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 맞는 원경릉이 식사는 최후의 만찬이었군.목여태감은 천천히 원경릉을 부축하는데, 원경릉은 발 밑이 푹 꺼지는 느낌이 들며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었다.명원제의 말은 구구절절이 동기가 사악하다.다섯째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건 전부 원경릉 탓이라는 것이다.맞는 말이다.원래 몸의 주인인 그 원경릉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금 그녀가 질 수밖에 없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공주부 일을 끌어들일 것이다.원경릉은 명원제의 옷에 수 놓아진 운해 그림과 그 위에 도사리고 있는 발톱이 다섯개인 진짜 용을 바라봤다. 한 땀 한 땀 세밀하고 정교하게 수를 놓아 용이 살아서 명원제의 몸에서 날아오를 것 같다.원경릉은 눈에서 불꽃이 일어 예를 취하고 힘겹게: “아바마마 옥체 보중 하소서. 원경릉 작별인사 드립니다!”명원제는 원경릉에게 등을 돌리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우울한 얼굴이다. 넘쳐 흐르던 고귀한 자태는 사라지고 냉정하고 고집스럽게 보였다.목여태감이 원경릉을 부축해 내려가니 만아와 사식이가 밖에서 기다리는데 바람에 몸이 꽁꽁 얼었다.원경릉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앞으로 나와 부축하고 목여태감은 작은 소리로 탄식하며, “왕비마마 왜 사서 고생을 하십니까? 이렇게 하시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고작 호 아가씨가 아닙니까? 시집을 와도 후궁인데 마마와 초왕 전하의 깊은 사랑엔 영향을 못 미칩니다.”사식이가 깜짝 놀라며, “뭐요? 아직도 후궁이 있어요?”원경릉이 손을 꼭 누르며, 지친 기색으로: “가자.”목여태감이 금군 하나를 부르더니 의례태감(司禮太監)을 데리고 가서 초왕에게 입궁을 전하게 시켰다.밖으로 나가서도 만아와 사식이는 감히 묻지 못하는 것이 원경릉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목여태감도 따라 나와 원경릉이 깊은 침묵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왕비마마 폐하를 원망하지 마세요, 절박해서 어쩔 수 없으셨습니다.”“알아, 만약 부득이한 게 아니라면 폐하께서 날 이렇게 대하지 않으시겠지.” 원
만아와 사식이의 결심“태감, 아바마마는 아바마마대로의 고충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은혜도 모르고 아바마마께 반기를 드는 게 아니에요, 당연히 아바마마께서 나를 위해 골라 주신 길이 가장 좋다는 걸 알고 있어요, 왕야는 호 아가씨를 좋아할 리가 없으니 시집을 온다고 해도 저한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겠죠,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니까요.”목여태감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왕비께서는 그렇게 다 알고 계시면서 왜 폐하를 거역하셨습니까? 폐하께서 정말 마마를 괴롭히고 싶으시면 이렇게 특별히 궁으로 불러 식사를 하며 마마께 살뜰하게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바로 성지만 내리셔도 마마는 성지를 거역하실 수 없으니까요.”원경릉이 쓴 웃음을 지으며, “아바마마께서 저를 존중해 주시는데 어떻게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잊겠습니까, 하지만 요즘 제가 계속 어려움에 빠지다 보니 왕야가 혼비백산 했어요, 저를 생각하는 왕야는 분명 호 아가씨와 혼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왕야가 성지를 거역하는 것이 낫습니까, 아니면 제가 오늘밤 아바마마께 말대꾸 하는 게 낫습니까? 태감께서 찬찬히 생각해보시면 바로 아실 것입니다. 저는 제 꾀에 제가 빠져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저와 복중의 아이에게 모두 잘 된 일입니다. 적어도 얼마간 굳이 폐비를 해치러 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목여태감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며, “왕비마마는 어찌 그리 치밀하십니까,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폐하께서 마마의 이런 생각을 아시면 분명 마마를 선처하실 겁니다.”원경릉이: “선처 여부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왕야가 평생 순탄하게 지내실 수만 있으면.”목여태감에게 한 이 말은 황제가 앞으로 선처해주시길 바라며 원경릉이 일부러 신경 쓴 말이다.원경릉은 우문호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두 걸음 나가기 위해 한걸음 물러나는 전법을 쓴 것은 원경릉이 혼인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다.원경릉이 혼인관계를 똑바로 유지하지 못하면 아이를 낳자마자 빼앗길 텐데 절대로 일가족이 헤어져서는 안된다.초왕부에서
원경릉과 우문호의 작별원경릉은 사식이와 만아가 함께 하겠다는 뜻에 감격했다. 친정으로 돌아가면 적지 않은 풍파가 일어날 텐데 이 두 사람이 함께 해주면 적어도 억울한 경우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 때 우문호는 초왕부에서 계속 원경릉이 돌아오길 기다리다가 입궁하라는 황제의 성지를 받았다.말을 달려 입궁하는데, 원경릉의 마차를 보고 고삐를 잡아 멈춰서 마차를 막았다.목여태감은 두 사람이 만나게 하려고 일부러 마부에게 다른 길로 못 가게 했다.마차를 세운 뒤 목여태감은 얼른 원경릉에게: “왕비마마, 궁에서 일은 절대로 언급하시면 안됩니다. 왕야 성정에 분을 참지 못하시고 궁에서 대역무도한 죄를 지을까 두렵습니다.”원경릉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마차에서 내렸다.우문호기 막 말에서 내려 다가와: “내려오지 마, 굉장히 추워.”우문호는 바람같이 원경릉을 가슴에 품더니 바람막이로 그녀를 싸매고: “아바마마께서 뭐라고 하셨어?”원경릉이 머리를 우문호의 가슴에 묻고 익숙하고도 안정감을 주는 체취에 딱딱하게 굳었던 몸이 스르륵 풀어졌다.원경릉은 두 손으로 우문호의 등을 껴안고 손가락 끝으로 옷에 놓인 자수를 만지작거리며 심호흡을 하더니: “별 말씀 없으셨어, 왕야가 매일 초왕부에서 뭘 하는지 묻기만 하시고.”우문호가 구시렁거리며, “고작 그거야? 아바마마도 진짜 할 일 없나 보네, 나한테 들어오라고 어명을 내리셨다 길래 무슨 일이 났는 줄 알았지. 널 보니 안심이 된다.”원경릉은 우문호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먹빛 눈썹, 그 주변의 흉터를 매만졌다. 흉터는 이제 옅은 붉은 색 줄만 남아 잘 보이지 않아서 잘생긴 얼굴을 전혀 망가뜨리지 않고 오히려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원경릉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미소를 지으며, “가봐, 아이랑 같이 기다리고 있을 게.”이 말을 하고 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얼른 심호흡을 하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미간에 뽀뽀하며: “날이 차, 얼른
원경릉이 친정에 쫓겨가는데희상궁이 안으로 들어와 원경릉이 장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두 손을 배위에 올리고 얼굴은 약간 창백하다.사식이가 희상궁이 온 것을 보고 얼른 그녀의 손을 끌고 가, “희상궁, 얼른 가서 좀 봐줘요. 왕비마마께서 배가 불편하신 거 같아요.”“무슨 일이 생겼나요?” 희상궁이 원경릉 앞에 작은 걸상에 앉아 배를 쓰다듬어 주며, “아프신가요?”원경릉이 심호흡을 하더니, “많이 아픈 건 아니고 약간 시큰거리는 정도예요.”희상궁이 조금 당황해서, “절대 무리하시면 안됩니다.”원경릉이 손을 내저으며, “괜찮아요, 내가 너무 긴장했나 봐요, 좀 쉬면 좋아질 거예요.”희상궁이 원경릉에게, “왜 친정으로 돌아가셔야 하는 겁니까? 폐하의 뜻인가요?”“제 뜻이에요, 친정에 좀 있고 싶어서요. 희상궁, 질문은 나중에. 시간이 없어서.” 원경릉이 말했다.희상궁이 나가서 목여태감을 붙잡고 한 켠으로 데려가더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왕비마마는 아직 회임 하신 몸인데, 어떻게 마마를 친정으로 보낼 수가 있나? 정후부 상황을 폐하께서 모르시는 게 아닌데.”목여태감이 가볍게 탄식하며, “왕비마마께서 스스로 원하셨으니 어쩌나, 폐하께서 호 아가씨를 초왕 전하 후궁으로 맞아들이라고 하셨는데 왕비마마께서 거절 하셨어.”“무슨 또 후궁이야? 설사 혼인을 시키신다고 해도 왕비마마께서 아이를 낳고 하셔도 돼잖아?” 희상궁이 얼른 말했다.목여태감은 희상궁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폐하께서도 절박해서 어쩔 수 없으신 거지, 진북후가 병사를 데리고 세력을 넓혔으니 폐하께서도 반드시 진북후를 누를 구실이 있어야지 않겠나.”“다른 왕야면 안돼?” 희상궁이 눈살을 찌푸렸다.목여태감이 쓴웃음을 삼키며, “초왕 전하보다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어? 진북후가 초왕 전하를 눈여겨본 모양이야, 만약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 혼사를 명하신다면, 반드시 진북후가 만족할 인물이어야 해, 안 그러면 진북후가 역심을 품고 농간을 부릴 지 어찌 아는가?”희상궁은 이런 조정
명원제와 우문호의 일전우문호는 진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명원제가 자신에게 무슨 호박 아가씨인지 호 아가씨인지와 혼인하라는 말을 듣고 지붕에 기왓장을 전부 날려버릴 만큼 열이 받았다.우문호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완강하게: “아뇨,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겠습니다. 호박 아가씨든 수박 아가씨든 일절 혼인하지 않겠습니다.”“이런 몹쓸 자식, 무엄한 지고!” 명원제는 이럴 줄 알았지만 역시 화가 치밀어서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어째 시름을 덜어주는 놈이 하나도 없다.“소신 이 생에 ‘원경릉’이란 왕비 하나만 둘 뿐 후궁은 두지 않을 것입니다.” 우문호가 말했다.명원제는 홧김에 우문호의 머리를 한 대 갈기고, “이 못난 놈아, 그냥 여자 하나가 아니냐? 혼인하고 데려가서 싫으면 건드리지 말고 초왕부에 두면 그만이지, 너희 부부한테 방해 될 게 뭐가 있어?”우문호 머리가 단단해서 오히려 때린 명원제 손만 아팠다.우문호는 이마에 핏줄이 불끈불끈하며, “아바마마 만약 그러실 거라면 굳이 그녀와 혼인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녀와 잘 될 리도 없는데 혼인해서 초왕부에 데려가는 건 그녀의 일생을 망치는 일이 아닙니까. 저는 그런 음흉한 일은 할 수 없습니다.”“음흉해? 뭐 음흉하다고!” 명원제가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 두 대를 연거푸 때리고, “이건 권력에 대한 계책이고 견제와 균형이야, 그래도 모르겠어? 짐은 널 위해 앞길을 터주려 는데 너는 감사는 고사하고, 짐을 분통이 터져서 죽이려는 작정이냐.”명원제가 열 받아서 몹쓸 자식이라고 연거푸 욕을 해댔다.우문호 얼굴이 창백해 지며, “어쨌든 소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소자는 혼인하지 않겠습니다.”명원제가 화가 나서: “네가 동의하지 않아도 해야만 할 것이다. 진북후가 이미 조정으로 개선하고 있으니 딸도 같이 올 거다. 부녀가 경성에 다다르면 혼례를 준비하기 시작할 것이고, 만약 싫거든 감옥에 가라, 짐이 네가 주명취를 죽인 사실을 엄밀하게 조사하도록 하지.”“그럼 아바마마께서 조사하시지요, 제 목이
아버지와 아들이 아들은 고집은 좀 센 편이지만 역시 능력이 있긴 하다.불 붙이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아니지, 중요한 임무를 맡길 땐 꼭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다.우문호가: “아바마마 만약 진북후가 껄끄러우시면 꼭 소자를 호 아가씨와 혼인 시킬 게 아니라, 아바마마께서 호 아가씨를 양녀로 삼으시고 공주로 책봉한 뒤 입궁해 어마마마와 함께 지내게 해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명원제가 우문호를 노려보며, “어떻게 같아?”이 녀석은 경중을 모른다니까.호 아가씨와 혼사를 치르면 진북후는 우문호의 장인이 되니 이게 진북후에게 있어 얼마나 큰 혜택이고 비호인가?보아하니 아직은 한참 더 갈아도 되겠다. 예리함을 전부 갈아 없앨까 걱정할 게 아니라 뾰족한 날부터 매끄럽게 좀 해 놓고.명원제는 정말 화가 났다. 호 아가씨를 양녀로 삼아 공주에 책봉하는 걸 전에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제 보니 안될 것도 없다.하지만 벌써 일이 벌어져서 원경릉은 친정으로 쫓겨났고 이 녀석은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 참에 따끔하게 혼을 내두지 않으면 앞으로 무법천지로 날뛸까 두렵다.그리고 원경릉은 다섯째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 최대한 이걸 빌미로 둘을 갈라놓는 편이 좋겠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명원제는 차갑게: “주명취가 옥에서 죽은 것에 대해 네가 개인적으로 살인하여 입막음을 했다고 누군가 상소를 올렸다. 어떤 이유로든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이 사건은 짐이 조사를 명할 것이며 너는 계속 정직상태다. 원경릉은 스스로 잘난 척하며 친정으로 갔으니 친정에서 한동안 살게 할 것이나, 만약 네가 정후부에 가서 감히 소란을 피우거나 가만 있지 않을 시엔 짐은 원경릉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너를 죽이는 건 미련이 남지만, 원경릉 하나 죽이는데 짐이 손이 떨려 못할 성 싶으냐?”“원 선생은 회임을……”명원제가 책을 집어 던지며, “닭은 잡고 알은 가져올 것이다.”독하다! 우문호는 냉기를 느꼈다.“꺼져!” 명원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네가 만약 감히 정후부에
희상궁과 정후정후가 당황해서 고개를 돌려 희상궁을 봤다.희상궁이 오기 전에 특별히 신경 써서 단장을 한데다 어두운 보라색 둥근 자수 무늬 비단옷을 입고 하얗게 센 머리를 가지런하게 틀어 올려 여의 무늬 옥비녀를 꽂았다. 희상궁 온몸에서 궁중에서 관리를 담당하던 시절의 위엄이 넘쳐 흘렀다.희상궁이 정후에게 살짝 예를 취하며, “후작 나리, 제 쪽은 예를 갖추어 앞으로 정후부에 있는 동안 소인이 왕비마마를 돌보는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태상황 폐하의 명이 있어 황실의 핏줄은 결코 잃어서는 안된다고 하셨으니, 후작 나리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정후가 황급히: “당연하지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희상궁이 사식이를 끌고 와: “이 분은 원 노마님께서 왕비마마와 함께 하라고 보내신 분으로 넷째 항렬입니다.”사식이가 명랑한 목소리로: “후작 나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어이쿠” 정후가 서둘러 사식이를 훑어보고, “이거 원씨 가문 아가씨였군요.”정후는 속으로 의심이 드는 게 오밤중에 돌아온 것과 목여태감이 직접 데리고 온 것을 보면 분명 원경릉이 뭔가 일을 저질러서 황제 폐하께 벌을 받아 돌려 보내진 게 틀림없다.정후는 계속 이혼장을 받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목여태감이 왔을 때 이혼장을 꺼내지는 않았다.그러나 어떻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친정으로 돌아와 지내기로 한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태상황 폐하도 사람을 보내 원경릉을 돌보고, 원씨 집안에서도 사람을 보내 원경릉과 함께 있게 하다니 또 쫓겨난 거 같지는 않다.“후작 나리!” 희상궁이 불렀다.정후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희상궁을 봤다.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 “후작 나리 사람을 시켜 장소를 정해주시지요, 지금 왕비마마께서는 쉬셔야 합니다.”정후가 분부해 원경릉이 형녕각(邢寧閣)에 짐을 풀도록 했는데 이 곳은 원경릉이 전에 살던 곳이다.이미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정후부 사람은 벌써 쉬고 있어 원경릉도 일단 쉬고 내일 다시 노마님을 뵙기로 했다.정후가
잠못드는 원경릉과 희상궁정후도 자기가 왜 이리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알다 가도 모를 지경이다.예상대로 잘 해왔다. 딸을 초왕부에 시집 보내려고 계획을 세웠을 땐 주명취란 귀인이 나타나 도와줘서 성공했다.혜정후와 혼사도 합당하게 매듭지어가고 있었기에, 정후는 초왕의 장인이자, 혜정후의 장인으로 주씨 집안과 인척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지금 아무것도 건진 거 없게 됐을까. 딸은 퇴물이 돼서 반품됐으니 앞으로 다시 누구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기나 할까? 어느 대가집에서 원경릉을 원할거야? 애비 팔자가 세상에 불쌍하기도 하지!정후는 씩씩거리며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내일 원경릉이 혼자가 되면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이었다.원경릉도 거의 밤새 잠이 들지 못했다.전에는 누가 곁에서 자는 것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왕야가 곁에 없는 것이 낯설게 느껴 지다니 습관이란 무섭다.왕야 성격이면 어젯밤에도 궁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도 모를 일이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을 원망할까? 분명 그럴 것이다. 우문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니까. 이 사람은 존재 자체가 결점투성이다. 원경릉 외에 누가 그를 참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호 아가씨는 변경에서 자라 성격이 아주 부드럽지는 않을 게 틀림없다. 만약 정말 그녀와 혼인한다면 하하,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고 우문호는 그녀를 매정하게 대했었다.하지만 둘의 성질은 자못 다르다. 그때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은 분명 우문호를 비참하게 만들었기에, 원경릉에 대한 우문호의 태도는 아내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원수에 대한 태도였다. 당연히 매정할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호 아가씨는 비록 강요된 혼인이지만 주도적으로 우문호를 해친 게 아니고 둘 사이에 치열하게 싸울 만한 일이 전혀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원경릉은 오히려 잠을 들 수 없었다.사실 마음 속으로 우문호가 호 아가씨와 혼인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 상황과 옛날의 양상이 서로 다르지만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