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 할머니의 한 방둘째 부인이 비웃으며, “죄송해요, 형님, 저 사람들 매매 계약서가 저한테 있는데 인력 중간상이 와도 매매 계약서가 없으면 데려 가질 못하겠네요.”손씨 아주머니께서 껄껄 웃으며, “둘째 노마님, 노마님께서 요즘 장부를 회계하는 장방(賬房)에 드나드신 게 진짜 장부를 검사하시려는 것인 줄 아셨습니까?”둘째 노마님이 당황해서, “당신들……”손씨 아주머니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으며 차갑게 말했다. “집안의 모든 매매 계약서는 이미 노마님 손에 있습니다. 둘째 노마님, 이 매매 계약서 속에서는 한 장이 더 있지요, 둘째 노마님 애초에 것 말입니다. 둘째 노마님은 주인 노릇을 오래 하셔서 당초에 어떻게 작은 나리와 잠자리를 하셨는지 잊으신 모양입니다. 사람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돼지요, 노비 출신이신 걸. 오늘 노비들은 잘들 생각하시게. 팔려 나가면 이렇게 좋은 집이 아닐 수도 있으니.”모든 사람이 다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다. 원경릉이 밖에서 보고 미소를 짓고 할머니는 이기지 못할 싸움은 하시는 분이 아니구나. 이 싸움은 할머니의 승!하인 하나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에 얼른 나와 서서 노마님에게: “노마님, 소인은 노마님께 견마지로를 다하길 원합니다.”이 하인은 문맹으로 이 말은 자신이 아는 말 중 가장 수준이 높은 말이다.견마지로는 분명 사자성어다.이 사람은 차의(差矣)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조상은 높은 관직을 지냈으나 죄를 지어 자손은 전부 노비가 되었다.차의는 여러 차례 팔려 다녔기에 또 팔려간다는 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인류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바로 군중심리다.다들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했을 때 돌연 누군가 한 사람이 선택을 하면 그 뒤에 사람들도 우르르 따라가게 된다.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르르 한 떼거리의 사람들이 재빠르게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둘째 노마님의 뒤에는 몇 명의 심복만 썰렁하게 있을 뿐이다.둘째 노마님과 난씨는 분노로 얼굴이
상선이 전한 태상황의 뜻상선이 원경릉을 보고 먼저 원경릉에게 예를 취한 뒤에 노마님께 인사를 드렸다.원경릉과 노부인도 예를 취하고 상선을 안으로 맞아들였다.안에 있던 사람이 아직 다 흩어지지 않은 상태로 궁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밖에 웅성웅성 서있다.상선이 앉아서 원경릉에게 물었다. “태상황께서 왕비마마를 걱정하셔서 저더러 가서 마마를 뵙고 오라셨습니다. 왕비마마는 어떠신 지요?”원경릉은 원래 태상황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왕야가 이미 저지른 상황이라 티 나지 않게 침울한 모습으로 답했다. “황조부께서 걱정해 주시는데 저는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네요.”상선이 조금 긴장하며 말했다. “왕비마마, 모든 일은 다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건강이 중요하지요. 식사를 안하시면 안됩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아시면 분명 근심하실 겁니다.”원경릉이 코를 훌쩍이며, “알겠어요, 상선, 태상황 폐하께 옥체 보중하시라고 전해 주세요.”“태상황 폐하는 안녕하십니다.” 상선이, “왕비마마의 말씀은 제가 반드시 전해드리겠습니다.”밖에서 둘째 노마님이 듣고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황실에서 원경릉을 내쫓았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태상황 폐하께서 사람을 보내 원경릉을 보살펴 주는 걸까?상선은 차를 한잔 마시고 일어나서 나가며 원경릉에게 배웅해 줄 것을 은근히 암시했다.원경릉이 일어나 배웅하며 밖으로 따라나오자 상선이 작은 목소리로: “태상황 폐하께서 내일 명월암에 가셔서 향을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진시(아침 7시∼9시)엔 출발하셔야 한다고요.”“명월암에 가라고요?” 원경릉이 놀라서, “태상황 폐하께서 왜 저더러 향을 올리라고 하신 건가요?”“태상황 폐하께서 마마께서 가시기만 하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상선이 말했다.원경릉이 속으로 의아해 하며, 상선을 보내고 형녕각으로 돌아왔더니 바로 우문호가 도착했다.“왜 혼자 멍하니 있어? 문이랑 창문도 다 열어놓고 안 추워?” 원경릉이 창가에 엎드려 마당 바깥을 멍하
묻어 두었던 원경릉에 대한 의심“소인은 뚜…뚜렷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만아가 웅얼거렸다.만아가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웃으며: “알았어, 만아 너랑 사식이도 같이 가자, 지금 여기 시중은 필요 없어.”만아가 안도하며 얼른 예를 취하고 사식이와 나갔다.우문호가 말했다. “왜 시중들 필요가 없어? 나 여기 와서 차 한잔도 못 마셨는데? 점심 먹을 시간 다 되지 않았어? 누가 점심 시중 들 건데?”원경릉이 일어나 뾰로통하게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지금 여기 와서 나리 행세 하는 거야? 그리고 왕야는 여기서 반 시진 밖에 못 보내는 거 아냐?”우문호가 득의 양양하게 답했다 “이제부터 제한 없어, 꼰대가 어명을 내려서 매일 네가 삼시 세끼를 잘 먹는지 지켜보라고 하셨거든, 그래서 앞으론 나도 아침에 올 수 있어.”“그럼 오늘은 왜 아침에 안 왔어?” 원경릉이 가서 반쯤 누웠다. 요즘 몸이 무거운 게 조금만 걸어도 힘에 부친다.우문호가 문과 창문을 전부 닫고 화로를 피워오라고 만아에게 시켰다.“화로는 피우든 안 피우든 상관없지만 화로는 숯으로 피우는데 방도 크지 않고, 여기 밀폐된 방안이라 숯을 피우면 위험해.”“위험할 게 뭐가 있어? 불이 날 리도 없고, 만약 냄새가 싫으면 화로에 덮개 씌우면 돼지, 향도 나고 따듯해.”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답했다. “희 상궁이 덮개를 해봤는데 난 그 향이 별로 더라고, 아니다, 화로 피워오라고 하자, 그런데 창문이랑 문은 밀폐하지 말고 약간씩 틈을 줘.”“왜 그러는 건데?” 우문호는 이해할 수가 없다.“이 집이 작은데 다가 정후부가 나한테 주는 숯도 좋은 게 아니라 불꽃이 생길 수도 있고 연소하는 과정에서 공기중의 산소를 전부 사용해 버리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서 결국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어.”우문호가 놀라서 원경릉을 쳐다보며, “너 뭐라고 하는 거야? 화로를 피워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은 협소한 공간에서.”우문호가 놀라서 꼼짝 못
나귀빈의 황후 독살 사건원경릉은 긴장이 되면서, “도대체 왜 그래? 말해봐.”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끌어 당기며 경악하는 눈빛으로, “얘기해 봐, 그렇게 죽은 사람은 어떤 모습이야? 주지스님이 너한테 얘기한 게 있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죽기 전에 머리가 어지럽고, 무기력하고, 구토를 느낄 수도 있다고 하셨고 죽은 모습은……얘기 안 하셨어.”원경릉이 머뭇거렸다. 죽은 모습 묘사는 주지스님이 아무리 원경릉을 존중하지 않아도 왕비를 앞에 두고 할 수는 없었겠지?그래서 원경릉은 사후 모습은 언급하지 않았다.“죽은 사람의 얼굴에 분홍색이 돌지 않아?” 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이 당황하며, “그건, 그럴 수도 있겠지. 왕야는 본 적이 있어?”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정색하며, “아홉째의 어마마마, 나귀빈이 그랬다고 들었어.”“들은 거구나, 나귀빈이 황후를 독살하려다 사형을 받고, 구황자도 거기에 연루되어 아직까지도 왕의 봉호를 못 받았잖아.” 원경릉이 말했다.황후가 구황자를 그냥 보통 미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꼴도 보기 싫어해서, 만약 황제가 구황자를 감싸지만 않았어도 필시 황후가 구황자를 죽였을 것이다.“만약 네가 말한 게 사실이면, 나귀빈은 황후를 독살하지 않았어.” 우문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이 당황해서, “무슨 말이야?”우문호가 똑바로 앉더니: “이 일도 비밀은 아니고 당시에 나도 알 정도였어, 대략적 상황은 나귀빈이 직접 과자를 만들어서 황후에게 가져 갔는데 마침 황후가 식욕이 없어서 나귀빈이 간 뒤 과자를 측근 상궁에게 상으로 내려 주었는데 글쎄, 그 상궁이 다음날 아침 일찍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됐어, 땅에는 토사물이 있고, 어의는 중독이라고 단정해서 아바마마께서 사람을 명해 조사했는데 상궁이 먹고 마신 건 평소 궁녀들이 먹는 것과 같았어. 그 과자만 빼고. 그래서 과자에 독이 들었던 것으로 단정지었지. 그리고 이 과자는 나귀빈이 직접 황후 마마에게 가져 온 것이니 아바마마께서 크게 노하셔서 나귀빈에게 사약을 내리셨지
나귀빈 독살 사건의 진실을 향해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키스하고 여전히 안심이 안 돼서 신신당부하며, “내일 기회를 봐서 여차하면 전에 네가 나한테 썼던 그거 꺼내, 마음 약해지지 말고.”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리며, “내가 왕야에게 뭘 써서 대적했던 적 없는데.”“없긴 왜 없어?” 우문호가 아주 뇌리에 박히도록 기억한다. 걸핏하면 주사를 놓고 한 번 맞으면 꼼짝 할 수 없었던 것을 말이다.“어서 가봐, 잔소리할 시간이 어디 있어.”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는 미련이 철철 넘치며, “그럼 간다아.”’“가 얼른 가.” 원경릉이 손을 휘저었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무슨 파리 쫓는 거처럼, 내가 그렇게 싫어? 어휴, 결혼 잘못 했네!”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하지만 웃고 또 웃으며 머리속으로 구황자의 그 젊은데도 조숙한 얼굴이 떠올랐다.원경릉의 기억속에 가장 선명한 건 홍예문에 숨어서 몰래 고개를 내밀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발을 내딛는 구황자의 모습이다.구황자는 황자였지만 노비보다 못하게 지냈다.바라건 데 마지막 조사 결과가 나귀빈의 결백을 밝혀줄 수 있기를.하지만 사실 원경릉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그녀는 당시 사건 정황이 어땠는지 모르고 상궁이 살던 방이 얼마만한 크기였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상궁은 분명 전에도 그렇게 화로를 피우고 잤을 게 분명한데? 전에는 아무 문제 없다가 그날만 일이 터졌다?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서 물어봤다.희상궁이 나귀빈 사건을 듣고 한숨을 쉬며: “사실 나귀빈은 사람됨이 괜찮았습니다. 비록 무가 출신이라고 하나 검소하고 겸손해서 나귀빈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웠지요.”“나귀빈이 황제 폐하의 은총을 입었다고 하지 않았나, 후계자를 세우는데 선수를 차지하려고 황후를 독살하려고 했을까요?” 원경릉이 물었다.당연히 원경릉의 이 말은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말이다.희상궁이 답했다. “사람이 죄를 짓고 죽은 뒤 자연히 안 좋은 소
니귀빈이 누명을 썼다?원경릉이 묻길 “그 상궁의 방은 창을 막았었을까?”희상궁이 답했다 “분명 그랬습니다.”“확실해요?” “당연하지요, 그 상궁 뿐 아니라 제 원래 방도 창문을 막았어요, 이 창이 문이 없는 거라 겨울에 바람이 쌩쌩 들어와서 얼마나 추운지.”“문이 없다고? 그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요?” 원경릉이 놀라서 말했다. 원경릉은 궁중 상궁들이 사는 방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희상궁이 웃으며 답했다. “그럴 리 없어요, 창은 실지로 주먹 두개 간신히 드나들 구멍 정도에 작고 바깥은 복도에 창이 높아서 비가 들이칠 염려는 전혀 없어요.”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거 참 이상해요, 만약 다른 사람들 창도 다 막혀 있었으면 겨울에 안에서 화로를 피우면 중독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희상궁이 손을 내저으며, “왕비마마, 소인들이 감히 어디서 숯을 받겠어요? 주인께서 상으로 내려 주셔도 한달에 고작 한두 근(600g~1.2kg)에 불과한데 하룻밤에 아까워서 몇개 피우지도 못해요. 그런데 화로를 피우면 중독이 되나요? 그건 금시초문이네요.”원경릉이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 “숯이 없다고? 그런데 왜 그 상궁이 죽었을 때 방에 화로가 켜 있었다고 왕야께서 말씀하셨지?”“아마 황후께서 상으로 내려 주셨나 봅니다.” 희상궁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 “맞아요, 그 상궁이 죽었던 며칠간 특히 추웠던 기억이 나요, 그 상궁은 나이가 많아서 밤에 추위를 탔기 때문에 숯도 더 많이 넣곤 했지요.”원경릉이 사건의 다른 부분을 다시 묻자 희상궁이 전부 기억해냈고, 원경릉은 다 듣고 나니 점점 더 나귀빈의 죽음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희상궁이 말을 마치고 원경릉에게 물었다.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오랜 옛날 얘기를 하시나요?”원경릉이 희상궁에게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귀빈은 아마도 누명을 쓴 것 같아요, 나귀빈은 황후를 해치려고 하지 않았거든요.”희상궁이 기겁하며, “누명이라고요?”“그래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희상
숯으로 독살이 가능하다고?“사실입니까?” 우문호의 눈알이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다.“진짜 그렇게 말했습니다.” 주지스님이 말했다.우문호가 주지 곁에 바짝 붙어 앉으며, “아뇨, 제 말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거지요?”“네, 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도 봐야 하고, 방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공기순환 상황이 어떤 지도 봐야 합니다만.”우문호가: “방이 협소하고 밀폐된 상태였으며 하룻밤이었습니다.”주지스님이 합장하며, “아미타불, 만약 그렇다면 분명 중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독이 어디서 생긴 겁니까? 무슨 독이죠?” 우문호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주지스님이 애잔한 눈빛으로 우문호를 바라보며, 가련한 사람 같으니 화학에 일자무식이구나.주지스님이 네이버 위키백과 스타일로 과학을 설명하는데, “이렇게 되는 겁니다.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서 숯을 태우면 타는 과정 중에 밀실의 산소를 소모하게 되지요, 그러다가 탄소와 산소가 불완전 연소해 일산화탄소로 결합합니다. 일산화탄소는 혈액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력이 매우 높아, 헤모글로빈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죠. 그래서 거기에 노출된 사람은 일산화탄소 중독과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주지스님이 설명을 마치고 온화한 얼굴로 우문호를 바라봤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했으니 왕야도 분명히 알아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우문호는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역시 주지스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산소가 뭐라고요? 산소랑 무덤이 결합하면 중독이 된다는 건가요? 해모 무슨 빈? 비빈 마마입니까? 해모 왕인가요?”“헤모글로빈입니다.” 주지스님이 말했다.“혈액에 비빈 마마께서? 어느 분 혈액에 계신 겁니까?” 우문호의 정신세계가 붕괴하고 있다.주지스님이 우문호에게, “이 문제를 왕야께서는 왜 왕비마마께 묻지 않으셨습니까?”“왕비가 어떻게 알겠어요? 이건 전부 주지스님께서 말씀하신 게 아닙니까?
나귀빈 사건은 그에게 맡겨라?우문호가 주지스님께 같이 입궁하길 원하는지 묻자, 주지스님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소승은 입궁하지 않고 이 상황을 설명하는 서신을 한 장 써드리지요, 그런데 왕야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폐하께서는 나귀빈을 위해 사건을 뒤엎으려고 하지 않으실 수 있으니까요.”우문호가 어두운 눈빛으로, “저도 압니다, 하지만 어쨌든 시도는 해 봐야 지요. 아홉째 동생의 앞날이 달려 있고, 나귀빈 가문 전체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니까요, 나씨 집안 장정 대다수는 변방에 유배되어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년 10년을 견뎌온 것만 해도 대단한데 만약 사건을 뒤엎지 못하면 그들은 평생 먼 타지에서 고생하다 비참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습니다.”주지스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며, “왕야, 그건 전부 남의 일인데 조급하실 일이 뭐가 있습니까?”우문호가 답했다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저는 여전히 경조부 부윤으로 억울한 사건이 있으면 못 본채 할 수 없으며, 두번째 나장군이 다시 귀영위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귀영위가 어떻게 되었길래?” 주지스님이 물었다.“귀영위 안에는 겉으론 따르는 척 하며 속으론 아닌 사람이 있는데 그는 황조부를 존경하지 않습니다.”주지스님이 놀라며, “상상 외로 귀영위에 표리부동한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까?”“권력욕이 있는 곳엔 어디나 아귀들이 따라다니지요.” 주지스님이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향해 물었다. “그 사람은 누구입니까?”“적위명이 아닐까 합니다.”주지스님이 흠칫 놀라며, “그 사람이요?”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황조부에게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왕야께서 그리하신 것은 마땅히 할 일이었습니다!.” 주지스님의 얼굴색이 굳어지며, “지금 태상황 폐하께서 제일 의지하고 계신 것이 귀영위입니다. 만약 귀영위의 최고 지휘관이 배신했다고 태상황께 의심을 받거나 자신의 소문이 태상황 폐하 귀에 들어갔다는 걸 알면, 궁지에 몰린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