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681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가문은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이 좋으면 지금이야 별 볼 일 없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두각을 나타낼 것입니다.”사식이가 말했다.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뜻밖이야! 네 말이 맞다. 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가문은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인품이야.” 원경릉은 사식이의 말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사식이는 금수저다. 설령 그녀가 정말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고 해도 평생 입고 먹는데 쓰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인품을 가장 중요하게 볼 수 있었다.

“너는? 미래의 신랑에 대해 바라는 거 없어?”사식이는 고개를 돌려 만아를 보았다.

“소인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아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떠돌이 신분에 밥 굶을 것이 제일 큰 걱정인 만아가 어디 여유가 있어서 혼인을 생각하겠는가.

“상상도 못 해봐? 아무리 현실에 치여도 여자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해! 특히 혼인 말이야! 어렸을 때 그런 상상 안 해봤어?”

“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충직하고 착한 사람과 혼인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주부에서 쫓겨난 이후에는…… 삶이 퍽퍽해서 그런지 도통 연애나 혼인에 대한 생각이 안 드네요.”

“쫓겨났어?”

“아! 잘 못 말했네요. 쫓겨난 게 아니라 소인이 떠난 겁니다.”만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사식이가 또 물으려고 하자 원경릉이 그녀를 막으며 “기왕비는 아직 오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원경릉의 제지에 사식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소식이 없으시네요. 왕비님, 저는 사실 왕야께서 정후부로 오실 줄 알았습니다. 근데 왕야께서도 하물며 희상궁도 안 오시고! 왕비를 여기 두고 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겁니까?”

오늘 아침에 희상궁이 왕부로 돌아왔는데 아직 후부로 오지 않았다.

“희상궁께서는 분별력이 있으시니, 걱정마. 너는 나가서 기왕비가 오는 지 확인 좀 해보거라.”원경릉이 말했다.

“예!”사식이가 밖으로 나갔다.

사식이가 나가자마자 기왕비가 정후부 대문으로 기왕비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682화

    원경릉은 고개를 들고 기왕비를 바라보았다.“후회하십니까?”기왕비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것을 후회해봤자 뭐 합니까. 사람의 마음은 참 어렵습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 했다고 그 사람도 나에게 최선을 다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준 만큼 받고 싶은 건 욕심입니다.”“그래서 기왕비께서는 진심으로 사랑하셨다는 겁니까?”기왕비는 원경릉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사랑? 어쩌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기왕의 어디가 좋습니까? 도대체 어느 부분이 기왕비의 마음을 빼앗은 겁니까?”“그 사람이 좋은 점이 있어서,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남편이기에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겁니다.”“예? 그게 말이 됩니까?”“되지요. 더 필요한 게 뭐가 있습니까?” 기왕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쳐다보았다. “그럼 기왕비께서는 아직도 기왕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기왕비 말대로 남편이잖아요.”“이제 아닙니다.” 기왕비의 눈빛이 차가웠다.“왜요?”“그가 저를 사랑하지 않아도 되지만 저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상대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그건 부부가 아니라 원수가 되는 거지요.” 기왕비의 눈빛이 한순간에 싸늘해졌다.‘사랑하던 사람이 원수가 되다니…… 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가!’원경릉은 기왕비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기왕비의 눈빛이 평정을 되찾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걱정 마세요. 초왕비와 다섯째는 원수가 될 일이 없을 테니까요.”“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보고 남자를 믿지 말라고 한 게 누구였지요? 기.왕.비?” 원경릉이 장난스레 물었다.“사람은 늘 경계해야 하는 게 맞아요.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경계는 늦추면 안 됩니다. 몰라요…… 에휴, 됐습니다. 이런 말을 해봤자 뭐 하겠습니까.”원경릉은 문득 자신이 마음이 무겁거나 힘들 때 기왕비와 함께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가 분석한 기왕비는 잘해줄 때는 한없이 잘해주고 마음이 틀어지면 한없이 무서운 사람이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3화

    희상궁은 원경릉을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다. “왕비, 조급해하지 마세요. 사식이가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왕야께서 암실에 갇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성년이 된 친왕이 궁에서 밤을 보낼 수 없기는 합니다만 궁에는 다른 친왕들이 있습니다. 왕야께서는 팔황자를 찾아갔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태상황님을 찾아갔을 수도 있죠.”원경릉은 희상궁의 말을 듣고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사식이 말대로 암실로 끌려갔다면…… 생각이 거기까지 가자 원경릉은 눈앞이 아찔해졌다.원경릉은 마음속으로 부황을 원망했다. ‘왜 다섯째에게만 이렇게 엄하고 모지실까?’사식이는 손톱을 뜯고 있는 원경릉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희상궁만 바라보았다.희상궁은 한숨을 쉬며 “그럼 제가 주부 골목을 지키고 서있다가 주수보에게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예, 그래 주세요. 역시나 희상궁님이십니다!”“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야죠.”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떨리는 손은 숨길 수 없었다. 우문호의 소식을 알 수 없으니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머리가 아팠다.희상궁은 원경릉에게 몇 마디 위로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희상궁은 주부 문 앞 골목에서 꼬박 두 시간 가까이 주수보를 기다렸다. 추운 날씨에 몸이 꽁꽁 얼었지만 우문호의 소식을 알 방도가 그밖에 없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주수모를 태운 가마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언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가마 앞에 서서 가마를 가로막았다.가마가 바닥에 내려앉고 장막이 걷히니 그 안에는 주수보가 보였다. 주수보는 덜덜 떨고 있는 희상궁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렇게 추운 날에 밖에서 뭐 하고 있습니까!”희상궁은 파랗게 질린 입술이 추워서 떨어지지 않는 듯 가까스로 숨을 몰아쉬며 주수보를 보았다.“여쭤볼 게 있습니다.”“일단 들어갑시다!”주수보는 화가 난 말투였지만 겉옷을 벗어 희상궁의 어깨에 덮어주었다.희상궁은 놀라서 “됐습니다……”라고 겉옷을 돌려두었지만 주수보의 날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4화

    주수보는 희상궁에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생강차를 쥐어주었다.희상궁은 생강차를 마시고 나자 온몸이 뜨거워지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두 모금을 남겨두고 더 이상 마실 수 없게 되자 주수보가 다가와 “낭비 말고 다 마시거라.”라고 말했다.희상궁은 호랑이 같은 주수보의 말에 잔을 비우고 소매로 입을 닦았다.“초왕비 대신 왔습니다. 초왕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혹시 황상께서 그를 암실로 보내셨습니까?”주수보는 두루마기에 손을 넣고는 희상궁을 보았다.“가서 왕비를 안심시키시오. 황상께서는 죄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쫓았을 뿐.”“하지만, 왕야께서는 왕부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초왕은 건곤전으로 갔으니까.”“예? 건곤전으로요?”희상궁의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동자를 보자 주수보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오늘 건곤전에 갔었는데 거기서 초왕을 봤습니다.”“왜 건곤전에 말도 없이…… 왕비께서 얼마나 걱정하시는데요.”“초왕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갈 겁니다.”“무슨 목적이요?”주수보는 아무 말 없이 씩 웃었다.*우문호는 건곤전에 있었다.그는 건곤전에 있는 나한 침상에 누워 먹지도 마시지도 세수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있었다.태상황은 처음에 그를 모른 척했지만 저녁이 되어도 그가 꿈쩍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었다.“뭘 하자는 거야? 빨리 궁에서 나가거라!”우문호는 대답도 하지 않고 큰 눈망울로 천장에 있는 대들보의 문양만 바라보았다.“여기서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짐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이야. 싹수가 아주 노랗구나, 저 황소고집을 누가 말려…… 쯧쯧, 빨리 돌아가! 가서 소식을 기다리거라!”태상황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우문호는 그제야 고개를 천천히 기울여 태상황을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상황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짐에게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기는 이유가 뭐야, 여기서 징징거린다고 해결이 되느냐? 너는 아직도 네가 세 살짜리 꼬맹이라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5화

    “어이고! 못났다 못났어!”우문호는 태상황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상황의 종아리를 꽉 껴안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맘대로 하라고 했지? 지금 놓지 않으면 두 손을 확 잘라버릴 것이야!”태상황이 화를 냈다.“그 말씀 손자는 믿지 않습니다.”그러자 태상황이 금군을 바라보며 “그래? 여봐라! 이 놈의 양손을 잘라버리거라!”라고 말했다.금군의 번쩍이는 긴 칼이 우문호 귓가를 스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칼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 할 새 칼이 바닥에 꽂혔다.우문호는 눈꺼풀 하나 깜박이지 않고 칼이 자신의 두 손을 배길 기다렸다.긴 칼이 마루에 떨어지니‘쾅’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부서져 불꽃처럼 사방으로 튀었다.“으악……!”태상황이 부서진 칼날이 눈에 들어간지도 모르고 눈을 비비자 눈이 따가워 눈물이 줄줄 흘렀다.그 모습을 보고 금군들이 놀라 칼을 버리고 태상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상선이 태상황의 눈을 벌리고 눈을 후후 불었다.“빨리 황제를 불러오시게!”상선이 남아있던 금군을 보고 소리쳤다.우문호는 상선의 말을 듣고 대들보에 올라타 엎드렸다.*명원제가 왔을 때도 우문호는 대들보 위에 올라가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태상황은 위쪽을 가리키며 시퍼런 얼굴로 명원제에게 말했다.“저 자식을 빨리 궁에서 내쫓거라! 짐은 저놈을 보고 싶지 않다!”명원제가 태상황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대들보 사이에 엎드려 있는 우문호가 보였다.“저…… 저놈이! 썩 꺼지지 못 할까!”명원제를 보고 우문호가 대들보 위에 일어서더니 무릎을 꿇었다.“소자, 부황께 문안을 드립니다.”“왜 이 난리를 피우는 거야!”명원제가 분노했다.“소자, 왕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건곤전에 남아 황조부를 돌보려고 했을 뿐입니다. 부황께서 부디 소자의 효심을 헤아려주십시오.”명원제는 대들보에 올라간 우문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그 때문에 뒷목이 시큰거렸다.“네가 내려오지 않는 다면 내가 너의 죄를 직접 다스릴 것이야!”“소자가 황조부를 돌보려고 한 건데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6화

    명원제는 우문호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버럭 화를 냈다.“왜 아직도 멍하니 서있어? 꺼지거라!”“소자 황조부께 사죄를 드리고 가야겠습니다.”우문호는 반짝이는 눈동자로 명원제를 바라보았다.명원제는 우문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태상황에게 예의를 차려 인사를 하고 물러섰다.“아버님 살펴 가십시오!” 우문호가 명원제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명원제는 아들의 외침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곤전 밖으로 나갔다. 그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우문호는 태상황 앞에 무릎을 꿇고 “황조부께서 원경릉을 도와주시지 않으면 누가 원경릉을 도와주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일단 돌아가거라. 짐도 다 생각이 있다.” 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예! 그럼 손자 물러가겠습니다.” 우문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봐라.”그 시각 탕양은 궁 밖에서 우문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문호가 궁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본 탕양은 그제야 안도했다.“왕야! 희상궁께서 오늘 왕부로 왕야의 상황을 물으러 오셨습니다. 왕비께서 왕야를 찾으시나 봅니다.”“몇 시에?”우문호가 물었다.“한 시간 전인 것 같아요.”“그래? 빨리 가야겠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우문호가 흰자를 번뜩였다.“왕야,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왕비께서 왕부로 돌아오실 수 있습니까?”“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매일 30분씩 원경릉을 볼 수 있다. 만약 왕비가 돌아온다면 진북후(鎮北侯)의 일을 분석하신 것 같으나 황조부는 이미 마음을 정하신 것 같다.”“그럼 이 문제는 해결된 겁니까?”탕양이 물었다.우문호는 말에 올라타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저으며 탕양을 보았다.“아니, 부황께서 아직 확답을 주지 않으셨으니…… 황조부께서는 부황의 뜻을 뒤집지는 않으실 거야.”태상황이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 탕양은 마음이 놓였다.우문호는 어제저녁에 왕부로 돌아가지 않고 냉정언을 찾아가 상황을 알아보았고, 거기다가 왕비의 말을 곱씹으니 어찌 된 일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우문호와 탕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7화

    황씨가 정후의 옆에서 원경릉에 대해 떠들어대자 정후의 불안한 마음이 황씨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다.“체면이 그렇게 중요하느냐?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아시게!”정후가 소리를 질렀다.황씨는 평소 남편을 하늘처럼 여겼기에 정후의 진노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정후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졌다.“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야겠어.”정후가 일어섰다.황씨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소리로 “어딜 가십니까? 어젯밤도 그렇고 지금도 또 어딜 가십니까?”라고 물었다.“당신 그 누런 얼굴이 보기 싫어 그래!” 정후는 황씨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황씨는 정후가 딸 때문에 화가 나서 엄한 자신에게 화풀이한다는 생각에 딸에 대한 원망이 생겼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아 나인과 함께 원경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희상궁이 돌아와 원경릉에게 우문호가 어젯밤에 건곤전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숨을 크게 내쉬며 안도했다. 만아는 원경릉이 먹을 탕을 끓이다가 황씨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경릉은 원주의 모친인 황씨에게 별 다른 감정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자녀들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황씨는 원경릉이 머무는 곳에 오자마자 탕을 마시려는 원경릉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너는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태평하게 그러고 있어?”그녀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 앉았다.사식이는 황씨의 언행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원경릉의 모친이기에 주먹을 꽉 쥐고 참았다.그러나 희상궁은 달랐다.“부인, 왕비께서는 저녁을 아직 드시지 않았기에 지금 드시는 겁니다. 어찌 왕비님께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황씨는 희상궁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기 시작했다.“아이고 내 팔자야…… 초왕부로 시집을 보내면 나도 호사를 누리고 살 줄 알았지! 근데 고작 일 년 살고 애까지 딸려서 쫓겨나다니! 네 아버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8화

    사식이는 참고 참다가 원경릉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 “부인, 왕비께서 쉬셔야 하니 이만 돌아가십시오.”라고 말했다.황씨는 사식이의 태도에 기분이 나쁜 듯 사식이의 손을 뿌리쳤다.“왕비는 무슨 왕비? 쫓겨난 주제에 아직도 왕비 취급을 받고 싶은 거야? 그리고 원경릉 어미에게 그따위로 밖에 말 못 해?”“사식아 빨리 모시고 나가라!” 원경릉은 황씨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사식이에게 말했다.사식이는 황씨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이거 놓아라! 뭐하는 짓이야!”사식이는 버둥거리는 황씨를 데리고 나가나다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았다.“왕야께서 오셨습니다!”사식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우문호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원경릉을 꼭 안았다.매일 맡던 냄새, 익숙한 옷의 촉감, 따듯한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희상궁과 만아는 밖으로 나오며 문을 닫았다.바깥에 있던 황씨는 눈을 크게 뜨고 “왕야? 내 사위가 왔다고?”하며 크게 기뻐했다.사식이는 황씨를 끌고 나오는 것이 힘들어 확 던져버리고 싶었다. 황씨는 사식이가 방심한 틈을 타 손에서 빠져나가더니 후다닥 정후를 찾아 달려갔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손을 풀어 서로를 바라보았다.원경릉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말도 없이…… 근데 왜 몸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거야?”원경릉이 물었다.“건곤전에 하룻밤 묵어서 그런가? 영감님 냄새지.”“어떻게 됐어?”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깨진 그릇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근데 이게 다 뭐야, 누가 너 괴롭혔어?”“아니, 말도 마.” 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우문호는 깨진 그릇의 파편을 치우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정후부 사람들은 너한테 왜 이러는 것이야? 왕비 대우도 안 해주고. 내가 네 부친을 찾아가 뭐라고 해야겠다.”“가지마, 내가 황상께서 공주부의 일을 추궁했다고 말했거든, 내가 아들을 낳아야 황상께서 나를 용서해줄 것이라고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 명의 왕비   제 689화

    원경릉은 억지로 웃으며 “그 호 아가씨…… 어떻게 할 생각이야?”라고 물었다.“뭘 어떻게 해? 그 여자랑은 혼인하지 않을 것이야.” 우문호가 인상을 썼다.“그럼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어?”우문호는 원경릉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볍게 안아 그녀를 반쯤 눕혔다. 그는 원경릉의 배에 귀를 대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 일은 우리랑은 무관해. 만약에 진북후(鎮北侯)가 위협을 한다면 그것은 부황께서 해결하실 일이지 우리랑 무슨 상관이 있어? 종마도 아니고 마음대로 가져다가 교배를 시키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렇게 혼인을 하고 싶다면 부황께서 직접 하라고 하면 돼.”그는 고개를 들고 원경릉을 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녀석 오늘은 움직임이 적구나. 집안에 큰일이 생겼는데 계속 잠만 자다니! 아버지가 왔는데도 반겨주지를 않네.”원경릉은 손을 뻗어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하지 마. 다 듣고 있다고.”라고 말했다.“근데 경릉아 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우문호의 낯빛이 변했다.“아니야. 내가 일은 무슨…… 괜찮아.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지 아기도 움직이지 않네.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건 아니야. 부중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덜 움직이는 것 뿐.”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아기가 움직이지 않는데 이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이걸 부친께서 아셔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어떻게 알려? 지금 입궁해서 내 배 속에 아기가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해?”원경릉이 빙그레 웃었다.“본왕은 하루에 30분씩만 후부에 있을 수 있어. 어의를 불러 같이 있는다면 아마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을 거야. 이거 좋은 생각인데?”우문호는 즉시 나가서 만아를 시켜 어의를 불러오라고 했다. 마침내 정후부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 방법을 생각해낸 우문호는 흥분된 표정으로 원경릉의 볼에 계속 입을 맞추며 원경릉의 배를 쓰다듬었다.“아가야 네가 아버지를 도와주는구나! 근데 오늘따라 정말 움직이지 않는구나!”*정후는 황씨를 통해 우문호가 정후부에 왔다는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 3039화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