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여태감의 지혜명원제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으나 목여태감은 다시 서글퍼 하며, “단지, 여러 사람이 그러는데 명의도 스스로 치료하는 것은……”목여태감이 몰래 명원제를 흘끔 봤다.명원제가 목여태감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목여태감이 얼른 고개를 숙이고 너무 티가 났나?목여태감은 스스로 반성했다. 최근 너무 자만해서 감히 폐하의 어심까지 넘겨짚었다.하지만 황제도 전부 알아채셨으니 한마디 더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왕비마마는 태아를 쉽게 잃지 않을 것입니다. 태상황과 태후께서도 상당히 기대하고 계시니까요.”명원제가 탁자를 두드리며, “됐다, 그 입 다물라!”“예, 쓸데없이 지껄였습니다.” 목여태감이 할말 다하고, 허둥거리지 않고 여유 있게 잘못을 시인했다.명원제는 자기 마음이 약해서 속고 있다고 느꼈지만 어쩔 수 없다. 손자는 중한 법이니까. 명원제는 이번은 참고 넘기기로 하고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다섯째에게 매일 가서 곁에 조금 더 있어 주도록 하고, 하루 세끼 잘 먹는지 지켜볼 것이며 조어의에게 명해 정후부에서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짐에게 보고하도록.”목여태감이 눈가에 번지는 일말의 미소를 숨기며 말했다. “예, 소인 얼른 가서 초왕부에 성지를 전하겠습니다.”명원제는 목여태감이 허리를 굽히고 나가 것을 보며 눈을 흘겼다.최근 진짜 머리가 아파서 토가 나올 지경이다.진북후는 곧 도착하는데 지금 명원제 곁에는 걱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원래 다섯째를 진북후 쪽과 혼인을 시키면 적어도 진북후를 2~3년은 묶어 두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천천히 그의 병권을 빼앗으면 그나마 볼멘 소리가 좀 덜 할 텐데.아니면 진북후의 속내가 드러나는 순간 나라와 백성이 해를 입을 것이다.진북후는 원래 괜찮은 사람으로 우국충정이 넘치지만 사람은 변할 수 있으며 특히 병권을 가지면 교만해지기 쉽다. 최근 몇 년 동안 진북후가 수도로 보내는 상소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북후의 요구가 점점 많아지고 태도도 점점 방자해 지고 있다.그런
명원제의 고뇌와 정후부 노마님의 결정명원제는 약간 감동한 것 같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구나.원경릉이 말대꾸하며 어심을 거역한 것이 보호수단이 아닌 적이 있었나?지금 그녀 입장에선 제일 중요한 건 복중의 아이다.다섯째가 제안한 호 아가씨를 양녀로 삼는 건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황실에 시집오는 것만 하지는 못할 게 분명하다.황실에 시집 오면 그야말로 평생이 아닌가. 진북후는 효심이 깊은데다 딸을 심하게 예뻐 해서 일단 호 아가씨가 다섯째와 혼인하면 진북후는 매사에 먼저 딸과 사위를 염두 해 둘 것이다. 게다가 진북후는 역심을 품었 다기보다 그저 야심이 큰 것에 불과하니 만약 황실의 장인이 되고 또 딸이 나중에 태자빈, 황후가 될 것을 알면……명원제는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당황한 것이, 이 예상에는 계속 의식적으로 한 사람을 배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원경릉이다. 명원제는 다섯째를 태자로 세울 마음이 있어, 저절로 호 아가씨가 태자비가 될 것이고 심지어 후일에 황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럼 원경릉은? 만약 원경릉이 세손을 낳으면, 세손은 적출의 장자이니 어떤 신분이 이보다 높을까? 그러니 그 어머니의 신분 또한 자연히 낮을 수 없다.이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역시 불가능하구나.정후부에선 정후가 ‘문상’하러 고향으로 간 뒤, 둘째 노마님이 정후부의 대권을 쥐려고 시도해 정후부 사람을 앞마당으로 소집 시켰는데, 세상에, 어찌 된 일인지 노마님 제일 높은 정좌에 앉아 계셨다.원경릉은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보고 있다.둘째 노마님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웃음을 띠고: “형님, 몸도 불편하신 데 안에서 더 쉬시지요, 집안 일은 형님을 대신해 제가 나눠 맡으면 됩니다.”노마님이 천천히 눈을 뜨시고 평소처럼 둘째 노마님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자네가 제대로 맡질 못 했어, 자네가 집안을 다스린 요 몇년간 엉망진창이야. 인간이 덜 된 인간에게 청탁을 한 것만 봐도 알겠네. 앞으로 집안 일은 자네는 관여하지 말게.”둘째 노마님
원경릉 할머니의 한 방둘째 부인이 비웃으며, “죄송해요, 형님, 저 사람들 매매 계약서가 저한테 있는데 인력 중간상이 와도 매매 계약서가 없으면 데려 가질 못하겠네요.”손씨 아주머니께서 껄껄 웃으며, “둘째 노마님, 노마님께서 요즘 장부를 회계하는 장방(賬房)에 드나드신 게 진짜 장부를 검사하시려는 것인 줄 아셨습니까?”둘째 노마님이 당황해서, “당신들……”손씨 아주머니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집안의 모든 매매 계약서는 이미 노마님 손에 있습니다. 둘째 노마님, 이 매매 계약서 속에서는 한 장이 더 있지요, 둘째 노마님 애초에 것 말입니다. 둘째 노마님은 주인 노릇을 오래 하셔서 당초에 어떻게 작은 나리와 잠자리를 하셨는지 잊으신 모양입니다. 사람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돼지요, 노비 출신이신 걸. 오늘 노비들은 잘들 생각하시게. 팔려 나가면 이렇게 좋은 집이 아닐 수도 있으니.”모든 사람이 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다. 원경릉이 밖에서 보고 미소를 짓고 할머니는 이기지 못할 싸움은 하시는 분이 아니구나. 이 싸움은 할머니의 승!하인 하나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얼른 나와 서서 노마님에게: “노마님, 소인은 노마님께 견마지로를 다하길 원합니다.”이 하인은 문맹으로 이 말은 자신이 아는 말 중 가장 수준이 높은 말이다.견마지로는 분명 사자성어다.이 사람은 차의(差矣)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조상은 높은 관직을 지냈으나 죄를 지어 자손은 전부 노비가 되었다.차의는 여러 차례 팔려 다녔기에 또 팔려간다는 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인류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바로 군중심리다.다들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을 때 돌연 누군가 한 사람이 선택을 하면 그 뒤에 사람들도 우르르 따라가게 된다.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르르 한 떼거리의 사람들이 재빠르게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둘째 노마님의 뒤에는 몇 명의 심복만 썰렁하게 있을 뿐이다.둘째 노마님과 난씨는 분노로 얼굴이
상선이 전한 태상황의 뜻상선이 원경릉을 보고 먼저 원경릉에게 예를 취한 뒤에 노마님께 인사를 드렸다.원경릉과 노부인도 예를 취하고 상선을 안으로 맞아들였다.안에 있던 사람이 아직 다 흩어지지 않은 상태로 궁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밖에 웅성웅성 서있다.상선이 앉아서 원경릉에게 물었다. “태상황께서 왕비마마를 걱정하셔서 저더러 가서 마마를 뵙고 오라셨습니다. 왕비마마는 어떠신 지요?”원경릉은 원래 태상황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왕야가 이미 저지른 상황이라 티 나지 않게 침울한 모습으로 답했다. “황조부께서 걱정해 주시는데 저는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네요.”상선이 조금 긴장하며 말했다. “왕비마마, 모든 일은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건강이 중요하지요. 식사를 안하시면 안됩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아시면 분명 근심하실 겁니다.”원경릉이 코를 훌쩍이며, “알겠어요, 상선, 태상황 폐하께 옥체 보중하시라고 전해 주세요.”“태상황 폐하는 안녕하십니다.” 상선이, “왕비마마의 말씀은 제가 반드시 전해드리겠습니다.”밖에서 둘째 노마님이 듣고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황실에서 원경릉을 내쫓았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태상황 폐하께서 사람을 보내 원경릉을 보살펴 주는 걸까?상선은 차를 한잔 마시고 일어나서 나가며 원경릉에게 배웅해 줄 것을 은근히 암시했다.원경릉이 일어나 배웅하며 밖으로 따라나오자 상선이 작은 목소리로: “태상황 폐하께서 내일 명월암에 가셔서 향을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진시(아침 7시∼9시)엔 출발하셔야 한다고요.”“명월암에 가라고요?” 원경릉이 놀라서, “태상황 폐하께서 왜 저더러 향을 올리라고 하신 건가요?”“태상황 폐하께서 마마께서 가시기만 하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속으로 의아해 하며, 상선을 보내고 형녕각으로 돌아왔더니 바로 우문호가 도착했다.“왜 혼자 멍하니 있어? 문이랑 창문도 다 열어놓고 안 추워?” 원경릉이 창가에 엎드려 마당 바깥을 멍하
묻어 두었던 원경릉에 대한 의심“소인은 뚜…뚜렷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만아가 웅얼거렸다.만아가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웃으며: “알았어, 만아 너랑 사식이도 같이 가자, 지금 여기 시중은 필요 없어.”만아가 안도하며 얼른 예를 취하고 사식이와 나갔다.우문호가 말했다. “왜 시중들 필요가 없어? 나 여기 와서 차 한잔도 못 마셨는데? 점심 먹을 시간 다 되지 않았어? 누가 점심 시중 들 건데?”원경릉이 일어나 뾰로통하게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지금 여기 와서 나리 행세 하는 거야? 그리고 왕야는 여기서 반 시진 밖에 못 보내는 거 아냐?”우문호가 득의 양양하게 답했다 “이제부터 제한 없어, 꼰대가 어명을 내려서 매일 네가 삼시 세끼를 잘 먹는지 지켜보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앞으론 나도 아침에 올 수 있어.”“그럼 오늘은 왜 아침에 안 왔어?” 원경릉이 가서 반쯤 누웠다. 요즘 몸이 무거운 게 조금만 걸어도 힘에 부친다.우문호가 문과 창문을 전부 닫고 화로를 피워오라고 만아에게 시켰다.“화로는 피우든 안 피우든 상관없지만 화로는 숯으로 피우는데 방도 크지 않고, 여기 밀폐된 방안이라 숯을 피우면 위험해.”“위험할 게 뭐가 있어? 불이 날 리도 없고, 만약 냄새가 싫으면 화로에 덮개 씌우면 돼지, 향도 나고 따듯해.”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답했다. “희 상궁이 덮개를 해봤는데 난 그 향이 별로 더라고, 아니다, 화로 피워오라고 하자, 그런데 창문이랑 문은 밀폐하지 말고 약간씩 틈을 줘.”“왜 그러는 건데?” 우문호는 이해할 수가 없다.“이 집이 작은데 다가 정후부가 나한테 주는 숯도 좋은 게 아니라 불꽃이 생길 수도 있고 연소하는 과정에서 공기중의 산소를 전부 사용해 버리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서 결국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어.”우문호가 놀라서 원경릉을 쳐다보며, “너 뭐라고 하는 거야? 화로를 피워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은 협소한 공간에서.”우문호가 놀라서 꼼짝 못
나귀빈의 황후 독살 사건원경릉은 긴장이 되면서, “도대체 왜 그래? 말해봐.”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끌어 당기며 경악하는 눈빛으로, “얘기해 봐, 그렇게 죽은 사람은 어떤 모습이야? 주지스님이 너한테 얘기한 게 있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죽기 전에 머리가 어지럽고, 무기력하고, 구토를 느낄 수도 있다고 하셨고 죽은 모습은……얘기 안 하셨어.”원경릉이 머뭇거렸다. 죽은 모습 묘사는 주지스님이 아무리 원경릉을 존중하지 않아도 왕비를 앞에 두고 할 수는 없었겠지?그래서 원경릉은 사후 모습은 언급하지 않았다.“죽은 사람의 얼굴에 분홍색이 돌지 않아?”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이 당황하며, “그건, 그럴 수도 있겠지. 왕야는 본 적이 있어?”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정색하며, “아홉째의 어마마마, 나귀빈이 그랬다고 들었어.”“들은 거구나, 나귀빈이 황후를 독살하려다 사형을 받고, 구황자도 거기에 연루되어 아직까지도 왕의 봉호를 못 받았잖아.” 원경릉이 말했다.황후가 구황자를 그냥 보통 미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꼴도 보기 싫어해서, 만약 황제가 구황자를 감싸지만 않았어도 필시 황후가 구황자를 죽였을 것이다.“만약 네가 말한 게 사실이면, 나귀빈은 황후를 독살하지 않았어.”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당황해서, “무슨 말이야?”우문호가 똑바로 앉더니: “이 일도 비밀은 아니고 당시에 나도 알 정도였어, 대략적 상황은 나귀빈이 직접 과자를 만들어서 황후에게 가져 갔는데 마침 황후가 식욕이 없어서 나귀빈이 간 뒤 과자를 측근 상궁에게 상으로 내려 주었는데 글쎄, 그 상궁이 다음날 아침 일찍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됐어, 땅에는 토사물이 있고, 어의는 중독이라고 단정해서 아바마마께서 사람을 명해 조사했는데 상궁이 먹고 마신 건 평소 궁녀들이 먹는 것과 같았어. 그 과자만 빼고. 그래서 과자에 독이 들었던 것으로 단정지었지. 그리고 이 과자는 나귀빈이 직접 황후 마마에게 가져 온 것이니 아바마마께서 크게 노하셔서 나귀빈에게 사약을 내리셨지
나귀빈 독살 사건의 진실을 향해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키스하고 여전히 안심이 안 돼서 신신당부하며, “내일 기회를 봐서 여차하면 전에 네가 나한테 썼던 그거 꺼내, 마음 약해지지 말고.”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내가 왕야에게 뭘 써서 대적했던 적 없는데.”“없긴 왜 없어?” 우문호가 아주 뇌리에 박히도록 기억한다. 걸핏하면 주사를 놓고 한 번 맞으면 꼼짝 할 수 없었던 것을 말이다.“어서 가봐, 잔소리할 시간이 어디 있어.”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는 미련이 철철 넘치며, “그럼 간다아.”’“가 얼른 가.” 원경릉이 손을 휘저었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무슨 파리 쫓는 거처럼, 내가 그렇게 싫어? 어휴, 결혼 잘못 했네!”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하지만 웃고 또 웃으며 머리속으로 구황자의 그 젊은데도 조숙한 얼굴이 떠올랐다.원경릉의 기억속에 가장 선명한 건 홍예문에 숨어서 몰래 고개를 내밀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발을 내딛는 구황자의 모습이다.구황자는 황자였지만 노비보다 못하게 지냈다.바라건 데 마지막 조사 결과가 나귀빈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기를.하지만 사실 원경릉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그녀는 당시 사건 정황이 어땠는지 모르고 상궁이 살던 방이 얼마만한 크기였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상궁은 분명 전에도 그렇게 화로를 피우고 잤을 게 분명한데? 전에는 아무 문제 없다가 그날만 일이 터졌다?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서 물어봤다.희상궁이 나귀빈 사건을 듣고 한숨을 쉬며: “사실 나귀빈은 사람됨이 괜찮았습니다. 비록 무가 출신이라고 하나 검소하고 겸손해서 나귀빈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웠지요.”“나귀빈이 황제 폐하의 은총을 입었다고 하지 않았나, 후계자를 세우는데 선수를 차지하려고 황후를 독살하려고 했을까요?” 원경릉이 물었다.당연히 원경릉의 이 말은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말이다.희상궁이 답했다. “사람이 죄를 짓고 죽은 뒤 자연히 안 좋은 소
니귀빈이 누명을 썼다?원경릉이 묻길 “그 상궁의 방은 창을 막았었을까?”희상궁이 답했다 “분명 그랬습니다.”“확실해요?” “당연하지요, 그 상궁 뿐 아니라 제 원래 방도 창문을 막았어요, 이 창이 문이 없는 거라 겨울에 바람이 쌩쌩 들어와서 얼마나 추운지.”“문이 없다고? 그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요?” 원경릉이 놀라서 말했다. 원경릉은 궁중 상궁들이 사는 방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희상궁이 웃으며 답했다. “그럴 리 없어요, 창은 실지로 주먹 두개 간신히 드나들 구멍 정도에 작고 바깥은 복도에 창이 높아서 비가 들이칠 염려는 전혀 없어요.”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거 참 이상해요, 만약 다른 사람들 창도 다 막혀 있었으면 겨울에 안에서 화로를 피우면 중독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희상궁이 손을 내저으며, “왕비마마, 소인들이 감히 어디서 숯을 받겠어요? 주인께서 상으로 내려 주셔도 한달에 고작 한두 근(600g~1.2kg)에 불과한데 하룻밤에 아까워서 몇개 피우지도 못해요. 그런데 화로를 피우면 중독이 되나요? 그건 금시초문이네요.”원경릉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숯이 없다고? 그런데 왜 그 상궁이 죽었을 때 방에 화로가 켜 있었다고 왕야께서 말씀하셨지?”“아마 황후께서 상으로 내려 주셨나 봅니다.” 희상궁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맞아요, 그 상궁이 죽었던 며칠간 특히 추웠던 기억이 나요, 그 상궁은 나이가 많아서 밤에 추위를 탔기 때문에 숯도 더 많이 넣곤 했지요.”원경릉이 사건의 다른 부분을 다시 묻자 희상궁이 전부 기억해냈고, 원경릉은 다 듣고 나니 점점 더 나귀빈의 죽음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희상궁이 말을 마치고 원경릉에게 물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오랜 옛날 얘기를 하시나요?”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귀빈은 아마도 누명을 쓴 것 같아요, 나귀빈은 황후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거든요.”희상궁이 기겁하며, “누명이라고요?”“그래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