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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8화

정후가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근심에 가득 찬 원경릉 얼굴이 보였다.

공포에 사로잡힌 정후는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주명취가 황상께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것이야? 황상께서는 크게 노하셨느냐!”

원경릉은 그런 정후를 연민의 눈빛으로 보았다.

“부친, 만약 그 일이 아니라면 임신까지 한 저를 왜 친정으로 보냈겠습니까? 빨리 해결 방법을 강구하세요!”

‘주명취 가증스러운 계집…… 죽으려거든 혼자 죽을 것이지. 죽어서까지 정후부를 괴롭히는구나.’

정후는 정신을 차리고 의자에 앉아 입술을 물어뜯다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의 배를 쳐다보았다. 넉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배는 크고 둥근 것이 딱 딸을 품은 것 같아 보였다. 정후는 혀를 차며 고개를 떨구었다.

정후는 원경릉이 딸을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의 벼슬길에는 희망이 없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코 앞에 닥쳐온 정후부의 몰락에 머리가 지끈거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후작으로 임명된 이후 그는 조상의 영전에서 지난날의 정후부 명성을 되찾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온 힘을 다해 권세가 기우는 곳에 빌붙었으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던 그 순간, 정후부는 몰락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한동안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축 처진 어깨로 밖으로 나갔다.

원경릉은 그늘 진 그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문밖으로 나온 정후는 줄곧 의지해 온 둘째 노마님을 찾아 이 일을 상의했다.

원경릉이 친정으로 돌아왔기에 이 일은 정후부의 둘째 노마님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했다.

아침부터 정후가 찾아와 얘기를 하자 둘째 노마님은 깜짝 놀라 눈이 뒤집힐 뻔했다.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충격으로 손과 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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