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어의의 진찰 결과손씨 아주머니가 얼른 빗자루를 받아 쥐고, “상궁 마마께서 어찌 이런 일을 하십니까? 쇤네가 하지요.”“그런 말씀 마세요.” 희상궁이 웃으며, “저도 왕비마마를 모시는 사람인 걸요.”희상궁은 꿋꿋하게 자기가 빗자루질을 했다.노마님이 손씨 아주머니에게 분부를 내려, “왕야와 왕비마마께서 드실 걸 좀 내오너라.”손씨 아주머니가 얼른 가서 직접 준비했다.두 사람이 먹고 나자 만아도 조어의를 모시고 돌아왔다.노마님은 어의가 온 것을 보니 걱정스러운데 사식이가 노마님을 달래며 황제 폐하의 경계를 늦추게 하려고 일부러 어의를 불러 온 것이라고 사실대로 얘기하고 나서야 노마님은 비로소 안심하셨다.한바탕 설득 끝에 노마님이 겨우 돌아가셨다.조어의가 맥을 짚은 뒤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왕야, 왕비 마마 안심하십시오, 왕비 마마께서는 별 일 없으십니다. 정상적으로 쉬시고 정상적으로 드시면 별 탈이 없을 것입니다.”우문호는 어의를 병풍 뒤로 불러 한 손으로 병풍을 꽉 잡고 조어의를 포위하듯 감싼 후 별 거 아닌 듯한 말투로: “어의, 잠시 후 정후부를 나간 뒤 밖에서 누가 자네에게 왕비의 상태를 물으면 자네는 뭐라고 대답할 텐가?”조어의는 새댁처럼 조신한 몸짓으로 눈이 침침한 지 죄 없는 눈을 깜박거리며, “그……당연히 왕비마마 상태가 아주 좋으십니다. 궁에 계신 분께 걱정하시 마시라고 해야 지요.”“궁에 계신 분이 걱정하시면 큰 일이라도 생기나?” 우문호 말투가 심상치 않다.조어의가 당황해서, “그……그 왕야께서 보시기엔 어떻게 답하는 것이 옳습니까?”“태아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야지, 출혈과 유산 기운이 있다고.” 우문호가 말했다.조어의가 화들짝 놀라며, “그……그런 일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이는 앞으로 태어나실 세손 저하를 저주하는 것으로 소신은 감히 할 수 없습니다.”“뭐가 저주야? 이 녀석이 만약 말 몇 마디에 떨어질 아이면 나와도 소용없어, 아비인 내가 괜찮다는데 어의인 자네가 무서울 게 뭐가 있는데? 내가 시키는 대
호 아가씨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의 신경전사식이가 와서 어의를 부축하며, “어의, 내가 데려다 주겠네.”어의가 한숨을 쉬며, “사식 아가씨, 그럴 필요 없습니다. 가서 왕비마마를 돌봐 주세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얼른 제게 좀 알려주시고요. 안타깝게도 폐하께서 소신이 정후부에 머무는 것을 허락치 않으셨거든요. 그렇게 라도 해서 왕비마마의 용태를 알아야 지요.”말을 마치고 어의는 스스로 마차에 올랐고 사식이는 돌아가라고 했다.사식이가 돌아가서 우문호에게: “왕야 안심하셔도 됩니다. 어의 완전 거짓말의 고수였어요, 눈도 하나 깜짝 안하고 금군을 꼼짝 마라 어르던 데요.”원경릉이 웃으며 살짝 우문호를 째려보고: “이 정도 계책을 아바마마께서 못 알아보실 리 없어.”“알아채셔도 괜찮아, 이 아인 폐하의 손자인데 폐하가 긴장 안 하면 누가 긴장해? 의심스럽더라도 만일 진짜일 경우를 생각해야 할 걸?” 우문호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듯 말했다.매일 여기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도록 우문호도 필사적이었다.“넌 안심하고 태교에만 신경 써,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자고. 정후부 사람은 사식이에게 잘 감시하라고 할 테니까, 누가 널 괴롭히거든 다음에 내가 아주 작살을 낼 거야. 할머니가 너를 감싸 주실 건 나도 아니, 전에 듣기로 할머니께서 슬슬 권력을 다시 쥐기 시작하셨다 더군. 할머니가 주도권을 쥐고 계신데 감히 누가 죽고 싶어서 덤비겠어?”하고 다독거렸다.원경릉이 웃으며 “나 그건 걱정 안 해.”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단지 지금 이 중차대한 시기에 아바마마와 힘겨루기를 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을 뿐이야. 진북후가 언제 호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온데? 알고 있어?”“대략 며칠 안에 도착할거야, 이미 내 계획은 아바마마께 알렸고, 아바마마께서 진북후의 딸을 양녀로 삼으시고 공주로 책봉한 뒤 공주의 부마를 찾는 것으로 말이야.”“아바마마께서 그러자고 하실까?” 원경릉에게 순간 희망이 솟아났다.“그러고 싶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지. 난 어쨌든
우문호의 처가 방문과 장인의 태도“진짜 화났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 태자자리를 놓고 다투는데 진북후의 협력은 없어도 돼, 그 사람이 방해만 하지 않으면 돼지.”넷째가 이제 꼬리를 드러냈으니 다음 수순은 진북후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안되지, 우문호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우문호는 호 아가씨와 혼인하지 않을 것이고 진북후의 후원도 필요 없지만 진북후가 넷째를 도와서도 안되고, 당연히 큰형을 도와서도 안된다. 우문호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자리에 앉아, “난 그만 가 볼게, 정언한테 얘기할 게 좀 있어, 내일 다시 올 테니, 어서 좀 쉬어.”원경릉은 우문호의 안색이 순간 얼어붙은 데다 냉정언에게 간다는 얘기에, 분명 중요한 일을 처리하러 가는 것이라고 느끼고: “알았어, 조심해서 가.”“알았어!” 우문호는 원경릉의 볼에 뽀뽀하고 헤어지기 아쉬운 눈빛으로, “안심해, 넌 금방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까.”원경릉이 웃으며, “서둘지 마, 난 여기서도 진짜 좋아.”“내가 안심이 안돼.” 우문호가 일어나는 김에 원경릉도 일으켜 품에 안더니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나 간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놓아주며 그가 나가는 것을 지켜봤다.우문호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정후가 조심조심 형녕각에 나타났다.정후는 이리저리 둘러보고 우문호가 정말 간 것을 확인하자 뒷짐을 지고 어깨를 편 뒤 어슬렁어슬렁 거들먹거리며 들어 왔다.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듣자 하니 방금 왕야께서 오셨다고.”실내를 잽싸게 살피는데 망가진 탁자나 의자도 없고, 원경릉의 얼굴에도 손가락 자국이나 상처 같은 게 없다.상당히 이상적인 상황으로 크게 화를 내지 않은 건 확실하다.원경릉은 여전히 불안에 떠는 정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몸의 원래 주인의 아버지라는 이 인간은, 도둑놈 심보는 있지만 도둑놈이 될 배짱은 없는 사람이다. “왕야께서 뭐라 시더냐?” 정후는 아무도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자 기분이
원경릉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원경릉은 잔뜩 슬픈 표정으로, “셋째 이모가 돌아가셨어요? 미인박명이라 더니, 그런데 셋째이모면 어머니 쪽 사람인데 어머니만 한 번 가보시면 되지 않습니까?”정후는 꿀꺽 침을 삼키며 다소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네 셋째 이모부도 돌아가셨어, 가는 김에 내가 한꺼번에 문상을 다녀오려고.”“한 번에 두 분이나 돌아가시 다니, 진짜 지관이 묘자리를 잘못 쓴 걸까요.” 희상궁이 탄식했다.정후가 이 말을 듣고 잠시 넋이 나갔다. 진짜 조상의 묘자리를 잘못 쓰기라도 한 건 아닐까? 왜 자신이 작위를 계승한 뒤로 계속 재수가 없는 거지?보아하니 이번엔 진짜 고향에 가서 조상의 무덤을 보수해서 우리 집안 사람 목숨을 구해주는 지 두고 봐야겠다.정후가 착잡한 마음으로 뒷짐을 지며, 조상님 자손들 관직운 좀 팍팍 주셔서 잘 살게 해주시면 안됩니까?마당에 서서 순간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하다가 내친김에 황씨한테 가기로 했다. 여편네지만 그래도 정실 부인이니 이 참에 가까이해서 아내와 금슬이 좋아지면 혹시 운이 트일 지도 모른다.황씨가 없어 물어보니 노마님께 불려갔다고 한다.어머니께서? 정후는 어머니가 출신이 귀한 집안인 데다 방금 사람들 말로 왕야가 왔을 때 노마님이 직접 맞으러 가셨다고 했다.정후는 예전에 노마님께 의지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막다른 길에 몰린 지금 같은 때에 노마님께 희망을 걸고 어쨌든 가보기로 했다.황씨는 노마님께 안으로 불려갔다.황씨는 시어머니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봤다.특히 요즘 시어머니는 줄곧 침상에 누워 있어 반쯤 죽은 사람 취급하며 다를 시어머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런데 화를 내니 장난이 아니다.“네 이년, 어느 집 어미가 이렇게 해? 딸이 쫓겨서 돌아왔는데 얼른 가서 안부를 묻고 신경 쓰기는 커녕 밥상머리에서 밥그릇을 깨? 너는 철딱서니가 없는 거냐 아니면 머리가 모자란 거냐?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고 부덕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어?”노마님은 한바탕 꾸짖으셨지만 화가 풀리지 않아
목여태감의 지혜명원제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으나 목여태감은 다시 서글퍼 하며, “단지, 여러 사람이 그러는데 명의도 스스로 치료하는 것은……”목여태감이 몰래 명원제를 흘끔 봤다.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목여태감이 얼른 고개를 숙이고 너무 티가 났나?목여태감은 스스로 반성했다. 최근 너무 자만해서 감히 폐하의 어심까지 넘겨짚었다.하지만 황제도 전부 알아채셨으니 한마디 더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왕비마마는 태아를 쉽게 잃지 않을 것입니다. 태상황과 태후께서도 상당히 기대하고 계시니까요.”명원제가 탁자를 두드리며, “됐다, 그 입 다물라!”“예, 쓸데없이 지껄였습니다.” 목여태감이 할말 다하고, 허둥거리지 않고 여유 있게 잘못을 시인했다.명원제는 자기 마음이 약해서 속고 있다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 손자는 중한 법이니까. 명원제는 이번은 참고 넘기기로 하고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다섯째에게 매일 가서 곁에 조금 더 있어 주도록 하고, 하루 세끼 잘 먹는지 지켜볼 것이며 조어의에게 명해 정후부에서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짐에게 보고하도록.”목여태감이 눈가에 번지는 일말의 미소를 숨기며 말했다. “예, 소인 얼른 가서 초왕부에 성지를 전하겠습니다.”명원제는 목여태감이 허리를 굽히고 나가 것을 보며 눈을 흘겼다.최근 진짜 머리가 아파서 토가 나올 지경이다.진북후는 곧 도착하는데 지금 명원제 곁에는 걱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원래 다섯째를 진북후 쪽과 혼인을 시키면 적어도 진북후를 2~3년은 묶어 두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천천히 그의 병권을 빼앗으면 그나마 볼멘 소리가 좀 덜 할 텐데.아니면 진북후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 나라와 백성이 해를 입을 것이다.진북후는 원래 괜찮은 사람으로 우국충정이 넘치지만 사람은 변할 수 있으며 특히 병권을 가지면 교만해지기 쉽다. 최근 몇 년 동안 진북후가 수도로 보내는 상소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북후의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태도도 점점 방자해 지고 있다.그런
명원제의 고뇌와 정후부 노마님의 결정명원제는 약간 감동한 것 같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구나.원경릉이 말대꾸하며 어심을 거역한 것이 보호수단이 아닌 적이 있었나?지금 그녀 입장에선 제일 중요한 건 복중의 아이다.다섯째가 제안한 호 아가씨를 양녀로 삼는 건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황실에 시집오는 것만 하지는 못할 게 분명하다.황실에 시집 오면 그야말로 평생이 아닌가. 진북후는 효심이 깊은데다 딸을 심하게 예뻐 해서 일단 호 아가씨가 다섯째와 혼인하면 진북후는 매사에 먼저 딸과 사위를 염두 해 둘 것이다. 게다가 진북후는 역심을 품었 다기보다 그저 야심이 큰 것에 불과하니 만약 황실의 장인이 되고 또 딸이 나중에 태자빈, 황후가 될 것을 알면……명원제는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당황한 것이, 이 예상에는 계속 의식적으로 한 사람을 배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원경릉이다. 명원제는 다섯째를 태자로 세울 마음이 있어, 저절로 호 아가씨가 태자비가 될 것이고 심지어 후일에 황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럼 원경릉은? 만약 원경릉이 세손을 낳으면, 세손은 적출의 장자이니 어떤 신분이 이보다 높을까? 그러니 그 어머니의 신분 또한 자연히 낮을 수 없다.이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역시 불가능하구나.정후부에선 정후가 ‘문상’하러 고향으로 간 뒤, 둘째 노마님이 정후부의 대권을 쥐려고 시도해 정후부 사람을 앞마당으로 소집 시켰는데, 세상에, 어찌 된 일인지 노마님 제일 높은 정좌에 앉아 계셨다.원경릉은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보고 있다.둘째 노마님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웃음을 띠고: “형님, 몸도 불편하신 데 안에서 더 쉬시지요, 집안 일은 형님을 대신해 제가 나눠 맡으면 됩니다.”노마님이 천천히 눈을 뜨시고 평소처럼 둘째 노마님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자네가 제대로 맡질 못 했어, 자네가 집안을 다스린 요 몇년간 엉망진창이야. 인간이 덜 된 인간에게 청탁을 한 것만 봐도 알겠네. 앞으로 집안 일은 자네는 관여하지 말게.”둘째 노마님
원경릉 할머니의 한 방둘째 부인이 비웃으며, “죄송해요, 형님, 저 사람들 매매 계약서가 저한테 있는데 인력 중간상이 와도 매매 계약서가 없으면 데려 가질 못하겠네요.”손씨 아주머니께서 껄껄 웃으며, “둘째 노마님, 노마님께서 요즘 장부를 회계하는 장방(賬房)에 드나드신 게 진짜 장부를 검사하시려는 것인 줄 아셨습니까?”둘째 노마님이 당황해서, “당신들……”손씨 아주머니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집안의 모든 매매 계약서는 이미 노마님 손에 있습니다. 둘째 노마님, 이 매매 계약서 속에서는 한 장이 더 있지요, 둘째 노마님 애초에 것 말입니다. 둘째 노마님은 주인 노릇을 오래 하셔서 당초에 어떻게 작은 나리와 잠자리를 하셨는지 잊으신 모양입니다. 사람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돼지요, 노비 출신이신 걸. 오늘 노비들은 잘들 생각하시게. 팔려 나가면 이렇게 좋은 집이 아닐 수도 있으니.”모든 사람이 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다. 원경릉이 밖에서 보고 미소를 짓고 할머니는 이기지 못할 싸움은 하시는 분이 아니구나. 이 싸움은 할머니의 승!하인 하나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얼른 나와 서서 노마님에게: “노마님, 소인은 노마님께 견마지로를 다하길 원합니다.”이 하인은 문맹으로 이 말은 자신이 아는 말 중 가장 수준이 높은 말이다.견마지로는 분명 사자성어다.이 사람은 차의(差矣)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조상은 높은 관직을 지냈으나 죄를 지어 자손은 전부 노비가 되었다.차의는 여러 차례 팔려 다녔기에 또 팔려간다는 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인류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바로 군중심리다.다들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을 때 돌연 누군가 한 사람이 선택을 하면 그 뒤에 사람들도 우르르 따라가게 된다.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르르 한 떼거리의 사람들이 재빠르게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둘째 노마님의 뒤에는 몇 명의 심복만 썰렁하게 있을 뿐이다.둘째 노마님과 난씨는 분노로 얼굴이
상선이 전한 태상황의 뜻상선이 원경릉을 보고 먼저 원경릉에게 예를 취한 뒤에 노마님께 인사를 드렸다.원경릉과 노부인도 예를 취하고 상선을 안으로 맞아들였다.안에 있던 사람이 아직 다 흩어지지 않은 상태로 궁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밖에 웅성웅성 서있다.상선이 앉아서 원경릉에게 물었다. “태상황께서 왕비마마를 걱정하셔서 저더러 가서 마마를 뵙고 오라셨습니다. 왕비마마는 어떠신 지요?”원경릉은 원래 태상황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왕야가 이미 저지른 상황이라 티 나지 않게 침울한 모습으로 답했다. “황조부께서 걱정해 주시는데 저는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네요.”상선이 조금 긴장하며 말했다. “왕비마마, 모든 일은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건강이 중요하지요. 식사를 안하시면 안됩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아시면 분명 근심하실 겁니다.”원경릉이 코를 훌쩍이며, “알겠어요, 상선, 태상황 폐하께 옥체 보중하시라고 전해 주세요.”“태상황 폐하는 안녕하십니다.” 상선이, “왕비마마의 말씀은 제가 반드시 전해드리겠습니다.”밖에서 둘째 노마님이 듣고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황실에서 원경릉을 내쫓았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태상황 폐하께서 사람을 보내 원경릉을 보살펴 주는 걸까?상선은 차를 한잔 마시고 일어나서 나가며 원경릉에게 배웅해 줄 것을 은근히 암시했다.원경릉이 일어나 배웅하며 밖으로 따라나오자 상선이 작은 목소리로: “태상황 폐하께서 내일 명월암에 가셔서 향을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진시(아침 7시∼9시)엔 출발하셔야 한다고요.”“명월암에 가라고요?” 원경릉이 놀라서, “태상황 폐하께서 왜 저더러 향을 올리라고 하신 건가요?”“태상황 폐하께서 마마께서 가시기만 하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속으로 의아해 하며, 상선을 보내고 형녕각으로 돌아왔더니 바로 우문호가 도착했다.“왜 혼자 멍하니 있어? 문이랑 창문도 다 열어놓고 안 추워?” 원경릉이 창가에 엎드려 마당 바깥을 멍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