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36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원경릉의 임신 사실과 주의사항

임신 테스트기에 붉은 줄이 하나에서 두 줄로 변하고, 심지어 두줄이 빠르고 선명하게 변하는 것이 증오스럽고 이렇게 짜증나는 빨간색은 처음이다.

원경릉이 침대로 기어가는데 가슴은 쿵쾅대고, 머리속은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건지 너무 많은 생각이 드는 건지 혼미한 상태다.

원경릉은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그녀는, 임신했다. 자금탕을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가졌는데, 도대체 임신한지 얼마나 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유산의 전조 증상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버티지 못할 수 있고,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자금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약 상자에 있던 착상을 돕는 약은 원경릉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하지만 원경릉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이 아이를 지우고 싶다면, 나가서 며칠 뛰어다니기만 해도 유산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낙태 원인은 뭐가 될까? 원경릉은 합리적이 이유를 찾아내야만 한다.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고, 그렇지, 자금탕이 있지. 자금탕은 임산부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뱃속에 아이는 사산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한 대 쥐어 팼다. 원경릉 이 짐승만도 못한 것아.

그래 이렇게 하자!

원경릉의 한 마디, “누구 없느냐?”

문이 부서질 듯 열어 젖혀지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밀어 닥쳐 열 쌍의 눈이 원경릉을 초롱초롱 쳐다봤다.

심지어 마당밖으로 쫓겨난 서일마저 문 입구로 달려와 고개를 들이밀었다.

“있어, 나 있어.” 우문호가 바람같이 들어왔다.

원경릉이 자신의 계획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우문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밀려와 작은 목소리로: “미안해, 방금 그렇게 심하게 말하는 게 아닌데.”

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냐, 넌 지금 누구에게도 화를 낼 권리가 있어.”

“내 생각에 나 임신한 게 맞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

어의가: “회임이 맞아요, 진맥이 틀린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

우문호는 코끝이 시큰해서 원경릉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364화

    원경릉의 임신에 임하는 초왕부의 자세어의는 왕야가 왜 그렇게 거세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산수를 모르나?임신 10개월에 산달까지 치면 11개월이 아닌가? 산욕기까지 제대로면 12개월이 맞지만 왕야의 체면을 봐서 이미 한 달을 줄여드렸는데 말이다.탕양이 이를 알고 황급히 어의를 재촉하며, “계속 말씀하시지요.”어의는 탕양을 흘깃 보더니 계속: “두번째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왕비마마께서는 잠시 활동하실 수 없으며 반드시 누워서 쉬셔야 하고, 소신이 처방한 유산방지 약을 복용하셔야 합니다.”“예. 기억했습니다.”탕양이 말했다.“셋째로……”조어의가 신중하게 방안의 사람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도 무척 중요한 일로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왕비께서 드시는 음식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방에서 향을 다 치우고, 옷에도 향을 씌우지 마십시오. 누가 보낸 물건이든 반드시 여러차례 검사하고 확인하시고 심지어 궁에서 내려 주신 것이라도 한번 출궁한 것은 반드시 그때그때 눈을 떼지 말고 엄격하게 검사하야 합니다. 초왕부의 음식 외에는 왕비마마께서는 다른 사람의 음식을 최대한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명심하십시오.”우문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의의 마지막 말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우문호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어의가 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우문호는 화를 거두고, 예의를 갖춰: “조어의, 아내의 모든 탕약 시중을 자네가 맡아주었으면 하네. 내가 입궁해서 황제 폐하께 주청을 드릴 테니 초왕부에 잠시 와서 있게.”“예!” 하고 원경릉에게: “황제 폐하께서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왕비마마, 소신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세자를 지켜내겠습니다.”둘러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긴장해서 굳어 있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자기가 방금 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서 죄책감이 들었다.“고마워요!” 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심란하다.희상궁이 어의에게, “왕비마마께서 회임하신 사실을 밖으로 공표하지 않

  • 명의 왕비   제 365화

    원경릉의 정체를 추측하는 우문호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은 법, 소문이 퍼지지 않게 막지 않을 수 없다.“알겠습니다!” 서일이 큰 소리로 말했다.탕양이 서일에게 재차 당부하며: “이번엔 절대로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네. 알겠나?”“알아요, 탕대인 걱정 마세요. 서일이 목숨을 바쳐 서라도 반드시 작은 나리를 지킬 거니까요.” 서일은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왕비가 아이를 낳으신다고 생각하니 뜨거운 피가 용솟음친다.서일은 자기 부인이 아이를 가졌다고 할 때보다 더 감동했다. 비록 아직 부인이 없지만.왕비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어의가 사람들을 쫓아냈다.방안에 가득하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누워 조심조심 그녀를 안았다.손을 천천히 원경릉의 몸 옆에서 아랫배 쪽으로 움직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고생 했어.”원경릉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우문호가 그저 황송하고 황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부어 오른 눈가를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목이 메인 채: “기뻐?”“기쁘기 한량없는데 든든한 기분이 더 커.”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입술에 댔다.“든든하다고?” 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문호가 웃으며 씩씩하게, “그래. 든든함. 네가 다시는 도망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내가 왜 도망가?” 원경릉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라보고 눈가에 점점 슬픈 눈빛을 띠며, “모르겠어. 마음속으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 어느날 네가 나를 떠날 거라는 생각.”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왜 그런 생각이 들어?”“아마 네가 갑자기 의술을 알게 되고, 갑자기 약 상자가 생기고, 또 갑자기 사람이 완전 변했잖아. 사실 나는 줄곧 깊이 따져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 우리 둘 사이가 좋아진 뒤로, 내가 언제 이런 일을 너한테 자세히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며칠 물어봤잖아.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 그러면서, 자금단이랑 약 상자

  • 명의 왕비   제 366화

    우문호에 대한 원경릉의 마음원경릉은 뾰로통하게 웃다가 그제서야 중요한 일이 떠올랐는지, “맞다, 내일 입궁해서 보고할거야?”“응, 보고 해야지.” 우문호가 말했다.“3개월이 안됐으면 보고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우문호가: “오늘밤 이렇게 뻑적지근하게 일을 벌렸으니, 제아무리 다 내 사람들이라 해도 한밤중에 어의를 모셔왔으니 주의를 끌었을 게 분명해. 어의가 내일 불려 가서 질문을 받을 수도 있잖아? 기왕 숨길 수 없을 바엔 우리 스스로 공개 하는게 어때?”“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원경릉은 왠지 부자유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가 그녀를 안고, 조심스럽게 아랫배에 힘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난 여전히 영락한 친왕에 불과한데 누군가 계속 나를 눈엣가시로 여겨서 죽이려 해. 게다가 지금 경조부 부윤 직을 맡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너도 여섯째의 목숨을 살려내고 또 태상황 폐하의 눈에 들었으니, 우리 부부는 사람들 눈에 들어간 티요 살에 박힌 못 같은 존재일 수 밖에.”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똑바로 우문호를 바라보며, “우리 아이가 만약 태어나면 진짜 위험한 거네.”그러면 차라리 우리가 아이를 낳아서 고생을 시키느니…… 원경릉은 심사숙고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안고 단호하게: “아내와 아이를 지키는 건 남자의 의무야. 안심해. 절대로 너희 모자를 힘들게 하지 않을 테니까.”남자의 건장한 가슴에 묻혀 감미로운 말과 굳은 다짐을 들으면 여자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원경릉도 감동했다. 사실 둘이 같이 있은 후로 원경릉은 우문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우문호는 전처럼 패권적이고 냉엄하지 않다. 지금은 가끔 바보짓을 하고, 때론 온정을 베푸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게다가 지금은 우문호가 믿음직하다고 느낀다. 전에도 책임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강하게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이남자는 정말 일생을 맡길 만한 사람이 확실하다.이 시대에 귀족 남

  • 명의 왕비   제 367화

    어서방 앞에 무릎 끓은 우문호우문호가 벌떡 일어나서 원경릉의 입을 막으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마. 아직 다 생기지도 못한 아이는 마음이 여려서 세세하게 다 마음속에 기억했다가 앞으로 너랑 싸운 단 말이야.”우문호의 긴장한 모습에 원경릉은 그의 손을 치우고 진지하게: “하지만 우리 태아는 안정적이지 않아서……만약……내 말은 그러니까 만약에 유산되면 어떡하지? 실망하고 슬퍼할 거야 그지?”“실망하지 않을 거야.”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가져다 입맞추고, 가볍게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주며 아련하고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단지 너 때문에 가슴이 아플 거야. 네가 나보다 훨씬 더 슬퍼할 테니까.”원경릉이 눈을 깜박이자 결국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게, 더 말했다 가는 정말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아서 이다.우문호의 가슴을 배게 삼아 그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원경릉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우문호가 사람들 앞에서 술에 취해 도박을 하고 싸운 일은 아침 일찍부터 어사가 황제 폐하께 상소를 올렸고 연루된 사람에 구사도 있었다.두 사람은 어서방 앞으로 끌려갔고, 명원제는 두 사람이 반성하는 의미로 밖에 꿇어 앉아 있으라고 명했다.어서방을 드나드는 대신들 중에 두 사람을 본 사람들은 다 고개를 흔들었다. 초왕은 침착한 성정 인줄 알았는데 이런 짓을 저지를 줄 몰랐다는 얼굴이다.기왕도 어서방에 와서 우문호가 밖에 꿇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약을 올리며: “다섯째야, 네가 뭘 잘못했지? 기세 등등하게 경조사 관아를 주관하는 부윤이 어쩌자고 술 마시고 도박하고 사람들 앞에서 싸움박질을 해서 이 꼴이 되었냐? 이번엔 큰형도 널 구명해 주질 못하겠으니 착실하게 꿇어 앉아 있으렴.”우문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상대하지 않았다.얼마전에 후궁이 죽은 사람은 부정한 사람이니까.기왕이 들어간 뒤 구사가: “분명 기왕 전하가 어사한테 알린 게 틀림없어, 그 어사가 기왕 전하의 식객이거든.”우문호는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

  • 명의 왕비   제 368화

    우문호, 지방 파견?우문호와 구사는 황급히 일어났다.목여태감은 구사를 힐끔 보고, “구대인은 계속 끓어 앉아 반성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구대인도 들어오라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구사는 순간 벙 쪘다. 아니 황제 폐하는 자기 아들만 편애하고 남의 아들 고생하는 건 마음이 안 아프다는 말이지.구사는 어젯밤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계속 꿇어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문호가 들어가자 기왕과 내각 대신 손정방(孫庭方)이 안에 있다.손정방은 어서방을 왕래하는 대신이라 어서방을 자주 출입하고 명원제가 그를 각별하게 아낀다.우문호가 앞으로 나와 인사하며, “소신 아바마마를 뵙습니다!”명원제는 쌀쌀맞게 우문호를 흘겨보더니, 눈가를 잔뜩 찌푸리고 아주 기분이 언짢다는 듯, “못난 놈. 친왕이 되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좀 봐라.”우문호는 입을 떼며 거의 바보 같은 미소를 띠더니, “아바마마, 죄는 나중에 물으시고 소신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명원제는 차갑게: “네가 저지른 짓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라. 짐이 너를 들게 한 것은 너를 파견할 일이 있어 서다.”“파견이요?” 우문호가, “무슨 파견입니까?”명원제가 상소문을 우문호에게 던져주며, “네가 직접 봐.”우문호가 상소문을 보니, 정강부(亭江府) 지부가 올린 것으로 정강부에 최근 비적 떼가 출몰하여 정강(亭江) 부근 마을에 불을 질러 살인과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이미 비적 떼의 손에 12명이 죽었으므로 조정에서 군대를 파견하여 비적 떼를 토벌해 줄 것을 청하는 내용이다.우문호가 어리둥절해 하며: “아바마마, 군사를 파견해 비적을 토벌한다 치더라도 정강 근처 대안영(大安營)에서 병마를 파견하면 될 일이 아닌지요?” 이번 파견은 우문호가 가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기왕이: “다섯째가 모르는 모양인데, 대안영의 병마는 이미 전부 수사영(水師營)으로 복귀했네. 대군이 이미 출발했지.” “언제 일 입니까?” 우문호가 어이가 없었다. 이 일을 어째서 전혀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대안

  • 명의 왕비   제 369화

    황궁에 원경릉의 임신 소식을 알리다“예,” 기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사랑이 크다 보니 잠시 슬플 뿐입니다. 아바마마 안 심 하소서. 소신이 얼른 좋아져서 조정과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겠습니다.”명원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우문호에게, “그럼 이번 파견은 네가……”우문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아바마마 아룁니다.”명원제는 우문호가 가기 싫은 줄 알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해봐라!”우문호가: “이번에 정강에 가서 비적을 토벌하는 일은 가깝고 멀고를 떠나 토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확실치 않고, 소신이 상소문을 보건데 정강부도 도적떼의 소굴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번 비적 소탕은 한달이 걸릴지 세 달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소신이 지금 경조부 부윤 직을 맡고 있어 너무 멀리 나가기는 어려운……”기왕은 초왕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만약 관아 일이 걱정이라면 다섯째는 그럴 필요 없네, 보좌관이 잠시 네 직무를 대신할 수 있으니.”우문호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그래, 이렇게 3개월, 5개월 가면 경조부 부윤 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 까봐 걱정인 거라고.우문호도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아바마마, 소신이 비적을 토벌하러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왕비가 막 임신을 했고, 어의 말이 태아가 아직 불안해 유산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소신 정강부로 가자니 마음이 좀처럼 놓이지 않습니다.”명원제는 세차게 고개를 들고 우문호에게, “뭐하고 했느냐? 초왕비가 회임을?”“아바마마께 아룁니다. 그렇습니다!” 우문호는 아버지가 된다는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신 경하 드립니다. 왕야!” 내각대신 손정방이 웃으며 예를 취했다.“손대인 고맙소!”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명원제가 일어나 조금 초조한 목소리로, “어의에게 진맥은 청했느냐?”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어젯밤 이미 어의를 초왕부로 청해 진맥한 결과 확실히 회임이라고 합니다. 단지 왕비가 전에 자상을 입은 적이 있어 원기를

  • 명의 왕비   제 370화

    원경릉의 회임에 대한 현비와 태후의 반응현비쪽도 원경릉이 회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기뻐했다.비록 현비는 원경릉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던 말던 원경릉은 이미 초왕비고 이 점은 어쨌든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다시 말해 초왕비는 처가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만약 적자를 낳는 날엔 상황이 달라진다.이 태아가 아들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금 친왕 중에 아직 아들을 낳은 사람이 없다.“이 기간동안 너는 죽을 힘을 다해 원경릉의 복중의 아이를 지키거라. 조정에 무슨 바람이 불고 있는지 너도 아마 대충은 알고 있겠지. 만약 원경릉 복중의 아이가 아들이……” 현비는 목소리를 낮춰 우문호의 귀에 대고: “네가 태자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거야.”현비는 원래 다섯째가 태자의 자리에 오를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원경릉이 회임이 현비에게 강심제 역할을 해서 현비의 온몸엔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며 투지가 불타올랐다.조정의 정세는 변화무쌍해서 전에 과연 누가 황제 폐하가 후사 여부로 태자를 결정할 줄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웃으며, “어마마마, 그런 희망은 품지 마세요. 조정에 부는 바람이 아바마마의 진정한 의중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게야?” 현비는 우문호를 노려보며, “예전이라면 이럴 필요도 없었지만 너도 생각을 해봐. 아바마마가 마음이 급하지 않으시겠어? 아바마마 슬하에 황자가 이렇게 많은데 남자 황손을 데려오는 아들이 하나도 없으니, 백성들이 너도나도 비난할까 두렵구나.”그리고 현비가 하지 않은 말이 한 마디 더 있다.그건 바로 황제 폐하의 마음이 어디에 있던지 중요한 건 조정에 부는 바람이란 말이다.문무대신들이 이 말을 전부 믿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섯째를 추대할 것이 틀림없다.곧 태자의 지위를 다투는 때 충분히 좋은 패가 될 것이다.현비는 우문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계속: “이 태아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해. 내가 널 위해 처방을 찾아보마. 민간에 아들을 낳는데 특히 효험이 있다는 비방이 있다는

  • 명의 왕비   제 371화

    원경릉의 입덧태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초왕비가 질투심이 많고 속이 좁은 걸 잊었구나. 됐다. 복중의 아이의 얼굴을 봐서 너는 절대로 왕비에게 화내지 말아라. 기껏 참아봤 자 1년반 정도가 아니냐. 아이가 태어나면 할미가 나서서 너에게 후궁을 넉넉히 정해주도록 하마.”우문호는 어서 출궁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얘기했다 가는 후궁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우문호가 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막 탕을 마시고 한바탕 토한 참이다.황제폐하께서 보낸 내의원 원판에게도 보였는데 태아가 확실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처방대로 매일 달여서 매일 먹어야 한다고 우문호에게 신신당부했다.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임신성 구토는 어쩔 수 없지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여야 한다고 말이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이 토하느라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끌어 안고 관아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원경릉은 전신이 힘이 없고, 머리를 우문호의 다리에 댄 채 엉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맥없이: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 어요. 임신을 했어도 어제 오늘이 아닐 텐데 전에는 토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토하게 됐는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가슴 아프게: “약 상자에 약이 있는지 봤어? 토하는 거 멈출 수는 없어?”“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어요.”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정말 내가 너 대신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문호는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건 아마 별거 아닐 거예요, 낳을 때가 진짜 고통스럽죠.”현재의 의학수준을 보건데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한 발을 관속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다.일단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못할 때, 역아나 가로 태위 등으로 큰 출혈이 발생할 경우 구할 방법조차 없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자기가 목숨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도 마음이 괴롭긴 마찬가지다. 회임은 원래 기쁜 일이지만 궁 안의 압박과 외부 세력의 압박, 임신으로 인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 명의 왕비   제 3028화

    풍도성 안은 술잔을 주고받고 건배하며 흥겨운 잔치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안지여는 오늘 황금색 예복을 입었는데 예복에 거대한 이무기를 수놓았으며, 황실의 밝은 황색과는 약간 구별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곤룡포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이무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용과 매우 흡사했다.안지여는 자신의 야심을 이미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당연히 안지여는 오늘도 야심을 감출 생각 없이 손님들에게 보란 듯이 자세를 잡았다. 심지어 인근 지역 조정 관리들이 손님으로 왔어도 안지여는 전부터 맺어온 관계였기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두터워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 있는 황제가 그들을 시시콜콜 관리할 수 없었다.그 자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오늘 황실에서 파견한 일행이 온다는 것을 알고, 연회석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성주님, 듣자하니 안풍 친왕 전하와 이리 부마께서 오늘 오신다던데 어째서 안 보입니까?”안지여가 잔을 들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면 결국 오겠지요.”“여정을 듣기론 오늘 분명 풍도성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밤이 되도록 아직 안 보입니까? 설마 성주님이 직접 나가서 맞이하셔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성주님이 가서 맞이하셔야 한다고? 아주 허세가 대단한데? 퉤!”“누가 아니랍니까?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하는 거였으면 며칠 전에 풍도성에 도착해 성의를 보여야지, 오늘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늦게서야 와서, 아직도 잔치에 오지 않은 건 분명 성주님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못 들어오게 막고 돌려보내시지요, 마음만 받은 셈 치고요. ”“맞습니다. 그동안 조정에서는 풍도성에서 받은 공물이 적지 않았으니, 만족한 줄도 알아야죠.”“풍도성은 더 이상 조공을 바칠 필요 없어요. 뭐 때문에 그럽니까? 수백 년 전에 풍도성은 원래 북당의 영토가 아니었어요. 선을 긋고 나와 독립해야 합니다.”모두 안지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서, 몇 잔 들어가자, 비위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