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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9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상선이 전한 태상황의 뜻

상선이 원경릉을 보고 먼저 원경릉에게 예를 취한 뒤에 노마님께 인사를 드렸다.

원경릉과 노부인도 예를 취하고 상선을 안으로 맞아들였다.

안에 있던 사람이 아직 다 흩어지지 않은 상태로 궁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밖에 웅성웅성 서있다.

상선이 앉아서 원경릉에게 물었다. “태상황께서 왕비마마를 걱정하셔서 저더러 가서 마마를 뵙고 오라셨습니다. 왕비마마는 어떠신 지요?”

원경릉은 원래 태상황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왕야가 이미 저지른 상황이라 티 나지 않게 침울한 모습으로 답했다. “황조부께서 걱정해 주시는데 저는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네요.”

상선이 조금 긴장하며 말했다. “왕비마마, 모든 일은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건강이 중요하지요. 식사를 안하시면 안됩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아시면 분명 근심하실 겁니다.”

원경릉이 코를 훌쩍이며, “알겠어요, 상선, 태상황 폐하께 옥체 보중하시라고 전해 주세요.”

“태상황 폐하는 안녕하십니다.” 상선이, “왕비마마의 말씀은 제가 반드시 전해드리겠습니다.”

밖에서 둘째 노마님이 듣고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황실에서 원경릉을 내쫓았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태상황 폐하께서 사람을 보내 원경릉을 보살펴 주는 걸까?

상선은 차를 한잔 마시고 일어나서 나가며 원경릉에게 배웅해 줄 것을 은근히 암시했다.

원경릉이 일어나 배웅하며 밖으로 따라나오자 상선이 작은 목소리로: “태상황 폐하께서 내일 명월암에 가셔서 향을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진시(아침 7시∼9시)엔 출발하셔야 한다고요.”

“명월암에 가라고요?” 원경릉이 놀라서, “태상황 폐하께서 왜 저더러 향을 올리라고 하신 건가요?”

“태상황 폐하께서 마마께서 가시기만 하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상선이 말했다.

원경릉이 속으로 의아해 하며, 상선을 보내고 형녕각으로 돌아왔더니 바로 우문호가 도착했다.

“왜 혼자 멍하니 있어? 문이랑 창문도 다 열어놓고 안 추워?” 원경릉이 창가에 엎드려 마당 바깥을 멍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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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어 두었던 원경릉에 대한 의심“소인은 뚜…뚜렷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만아가 웅얼거렸다.만아가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웃으며: “알았어, 만아 너랑 사식이도 같이 가자, 지금 여기 시중은 필요 없어.”만아가 안도하며 얼른 예를 취하고 사식이와 나갔다.우문호가 말했다. “왜 시중들 필요가 없어? 나 여기 와서 차 한잔도 못 마셨는데? 점심 먹을 시간 다 되지 않았어? 누가 점심 시중 들 건데?”원경릉이 일어나 뾰로통하게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지금 여기 와서 나리 행세 하는 거야? 그리고 왕야는 여기서 반 시진 밖에 못 보내는 거 아냐?”우문호가 득의 양양하게 답했다 “이제부터 제한 없어, 꼰대가 어명을 내려서 매일 네가 삼시 세끼를 잘 먹는지 지켜보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앞으론 나도 아침에 올 수 있어.”“그럼 오늘은 왜 아침에 안 왔어?” 원경릉이 가서 반쯤 누웠다. 요즘 몸이 무거운 게 조금만 걸어도 힘에 부친다.우문호가 문과 창문을 전부 닫고 화로를 피워오라고 만아에게 시켰다.“화로는 피우든 안 피우든 상관없지만 화로는 숯으로 피우는데 방도 크지 않고, 여기 밀폐된 방안이라 숯을 피우면 위험해.”“위험할 게 뭐가 있어? 불이 날 리도 없고, 만약 냄새가 싫으면 화로에 덮개 씌우면 돼지, 향도 나고 따듯해.”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답했다. “희 상궁이 덮개를 해봤는데 난 그 향이 별로 더라고, 아니다, 화로 피워오라고 하자, 그런데 창문이랑 문은 밀폐하지 말고 약간씩 틈을 줘.”“왜 그러는 건데?” 우문호는 이해할 수가 없다.“이 집이 작은데 다가 정후부가 나한테 주는 숯도 좋은 게 아니라 불꽃이 생길 수도 있고 연소하는 과정에서 공기중의 산소를 전부 사용해 버리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서 결국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어.”우문호가 놀라서 원경릉을 쳐다보며, “너 뭐라고 하는 거야? 화로를 피워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은 협소한 공간에서.”우문호가 놀라서 꼼짝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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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귀빈의 황후 독살 사건원경릉은 긴장이 되면서, “도대체 왜 그래? 말해봐.”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끌어 당기며 경악하는 눈빛으로, “얘기해 봐, 그렇게 죽은 사람은 어떤 모습이야? 주지스님이 너한테 얘기한 게 있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죽기 전에 머리가 어지럽고, 무기력하고, 구토를 느낄 수도 있다고 하셨고 죽은 모습은……얘기 안 하셨어.”원경릉이 머뭇거렸다. 죽은 모습 묘사는 주지스님이 아무리 원경릉을 존중하지 않아도 왕비를 앞에 두고 할 수는 없었겠지?그래서 원경릉은 사후 모습은 언급하지 않았다.“죽은 사람의 얼굴에 분홍색이 돌지 않아?”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이 당황하며, “그건, 그럴 수도 있겠지. 왕야는 본 적이 있어?”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정색하며, “아홉째의 어마마마, 나귀빈이 그랬다고 들었어.”“들은 거구나, 나귀빈이 황후를 독살하려다 사형을 받고, 구황자도 거기에 연루되어 아직까지도 왕의 봉호를 못 받았잖아.” 원경릉이 말했다.황후가 구황자를 그냥 보통 미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꼴도 보기 싫어해서, 만약 황제가 구황자를 감싸지만 않았어도 필시 황후가 구황자를 죽였을 것이다.“만약 네가 말한 게 사실이면, 나귀빈은 황후를 독살하지 않았어.”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당황해서, “무슨 말이야?”우문호가 똑바로 앉더니: “이 일도 비밀은 아니고 당시에 나도 알 정도였어, 대략적 상황은 나귀빈이 직접 과자를 만들어서 황후에게 가져 갔는데 마침 황후가 식욕이 없어서 나귀빈이 간 뒤 과자를 측근 상궁에게 상으로 내려 주었는데 글쎄, 그 상궁이 다음날 아침 일찍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됐어, 땅에는 토사물이 있고, 어의는 중독이라고 단정해서 아바마마께서 사람을 명해 조사했는데 상궁이 먹고 마신 건 평소 궁녀들이 먹는 것과 같았어. 그 과자만 빼고. 그래서 과자에 독이 들었던 것으로 단정지었지. 그리고 이 과자는 나귀빈이 직접 황후 마마에게 가져 온 것이니 아바마마께서 크게 노하셔서 나귀빈에게 사약을 내리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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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01화

    나귀빈 독살 사건의 진실을 향해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키스하고 여전히 안심이 안 돼서 신신당부하며, “내일 기회를 봐서 여차하면 전에 네가 나한테 썼던 그거 꺼내, 마음 약해지지 말고.”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내가 왕야에게 뭘 써서 대적했던 적 없는데.”“없긴 왜 없어?” 우문호가 아주 뇌리에 박히도록 기억한다. 걸핏하면 주사를 놓고 한 번 맞으면 꼼짝 할 수 없었던 것을 말이다.“어서 가봐, 잔소리할 시간이 어디 있어.”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는 미련이 철철 넘치며, “그럼 간다아.”’“가 얼른 가.” 원경릉이 손을 휘저었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무슨 파리 쫓는 거처럼, 내가 그렇게 싫어? 어휴, 결혼 잘못 했네!”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하지만 웃고 또 웃으며 머리속으로 구황자의 그 젊은데도 조숙한 얼굴이 떠올랐다.원경릉의 기억속에 가장 선명한 건 홍예문에 숨어서 몰래 고개를 내밀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발을 내딛는 구황자의 모습이다.구황자는 황자였지만 노비보다 못하게 지냈다.바라건 데 마지막 조사 결과가 나귀빈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기를.하지만 사실 원경릉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그녀는 당시 사건 정황이 어땠는지 모르고 상궁이 살던 방이 얼마만한 크기였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상궁은 분명 전에도 그렇게 화로를 피우고 잤을 게 분명한데? 전에는 아무 문제 없다가 그날만 일이 터졌다?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서 물어봤다.희상궁이 나귀빈 사건을 듣고 한숨을 쉬며: “사실 나귀빈은 사람됨이 괜찮았습니다. 비록 무가 출신이라고 하나 검소하고 겸손해서 나귀빈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웠지요.”“나귀빈이 황제 폐하의 은총을 입었다고 하지 않았나, 후계자를 세우는데 선수를 차지하려고 황후를 독살하려고 했을까요?” 원경릉이 물었다.당연히 원경릉의 이 말은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말이다.희상궁이 답했다. “사람이 죄를 짓고 죽은 뒤 자연히 안 좋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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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02화

    니귀빈이 누명을 썼다?원경릉이 묻길 “그 상궁의 방은 창을 막았었을까?”희상궁이 답했다 “분명 그랬습니다.”“확실해요?” “당연하지요, 그 상궁 뿐 아니라 제 원래 방도 창문을 막았어요, 이 창이 문이 없는 거라 겨울에 바람이 쌩쌩 들어와서 얼마나 추운지.”“문이 없다고? 그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요?” 원경릉이 놀라서 말했다. 원경릉은 궁중 상궁들이 사는 방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희상궁이 웃으며 답했다. “그럴 리 없어요, 창은 실지로 주먹 두개 간신히 드나들 구멍 정도에 작고 바깥은 복도에 창이 높아서 비가 들이칠 염려는 전혀 없어요.”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거 참 이상해요, 만약 다른 사람들 창도 다 막혀 있었으면 겨울에 안에서 화로를 피우면 중독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희상궁이 손을 내저으며, “왕비마마, 소인들이 감히 어디서 숯을 받겠어요? 주인께서 상으로 내려 주셔도 한달에 고작 한두 근(600g~1.2kg)에 불과한데 하룻밤에 아까워서 몇개 피우지도 못해요. 그런데 화로를 피우면 중독이 되나요? 그건 금시초문이네요.”원경릉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숯이 없다고? 그런데 왜 그 상궁이 죽었을 때 방에 화로가 켜 있었다고 왕야께서 말씀하셨지?”“아마 황후께서 상으로 내려 주셨나 봅니다.” 희상궁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맞아요, 그 상궁이 죽었던 며칠간 특히 추웠던 기억이 나요, 그 상궁은 나이가 많아서 밤에 추위를 탔기 때문에 숯도 더 많이 넣곤 했지요.”원경릉이 사건의 다른 부분을 다시 묻자 희상궁이 전부 기억해냈고, 원경릉은 다 듣고 나니 점점 더 나귀빈의 죽음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희상궁이 말을 마치고 원경릉에게 물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오랜 옛날 얘기를 하시나요?”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귀빈은 아마도 누명을 쓴 것 같아요, 나귀빈은 황후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거든요.”희상궁이 기겁하며, “누명이라고요?”“그래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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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으로 독살이 가능하다고?“사실입니까?” 우문호의 눈알이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다.“진짜 그렇게 말했습니다.” 주지스님이 말했다.우문호가 주지 곁에 바짝 붙어 앉으며, “아뇨, 제 말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거지요?”“네, 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도 봐야 하고, 방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공기순환 상황이 어떤 지도 봐야 합니다만.”우문호가: “방이 협소하고 밀폐된 상태였으며 하룻밤이었습니다.”주지스님이 합장하며, “아미타불, 만약 그렇다면 분명 중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독이 어디서 생긴 겁니까? 무슨 독이죠?” 우문호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주지스님이 애잔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바라보며, 가련한 사람 같으니 화학에 일자무식이구나.주지스님이 네이버 위키백과 스타일로 과학을 설명하는데, “이렇게 되는 겁니다.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서 숯을 태우면 타는 과정 중에 밀실의 산소를 소모하게 되지요, 그러다가 탄소와 산소가 불완전 연소해 일산화탄소로 결합합니다. 일산화탄소는 혈액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력이 매우 높아, 헤모글로빈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죠. 그래서 거기에 노출된 사람은 일산화탄소 중독과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주지스님이 설명을 마치고 온화한 얼굴로 우문호를 바라봤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했으니 왕야도 분명히 알아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우문호는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역시 주지스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산소가 뭐라고요? 산소랑 무덤이 결합하면 중독이 된다는 건가요? 해모 무슨 빈? 비빈 마마입니까? 해모 왕인가요?”“헤모글로빈입니다.” 주지스님이 말했다.“혈액에 비빈 마마께서? 어느 분 혈액에 계신 겁니까?” 우문호의 정신세계가 붕괴하고 있다.주지스님이 우문호에게, “이 문제를 왕야께서는 왜 왕비마마께 묻지 않으셨습니까?”“왕비가 어떻게 알겠어요? 이건 전부 주지스님께서 말씀하신 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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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04화

    나귀빈 사건은 그에게 맡겨라?우문호가 주지스님께 같이 입궁하길 원하는지 묻자, 주지스님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소승은 입궁하지 않고 이 상황을 설명하는 서신을 한 장 써드리지요, 그런데 왕야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폐하께서는 나귀빈을 위해 사건을 뒤엎으려고 하지 않으실 수 있으니까요.”우문호가 어두운 눈빛으로, “저도 압니다, 하지만 어쨌든 시도는 해 봐야 지요. 아홉째 동생의 앞날이 달려 있고, 나귀빈 가문 전체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니까요, 나씨 집안 장정 대다수는 변방에 유배되어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년 10년을 견뎌온 것만 해도 대단한데 만약 사건을 뒤엎지 못하면 그들은 평생 먼 타지에서 고생하다 비참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주지스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왕야, 그건 전부 남의 일인데 조급하실 일이 뭐가 있습니까?”우문호가 답했다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저는 여전히 경조부 부윤으로 억울한 사건이 있으면 못 본채 할 수 없으며, 두번째 나장군이 다시 귀영위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귀영위가 어떻게 되었길래?” 주지스님이 물었다.“귀영위 안에는 겉으론 따르는 척 하며 속으론 아닌 사람이 있는데 그는 황조부를 존경하지 않습니다.”주지스님이 놀라며, “상상 외로 귀영위에 표리부동한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까?”“권력욕이 있는 곳엔 어디나 아귀들이 따라다니지요.” 주지스님이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향해 물었다.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적위명이 아닐까 합니다.”주지스님이 흠칫 놀라며, “그 사람이요?”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황조부에게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왕야께서 그리하신 것은 마땅히 할 일이었습니다!.” 주지스님의 얼굴색이 굳어지며, “지금 태상황 폐하께서 제일 의지하고 계신 것이 귀영위입니다. 만약 귀영위의 최고 지휘관이 배신했다고 태상황께 의심을 받거나 자신의 소문이 태상황 폐하 귀에 들어갔다는 걸 알면, 궁지에 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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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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