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은 우문호를 올려다보며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다섯째 형님,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왜 그녀를 죽였습니까?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그녀를 죽입니까. 두 사람은 전에……”라고 흐느꼈다.제왕은 원경릉을 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주명취를 위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섯째인 우문호가 주명취를 죽였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죗값도 치르지 못하게 하고 죽게 하다니. 제왕은 마음속으로 주명취를 증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죽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늘이 허락한다면 주명취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는 오늘 주명취의 장례에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작별을 하면 마음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던 해결되지 않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의 마음은 전보다 더 답답해졌다. 우문호는 제왕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찻집을 나왔다.“다섯 형님……” 제왕이 우문호를 따라나서더니 “주명취를 죽였다고 형님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 전 그저 형님이 어떻게 사람을 빨리 잊을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저 여자를 잊고 싶다고요!”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원경릉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마차에 오르자 우문호의 숨결이 전과 다르게 거세졌다. “화내지 마. 갑작스러운 일로 제왕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야.” 원경릉은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피곤하다는 듯 그녀의 어깨에 기댔다.“너도 내가 그 여자를 죽여서…… 옛정은 다 잊고 사람을 죽인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아니야. 내가 그 여자 손에 죽을 뻔했잖아. 네가 만약에 다시 그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원경릉은 그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그 말을 들은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꼭 잡았다.“이번이 두 번째야. 그 여자가 네 생명을 위협한 두 번째. 하지만 그건 내가 그녀를 죽일
원용의의 결별 선언과 시한부 인생원용의가 말했다 “이렇게 됐으니 저도 더이상 숨기지 않을 게요, 원래 당신에게 후궁으로 시집오는 걸 별로 원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누군가에게 시집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가 주명취는 사람을 해칠 마음을 품고 있으니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저더러 제왕부에서 주명취를 지켜보라고 하셨어요. 이제 주명취가 죽었으니 제 임무도 이것으로 끝입니다.”제왕은 원용의가 이럴 줄 상상도 못해서 당황하고, “모든 사람이 전부 주명취가 날 해치려던 의도를 알고 있었어? 나만 몰랐구나.”원용의가 웃으며, “당신은 단순한 마음을 가졌으니까요, 그건 좋은 거예요.”사실 원용의는 할머니가 당시에 권했던 말을 기억한다. 주명취가 야심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할머니는 역시 원용의가 제왕과 혼인하길 진심으로 바랬다.제왕은 분명 따스하고 단순한 사람이다.하지만 주명취의 일을 겪고 원용의는 황실이란 파란만장한 곳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게 되었다.원용의는 남자는 하늘이라고 여길 생각은 조금도 없으며, 해야 할 자신의 일이 있다.제왕은 낙심이 되고 허전한 것이 주명취가 죽은 것보다 더 힘이 드는데, “친정에 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또 시집 갈 거야?”원용의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뇨, 여전히 결혼은 싫으니까 여기 저기 다녀보고 싶어요, 우리 북당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고 싶고, 가다가 지쳐서 더 못 가겠으면 돌아오죠.”“경성을 떠나려고?” 제왕이 엄청 충격을 받았다.“네, 그게 제 어릴 적 꿈이거든요.” 원용의가 말했다.제왕의 마음이 단번에 쓸쓸함에 파묻혔다.원용의의 어릴 적 꿈이었구나, 그녀의 어릴 적은 당연히 제왕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다.제왕은 원용의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인간이라고, 이런 시기에 자신을 두고 간다며 꾸짖고 싶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용의가 시집온 뒤로 그녀에게 한 가닥 따스한 온기라도 준 적이 있었던가?오히려 원용의가 계속 제왕을 보호해왔다.하지만 제왕의
원용의를 잡는 제왕제왕이 ‘힘겹게 겨우’ 진정되어 천천히 앉으며 입가의 피를 닦고 눈을 들어 슬픈 기색으로 원용의에게, “이건 희귀한 병으로 지금은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만 알고 계셔, 계속 비밀을 지켜왔고 너도 모르게 했는데, 네 앞에서 발병하고 말았으니 더이상 숨길 수가 없구나.”원용의가 제왕을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눈살을 찌푸리며: “어의가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해요?”“없다는 군.” 제왕이 고개를 젓고 쓴 웃음을 지으며, “네가 방금 그랬지, 금수강산을 돌아다니고 싶다고, 진짜 좋겠구나, 나도 가고 싶……지만 몸이, 됐다 앞으로 네가 만약 경성으로 돌아오면 내 위패도 같이 데려가 줘. 나도 아름다운 북당의 금수강산을 실컷 볼 수 있게.”원용의는 제왕의 이런 슬픈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파와서 달래며, “어쩌면 아직 희망이 있을 거예요, 포기하지 마요, 천하에 명의가 이렇게 많은데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아바마마께서도 몇년간 명의를 수소문 하셨지만 아쉽게도 찾아내지 못했지,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 네가 떠나기 전에 괜히 아픔을 남길 순 없으니까.” 제왕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원용의를 바라봤다.원용의가 약간 망설이며 작은 목소리로: “제왕 사람들은 전부 당신이 병에 걸린 걸 알아요?”“아무도 몰라, 아바마마께서 말하지 못하게 하셨지, 알잖아.” 제왕이 어깨를 으쓱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일부러 나약한 눈빛을 슬며시 드러내며, “난 황제의 적자니 만약 내가 죽으면 수많은 사람이 큰 형을 지지할 거야, 적자가 없으면 장자를 세우는 법이니까.”원용의는 이해가 됐다. 비록 그녀는 이 일에 관심이 없지만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실 것이다.지금은 장자냐 적자냐의 싸움이다.이 적장자 싸움은 어떤 사람의 한결같은 의지에 따른,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지만 말이다.바로 이 표면적 이유를 계획한 사람이 주재상이다.주재상이 손녀를 자기 외손자인 제왕에게 시집을 보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주재상이 제왕을 미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했다.이 때문에 장
황제와 식사하러 가는 원경릉아바마마는 혼자서 수라를 드시는데 지난번 원경릉과 드신 것이 이미 여러 면으로 원경릉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또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시니 도대체 무슨 풍파를 일으키려고 하시는 걸까.원경릉이 안에서 단장하고 있는데 우문호가 따라 들어가니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원경릉이 웃으며: “안심해요, 아바마마는 결국 내 목숨을 어쩌진 못하시니까.”“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아바마마의 과한 은총을 걱정하는 거야.” 우문호는 지금 정세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고,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백배 천배 낫다. 아바마마께서 풍파의 격랑에 원 선생을 제발 좀 그만 밀었으면 좋겠다.원경릉은 청색 비단실로 석류꽃 자수가 놓인 맞섶 치마를 입고 비단 바람막이를 걸친 뒤, 녹주가 솜씨 좋게 머리를 틀어 올려 양쪽에 보요를 끼우고, 기상궁이 원경릉의 손에 은으로 만든 손난로를 쥐여주었다.입궁이니 맨 얼굴로 갈 수 없어 기상궁이 원경릉에게 엷은 화장을 해주는데, 눈썹은 멀리 있는 산처럼 옅고 입술은 붉게 살짝 단장하니 활기차 보여 훨씬 좋다.우문호가 안고 입을 맞추고도 계속 재잘재잘 떠들며, “아바마마께서 너한테 뭘 묻거든, 너무 확실하게 대답하지 말고, 이도 저도 아니게 애매모호하게 하면 돼, 고심해서 너더러 입궁해 식사하자고 하시는 것을 보니 분명 좋은 의도는 아닐 거야,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원경릉이 웃으며, “아바마마는 네 아버지셔, 아버지를 그렇게 얘기해도 돼?”우문호가 답답해 하며: “만약 아무 의도도 없으면 날 왜 못 들어가게 하는데?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거 없어.”원경릉이 우문호의 목덜미를 잡고 입을 맞추며, “좋아, 알았어, 안심해.”우문호가 절박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며, “진짜 안심이 안돼, 만아랑 사식이를 따라 보낼 게.”“그러던지!” 원경릉은 우문호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의심되면서 돌아와 ‘약을 좀 처방할까’ 생각했다.사식이와 만아를 데리고 원경릉은 문을 나섰다.눈발이
황제를 기다리는 원경릉원경릉이 손을 뻗어 목여태감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태감, 주명취 건과 관련이 있는 거야?”목여태감이: “왕비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 황제폐하께서는 먼저 왕비마마의 의견을 물으실 것이고, 만약 마마께서 강력하게 반대하시면 황제폐하께서도 분별하실 것입니다.”이 말에 원경릉은 더욱 안절부절 하게 되었다.무슨 일이길래 원경릉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걸까? 초왕부의 일이 아닌 공사라면 그럴 필요 없다.그리고 초왕부의 일로 원경릉에게 물어보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 뻔한 것이, 그럴 만한 일은 후궁 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아니 겨우 잠잠해 진지 얼마나 됐다고? 주명양이 이제 막 시집을 가서 겨우 안도할까 말까 한데 또?어쩌면 이번 식사는 코로 먹을 지도 모르겠다.입궁하자 목여태감이 그녀를 운룡각(雲龍閣)으로 데려갔다.운룡각은 황궁의 동쪽에 위치해 동궁(東宮)과의 경계를 이룬다.운룡각 옆은 운룡전(雲龍殿)으로 황제의 겨울 침전(寢殿)이다.운룡각 3층으로 되어 있는데 크지 않고 바깥에 계단이 나선형으로 나 있어 돌아서 올라가게 되어 있고 수라는 2층에서 든다고 한다.만아와 사식이는 아래서 기다리고 원경릉은 목여태감을 따라 올라갔다.명원제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식탁은 이미 준비가 되어 궁녀 두 명이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이곳은 내전과 외전으로 나뉘며 식사는 외전에서 하는데 배치가 간결하고 동쪽 벽에 족자가 하나 걸려 있는데 ‘오곡풍등(五穀豐登, 오곡이 풍성하다)’이란 네 글자가 적혀 있다.의외로 명원제의 가장 지극한 바램을 담고 있는 것이다.서쪽엔 병풍이 한 채 있는데 그 안쪽은 내전과 연결되어 있다.남쪽은 계단, 북쪽엔 서탁이 놓여 있고 서탁 위엔 책 몇 권과 문방사우가 놓여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정교하게 조각한 옥사자로 생동감이 넘쳤다.실내에 난로가 피워져 있어 따듯했다. 남쪽으로 난 문을 닫으니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우문호가 살인자라고?요리가 차려져 나오는데 하나같이 가정식 반찬으로 황제의 수라라는 웅장함은 없고 아주 정교하고 야무지다.반찬 5개, 탕 하나, 김이 모락모락 난다.명원제가 아무 말이 없으니 원경릉도 말없이 궁녀가 곁에서 요리를 놓는 것을 보는데 명원제가 들자고 한 마디 하자 원경릉도 먹기 시작했다.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하다 보니 음식이 먹히지 않았다.명원제와 식사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원경릉은 지난번과 정반대로 많이 먹을 생각조차 감히 품지 못했다. 태도가 상당히 공손해 져서 오히려 지난번이 훨씬 편했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몰래 쓴 웃음을 지으며 과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구나 싶다.명원제는 혼자서 수라를 들어 왔기 때문에 밥 먹을 때 얘기하지 않는 게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같이 앉은 원경릉도 말이 없다.다섯 종류의 요리를 거진 다 먹었는데 이는 두 사람 식욕이 왕성해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요리 하나 당 몇 젓가락밖에 되지 않도록 특별히 앙증맞게 만들었기 때문이다.탕은 약간 남겨서 명원제는 목여태감에게 내려 주었다.목여태감이 성은에 감사하며 받쳐들고 한쪽에 치워 둔 뒤 사람들에게 남은 죽과 접시를 치우게 했다.다 치운 뒤 두 사람에게 차를 내오는데 원경릉이 한 모금 마시니 산사 맥아차로 소화와 체기에 도움이 되었다. 산사차를 마신 뒤 목여태감은 자리를 정리하더니 궁녀를 전부 물러가게 하고 자신은 남쪽 문 앞에 서 있었다.원경릉은 두 손을 무릎위에 올려 두었는데 사실 이 동작이 상당히 힘든 것이 배가 비교적 많이 나와서 다리를 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명원제가 원경릉에게: “다섯째는 매일 초왕부에서 뭘 하느냐?”원경릉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왕야는 초왕부에서 검술을 연마하시고 글을 쓰시느라 매일 충실하게 지내고 있습니다.”“짐을 원망하지 않더냐?”원경릉이 당황하며, 충성되고 정직하게: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왕야는 아바마마께 대한 마음은 존경 그 자체입니다.”명원제가 비웃음을
후궁이냐 감옥이냐명원제가 냉소를 띠고, “자진? 아마 아닐 걸,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짐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주명취는 주재상이 배후에서 지시했다고 옥중에서 자백했고, 다섯째는 주명취가 조당에서 심리를 받을 때 주재상에 대해 자백하지 못하도록 그녀를 죽였지.”원경릉은 두 손으로 소매를 쥐고 약지에 핏기가 가지며, “아바마마, 그걸 믿으세요? 진짜 재상대인이 지시했다고 믿으십니까?”“짐이 믿고 안 믿고 하는 것과 주명취가 자백한 것은 별개야. 얘기를 섞지 마라, 주명취가 뭐라고 했든 다섯째가 그녀를 죽인 것은 사실이야.”원경릉은 명원제를 똑바로 바라보며 속으로 눈치챘다.황제는 다섯째가 황제의 의중을 헤아리고 있다는 것, 자신도 주재상 짓이 아니란 것을 믿지만, 황제는 이것을 빌미로 원경릉 혹은 다섯째에게 어떤 일을 협박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원경릉은 숨을 삼키고: “아바마마, 다섯째는 폐하의 아들이며 범인을 죽였는지 여부도 폐하의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다섯째가 한 행동은 모두 조정과 이 강산을 위해서 였으며 어떠한 사심도 없었음을 며느리는 확신합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명원제가 미소를 지으며 원경릉의 맑고 과단성 있는 눈빛을 들여다보고: “흠, 이 일은 일단 차치하고, 또 하나 짐이 일단 너에게 얘기할 것이 있는데 네 의견을 구하고 있어. 만약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짐도 강요하지는 않으마.”원경릉은 핵심으로 들어가는 구나 싶어 자세를 바로 하고: “말씀하세요.”명원제가 대놓고 심하게 온화하고 친절한 말투로: “이렇게 된 건데 말이야, 호 대장군(扈大將軍)이 계속 진북(鎮北)에 주둔하며 조정에 공을 세운데다 진북 일대 떠돌이 도둑을 전부 섬멸했다는 급보가 와서 짐이 호 대장군을 진북후(鎮北侯)로 책봉하고 상을 내리고자 하는데 말이야, 진북후가 상은 필요 없다며 짐에게 한 가지 근심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을 했지 뭐냐.”원경릉이 눈을 반짝이며, ‘진북후가 딸이 하나 있는데’는 아니겠지 설마…….이윽고 명원제가 실실 웃으
명원제에게 대든 결과명원제는 냉담한 표정으로, “가봐.”목여태감이 대답하고 원경릉을 쳐다봤다.원경릉이 하는 수 없이: “아바마마, 이렇게 하시는 것은 저에게 강요하시는 겁니다. 다섯째의 목숨을 가지고 저를 압박하시는 거예요.”명원제가 돌연 안색을 바꾸며, “무엄하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자 자기가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을 알고 식탁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 다시 천천히 무릎을 꿇었으나 마음은 가라앉지 않아 씩씩거리며, “아바마마 고정 하소서.”명원제가 성난 목소리로: “원경릉, 후궁을 들이는 일에 짐이 너를 존중하여 상의까지 했거늘 네가 동의하지 않으니 짐도 널 강요하지 않았어. 너는 그런데도 고마움을 모르고 감히 짐에게 불손한 말을 해? 너는 대역무도한 죄를 지었느니라!”원경릉이 마음이 불편하고 숨이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아바마마, 만약 폐하께서 정말 며느리를 존중하셨으면 며느리가 회임 했을 때 또 다시 후궁을 맞아들이는 일을 거론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다섯째가 왜 주명취를 죽여야 했는지, 폐하께서는 분명히 아십니다. 다섯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다섯째가 조정을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게 아니란 말씀이신 가요? 만약 주명취가 정말 조당에서 자백해서 주재상에 대해 얘기했어도 결국에 가서는 주재상이 벌을 받을 리 없었을 겁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내겠지요, 하지만 주재상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실마리를 더듬어 진상에 다다르면, 배후의 사람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는데 그러면 아바마마의 마음이 아프지 않겠습니까? 다섯째는 그것을 고민했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십니까? 왜 연달아 다섯째를 괴롭히세요? 다섯째가 받은 서러움이 아직도 부족합니까? 아바마마는 정말 너무 편애하세요!”“무엄하다!” 명원제는 분노가 폭발해서 탁자를 내리치자 탁자 위에 찻잔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목여태감이 겁에 질려 얼른 무릎을 꿇고, “황제 폐하 고정 하소서, 왕비마마께서 잠시 분을 낸 것입니다. 폐하 고정 하소서!”명원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
황실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큰일이었기에, 서둘러 잔치를 준비해야 했다.이전에 원 할머니는 숙왕부에서 자주 연회를 열면 안 된다며 경고한 적이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겐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은데 연회라 그저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술도 같이 마시게 되니 절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할머니는 큰 경사가 아니면 고기를 금지한다는 엄명을 내렸었다.하지만 제왕 부부가 딸을 낳은 지금은 큰 경사였기에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원 할머니에게 허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차례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며, 술과 고기의 양은 반드시 자신이 통제한다는 조건을 붙었다.그녀는 이제 숙왕부의 집사처럼 보일 정도로 나서서 제지했고, 그녀도 이 역할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원하던 노후 생활은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니 말이다.추 할머니의 병세는 약물 치료 후 조금 호전되었다. 병세가 더 악화하지 않았고, 진통제 주사의 빈도도 줄어들었다.사실 원경릉이 사용하는 약물이 병세를 억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모두의 격려와 그녀의 강한 의지가 병세를 멈춘 이유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숙왕부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또 한 번 연회를 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연회가 열리는 날, 원경릉도 참석했다. 그녀는 숙왕부의 활기를 또 한 번 느끼고 싶었고, 그 분위기가 역시나 그녀를 매우 기쁘게 만들었다.나이 든 늙은이들이 마련한 연회가 젊은 그녀조차도 활기를 느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고기의 양은 엄히 제한되었고, 채식 요리가 늘어났다. 원 할머니는 야채를 구워도 맛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다들 원 할머니의 말을 따르듯 채소를 먹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된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분주했다. 모닥불이 모든 사람의 기쁨 어린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직접 고기를 구워 열기를 더했다.식사가
며칠 뒤, 다섯째가 정말 아이를 데리고 궁에서 나왔다.원경릉은 이미 화를 풀었다. 그가 어찌 나쁜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는 단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사실이 증명하듯이, 계란이는 무상황을 만난 후 아버지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녀는 무상황을 태조부라고 부르며 함께 뜰을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며,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함께 바둑도 두었다.이때 택란이가 조심히 원경릉에게만 말했다.“어마마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금이고 은이고 다 주려 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사랑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원경릉은 순간 자신이 이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무상황의 계란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특별했다.예전에 그녀는 무상황이 계란이를 너무 편애하여 다른 왕비들이 질투해, 형제자매 사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실제로 손왕비가 몇 마디 불평하며 약간 질투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색이 바로 반박했다.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이 금을 계란이에게 준다면, 앞으로 조정에 돈이 필요할 때 계란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손왕비나 제가 받았다면, 돈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이 말에 손왕비는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고, 곧장 원경릉에게 사과했고, 그 이후로 원경릉도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안풍친왕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섯째도 이 소식에 안도하며 말했다.“그들을 만나보고 싶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오? 아니면 작은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오?”아직 그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돌아온다고 들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오.”원경릉이 대답했다.“안풍친왕의 성격을 생각하니, 자녀들도 그를 닮았을지 궁금해졌소.”원경릉이 웃으며 여우 같은 한 가족이진 않을까 생각했다.안풍친왕의 자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원용의에게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원용의가 아이를 낳았다.제왕은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