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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83화

희상궁은 원경릉을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왕비, 조급해하지 마세요. 사식이가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왕야께서 암실에 갇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성년이 된 친왕이 궁에서 밤을 보낼 수 없기는 합니다만 궁에는 다른 친왕들이 있습니다. 왕야께서는 팔황자를 찾아갔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태상황님을 찾아갔을 수도 있죠.”

원경릉은 희상궁의 말을 듣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사식이 말대로 암실로 끌려갔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가자 원경릉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원경릉은 마음속으로 부황을 원망했다.

‘왜 다섯째에게만 이렇게 엄하고 모지실까?’

사식이는 손톱을 뜯고 있는 원경릉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희상궁만 바라보았다.

희상궁은 한숨을 쉬며 “그럼 제가 주부 골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주수보에게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예, 그래 주세요. 역시나 희상궁님이십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야죠.”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떨리는 손은 숨길 수 없었다. 우문호의 소식을 알 수 없으니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머리가 아팠다.

희상궁은 원경릉에게 몇 마디 위로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

희상궁은 주부 문 앞 골목에서 꼬박 두 시간 가까이 주수보를 기다렸다.

추운 날씨에 몸이 꽁꽁 얼었지만 우문호의 소식을 알 방도가 그밖에 없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주수모를 태운 가마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가마 앞에 서서 가마를 가로막았다.

가마가 바닥에 내려앉고 장막이 걷히니 그 안에는 주수보가 보였다.

주수보는 덜덜 떨고 있는 희상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추운 날에 밖에서 뭐 하고 있습니까!”

희상궁은 파랗게 질린 입술이 추워서 떨어지지 않는 듯 가까스로 숨을 몰아쉬며 주수보를 보았다.

“여쭤볼 게 있습니다.”

“일단 들어갑시다!”주수보는 화가 난 말투였지만 겉옷을 벗어 희상궁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희상궁은 놀라서 “됐습니다……”라고 겉옷을 돌려두었지만 주수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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