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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6화

“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황상께서는 저를 가둬두려고 하십니다. 다섯째는 황상께서 시키는 대로 할 것이고…… 지금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

“이 일을 태상황께서는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희상궁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태상황님께 도움을 청할 수는 없습니다. 태상황께서는 이미 저를 여러 번 도와주셨습니다. 만약 이번에 또 저 때문에 태상황께서 황상과 대립하게 된다면…… 제가 두 분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황상께서 하신 일도 태상황께서 보시기에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일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희상궁이 말했다.

원경릉은 물 잔을 들어 희상궁에게 건네었다.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왕부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외부와 차단되어 온전히 태아를 키우는 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상궁님, 내일 만아를 시켜서 회왕부에 약을 전달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기왕부에 가서 기왕비께 정후부로 곧장 오시라고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희상궁은 물 잔을 탁자 위에 놓고 돌아와 침상 옆 장막을 내렸다.

*

다음날 원경릉은 날이 밝았는데도 잠을 자고 있었다.

원경병은 시녀에게서 원경릉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는 내내 어딘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밤중에 돌아오다니? 게다가 후부에 며칠 더 묵는다고 하는 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원경병이 그녀를 깨우러 들어오자 만아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원경릉이 눈을 뜨자마자 원경병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침상 옆에 서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꼭두새벽부터 나타나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이유가 뭐야!”

원경릉은 침상을 손으로 짚으며 자리에 앉았다. 배가 불러오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곤욕스러웠다.

원경병은 침상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 눈을 부라렸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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