는 코로 먹을 지도 모르겠다.입궁하자 목여태감이 그녀를 운룡각(雲龍閣)으로 데려갔다.운룡각은 황궁의 동쪽에 위치해 동궁(東宮)과의 경계를 이룬다.운룡각 옆은 운룡전(雲龍殿)으로 황제의 겨울 침전(寢殿)이다.운룡각 3층으로 되어 있는데 크지 않고 바깥에 계단이 나선형으로 나 있어 돌아서 올라가게 되어 있고 수라는 2층에서 든다고 한다.만아와 사식이는 아래서 기다리고 원경릉은 목여태감을 따라 올라갔다.명원제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식탁은 이미 준비가 되어 궁녀 두 명이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이곳은 내전과 외전으로 나뉘며 식사는 외전에서 하는데 배치가 간결하고 동쪽 벽에 족자가 하나 걸려 있는데 ‘오곡풍등(五穀豐登, 오곡이 풍성하다)’이란 네 글자가 적혀 있다.의외로 명원제의 가장 지극한 바램을 담고 있는 것이다.서쪽엔 병풍이 한 채 있는데 그 안쪽은 내전과 연결되어 있다.남쪽은 계단, 북쪽엔 서탁이 놓여 있고 서탁 위엔 책 몇 권과 문방사우가 놓여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교하게 조각한 옥사자로 생동감이 넘쳤다.실내에 난로가 피워져 있어 따듯했다. 남쪽으로 난 문을 닫으니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