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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5화

잠못드는 원경릉과 희상궁

정후도 자기가 왜 이리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알다 가도 모를 지경이다.

예상대로 잘 해왔다. 딸을 초왕부에 시집 보내려고 계획을 세웠을 땐 주명취란 귀인이 나타나 도와줘서 성공했다.

혜정후와 혼사도 합당하게 매듭지어가고 있었기에, 정후는 초왕의 장인이자, 혜정후의 장인으로 주씨 집안과 인척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지금 아무것도 건진 거 없게 됐을까. 딸은 퇴물이 돼서 반품됐으니 앞으로 다시 누구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기나 할까? 어느 대가집에서 원경릉을 원할거야?

애비 팔자가 세상에 불쌍하기도 하지!

정후는 씩씩거리며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내일 원경릉이 혼자가 되면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이었다.

원경릉도 거의 밤새 잠이 들지 못했다.

전에는 누가 곁에서 자는 것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왕야가 곁에 없는 것이 낯설게 느껴 지다니 습관이란 무섭다.

왕야 성격이면 어젯밤에도 궁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을 원망할까? 분명 그럴 것이다. 우문호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니까.

이 사람은 존재 자체가 결점투성이다. 원경릉 외에 누가 그를 참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호 아가씨는 변경에서 자라 성격이 아주 부드럽지는 않을 게 틀림없다. 만약 정말 그녀와 혼인한다면 하하,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고 우문호는 그녀를 매정하게 대했었다.

하지만 둘의 성질은 자못 다르다.

그때 몸의 원래 주인인 원경릉은 분명 우문호를 비참하게 만들었기에, 원경릉에 대한 우문호의 태도는 아내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원수에 대한 태도였다. 당연히 매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 아가씨는 비록 강요된 혼인이지만 주도적으로 우문호를 해친 게 아니고 둘 사이에 치열하게 싸울 만한 일이 전혀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원경릉은 오히려 잠을 들 수 없었다.

사실 마음 속으로 우문호가 호 아가씨와 혼인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상황과 옛날의 양상이 서로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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