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심리적 그림자라는 것이 낙관적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괜히 수치스러워졌다. 희상궁은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했다. 매번 궁안에서 쓰고 남은 고기가 많다는 사실을 안 희상궁은 고기 말고 다른 야채들을 구비해 몇 가지 요리를 더 추가하라고 했다.이튿날 아침 원경릉은 단정하게 차려입고 원부인과 원후궁을 기다렸다. 원경릉은 그 둘이 점심때쯤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분주하게 아침을 먹으려고 했다. 아침을 다 먹었을 때 하인이 찾아왔다.“왕비님 워후궁이 원대장군부의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왔습니다.”“이렇게나 빨리? 그럼 편청으로 모시거라 나도 채비를 해 금방 편청으로 가겠다.”본관은 비교적 딱딱하고 엄숙한 느낌이기에 우문호가 사람을 접견할 때 많이 썼고, 부녀자들은 대부분 편청에서 화담을 나눴다. 원경릉의 말을 듣고 하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편청에 자리가 부족할 것 같습니다만……”하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몇 명이나 왔는데?”그러자 하인은 “적어도 스무 명에서 서른 명은 온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아연실색했다.원후궁은 원부인만 데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온 이유가 뭐야?희상궁은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당장 사람을 시켜 음식을 더 준비하라고 하거라! 고기도 사야 하고! 내가 적어주는 것을 모두 준비하거라!”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전상궁과 녹주를 데리고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복도에 막 다다르자 본관에서 몇 차례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외에 다른 시끄러운 소리는 없었다.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렇게 조용하다고?라고 생각했다.“초왕비 언니!” 어디선가 갑자기 그림자가 휙 다가왔다. 한 손으로 원경릉의 팔을 잡은 여인은 아름다운 얼굴에 붉은 입술 긴 속눈썹이 매력적이었으며 맑고 큰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원
한 부인이 일어나 원경릉에게 절을 하였다. “소첩은 왕비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원경릉은 그날 손에 화상을 입은 부인이 생각이 났다. “부인, 은혜라니요. 너무 과합니다. 그나저나 손은 괜찮으십니까?”“괜찮습니다.” 원부인은 다소 격동된 목소리로 말했다. 둘의 대화가 끝나자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에 소개를 하자 원경릉은 얼굴이 뻐근할 정도로 미소를 유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너무 많아서 몇 사람 기억하지 못했다. 여하튼 원부인과 워후궁 그리고 외사촌 아가씨, 외사촌 이모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만 대충 기억했다.원경릉은 사람들이 걸을 때 기세가 충만하고 발걸음이 씩씩한 것이 모두 무공을 했던 사람 같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던 전상궁에게 “원가의 여성들은 모두 무예를 익힙니까?”라고 물었다. “다들 무예 고수입니다.” 전상궁이 조용히 속삭였다.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순간 경건해졌다. 원경릉은 무리 안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적으면 일곱 여덟 살부터 많으면 열다섯 안팎의 아이들이었다. 그들 모두 비슷하게 생긴 것이 귀여웠다.자기소개가 끝난 후, 그들은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각양각색의 선물을 보니 원경릉은 놀라 혀를 내둘렀다.본관 중앙에 큰 무기와 장검, 화살, 대도, 도끼 등이 꺼내졌다. “이 검은 소인이 사람을 시켜 서역에서 제조한 것입니다. 순 강철로 만든 것인데 쇳덩어리를 잘라도 진흙처럼 산산조각이 납니다! 왕비께서도 한번 휘둘러 보시지요!” 노부인이 보물을 내놓으며 말했다.“조모, 왕비님은 임신해서 큰 동작을 하면 안됩니다.” 원용의가 말했다.노부인은 “오! 늙은이가 결례를 범했구먼.” 이라며 원경릉에게 사과를 했다.원경릉은 손을 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제가 몸이 이래서 다음에 한번 휘둘러보겠습니다.”“그럼 내가 해볼게요!” 원가의 작은 소녀가 단상에 올라왔다. 소녀는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 검을 쥔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진지한
노부인은 빙그레 웃으며 “임신을 하면 화장실에 자주 갑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녹주와 기라를 보고 손짓했다.“이리 와서 부축해 줘. 내가 다리가 후들거려서… 아니 오래 앉아있었더니 혈이 돌지 않아 저린 것 같다.”녹주와 기라는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향했다. 원경릉은 문 앞을 나온 뒤 재빨리 벽에 등을 기대고 섰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했다.“깜짝 놀랐네 진짜!”하마터면 화살이 그녀의 머리를 관통했을 생각을 하니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마침내 우문호가 주명취와 원용의가 싸우면 주명취가 이길 수 없다고 한지 알게 되었다. 제왕이 원용의를 업신여긴다면 방금 같은 무공 고수들이 나서서 제왕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제왕 참 불쌍하다.’원경릉은 마음을 가다듬고 머리를 다시 빗어 올리자 본관 안에 있던 소녀가 비녀를 들고 왔다.“왕비님 여기 비녀요!”원경릉은 웃으며 “너 줄게.”라고 했다.소녀는 감동받은 눈빛으로 “정말요?”라고 물었다.“응. 마음에 드니?” 원경릉이 물었다. 그녀는 비녀를 받을 수 없었다. 만약에 이 비녀를 가지고 있다면 볼 때마다 화살 꽂힌 비녀가 생각나 몸에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네! 정말 마음에 듭니다!” 소녀는 비녀를 가슴에 품고 울먹였다.원경릉은 그녀를 보며 왜 자신처럼 타락한 왕비를 이렇게 소중하게 아끼고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지어 온 집안사람들이 원경릉을 보러 오다니? 그리고 무공을 하는 집안에서 아끼는 무기들을 내어주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본관으로 돌아가자 원노부인은 안색을 가다듬고 원경릉을 바라보았다.“왕비님, 늙은이가 무리한 부탁을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노부인은 화살을 쏘는 소녀를 보며 탄식하듯 입을 열었다.“우리 원씨 집안의 아가씨들이 난폭하고 괴팍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망나니 같은 아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나같이 예쁘장하게는 생겼지만 성격이 우악스럽고 제멋대로라 이 아이들의 혼사만 생각하면 앞이 캄
화살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작은 소녀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왕비님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사식이는 왕비의 가르침을 따르고, 왕비를 보호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은 마음이 흔들렸다.현재 우문호가 서일을 그녀의 옆에 배치했지만, 서일은 남자여서 그녀와 같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에 제한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여자들 모임 같은 것은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사식이는 달랐다. 사식이는 아무 데나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식이는 원씨 집안의 처녀인데 무슨 명목으로 왕실에 남게 할 수 있을까? 밖에 사람들이 사식이를 보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않을까?“왕비님은 임신 중이시니 고민되는 일은 일체 생각도 마십시오. 만약 사식이가 필요하다면 쓰시면 됩니다. 몇 개월 정도 왕부에 머물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희상궁이 말했다.희상궁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였다.“사식아 이렇게 된 마당에 내 옆에서 지내거라. 가끔 이야기도 하고 내 기분에 장단도 맞춰주거라.”“예! 왕비님 감사합니다.” 사식이는 감동해서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사식이는 원씨 집안의 다른 소녀들의 부러움과 시기의 눈빛을 받으면 한쪽으로 물러섰다. 이른 본 원용의는 사식이를 보고 머리가 아팠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이렇게 빨리 시집을 가지 않았을 텐데……’모두들 앉아서 한참을 떠들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서 점심을 먹을 때가 되었다.원경릉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통제가 안 되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시대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마지막으로 그녀는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막연한 사이가 정말 행복해 보였다.그녀는 이들과 있으니 마치 현대의 자신의 집으로 온 기분이 들었다. 현대에서 설날이 되면 그녀는 삼삼오오 가족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즐겁게 대화도 나누었다.식사 후, 원노부인이 가족들과 작별을 고할 때, 뜻밖에도 원경릉은 아쉬워 눈물이 났다.“
원경릉 사랑원경릉은 우문호에게 물을 따라주며 궁금하다는 듯: “사실 잘 모르겠어. 나랑 원부인이랑 딱 한 번 만난 인연이 전부인데 그 집안은 왜 나한테 그렇게 열정을 다하는 걸까?”우문호가 설명하길: “노마님이 무림 출신이라 며느리들도 무림 출신이 많지. 강호의 의협이시라 의를 가장 중시하는데 네가 성밖에서 한 일이 신분불문, 더럽고 추한 것도 가지리 않은데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을 살렸으니 노마님 집안 사람들은 당연히 존경할 수밖에.”“그게 존경까지 할 일이야?” 원경릉의 의아해하며, 그런 존경은 너무 자의적인 거 아닌가? 세상에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그 집 사람들이 사람 볼 줄 알거든.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인지 아닌지, 딱 봐서 아는 거지. 네가 그날 한 행동은 오직 사람을 구하겠다는 의도가 순수하고, 어떤 공이나 이익도 목적으로 삼지 않았으니 당연히 존경할 만하다고 여긴 거야.”원경릉이 눈을 깜박이며, “지금 그 말은 왕야의 추측이야 아님 마음 속으로 나를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우문호는 원경릉을 향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이더니, “주변 사람들이 눈이 삐었다니까. 널 제대로 안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아는 건 나뿐이야. 넌 소심하고, 질투심 많고, 흉악한데다 결점이 산더미 같은 여자거든. 이런 여자를 내가 보배처럼 대하고 있으니,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게 틀림없어.”원경릉이 눈을 흘기며, “만약 맨 뒤에 두 문장이 없었으면, 왕야는 오늘 내 손에 죽을 뻔 했어.”우문호가 웃으며 물을 마시고 제대로 못 알아듣게, “사실 넌 정말 최고야.”원경릉이 일부러 못 들은 척, “뭐라고?”“내 말은 오늘 관아 음식이 정말 최고라고.” 우문호가 한 글자 씩 또박또박 말한다.원경릉이 우문호를 한 대 때리더니 웃으며: “왕야는 날 좀 칭찬해주면 어디가 덧나? 여자들은 다 칭찬에 약하다고.”“천박한 지고!” 우문호는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것을 싫어한다.“그래도 난 듣고 싶다고!” 원경릉이 미련 넘치게 말했다.
소요공을 만나러 가는 길원경릉은 줄곧 소요공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고 싶었기에 사식이가 나가자마자: “짬을 봐서 우리 소요공한테 인사하러 다녀오자.”우문호는 상당히 거부반응을 보이며, “안가!”“이해가 안되네. 소요공처럼 좋은 분을 왕야는 왜 싫어 하는 거야?”우문호는 답답하게: “누가 싫어한데? 난 그냥 소요공을 만나고 싶지 않을 뿐이야.”“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원경릉은 이해가 안 갔다.“너는 왜 꼭 소요공을 만나야 하는데?” 우문호도 이해가 안 갔다. 일 개 늙은이에 불과한 그런 망나니 영감이 뭐 볼 게 있다고?원경릉이: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중요한 거야.”“꼭 물어봐야 돼?”같은 곳에서 왔는지 역시 꼭 물어봐야 한다.그래서 원경릉은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문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그러자, 내일 휴가를 내고 사람을 시켜 우리가 간다고 명함첩을 보낼 게.” 원경릉은 우문호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 뒤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고마워!”우문호는 순간 잘했다고 생각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우무호는 일어나 옷을 입었다.우문호는 서일을 시켜 전투갑옷을 뒤져오게 했는데, 이 갑옷은 항상 첫번째 옷장에 들어 있어서 서일이 자주 닦아 놓고 군영에 갈 때만 입지만 경조부에 부임한 뒤로는 한번도 입은 적이 없다.원경릉은 호기심이 들어서: “국공부(國公府)에 가는데 평상복 입으면 돼잖아, 왜 전투 갑옷?”“있다가 군영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그때 와서 옷 갈아입을 필요 없이 미리 입는 거야.” 우문호가 변명했다.“군영에 가서 뭐하게? 오늘 휴가 아니야?”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끌고 가 화장대에 앞에 앉히고, “맞아, 휴가 받은 김에 동료들 만나려고.”동으로 된 거울에 원경릉의 동그랗고 매끄러운 얼굴과 딱 봐도 가슴이 방망이질 칠만큼 잘 생기고 기개가 넘치는 우문호가 뒤에 서있다. “우린 정말 하늘이 내린 천생연분이야.”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그래? 나 추녀 아니었어?” “못 생기긴 못 생겼
소요공을 만나러 간 원경릉 부부소요공부에서는 어제 명함첩을 받고 소요공의 며느리 양부인은 벌써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가 마차가 도착하자 식솔을 거느리고 나왔다.“소인 왕야를 뵙습니다, 왕비를 뵙습니다!” 양부인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예를 취하자 다른 식솔들도 너나없이 예를 취했다.원경릉이 양부인을 보니 오늘 붉은색 어두운 구름무늬 비단 치마에 보랏빛 비녀를 머리에 꽂았는데 존귀한 분위기가 그날 성밖에서 봤을 때와 사뭇 다르고 손님을 각별히 존중하는 의미로 세심하게 화장을 했다.원경릉이 웃으며: “부인 절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양부인이 우문호가 갑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왕야, 이러질 거 까지야!”우문호가 꽁하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지요.”원경릉이 두사람을 보며, ‘무슨 뜻이야?’양부인은 웃으며 부부를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소요공부는 커서 눈으로 대충 어림짐작해도 수천 평은 되 보이고 앞쪽 넓은 곳이 전부 화원이라 수많은 식물이 심어져 늦가을을 지나 초겨울을 맞은 지금도 몇몇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인공조경물이나 정자, 누각이 거의 없어서 생활하는 공간 외에 다른 휴게 건축물은 적고 기본적으로 빈 땅에 전부 화초와 채소가 심어져 있다.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사람을 몇 보지 못했는데 우연히 마주친 두 세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복도로 걸어갔다.“부인, 이 저택은 참 개방적이네요.” 원경릉은 이런 설계가 좋다. 농장 같다.“그래요, 아버님이 이렇게 배치하시는 걸 좋아하세요. 뒤쪽은 돼지, 소, 말, 양, 닭, 원숭이, 뱀 등을 키운 답니다.” 양부인이 말했다.“어르신은 정말 고상하세요.” 원경릉이 칭찬했다.말하는 중에 거름을 지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노인이 뒤쪽 나무문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키가 크고 혈색은 까무잡잡하고 붉은데 머리와 눈썹은 굵고 검다. 거름을 메고 있는데도 어깨에 무거운 짐이라 고는 하나 없는 것처럼 걷는 게 가뿐……요염하다.노인은 이쪽으로 오지 않고 뒤쪽으로 돌아서 채소밭
소요공과 우문호의 대화양부인이 일어나 웃음을 머금고: “아버님, 왕야와 왕비 마마 오셨어요.”원경릉이 듣고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이 거름지는 노인이 소요공이라고?원경릉은 허겁지겁 일어나 예를 취하며: “어르신을 뵙습니다.”소요공이 원경릉을 보고 짙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허허’하고 웃더니, “왕비마마께서 늙은이에게 절이라니요, 법도에 맞지 않습니다. 어서 앉으세요.”원경릉이 겸손하게: “어르신이 윗사람인데 당연히 제가 인사를 드리는 게 맞지요.” 왕비라는 칭호는 별거 아니고 그저 신분이 존귀하다는 뜻일 뿐이다. 실력으로 따지면 소요공이 원경릉을 수차례는 따돌리고도 남으니 이 여우 같은 인간 앞에서 버르장머리 없이 굴면 안된다.“이 계집애는 사람 됨됨이가 됐구나.” 소요공이 칭찬하며 눈은 우문호를 향해 비웃으며, “다섯째 꼬맹아, 한동안 안 오더니 늙은이가 ‘딱콩’할까 봐 겁나던?” 우문호의 얼굴이 굳으며, “어르신은 젊은 후배들의 훌륭한 본보기가 아니십니까, 나이 들었다고 젊은 사람을 골리면 안됩니다.” 소요공이 앉으며 발을 작은 탁자 위에 올렸는데 거무튀튀한 발은 흙투성이로 밭을 가는 남자의 발이다. “나이 들었다고 젊은 사람 골려 주는 것으로 치면 태상황 폐하가 둘째가라면 서럽지. 넌 황조부한테 먼저 얘기하고 와.”우문호는 감히 답할 수 없었다.비록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지만 황조부께서 이 평범한 늙은이를 오만 방자하게 내버려 두셨으니 할말 없다.원경릉은 사실 혼자 소요공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고 소요공의 관심은 우문호에게 쏠려 있다.잠시 얘기하고 소요공이 일어나며, “다섯째 꼬맹아, 나랑 서재 가자.”우문호가 마음을 진정하고 천천히 일어나 소요공을 따라 갔다.원경릉은 우문호가 형장에 끌려가는 죄인 꼴이라 우스워 죽겠다. 소요공은 꽤 친근한데 왜 무서워하지?소요공과 우문호가 안으로 들어가 향 하나 탈 정도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와서 우문호는 나가서 처리할 일이 있다고 원경릉을 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