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659화

서일은 의자를 두 개 가져와 그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제왕은 우문호를 보고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섯째 형님도 계셨네요.”

“응.”

“초왕비께서도 계셨군요.” 제왕이 당황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제왕은 왠지 모르게 원경릉을 보면 죄책감이 느껴졌다.

원경릉은 제왕의 슬픈 얼굴을 보며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고 미래만 생각합시다.”라고 말했다.

“예. 이제는 잊어보려고요.”제왕은 기침을 하며 어색하다는 듯 원경릉을 보았다.

“뭐 안 먹었죠? 식사부터 하세요.” 원경릉이 원용의를 보며 물었다.

원용의는 배가 고팠기에 원경릉의 말에 알겠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녀는 젓가락을 들면서 우문호를 조심스럽게 한번 쳐다보고 그가 아무 반응이 없자 탁자 위의 다과를 먹기 시작했다.

제왕은 다과는 먹지 않고 차만 마셨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건지 넋이 나가서 그런 건지 제왕의 손이 미세하게 덜덜 떨렸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며 “형님, 명취가 정말 자결을 한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럼 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우문호는 그를 쳐다보았다.

제왕은 당황한 표정으로 “전 그저……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죽고 난 뒤에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우문호가 차를 마시며 제왕을 노려보았다.

강한 겨울바람에 난간이 흔들리고 창호지 사이로 찬 기운이 방안에 퍼졌다.

난간이 달칵거리며 흔들리자 어딘가 모르게 스산한 기분도 들었다.

“전 그저 명취가 자결을 할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여쭌 겁니다.”제왕이 말했다.

“네가 그 여자를 이해한다고?” 우문호가 물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격양되는 것 같자 옆에 있던 서일이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입을 열었다.

“제왕 전하, 이미 죽은 사람을 자꾸 입에 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제왕은 서일을 쳐다보며 “본왕은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