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520화

작가: 유애
인력 시장에서 만아와 만난 사식이와 희상궁

희상궁과 사식이가 요 며칠 비교적 바빴지만, 초왕부에 인력이 부족한데다 앞으로 왕세자가 태어난 뒤엔 각종 일로 더 바빠질 게 분명하니 초왕부는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제일 좋은 건 무술을 좀 할 줄 아는 것으로 이건 사식이가 제안한 것인데, 왕비가 드나들 때 무술을 할 줄 아는 시녀가 따라다니는 것이 안심이라는 이유에서 이다.

그래서 다음날 일찍, 사식이는 희상궁을 데리고 서집(西集)에 갔다.

둘은 자기들이 초왕부 사람이란 얘기를 하지 않고 단지 솜씨가 괜찮은 시중드는 여자를 구한다고만 말한데다 돈도 충분히 내놓았다. 그래서 매일 지원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식이 요구 조건이 높아서 그런 것인데 지원자는 10 초식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3초식까지도 못 갔다.

오늘의 좌판을 벌여 놓고 인력소개꾼이 다가와 묻자 사식이가 손을 내젓고는, “그만 둬요, 우리가 알아서 찾을 테니까.”

사식이는 인력소개꾼을 믿지 않는데, 말하는 거나 성격 등 조목조목을 전부 외우게 해서 진짜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다.

인력소개꾼이 실실 웃으며, “이삼 일을 보시고도 한 사람도 못 찾으셨는데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왜 안 보세요? 마르고 가냘픈 미인, 풍성한 미인, 원하는 여자는 다 있답니다.”

사식이가 시큰둥하게: “우리가 몸매 보고 사람 뽑습니까?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은 성격이 단정하고 무술을 좀 아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가세요. 가. 길 막지 말고, 바로 누가 올 테니.”

인력소개꾼이 흥미를 잃고 떠났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건실해 보이는 여자였는데 사식이가 무술을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니 여자가 힘이 세서 큰 가마솥도 단숨에 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초식을 겨뤄보니 사식이가 호미걸이로 그녀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아무리 솥을 들 수 있어도 소용없어요.” 사식이가 탄식했다.

희상궁이 웃으며: “됐어. 건장한 아이 몇을 찾으면 돼지. 이 나이에 무공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521화

    만아가 초왕부에?번화가 한복판에서 두 사람이 100합이 넘게 겨뤄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단지 숨만 좀 찰 뿐이다. 사식이가 초식을 거두고 웃으며: “그만 합시다. 충분해요.”만아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기뻐하며: “정말요?”상궁이 사식이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어떻게 물어보지도 않는 것이냐? 집안이 어떤 지, 이름이 뭔 지.”사식이가 웃으며: “전 실기 담당이니, 필기는 상궁께서 보세요.”상궁이 만아에게 묻길: ‘이름이 무엇이냐? 나이는? 어디 사람이지? 경성에 온 지는 얼마나 됐고?”민아가: “저는 고만아(古蠻兒)로 경성에 온 지 3년 되었습니다. 올해 17살이고요, 전에 어느 대가집에서 몸종으로 있다가 나왔습니다.”“어디 사람이지?” 상궁이 물었다.만아가 멈칫멈칫 하며 소매를 꼭 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신쟝 남쪽 지역이요.”“전에 있던 주인집은 어디냐?” 상궁이 물었다.“주부입니다.” 만아가 말했다.상궁이 당황해서, “주재상 어르신 집 말이냐?”“예.” 만아가 조금 긴장했다.상궁이 부드러운 말투로, “주씨 집안은 규율이 엄격한데 주부에 있었다니 규율을 잘 알고 있겠구나. 됐다. 너를 거두마.”만아가 ‘아’하더니, “저…...저는 그……신쟝 남쪽 사람으로……”상궁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아를 보고, “신쟝 남쪽 사람은 다리가 4개더냐? 그냥 평범한 사람 아니냐? 넌 챙겨야 할 게 있느냐? 언제부터 집으로 올 수 있지?”만아가 감동해서: “지금 돼요, 지금 바로 갈 수 있어요.”상궁이 진중하게, “그래, 하지만 순서에 따라 너와 얘기를 나눠야 할 게 있다. 장기 계약과 단기 계약 그리고 완전히 몸을 의탁하는 매매 계약이 있는데, 3년, 5년, 10년, 20년, 종신이다.”만아가 얼른: ‘10년이요.”상국이 웃으며, “아직 집에도 안 가보고 10년을 덥석 계약하려고?”“그럼 여기저기 일자리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요, 일자리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만아가 말했다.상궁이 계약서를 쓰고: “서명을 하고 엄지

  • 명의 왕비   제 522장

    초왕부에 온 만아와 이를 본 서일서일이 사식이에게, “내가 뭘, 본 적이 있다는 게 뭐가 뻔뻔해?”“딱 봐도 예쁘장하니까 본 적이 있다 느니 하는 거잖아요. 당신 같이 밝히는 남자들 많이 만나봤거든요.” 사식이가 쌩하고 가버렸다.서일이 어리둥절하다가 사식이를 한손으로 붙잡고 벽으로 쾅 밀어붙이더니 한 손으로 벽을 치며 사식이를 자신의 큰 그림자 안에 가두고는, 얼굴을 들이밀고 엄숙한 말투로: “어디 똑바로 말해봐, 누가 밝히는 남자라고?”사식이가 깜짝 놀라서 정신없이 손으로 서일의 얼굴을 덮고 밀며, “뭐 하는 거예요?”사식이가 손을 밀자, 손가락이 서일의 눈을 찍어 눌러 서일이 얼른 손을 뻗어 쳐내니 사식이도 손을 뻗어 쳐내고 두 사람이 이렇게 몇 초식을 겨뤘다.서일이 화가 나서, “너 정말 일부러 분란을 일으키는데, 내가 너희 원씨 성을 두려워 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너 맨날 내가 멍청하다고 해도 너랑 다투지 않았더니 이제 와서 내가 밝히는 남자고 내 눈을 후벼파?”사식이도 화를 내며, “난 그냥 당신이랑 농담 좀 한 건데, 이 돼지 콧구멍이 못 알아듣나 보네?”“돼지 콧구멍은 너지.”“돼지 콧구멍이 누군지 몰라? 가르쳐줘?” 사식이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화를 냈다.서일이 보니 사식이가 또 주먹이 앞설 자세라 손으로 그녀를 밀치며, “비켜……”하자사식이가 결국 폭발해서 서일이 손으로 밀친 곳 위치를 보고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벽력같이 소리치며, “서일, 이 여자나 밝히는 놈이 감히 내 몸에 손을 대?”사식이가 펄쩍 뛰어 올라 서일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서일이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었다가 슬금슬금 손을 내리더니 의아하다는 듯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 본 다음 사식이의 가슴을 보더니 얼굴이 공포로 물들며, “맙소사, 너 진짜 여자였어.”“자다가 봉창 두드려? 내가 여자인줄 몰랐어?” 사식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서일이 목을 움츠리더니 멈칫멈칫하며, “맨날 왁자지껄 구는데 네가 여자인줄 누가 알겠냐?”“죽을라 고 이게!” 사식이가 주

  • 명의 왕비   제 523화

    기왕비의 하소연만아가 고개를 흔들며, “아뇨, 그게 아니라 초왕부의 규칙이 엄하다고 들어서 실수할 까봐 걱정돼서 그래요.”“그래서 내가 규칙을 가르치는 게 아니냐, 기억하고 있으면 돼.” 희상궁이 말했다.만아가 영혼 없이 ‘에’하고 대답했다.기왕비는 병이 깊은 몸을 이끌고 매일 한 번씩 오는데 원경릉은 우선 기왕비를 치료한 뒤 회왕부에 갔다.며칠이 지나고 회왕부 쪽에 갈 필요가 없어져 기왕비의 치료에만 전념하면 되게 되었다.우문호 쪽은 사건이 이미 정리되어 정강부 관원들은 한 무더기가 처분을 받았으며 셋은 목이 달아났는데, 그 중 하나가 기왕비의 사촌 동생 막문이었다.그래서인지 이날 기왕비가 왔을 때 기왕비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간 며칠 치료하면서 기왕비는 줄곧 병세를 제외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도 더욱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보통 주사를 걸어 놓고 방에 가서 쉬었다가 주사가 끝나면 나와서, 두 사람의 대화는 문진 외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하지만 이 날 주사를 꼽자 기왕비는 갑자기 원경릉에게: “당신이랑 몇 마디 해도 되겠어요?”원경릉이 기왕비와 비교적 먼 의자에 앉아서, “어디 몸이 불편한 건 아니죠?”“아니요!” 기왕비는 마스크를 2개 하고 있어서 말 소리가 좀 웅웅 거리는데, “병세는 좋아지고 있어요,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요.”“그럼 할 말이란 뭐죠?”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는 고개를 들어 사식이와 희상궁을 보고, “하인들 내보낼 수 있나요?”“기왕비마마 할 말이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 희상궁이 말했다.기왕비가 쓴 웃음을 지으며, “왜 내가 초왕비를 해칠까봐? 난 지금 진짜 자격이 없어서 못해, 내 목숨도 초왕비 손에 있잖아. 너희는 가봐, 그냥 몇 마디 하려고 그러는 거니까.”원경릉이 희상궁과 사식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라는 뜻을 전했다.오늘 확실히 아무 일정도 없다. 기왕비와 수다나 떨면 된다.희상궁과 사식이가 나가고 기왕비가 심호흡을 한 뒤 원경릉에게, “그때 당신이

  • 명의 왕비   제 524화

    기왕비와 원경릉의 독대원경릉이 처음엔 영혼 없이 듣고 있다가, 기왕비의 한 맺힌 목소리를 듣다 보니 고개를 들어 기왕비를 쳐다봤다.한 여인으로 기왕비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만약 선택할 수 있었다면 만약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적막한 인생일 뿐이다.하지만 이건 사람으로서 매몰차고 매정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그래서 제아무리 그녀가 처참한 경우를 당했다 해도 함께 공감할 수는 없었다.원경릉이: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이 사고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해야만 하는 일이 뭔 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뭔 지 알면 누구나 최소한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어떤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은 전부 당신이 마음으로 원해서 한 일이지 누가 협박해서 억지로 한 게 아니에요. 기왕이 당신보다 백배는 더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당신이 무고하다는 뜻은 아니란 거예요.”“난 무고한 사람 아니에요. 내가 무고하다고 한 적 한번도 없어요.” 기왕비기 상당히 격양되어, “당신이 내 죄상을 일일이 나열할 필요 없이, 내가 이 병을 얻은 게 바로 인과응보인 걸 알아요.”“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원경릉이 담백한 눈으로 바라봤다.기왕비는 비틀비틀 일어나, “당신과는 도저히 동병상련이란 말을 못하겠어요.”“우린 동병상련이라 말할 수 없는 사이예요. 나도 알아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하소연 하고 싶고, 기왕의 무정함을 하소연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고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변명하죠. 하지만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이 나는 아니에요. 사람 잘못 찾았네요.” 원경릉이 말했다.기왕비가 차갑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뭐하는 거예요? 지금이야 다섯째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득의양양 하겠죠. 만약 당신이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와 남편의 사랑을 놓고 싸워야 하면, 남편의 마음을 붙잡는데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당신도 나 같을 수밖에 없다고.”원경릉이 고개를

  • 명의 왕비   제 525화

    우문호에 대한 주명양의 생각기왕비와 쓸데없는 얘기를 더 하기 싫어서 원경릉은 말을 마치고 갔다.사실 기왕비가 이런 말을 한 건 신분을 망각했거나, 지능을 상실했거나 둘 중 하나다.기왕비도 실은 알고 있었다. 주명양이 초왕부에 시집 올 수 없다는 것에 기왕비와 원경릉의 분석은 완전히 일치했다.하지만 기왕비가 주명양의 소식을 접하고 마음 속에 남모르는 기쁨과 희망의 불꽃이 타올라, 원경릉의 입에서 동병상련의 호응을 얻고 싶었다. 원경릉 말이 맞았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 동조해 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기왕비는 자신이 이런 처지까지 내몰렸다는 생각에 비애를 금할 수 없었다.주명양은 이미 사흘간 음식을 먹지 않았다.초왕 우문호가 와서 시끄럽게 한 그날 이래 주명양은 초왕과 결혼하고야 말겠다고 결심을 굳혔다.이런 집요함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주명양은 우문호가 원경릉을 지키고 원경릉을 총애하는 모습을 봤고, 원경릉을 보는 눈빛을 봤다. 그 눈빛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쁨이 넘쳐 하늘을 나는 듯했다. 주명양은 우문호가 자기도 모르게 원경릉에게 다가가 손을 잡는 것을 봤다. 그건 마치 아이가 몰래 훔친 사탕을 먹는 것처럼 달콤해 보였다.그게 바로 주명양이 갈망하는 남자다.주명양은 우문호를 사모한 적이 있다. 당시엔 우문호가 정말 뛰어난 무장이고 황실의 자손이기 때문이었지만 그가 원경릉과 결혼한 뒤 주명양은 우문호를 무시했다.하지만 원래 주명양이 무시한 건 원경릉 뿐이었다. 주명양은 우문호의 화를 돋울 심산이었지 우문호를 마음 속에 품은 적이 없다.우문호에게 후궁으로 시집을 가야한다고 두 번 얘기가 오갔으나 주명양은 그렇게 바라지 않았다.하지만 우문호가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열 받았다. 자기는 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문호가 감히 뭘 믿고?결국 기왕으로 결정되어 주명양은 잠시 기뻤다. 왜냐면 연모하는 것을 제외하면 권세와 서열이 기왕 쪽이 훨씬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다 우연히 아무 생각없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

  • 명의 왕비   제 526화

    주명양은 3일 동안 물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마시거나 먹지 않았다.지금까지 그녀는 무엇인가를 쟁취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을 한 적이 없었다. 주대부인은 그녀의 침상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너는 왜 이렇게 고집이 세! 우문호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조부의 화를 돋우는 것이야? 기왕비가 죽고 나면 정비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 텐데 기왕에게 시집을 가면 얼마나 좋냐는 말이다! 네가 초왕부로 시집을 간다고 쳐! 만약에 초왕비가 아들을 낳기라도 해봐 그 하늘을 찌르는 기세에 네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주대부인은 딸에게 화도 내보고 설득도 해보고 욕도 해봤지만 주명양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 딸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은 아프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주명양의 꺾이지 않은 기세를 보고 주대부인이 다급하게 옆에 있던 주명취를 보았다.“네 동생을 좀 말려라!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주명취는 사실 여기에 오고 싶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세 번이나 간곡하게 서신을 전하지 않았다면 주명취는 주명양의 규방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모친의 성화에 주명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설득한다고 쟤가 듣겠습니까? 어머니 말도 귓등으로 안 듣는 애를 제가 무슨 수로……”“나가.” 주명양이 차가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나도 오고 싶지 않았거든? 어머니께서 와달라고 사정하지 않았으면 누가 여길 왔을 줄 알아? 그리고 너 정말 웃긴다? 이런다고 초왕이 너랑 혼인할 거라고 생각해? 어림없는 소리! 지금이라도 마음접고 기왕하고 혼사를 끝내. 그렇지 않으면 기왕도 마음이 바뀔 수 있어.”“입 닥치고 꺼지라고!” 주명양이 고개를 들고 독기가득 한 눈으로 주명취를 노려보았다.주명취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주명양을 보았다.“내가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 할게. 네가 여기서 굶어 죽더라도 조부께서는 절대 너를 초왕과 혼인시키지 않을 거야. 이전에 희상궁이 와서 조부를 만났을 때, 조부께서 초왕부에 주씨 집안의 여인은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희상궁과 약속

  • 명의 왕비   제 527화

    “망할 상궁, 천한 신분 주제에…… 조부를 꾀어 내 인생을 망치다니! 모친께서는 이 수모를 참을 수 있으십니까? 딸이 이렇게 아파하는 데도 말입니다!” 주명양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알겠어! 알겠으니까 일단 뭘 좀 먹어라. 내가 희상궁을 찾아가 보마.” 주대부인은 주명양을 다독였다.“모친께서는 지금 당장 가서 희상궁을 만나세요. 만났다고 소식을 들어야 제가 밥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주대부인은 참으로 난감했다.희상궁은 태상황의 심복인데다가 주수보와도 각별한 사이인데, 과연 그녀를 찾아가도 되는 것일까?주명양 말대로 희상궁을 위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은화를 써서 매수한다? 과연 이게 맞을까? 지나치게 도를 넘은 게 아닐까?주대부인이 희상궁을 만나고 싶다고 서신을 보내자 희상궁은 매우 당황했다. 서신에는 주대부인이 체면을 봐서라도 꼭 나와달라는 말만 있을 뿐 다른 말을 적혀있지 않았다.희상궁은 이를 원경릉에게 알렸다.원경릉은 서신을 보더니 단번에 이해했다는 듯 웃으며 희상궁을 보았다.“주명양 때문입니다.”“그렇다면 안 가겠습니다.”“다녀오세요. 지피지기 백전백승 아닙니까?” 원경릉이 웃었다.“저는 이런 소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왕야께서는 주씨 집안과 절대 혼인하지 않을 겁니다. 왕비께서는 걱정 마십시오.” 희상궁이 단호하게 말했다.“다섯째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주씨 집안이 염려가 됩니다. 희상궁께서 주대부인을 만나 그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희상궁은 원경릉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요. 그럼 만나보겠습니다.”“상궁님! 사식이를 데리고 가세요. 주씨 집안은 도통 믿을 수 없으니…… 주수보를 제외하고 주씨 집안 사람들은 속이 시커 메서 방심할 수 없습니다.”“맞습니다. 주수보 빼고는 도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죠.”다른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칭찬하자 희상궁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마음

  • 명의 왕비   제 528화

    희상궁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대부인께서도 앉으세요.”주대부인이 앉자 희상궁도 자리에 앉았다. ‘시녀를 데리고 올 줄 알았는데, 사내를 데리고 왔네?’주대부인은 사식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사식이에게 손짓했다. “너는 밖에 나가 있어라.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마.”“아뇨. 희상궁님 옆에 있겠습니다.” 사식이가 말했다.주대부인은 입술을 깨물며 “너……”라며 말을 잇지 못하자 희상궁이 미소를 지었다.“저 아이를 신경 쓰지 마세요. 원씨 집안의 계집인데 성격이 보통이 아닙니다.”주대부인은 계집이라는 말을 듣고도 안색이 좋아지지 않았다. ‘원후궁도 제왕부에서 보통이 아니더니…… 성가신 집안의 사람이네.’사식이는 허리춤의 꽂힌 칼집을 꼭 잡고는 당당하게 서있었다. 그런 사식이 때문에 주대부인은 희상궁에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그들은 차를 몇 모금 마셨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도는 대화만 했다.사식이는 하품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잠을 깨기 위해 밖에 나와 바람을 쐤다. 찻집의 작은방 안에는 주대부인을 모시는 시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밖에 있었다. 주대부인은 사식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눈이 반짝였다. “마마님.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소인에게 부탁하실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대부인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주대부인은 희상궁의 손을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마마님 지금 제 딸 명양이가 3일째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초왕하고 꼭 혼인을 해야겠다고 합니다. 지금 기왕부와 혼사도 나눴는데 어휴… 제 딸이지만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주대부인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래서 말인데, 마마님 제가 부탁드릴 일은…… 마마님께서 집안 어른을 만나 몇 마디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마마님 아니면 제 딸은 죽습니다. 사람 살리는 셈 치시고 딱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희상궁은 주대부인의 말 뜻을 단박에 알아챘다. ‘초왕과 혼인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217화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승낙했다니?”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위왕이 재빨

  • 명의 왕비   제3216화

    “폐하, 공주께서 폐하가 드리신 선물을 받지 않으신 것입니까?”언제 올라온 건지, 진이는 어느새 그의 곁에 서 있었다.“응.”경천은 뒤돌아 상자와 두 개의 옥패를 바라보았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배우며 수많은 옥을 망친 끝에 겨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조각해 낸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속상해하지 마십시오. 공주께서 아직 어리셔서 폐하의 노고를 다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요.”진이가 위로하자 경천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받지 않는 것이다.”진이가 잠시 멈칫했다.“너무 잘 안다니요?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경천은 이미 실망한 기분을 떨쳐버렸고, 대신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진아, 나는 그녀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녀는 먼저 좋은 황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단다. 이곳을 떠나기 전, 나에게 한 나라의 군주라 하지 않았냐? 황제로서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이다.”“아... 그런 것입니까!”진이는 비록 이해하지 못했지만, 황제가 속상해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택란 일행은 궁을 나섰다. 냉명여가 그녀에게 물었다.“누나, 어찌 황제가 주신 옥패를 받지 않으시나요? 그를 싫어하시는 것입니까?”택란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절대 그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강단 있는 황제이고, 뛰어난 통치로 금나라가 정권 이양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그는 두 나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두 나라에 평화를 가져왔다.”“그럼, 어찌 그의 선물을 받지 않으셨습니까?”냉명여는 다른 사람의 선의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택란이 답했다.“그 옥패가 약속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명여야, ‘약속’이라는 말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면,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하지만 그도 누나와 혼사를 올리겠다고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는 것 아닙니까?”“그래. 하지만 나

  • 명의 왕비   제3215화

    경천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택란이 말했다."어쩌면 5년 후에는 오늘 한 모든 일이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게 될 때, 그 감정이 단순한 사모인지 은혜 때문인지 알게 되실 것이고, 오늘의 행동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경천은 단 한 마디만 응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나 분명하니, 절대 그런 말로 그녀를 얽매여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오늘 한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이며 그의 태도였다. 그녀는 몰라도 되고,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녀를 기다릴 것이었다.그리고 그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택란은 한숨 놓은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해한다니 다행입니다.""알고 있다."경천의 얼굴은 약간 창백했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삼 태감이 책자를 가져왔다. 경천은 그것을 택란에게 건넸고, 택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매우 공정했으며, 심지어 약도성에 이익을 양보한 정도였다.책자를 접은 후,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약도성을 생각해 줘서 고맙습니다. 두 나라의 원한을 풀기 위해 애써줘서, 그리고 약도성의 백성과 조정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습니다.""알고 있었던 것이냐?"경천이 다소 놀라며 묻자, 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알아봤습니다.""오해하지 마라. 그저 너를 위하여 한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그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해명했다.택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해하지 마시지요. 저는 정말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도 사실 많이 감동했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혼사에 대해 논할 나이가 아니고, 사적인 감정보다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반드시 아바마마

  • 명의 왕비   제3214화

    손에 쥐니, 차가운 촉감이 느껴졌다. 그 옥의 차가운 느낌이 서서히 스며들자,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때, 그는 미세하게 안도하며, 그녀가 좋아할 것이라 믿었다."직접 만든 것입니까?"택란은 마음에 든 듯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응!"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마음에 드냐?""예. 정말 마음에 듭니다!"택란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빛나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그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이걸 직접 나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느냐?""예?"택란이 잠시 멈칫하며, 놀라 물었다."저에게 준 선물이 아닙니까?"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소매 주머니에서 또 다른 옥 조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이건 내가 네게 직접 주고 싶은 것이다."택란은 그가 손에 든 것을 바라보았다. 옥질도 동일하게 맑고 투명했고, 손바닥의 선도 보일 정도였는데, 그 조각에는 경천의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옥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준수한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옷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수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기억력이 매우 좋았기에, 그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그녀는 두 개의 옥을 손바닥에 놓았다. 그제야 그녀는 옥에 3년 전 그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시간을 되돌려 3년 전 만남을 담은 것이었다!경천은 택란을 바라보며,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올라올 듯했다.택란이 두 개의 옥을 서둘러 상자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두 개 모두 오라버니께서 먼저 가지고 있으세요."경천은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애써 실망이 드리운 눈빛을 숨겼다.삼 태감이 정교한 음식을 올려놓았고, 모두 택란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 명의 왕비   제3213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억누르고, 표정을 고쳐서 천천히 돌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북당 백성인 란이 언니와의 혼사는 다 거짓인 겁니까?"경천의 동공이 흔들렸다."혹시... 화가 난 것이냐?""아닙니다."택란이 고개를 젓자, 밝은 빛이 그녀의 깨끗한 얼굴에 비쳤고, 고르게 정리된 이마 밑의 눈동자는 다시 차분해졌다."그런데 어찌 사람을 시켜 저를 찾고 있다고 직접 저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약 편지를 보냈다면, 저도 오라버니를 만나러 왔을 것입니다. 심지어 혼사에 하객까지 청하며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였는데,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십니까?"그는 갑자기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그러고는 그녀의 까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수습할 필요 없다. 나는 이미 천하에 나의 황후가 우문택란이라고 선언했다. 나는 그녀가 어서 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택란은 순간 놀라하며,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경천은 그녀가 화가 난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았다. 그의 눈동자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고,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응할 수... 있겠느냐?"택란은 잠시 망설였다. 기억 속의 그 소년이 지금 별빛을 받으며 그녀 곁으로 돌아왔다. 이전의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10년 후 그가 죽지 않으면 돌아와서 그녀를 부인으로 맞겠다고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그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지금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런 과거와 현재가 얽혀 버리자,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저는..."경천은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 없다. 몇 년 후라도,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괜찮다.""하지만...""아니, 말하지 말거라."그는 방금까지만해도 가득찼던 자신감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

  • 명의 왕비   제3212화

    냉명유는 팔짱을 낀 채 검을 가슴 앞으로 옮기며, 차갑게 말했다."누님께서 어디로 가든, 저도 무조건 함께 갈 것입니다."“하… 하지만."삼 태감이 무척 난감해했다."그래. 함께 가자. 이 거월통천각이 정말 달을 딸 수 있는지 어디 가서 보자꾸나!"그러자 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주 아가씨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정말 공주가 만나고 싶다면, 어찌 공주한테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는가?그러고는 계단 위에 새겨진 난초꽃을 힐끗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계단의 각 층마다 난초꽃이 새겨져 있었다.황제가 자신의 그리움을 돌계단에 새긴 것이었다!택란도 계단을 오르며, 이 사실을 눈치챘다.게다가 각 난초의 형태와 크기는 매우 똑같았다. 처음에는 선이 조금 거칠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에는 점점 더 섬세하고 부드러워 보였다.이건 분명 같은 사람이 새긴 것 같았다. 그가 직접 조각한 것일까? 금나라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잠시 후, 그들은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에 도착했다. 다행히 냉명여는 문 앞에서 멈추고 안까지 들어가지 않았다.택란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네개의 용 모양 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올라가 쉴 수 있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에는 난간이 둘러져 있었으며, 가운데에는 탁자와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떠힌. 네 면에 걸려져 있는 대나무 커튼이 걷혀 있어, 사방에서 밖을 볼 수 있었다.그 사이에서 청색 비단옷 차림의 남자가 통천각 옆 난간에 기대어 택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매우 긴장한 듯 손과 발을 살짝 떨고 있었다. 별빛처럼 맑은 눈동자에 약간 숨이 가쁜 듯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반짝이는 별들도 그중 하나였다.하지만

  • 명의 왕비   제3211화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자, 경천 황제는 서둘러 궁으로 돌아가 푸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옅은 청색 옷자락에, 소매 끝에는 난초꽃이 수놓아져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어두운 구름 문양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 옷감은 북당에서 온 것이었다."폐하, 꼬마 은인께서 궁문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삼 태감이 와서 보고했다."좋소."그는 거울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택수운천으로 가겠네."택수운천은 그가 즉위한 후, 궁궐 안에 지은 새 궁전으로,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궁전 옆에는 거월통천각이 있었는데, 이는 량주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거월통천각 안에 있으면 마치 손바닥에 달을 담을 수 있을정도로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월통천각에서 멀게는 약도성과 량주가 인접한 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생각날 때면, 늘 거월통천각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풍경을 멀리 바라보곤 했다."진이야, 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그가 준수한 옷차림으로 난간에 기대어 먼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바람이 서서히 불며 청색 옷자락이 휘날리자, 옷자락의 네 끝에 박힌 고급스러운 야명주가 그의 선명하고 잘생긴 얼굴을 비추었다.그때, 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궁 시위를 따라, 아치과 복도를 지나 거월통천각으로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젊은 금군 통령 진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적 없습니다.""사모의 마음을 품어보거라.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만큼 좋은 것이 없다."그는 그녀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탓에 그녀의 얼굴이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13세 전까지의 그의 인생에는 나라와 백성들 뿐이었지만, 13세 이후 그의 인새은 온통 그녀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진이는 황제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는 세 명을 보며

  • 명의 왕비   제3210화

    안왕은 보책을 받아 든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이상한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이상하게 느껴졌다.보책을 펼쳐 안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는 드디어 이상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굳어진 표정으로 경천 황제를 바라보았다.경천 황제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소. 그녀의 이름은 우문택란이오. 금나라 황후의 이름은 우문택란이네. 난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것이오. 만약 그녀가 황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황후의 자리는 그녀를 위해 계속 비워둘 것이네.”위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흐르는 탓에 두 손을 급히 움켜잡았다. 방금 황제가 보책을 그의 손에 올리지 않아, 그가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다섯째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안왕은 어두워진 안색으로 자리에서 물러나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위왕에게 말했다.“방금까지도 어린 황제에게 어리석다고 했건만. 이렇게 계책에 능하고 이따위 교묘한 계책으로 우리 형제를 그와 같은 편에 서게 만들다니...!”위왕은 또 한 걸음 물러서며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방금 술을 두 잔 마셔 조금 취한 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아니, 지금 들고 있는 그건 무엇이냐?”안왕은 단단한 그의 팔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연회는 계속되었고,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북당 황제의 작은 공주도 우문택란이라는 말을 꺼냈다.그 말에 다들 그 당시 금나라 황제를 구한 사람이 북당의 작은 공주가 맞는지 추측하기 시작했다.정말 북당 공주가 맞는다면, 금나라 황제도 참 배짱이 큰 것이다. 사실상 북당 황실이 금나라 황제를 구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만약

  • 명의 왕비   제3209화

    경천은 위왕의 말을 듣자, 마치 마음속 큰 돌덩이가 내려간 듯 후련해 보였다. 그는 그러고는 궁인에게 술을 올리게 해 술잔을 여러 차례 돌린 후, 아래를 둘러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오늘 정혼연이 어찌 열리게 되었는지 알게 될 것이오.”그러자 모두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말에 당황을 금치 못하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혼연이든 혼례든,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이때, 위왕이 안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에게 서신을 보내야겠다. 금나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가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진국왕이 아직 살아 있고, 이 황제가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맞소. 확실히 조금 병신같아 보이네.”안왕도 동의했다.참고로 ‘병신같다’는 표현은 안왕이 조카에게서 배운 단어였다.“이 이야기는 3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오.”이내 경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져 있었다.“당시 금나라는 진국왕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를 대신해 금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소. 이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때 난 진국왕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소. 진국왕이 왕위를 빼앗으려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소. 그때 나를 구해준 이가 바로 란이라는 소녀이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 당시 나는 란이의 정체도 몰랐고, 그저 약도성 사람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소. 상처를 치료하며 그녀와 며칠을 함께 보냈고, 황권을 되찾으면 그녀를 부인으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했네. 하지만 그녀가 나를 구했다는 사실이 진국왕에게 알려졌고, 진국왕이 사람을 보내 그녀의 집에 불을 질렀소.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소.”모두가 진국왕이 불을 질렀다는 말에 멈칫했다.금나라 황제가 이렇게 비극적인 황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