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40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주명양은 담담한 어조로 “저를 위해서요? 그렇다면 노비한테 그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명취는 그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두 자매는 궁을 나와 친정으로 향했다.

주부(周府)에 도착했을 때 주명양은 주명취를 챙기지 않고 혼자 집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주명취는 조모를 뵈러 갔다. 수보부인은 지난번 사고로 목소리를 잃었고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수보부인은 이 저택에서 자신에게 약을 썼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재상의 부인으로서 분수를 잘 지켰고, 부부의 일생이 막바지에 다다른 이 시점에 그녀는 그가 얼마나 모진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것을 위해서 자신의 육친도 배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보부인은 주명취가 오늘 궁에서 초왕비와 희상궁을 만났다는 소리를 듣고 한바탕 치를 떨며 주명취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손짓했다.

주명취는 “손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양이 주의하지 않아 걱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수보부인은 천천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저녁. 주수보가 주부로 돌아와 혼자 식사를 하려고 젓가락과 수저를 가져다 놓으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밖에서 사람이 들어와 “나리, 희상궁이라는 사람이 나리를 찾습니다!”라고 말했다.

주수보는 고개를 들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희상궁?”

“예 맞습니다.” 하인이 말했다.

주수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싶더니 “들어오라고 하게.”라고 말했다.

“예!” 하인이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주수보는 곁에서 시중을 드는 노관사를 보았다.

“자네 생각엔 왜 희상궁이 날 찾아왔다고 생각하나?”

노관사는 “소인이 감히 추측을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주수보는 담담하게 “아마 초왕비 때문인 것 같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노관사가 깜짝 놀랐다.

하인이 희상궁을 데리고 들어와서는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주수보는 일어나서 상궁이 천천히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409화

    노관사가 몸을 굽히고 밖으로 나가니 방 안에는 주수보와 희상궁만 남았다.주수보는 앉아 그녀를 보며 “앉아서 얘기하게.”라고 말했다.희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마음의 생각을 정리한 듯 그를 보았다.“저번에 당신이 태상황에게 약을 넣으라고 하였고 당신 말대로 내가 행했으니,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빚진 것은 없습니다.”주수보는 그것은 주명취의 뜻이지 자신의 뜻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도 사실 주수보도 사건이 벌어진 후에 이 일을 알게 됐다. “나한테 빚진 건 없지.”주수보가 말해다.희상궁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모르겠네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쨌든 다 끝났습니다.”라고 말했다.“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냐?” 주수보가 물었다.희상궁은 고개를 저으며 “왜 주명양을 초왕부로 시집을 보내려는 것입니까?” 라고 물었다.“그 일은 내 생각이 맞아. 내가 그렇게 하는 데는 뜻이 다 있다.” 주수보가 말했다.“초왕비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초왕은 주명양을 후궁으로 맞이하려 하지 않고, 초왕비도 동의하지 않을 텐데 당신은 왜 남에게 어려운 일을 강요하려 합니까? 오늘 궁전에서 주명양이 왕비에게 불손한 말을 하여 왕비가 태기까지 일으켰습니다. 주부에서 몇 년 동안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저는 다 압니다. 만약 이 일로 초왕비가 아이를 잃었다고 해도 주씨 집안은 아무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겠죠.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꼭 있죠.”만약 이 말을 희상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면 주수보는 크게 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희상궁의 진심 어린 표정에 이 말이 간곡한 충고라는 것을 느낀 주수보는 생각에 잠겼다.“최근 몇 년 동안 나는 방자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나는 나이가 점점 들수록 나는 점점 더 내성적이고 침착하게 행동했어. 이제 나는 세상에 모든 곳에 눈이 있다고 생각하네.” 주수보가 항변하듯 말했다.“하지만 당신의 자식들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등

  • 명의 왕비   제 410화

    주명양은 조부가 자신을 불렀다는 소리를 듣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녀는 조용히 하인을 불러 세워 물었다.“방금 왕비가 조부를 보고 갔습니까?”하인은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둘째 아가씨.”라고 말했다.주명양은 인간관계를 꿰뚫고 있어서 조부 곁에 시중을 드는 여러 사람에게 일찍부터 뇌물을 주고 관계를 다졌다. 만약 큰 언니가 조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조부가 그녀를 불렀을 리가 없다. ‘혹시, 초왕과의 혼사 때문인가?’주명양은 편안한 마음으로 정원으로 나섰다.그녀가 정원 대문을 막 나서려는데 노관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둘째 아가씨, 나리께서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주명양은 놀라서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왜?”라고 물었다.“나리께서 지금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는 아무 말 말고 무릎을 꿇고 계세요!”주명양은 조부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자신이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관사, 나한테만 말해줘.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고 있어야 해?”관사는 한숨을 내쉬며 “희상궁이 왔다 갔습니다. 둘째 아가씨께서는 왜 초왕비를 괴롭히신 겁니까”라고 말했다.주명양을 그 말을 듣고 즉시 바닥에서 일어났다. “조부를 뵙고 직접 말씀을 올려야겠다.”관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둘째 아가씨 그냥 무릎 꿇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조부를 만나야겠어. 내가 해명할 수 있어.”‘고작 노비 주제에 조부에게 가서 말을 전하고 내 잘못이라고 단정을 해?’그러자 갑자기 찻잔 하나가 밖으로 날아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 파편운 온통 주명양의 몸에 튀었다.주명양을 놀라 급히 뒤로 물러서더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노관사는 탄식하며 “둘째 아가씨 그냥 무릎을 꿇고 나리가 만나주실 때까지 기다리십시오.”주명양은 무릎을 꿇고 있지만 속으로는 불복하였다. 주명양의 부친과 모친이 이 소식을 듣고 조부를 만나 한참을 얘기하다가

  • 명의 왕비   제 411화

    주명취가 주명양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목소리를 낮추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조부를 화나게 하지 마. 경고하는데 조모께서 실언한 것은 말 한마디 잘못했기 때문이야. 부부의 연도 단칼에 내치시는 분이다. 너라고 다를 것은 없어. 조부께서 화가 나시면 너를 아무 데나 팔아넘겨버릴 수도 있으니 넌 그냥 지금 이것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혼인에 만족해라.”주명양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주명취를 보았다.“나는 믿지 않아…… 믿을 수 없어!”“그때 내가 주부로 돌아왔을 때, 네가 초왕의 첩으로 갈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 그때 네가 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고 했었지. 하지만 나는 조부의 마음을 알 수 없었어. 제왕은 조부의 외손이기에 조부는 분명 그를 태자로 책봉되게 도울 것이야. 하지만 지금 제왕이 쓸모 없어졌지, 조부도 제왕을 도울 방법이 없어. 그럼 조부가 누구를 선택할 것 같아?”“누구?” 주명양이 물었다.“기왕!” 주명취는 웃으며 “정말 웃기지. 내가 사람을 잘 못 골랐어. 적자니까 조부가 조금만 밀어주면 태자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 기왕이 공을 세우고 조정으로 돌아왔으니 황상께서는 친히 황색 두루마리까지 하사할 모양이야. 기왕이 장자이기도 하고, 기왕비도 병상에 있으니 넌 적어도 정비 자리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네.”라고 말했다.주명양은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그럼 초왕은? 조부께서는 초왕을 눈여겨 보시는 게 아니었어?”“초왕의 모비인 현비와 태부는 모두 소씨 가문인데? 조부는 평생 소씨 가문과 모순이 있었어. 조부가 초왕을 태자로 세워 소씨 가문을 도와줄 것 같아?” 주명취가 말했다.이 말을 듣고 주명양은 주명취를 노려보았다.“그래서 언니는 애당초 이걸 알고 정후가 원경릉을 도와 공주부에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게 설계한 거야?”“적어도 내 생각에 잘못은 없지. 내가 초왕이랑 결혼한다면 태자비 자리는 멀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잠깐만 나 이해가 잘 안되는데, 조부께서는 왜 노력하지 않으셨지? 왜

  • 명의 왕비   제 412화

    우문호는 오늘 원경릉이 주명양 때문에 화가 나서 태기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하였다. 어렵사리 원판에게 태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주명양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하다니. 아마도 남은 석 달은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할 것이다.우문호는 왕부의 사람들과 말을 모아 주명양의 사지를 묶어 능지처참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가 주먹을 쥐고 분노에 떨고 있을 때 탕양이 급히 뛰어왔다.“왕야, 주수보가 주씨댁 둘째 아가씨를 데리고 와서 사죄를 합니다.”우문호는 원경릉과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마주쳤다.최근 몇 년간 주씨 가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는지 모른다. 하지만 매번 주씨 가문은 고개를 더 빳빳하게 들고 비아냥거릴 뿐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 틀림없이 무슨 목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탕양의 말을 들은 문호가 차가운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마침 잘 왔네. 본왕이 직접 가려고 했는데 주수보가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면 하늘이 가려진다고 하던데 어디 한번 보자고!”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잡고 걱정하듯 “너무 흥분하지 마. 한번 흥분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주씨 가문이 활개를 치고 다녀도 황실에서 제지할 친왕이 없으니 정말 난처한 국면이다.“걱정 마. 나는 주명양의 잘못을 따지고들 생각없다. 본왕이 보아하니 조만간 팔자를 꼬아 단명할 것 같으니, 내 손을 더럽힐 이유는 없을 듯 싶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보고 말했다.원경릉은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니, 주수보에게 미움을 살 필요는 없어. 그냥 주명양만 한번 호되게 혼내면 돼. 우리가 주수보를 흔든다고 해서 흔들릴 사람도 아니야.”“알겠어 알겠다고!” 우문호가 탄복했다.우문호가 밖으로 나오자 주수보와 주명양은 이미 대청에 들어와 있었다. 주명양은 서있었고 주수보는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우문호가 걸어오는 것을 본 주수보는 일어나서 겸손하면서도 위엄 있는 표정으로 그의 두 손을 맞잡았다.“소인, 왕야를 뵙습니다!”아무리 화

  • 명의 왕비   제 413화

    주명양은 우문호의 무시하는 태도에 모욕감을 느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왕야, 어린 소녀가 무례한 짓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유가 있으니 왕야께서 듣고 판단하십시오.”주수보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명양을 보았다. 주명양은 조부가 화를 낼 것임을 알았지만, 우문호가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는 참을 수 없었다.“왕야, 초왕비께서 먼저 제 언니를 모욕하는 말을 했고, 소녀가 이를 참지 못해서 언니를 대신해 몇 마디 한 것입니다. 잘못은 했지만, 먼저 모욕을 한 것은 초왕비입니다.”그녀는 자신의 언니가 먼저 변심하여 초왕에게 시집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주명양은 초왕이 어리석고 단순하기에 지금도 주명취를 매우 사랑하고 있을 테니, 그가 이 말을 듣고 분노해 원경릉을 꾸짖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혀 즉시 밖을 보며 소리쳤다.“희상궁을 들라 하라!”주수보는 주명양을 꾸짖으려고 했지만, 우문호가 희상궁을 부르는 바람에 입을 다물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 잠시 후 희상궁이 들어왔다.주수보가 고개를 들어 희상궁을 바라보니 얼굴이 수척하고 광채가 나지 않았다. 그가 잠시 일어나 그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희상궁도 예의를 차려 그에게 인사를 한 후 천천히 앉았다.주명양은 조부가 희상궁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것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희상궁, 오늘 현장에 있었지요? 초왕비가 어떤 언행으로 제왕비를 모욕했는지 말해보세요.”우문호가 희상궁을 보고 말했다.그러자 희상궁은 주명양을 차갑게 노려보며 “태후 전 밖에서 기다리던 때, 둘째 아가씨가 이미 초왕비를 모욕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원 후궁(袁侧妃)께서 훈계를 몇 마디 하고 말을 멈추었는데, 그 후에 함께 궁을 나오다가 제왕비와 둘째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제왕비는 둘째 아가씨를 대신해 왕비에게 사과를 했고, 동서 두 사람이 상투적인 말을 몇 마디 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모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둘째 아가씨가 갑자기 더러운 수단으

  • 명의 왕비   제 414화

    우문호는 주수보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이렇게 말했다.“재상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본왕이 이 일로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습니다.”얼굴에 크게 상처가 났고 거기에 물에 젖었으니 그 고운 피부는 틀림없이 붉은 물집이 생길 것이다. 물집이 생기면 적어도 1년에서 2년은 흉터가 사라지지 않을 테니. 아직 혼인도 하지 않은 여자에게 이만한 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까짓것 용서하지’주수보는 고개를 끄덕이며 “왕야께 폐를 끼쳤습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를 보며 “어느 집이든 배은망덕한 자손 하나씩은 다 있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주수보는 고개를 돌려 희상궁을 보며 “왕비는 어떠십니까?”라고 물었다.희상궁은 “어의에게 치료를 받았으며 며칠 동안은 침상에만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그럼 됐습니다!” 주수보가 손을 들어 시녀를 불렀다. 그녀의 두 손에 비단으로 덮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시녀에게 비단을 걷고 안에 상자를 꺼내게 했다. “여기에는 약이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들이 자손을 낳을 때 먹는 것입니다. 왕야께서 받아주십시오.”희상궁이 상자를 열자 안에 들어 있는 거북이로 만들어진 상자가 들어 있었다. 그 상자마저 열어보니 집안에 맑은 향기가 가득해졌다. “태아를 지키는 환?” 희상궁이 놀라서 물었다.“뭐라고요?” 우문호도 약 냄새를 맡고 물었다.“이것은 태아를 보호하는 약으로 부정방(傅淸芳)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것을 먹으면 태기가 잡히고 안정이 되며, 출산을 할 때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순산할 수 있는 약입니다.” 희상궁이 설명했다.희상궁은 주수보를 보며 “이 약을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했다.“황후께서 임신을 하셨을 때, 몇 알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한 알을 왕비에게 드립니다. 세자가 무사히 태어나길 기원하겠습니다.” 주수보가 말했다.우문호는 이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랐지만, 희상궁의 감동한 표정을 보고는 분명 좋은 약이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이 약을

  • 명의 왕비   제 415화

    탕양은 상자의 약을 받아들고는 자세히 보았다.“소인 잘 모르겠습니다. 소인은 무우환(无忧丸)을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우문호는 탕양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원판 어른과 조어의를 불러서 물어봐야겠군.”원판과 조어의가 함께 와서 무우환을 보며 자세히 분석했다.원판은 뜨거운 물을 한 사발 가져와 칼로 무우환을 조금 긁은 후 물에 고루 섞은 후 천천히 한 모금 마신 후 조어의에게 주었다. 조어의도 입에 머금고 천천히 약의 맛을 분별했다.잠시후 두 사람이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무우환!”이라고 말했다.지켜보던 우문호와 희상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왕야! 이 약을 당장 왕비께 드시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원판이 말했다.우문호는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았다.“좋습니다. 그럼 왕비에게 주세요.”원경릉은 주수보가 보내온 약이라는 말을 듣고 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원판과 조어의 그리고 희상궁까지 강력하게 추천하는 무우환이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우문호는 매우 긴장하며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녀가 약을 삼키고 난 후 우문호는 그녀에게 무슨 느낌이 있는지 물었다. 원경릉은 약을 복용한 후, 가슴의 답답함이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정신이 맑아지네 우울한 기분도 사라지는 것 같고.”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황급히 어의를 불러 진맥했다.어의는 웃으며 “왕야, 이 약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복용하자마자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좋은 약이니 기회가 된다면 하나 더 비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이 약이 대주의 용태후에게만 있는 것인가?” 우문호가 물었다.“예. 이 약은 대량으로 정제하지 않습니다. 아마 태보환(太保丸)은 여분은 충분히 있겠지만, 용태후의 무우환은 분명 소량만이 남았을 겁니다.” 조어의가 말했다.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탕양. 지금 문방사보를 준비해 주시오. 본왕이 정정(靖廷)에게 편지를 보내 두세

  • 명의 왕비   제 416화

    우문호는 기뻐하며 원경릉을 보았다.“어때? 잘 썼어?”원경릉은 그를 보며 “둘이 이전에 주고받았던 편지들은 그대로 있어?”라고 물었다.“다 있지.”“그럼 보여줘.”우문호는 탕양을 시켜 이전의 편지들을 가져오라고 했다. 원경릉은 그들의 편지를 보기 전에는 혹시 우문호의 일방적인 착각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읽어보니 이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대장군 장가는 갔어?” 원경릉이 물었다.“응.”“애는 낳았어?”“아직 장가든지 얼마 안 됐어.”“그의 부인이 너희 둘의 편지를 보면 억장이 무너지겠네.” 원경릉은 편지를 내려놓았다.우문호는 눈을 부릅뜨고 “뭐라는 거야? 우리는 친구야!”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깔깔 웃으며 “대단한 사랑 납셨다.”라고 말했다.두 사람의 편지를 보고 나니 우문호가 대장군이 무우환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 이유를 알게 됐다.약을 먹고 난 이틀 후, 어의가 원경릉을 진맥하더니 뱃속의 태아가 안정되었다고 진단했다.우문호는 어의를 문밖으로 데리고 나가며 엄숙하게 말했다.“안정이 됐다는 게 무슨 뜻이죠?”조어의는 무슨 그의 물음의 의미를 몰라 눈을 깜빡거리며 “그냥 안정이 됐다는 건데…….”라고 말했다.“그럼 적당한 운동은 해도 된다는 겁니까? 예를 들어 산책이나……뭐 다른 운동 같은……”조어의는 웃으며 “왕야 안절부절 마시고, 한 달만 더 기다리세요. 소인이 때가 되면 다시 답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잡았던 어의의 소매를 뿌리치고 들어갔다.원경릉의 태아가 안정됐다는 소식과 동시에 주명양이 기왕의 후궁으로 시집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 소식을 들은 원경릉은 “기왕? 우여곡절이 많겠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그 여자가 누구랑 혼인을 하든 내 알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그런데 기왕의 후궁이 죽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후궁을 맞아도 되는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안 될 건 또 뭐야. 이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 명의 왕비   제 3028화

    풍도성 안은 술잔을 주고받고 건배하며 흥겨운 잔치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안지여는 오늘 황금색 예복을 입었는데 예복에 거대한 이무기를 수놓았으며, 황실의 밝은 황색과는 약간 구별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곤룡포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이무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용과 매우 흡사했다.안지여는 자신의 야심을 이미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당연히 안지여는 오늘도 야심을 감출 생각 없이 손님들에게 보란 듯이 자세를 잡았다. 심지어 인근 지역 조정 관리들이 손님으로 왔어도 안지여는 전부터 맺어온 관계였기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두터워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 있는 황제가 그들을 시시콜콜 관리할 수 없었다.그 자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오늘 황실에서 파견한 일행이 온다는 것을 알고, 연회석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성주님, 듣자하니 안풍 친왕 전하와 이리 부마께서 오늘 오신다던데 어째서 안 보입니까?”안지여가 잔을 들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면 결국 오겠지요.”“여정을 듣기론 오늘 분명 풍도성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밤이 되도록 아직 안 보입니까? 설마 성주님이 직접 나가서 맞이하셔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성주님이 가서 맞이하셔야 한다고? 아주 허세가 대단한데? 퉤!”“누가 아니랍니까?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하는 거였으면 며칠 전에 풍도성에 도착해 성의를 보여야지, 오늘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늦게서야 와서, 아직도 잔치에 오지 않은 건 분명 성주님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못 들어오게 막고 돌려보내시지요, 마음만 받은 셈 치고요. ”“맞습니다. 그동안 조정에서는 풍도성에서 받은 공물이 적지 않았으니, 만족한 줄도 알아야죠.”“풍도성은 더 이상 조공을 바칠 필요 없어요. 뭐 때문에 그럽니까? 수백 년 전에 풍도성은 원래 북당의 영토가 아니었어요. 선을 긋고 나와 독립해야 합니다.”모두 안지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서, 몇 잔 들어가자, 비위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