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676화

Author: 유애
“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황상께서는 저를 가둬두려고 하십니다. 다섯째는 황상께서 시키는 대로 할 것이고…… 지금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

“이 일을 태상황께서는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희상궁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태상황님께 도움을 청할 수는 없습니다. 태상황께서는 이미 저를 여러 번 도와주셨습니다. 만약 이번에 또 저 때문에 태상황께서 황상과 대립하게 된다면…… 제가 두 분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황상께서 하신 일도 태상황께서 보시기에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일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다릅니다.”희상궁이 말했다.

원경릉은 물 잔을 들어 희상궁에게 건네었다.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왕부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외부와 차단되어 온전히 태아를 키우는 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상궁님, 내일 만아를 시켜서 회왕부에 약을 전달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기왕부에 가서 기왕비께 정후부로 곧장 오시라고 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희상궁은 물 잔을 탁자 위에 놓고 돌아와 침상 옆 장막을 내렸다.

*

다음날 원경릉은 날이 밝았는데도 잠을 자고 있었다.

원경병은 시녀에게서 원경릉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는 내내 어딘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밤중에 돌아오다니? 게다가 후부에 며칠 더 묵는다고 하는 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원경병이 그녀를 깨우러 들어오자 만아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원경릉이 눈을 뜨자마자 원경병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침상 옆에 서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꼭두새벽부터 나타나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이유가 뭐야!”

원경릉은 침상을 손으로 짚으며 자리에 앉았다. 배가 불러오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곤욕스러웠다.

원경병은 침상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 눈을 부라렸다.

“혹시
Locked Chapter
Patuloy ang Pagbabasa sa GoodNovel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677화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세요. 여기서 듣겠습니다.”원경릉이 말했다.잠시 후 정후가 뒷짐을 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정후는 검은 물고기 문양이 들어간 푸른색 두루마기를 입고 허리춤에 옥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는 어딘가 모르게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원경릉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후부에 온 이유가 뭐야? 여기에 금붙이라도 숨겨둔 것이냐?”“부친!”원경병이 침상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자 원경릉도 몸을 일으켜 부친에게 인사를 했다.정후는 밤새 원경릉이 왜 정후부로 왔는지 안절부절못했다. 그래서 그는 원경병이 자리에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원경릉에게 쏘아댔다. “밤중에 정후부에 온 이유가 무엇이야 혹시 쫓겨나기라도 한 것이냐?”“부친, 딸이 왕부에서 억울함을 당해 친정에 위로를 받으려고 왔습니다. 부친께서는 딸이 온 게 그렇게 못마땅하십니까?”원경릉이 수심찬 표정으로 정후를 보았다.정후는 그녀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잔말 말고 왜 왔는지 말해봐. 설마 쫓겨난 게냐?”원경릉은 한숨을 쉬었다. “부친께서 이혼장을 받으셨다면 이혼을 당한 거겠죠. 아직 이혼장을 못 보셨다면…… 사실 지금 상황으로는 이혼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네요.”그녀의 말을 들은 정후는 탁자를 두드리며 화를 냈다. “이혼장? 무슨 일인지 말해 봐.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바로 쫓아낼 것이야!”“부친! 누이를 쫓아내신다니요! 누이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원경병이 원경릉 앞을 가로막았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오밤중에 친정으로 쫓겨났으면 분명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서 이리로 보내진 것 아니겠느냐! 왜 온 것이야 그 이유를 똑바로 말하거라!”“부친께서 진정하시거든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은 자리를 잡고 앉으며 정후를 보았다정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원경릉의 모습에 놀라 뒷짐을 지고 혀를 차며 욕지거리를 해대더니 결국 자리에 앉았다.“빨리 말하거라!”“제가 황상께 노여움을 샀습니다. 그래서 황상께서 저를 친정으로

  • 명의 왕비   제 678화

    정후가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근심에 가득 찬 원경릉 얼굴이 보였다.공포에 사로잡힌 정후는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주명취가 황상께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것이야? 황상께서는 크게 노하셨느냐!”원경릉은 그런 정후를 연민의 눈빛으로 보았다.“부친, 만약 그 일이 아니라면 임신까지 한 저를 왜 친정으로 보냈겠습니까? 빨리 해결 방법을 강구하세요!” ‘주명취 가증스러운 계집…… 죽으려거든 혼자 죽을 것이지. 죽어서까지 정후부를 괴롭히는구나.’ 정후는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앉아 입술을 물어뜯다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의 배를 쳐다보았다. 넉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배는 크고 둥근 것이 딱 딸을 품은 것 같아 보였다. 정후는 혀를 차며 고개를 떨구었다.정후는 원경릉이 딸을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의 벼슬길에는 희망이 없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코 앞에 닥쳐온 정후부의 몰락에 머리가 지끈거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후작으로 임명된 이후 그는 조상의 영전에서 지난날의 정후부 명성을 되찾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온 힘을 다해 권세가 기우는 곳에 빌붙었으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정후부는 몰락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한동안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축 처진 어깨로 밖으로 나갔다.원경릉은 그늘 진 그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문밖으로 나온 정후는 줄곧 의지해 온 둘째 노마님을 찾아 이 일을 상의했다. 원경릉이 친정으로 돌아왔기에 이 일은 정후부의 둘째 노마님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했다.아침부터 정후가 찾아와 얘기를 하자 둘째 노마님은 깜짝 놀라 눈이 뒤집힐 뻔했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충격으로 손과 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온몸이 저릿저릿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우리가 살기 위해서

  • 명의 왕비   제 679화

    “둘째 숙모님, 머리가 안 돌아가십니까? 경중에서는 그런 임산부를 찾기 힘들 수 있으니 저 멀리 돈 없고 힘없는 계집을 찾아야겠죠. 거지 소굴같은 곳을 잘 찾아보면 은화 몇십 냥만 주면 갓난아이뿐만 아니라 자기 며느리도 내어줍니다.”“맞네, 맞아.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둘째 노마님은 요즘 들어 집안의 기강을 잡는 첫째 노마님 때문에 맥을 못쓰고 있었기에 만약 이 일을 잘 처리한다면 그녀에게 기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정후가 떠난 후 원경병이 원경릉을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누이, 방금 한 말이 사실입니까?”원경릉은 빙그레 웃으며 “겁 좀 줬지.”라고 말했다.원경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왜 부친을 겁주십니까?”라고 물었다.“그래야 나를 귀찮게 할 시간이 없을 것 아니냐?”원경릉은 정후부가 소란스러워야 정후가 자신을 찾아와 귀찮게 할 확률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다.“우리 조모를 뵈러 가자. 조모께 문안을 드려야지.”원경릉이 말했다.원경병은 누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세세하게 물으려다가 조모를 뵙고 와서 다시 물어봐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이가 이른 아침부터 조모를 뵈러 가려고 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노마님께서도 어제저녁에 원경릉이 정후부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부터 원경릉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노마님의 정원에 들어서자 손씨 아주머니가 급히 나왔다.“아이고! 왕비님께서 오셨군요! 안 그래도 노마님께서 애타게 기다리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발걸음을 재촉해 안으로 들어갔다.노마님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원경릉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원경릉이 노마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려고 하자 손씨 아주머니가 그녀를 부축했다. “왕비, 무릎을 꿇지 마세요. 몸이 무거우시니 그냥 편하게 앉으세요.”노마님을 보기 전까지 평온했던 원경릉의 마음이 초조한 노마님의 표정을 보자마자 파도에 휩쓸리듯 흔들렸다.“조모!”“왕비,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노마님은

  • 명의 왕비   제 680화

    원경릉은 노마님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감동했다.출가외인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가문의 수치인가. 원경릉은 노마님께서 아무리 자신을 예뻐한다고 해도 이러한 상황에서까지 자신을 감싸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곤경에 처했을 때 내 편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더니 지금 이 상황에 딱 맞네.’노마님은 원경릉 눈에 구슬 같은 눈물이 맺힌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저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이 괴롭고 속상할 것인가.’“누이, 조모님 말씀대로 부중에서 아이를 잘 키우면 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마세요. 노마님도 말씀하셨지만 정후부로 온 이상 그 누구든 누이를 못살게 군다면 저 또한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원경병이 말했다.“다들 고맙습니다.” 원경릉이 말했다.원경릉은 왕부에 있는 사람들 중에 원경병과 노마님 빼고는 자신을 반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물론 다들 대놓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부중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아이를 낳으면 바로 버림받을 것이라고 떠들어댔다.둘째 노마님의 며느리인 난씨는 점심때 원경릉이 복도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쌀쌀맞게 소리쳤다.“버림받은 여자!”“걸레를 물었나! 거기 입 조심하십시오!”이 말을 듣고 사식이가 쏜살같이 튀어나왔다.난씨는 원래부터 강약약강한 성격으로 사식이가 버럭 하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왕비한테 한 말 아닙니다.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세요?”“방금 우리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고요? 댁 말 따라 왕비께서 정말 버림받은 여자라면 당신들은 왕비의 손윗사람으로 감싸고 보살펴줘야 맞는 거잖아요! 하지만 당신들은 조롱의 기회라도 되는 듯 왕비를 경멸하고 있네요?”난씨는 말싸움이라면 어디서 지지 않았지만, 사식이의 거센 반발에 못 이겨 찍소리도 못하고 도망갔다.사식이는 달아나는 난씨의 뒷모습에 대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원경릉은 웃으며 “됐어, 사식아 그만하면 알아들었을 것이야. 그만하거라.”라고 말했다.사식이는 진정되지 않

  • 명의 왕비   제 681화

    “가문은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좋으면 지금이야 별 볼 일 없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두각을 나타낼 것입니다.”사식이가 말했다.“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뜻밖이야! 네 말이 맞다. 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가문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인품이야.” 원경릉은 사식이의 말에 진심으로 감탄했다.사식이는 금수저다. 설령 그녀가 정말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고 해도 평생 입고 먹는데 쓰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인품을 가장 중요하게 볼 수 있었다.“너는? 미래의 신랑에 대해 바라는 거 없어?”사식이는 고개를 돌려 만아를 보았다. “소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아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떠돌이 신분에 밥 굶을 것이 제일 큰 걱정인 만아가 어디 여유가 있어서 혼인을 생각하겠는가.“상상도 못 해봐? 아무리 현실에 치여도 여자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해! 특히 혼인 말이야! 어렸을 때 그런 상상 안 해봤어?”“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충직하고 착한 사람과 혼인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주부에서 쫓겨난 이후에는…… 삶이 퍽퍽해서 그런지 도통 연애나 혼인에 대한 생각이 안 드네요.”“쫓겨났어?”“아! 잘 못 말했네요. 쫓겨난 게 아니라 소인이 떠난 겁니다.”만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사식이가 또 물으려고 하자 원경릉이 그녀를 막으며 “기왕비는 아직 오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원경릉의 제지에 사식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직 소식이 없으시네요. 왕비님, 저는 사실 왕야께서 정후부로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근데 왕야께서도 하물며 희상궁도 안 오시고! 왕비를 여기 두고 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겁니까?”오늘 아침에 희상궁이 왕부로 돌아왔는데 아직 후부로 오지 않았다.“희상궁께서는 분별력이 있으시니, 걱정마. 너는 나가서 기왕비가 오는 지 확인 좀 해보거라.”원경릉이 말했다.“예!”사식이가 밖으로 나갔다.사식이가 나가자마자 기왕비가 정후부 대문으로 기왕비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 명의 왕비   제 682화

    원경릉은 고개를 들고 기왕비를 바라보았다.“후회하십니까?”기왕비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것을 후회해봤자 뭐 합니까.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렵습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 했다고 그 사람도 나에게 최선을 다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준 만큼 받고 싶은 건 욕심입니다.”“그래서 기왕비께서는 진심으로 사랑하셨다는 겁니까?”기왕비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사랑? 어쩌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기왕의 어디가 좋습니까? 도대체 어느 부분이 기왕비의 마음을 빼앗은 겁니까?”“그 사람이 좋은 점이 있어서,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남편이기에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겁니다.”“예? 그게 말이 됩니까?”“되지요. 더 필요한 게 뭐가 있습니까?” 기왕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쳐다보았다. “그럼 기왕비께서는 아직도 기왕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기왕비 말대로 남편이잖아요.”“이제 아닙니다.” 기왕비의 눈빛이 차가웠다.“왜요?”“그가 저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그건 부부가 아니라 원수가 되는 거지요.” 기왕비의 눈빛이 한순간에 싸늘해졌다.‘사랑하던 사람이 원수가 되다니…… 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원경릉은 기왕비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기왕비의 눈빛이 평정을 되찾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걱정 마세요. 초왕비와 다섯째는 원수가 될 일이 없을 테니까요.”“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보고 남자를 믿지 말라고 한 게 누구였지요? 기.왕.비?” 원경릉이 장난스레 물었다.“사람은 늘 경계해야 하는 게 맞아요.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경계는 늦추면 안 됩니다. 몰라요…… 에휴, 됐습니다. 이런 말을 해봤자 뭐 하겠습니까.”원경릉은 문득 자신이 마음이 무겁거나 힘들 때 기왕비와 함께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가 분석한 기왕비는 잘해줄 때는 한없이 잘해주고 마음이 틀어지면 한없이 무서운 사람이다.

  • 명의 왕비   제 683화

    희상궁은 원경릉을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왕비, 조급해하지 마세요. 사식이가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왕야께서 암실에 갇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성년이 된 친왕이 궁에서 밤을 보낼 수 없기는 합니다만 궁에는 다른 친왕들이 있습니다. 왕야께서는 팔황자를 찾아갔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태상황님을 찾아갔을 수도 있죠.”원경릉은 희상궁의 말을 듣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사식이 말대로 암실로 끌려갔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가자 원경릉은 눈앞이 아찔해졌다.원경릉은 마음속으로 부황을 원망했다. ‘왜 다섯째에게만 이렇게 엄하고 모지실까?’사식이는 손톱을 뜯고 있는 원경릉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희상궁만 바라보았다.희상궁은 한숨을 쉬며 “그럼 제가 주부 골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주수보에게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예, 그래 주세요. 역시나 희상궁님이십니다!”“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야죠.”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떨리는 손은 숨길 수 없었다. 우문호의 소식을 알 수 없으니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머리가 아팠다.희상궁은 원경릉에게 몇 마디 위로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희상궁은 주부 문 앞 골목에서 꼬박 두 시간 가까이 주수보를 기다렸다. 추운 날씨에 몸이 꽁꽁 얼었지만 우문호의 소식을 알 방도가 그밖에 없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주수모를 태운 가마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가마 앞에 서서 가마를 가로막았다.가마가 바닥에 내려앉고 장막이 걷히니 그 안에는 주수보가 보였다. 주수보는 덜덜 떨고 있는 희상궁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렇게 추운 날에 밖에서 뭐 하고 있습니까!”희상궁은 파랗게 질린 입술이 추워서 떨어지지 않는 듯 가까스로 숨을 몰아쉬며 주수보를 보았다.“여쭤볼 게 있습니다.”“일단 들어갑시다!”주수보는 화가 난 말투였지만 겉옷을 벗어 희상궁의 어깨에 덮어주었다.희상궁은 놀라서 “됐습니다……”라고 겉옷을 돌려두었지만 주수보의 날

  • 명의 왕비   제 684화

    주수보는 희상궁에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생강차를 쥐어주었다.희상궁은 생강차를 마시고 나자 온몸이 뜨거워지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두 모금을 남겨두고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되자 주수보가 다가와 “낭비 말고 다 마시거라.”라고 말했다.희상궁은 호랑이 같은 주수보의 말에 잔을 비우고 소매로 입을 닦았다.“초왕비 대신 왔습니다. 초왕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혹시 황상께서 그를 암실로 보내셨습니까?”주수보는 두루마기에 손을 넣고는 희상궁을 보았다.“가서 왕비를 안심시키시오. 황상께서는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쫓았을 뿐.”“하지만, 왕야께서는 왕부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초왕은 건곤전으로 갔으니까.”“예? 건곤전으로요?”희상궁의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동자를 보자 주수보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오늘 건곤전에 갔었는데 거기서 초왕을 봤습니다.”“왜 건곤전에 말도 없이…… 왕비께서 얼마나 걱정하시는데요.”“초왕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갈 겁니다.”“무슨 목적이요?”주수보는 아무 말 없이 씩 웃었다.*우문호는 건곤전에 있었다.그는 건곤전에 있는 나한 침상에 누워 먹지도 마시지도 세수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있었다.태상황은 처음에 그를 모른 척했지만 저녁이 되어도 그가 꿈쩍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었다.“뭘 하자는 거야? 빨리 궁에서 나가거라!”우문호는 대답도 하지 않고 큰 눈망울로 천장에 있는 대들보의 문양만 바라보았다.“여기서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짐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이야. 싹수가 아주 노랗구나, 저 황소고집을 누가 말려…… 쯧쯧, 빨리 돌아가! 가서 소식을 기다리거라!”태상황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우문호는 그제야 고개를 천천히 기울여 태상황을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상황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짐에게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기는 이유가 뭐야, 여기서 징징거린다고 해결이 되느냐? 너는 아직도 네가 세 살짜리 꼬맹이라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147화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 명의 왕비   제3146화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 명의 왕비   제3145화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 명의 왕비   제3144화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 명의 왕비   제3143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 명의 왕비   제3142화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 명의 왕비   제3141화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 명의 왕비   제3140화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 명의 왕비   제3139화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