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의 임신에 임하는 초왕부의 자세어의는 왕야가 왜 그렇게 거세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산수를 모르나?임신 10개월에 산달까지 치면 11개월이 아닌가? 산욕기까지 제대로면 12개월이 맞지만 왕야의 체면을 봐서 이미 한 달을 줄여드렸는데 말이다.탕양이 이를 알고 황급히 어의를 재촉하며, “계속 말씀하시지요.”어의는 탕양을 흘깃 보더니 계속: “두번째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왕비마마께서는 잠시 활동하실 수 없으며 반드시 누워서 쉬셔야 하고, 소신이 처방한 유산방지 약을 복용하셔야 합니다.”“예. 기억했습니다.”탕양이 말했다.“셋째로……”조어의가 신중하게 방안의 사람을 한 번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도 무척 중요한 일로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왕비께서 드시는 음식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방에서 향을 다 치우고, 옷에도 향을 씌우지 마십시오. 누가 보낸 물건이든 반드시 여러차례 검사하고 확인하시고 심지어 궁에서 내려 주신 것이라도 한번 출궁한 것은 반드시 그때그때 눈을 떼지 말고 엄격하게 검사하야 합니다. 초왕부의 음식 외에는 왕비마마께서는 다른 사람의 음식을 최대한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명심하십시오.”우문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의의 마지막 말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우문호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어의가 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우문호는 화를 거두고, 예의를 갖춰: “조어의, 아내의 모든 탕약 시중을 자네가 맡아주었으면 하네. 내가 입궁해서 황제 폐하께 주청을 드릴 테니 초왕부에 잠시 와서 있게.”“예!” 하고 원경릉에게: “황제 폐하께서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왕비마마, 소신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세자를 지켜내겠습니다.”둘러선 사람들이 하나같이 긴장해서 굳어 있는 모습을 보고, 원경릉은 자기가 방금 했던 생각이 부끄러워서 죄책감이 들었다.“고마워요!” 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심란하다.희상궁이 어의에게, “왕비마마께서 회임하신 사실을 밖으로 공표하지 않
원경릉의 정체를 추측하는 우문호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은 법, 소문이 퍼지지 않게 막지 않을 수 없다.“알겠습니다!” 서일이 큰 소리로 말했다.탕양이 서일에게 재차 당부하며: “이번엔 절대로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네. 알겠나?”“알아요, 탕대인 걱정 마세요. 서일이 목숨을 바쳐 서라도 반드시 작은 나리를 지킬 거니까요.” 서일은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왕비가 아이를 낳으신다고 생각하니 뜨거운 피가 용솟음친다.서일은 자기 부인이 아이를 가졌다고 할 때보다 더 감동했다. 비록 아직 부인이 없지만.왕비는 휴식이 필요하다며, 어의가 사람들을 쫓아냈다.방안에 가득하던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누워 조심조심 그녀를 안았다.손을 천천히 원경릉의 몸 옆에서 아랫배 쪽으로 움직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고생 했어.”원경릉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우문호가 그저 황송하고 황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원경릉은 우문호의 부어 오른 눈가를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목이 메인 채: “기뻐?”“기쁘기 한량없는데 든든한 기분이 더 커.”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신의 입술에 댔다.“든든하다고?” 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문호가 웃으며 씩씩하게, “그래. 든든함. 네가 다시는 도망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내가 왜 도망가?” 원경릉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라보고 눈가에 점점 슬픈 눈빛을 띠며, “모르겠어. 마음속으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 어느날 네가 나를 떠날 거라는 생각.”원경릉이 의아해하며, “왜 그런 생각이 들어?”“아마 네가 갑자기 의술을 알게 되고, 갑자기 약 상자가 생기고, 또 갑자기 사람이 완전 변했잖아. 사실 나는 줄곧 깊이 따져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 우리 둘 사이가 좋아진 뒤로, 내가 언제 이런 일을 너한테 자세히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며칠 물어봤잖아. 내가 너를 속이고 있다고 그러면서, 자금단이랑 약 상자
우문호에 대한 원경릉의 마음원경릉은 뾰로통하게 웃다가 그제서야 중요한 일이 떠올랐는지, “맞다, 내일 입궁해서 보고할거야?”“응, 보고 해야지.” 우문호가 말했다.“3개월이 안됐으면 보고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우문호가: “오늘밤 이렇게 뻑적지근하게 일을 벌렸으니, 제아무리 다 내 사람들이라 해도 한밤중에 어의를 모셔왔으니 주의를 끌었을 게 분명해. 어의가 내일 불려 가서 질문을 받을 수도 있잖아? 기왕 숨길 수 없을 바엔 우리 스스로 공개 하는게 어때?”“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원경릉은 왠지 부자유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가 그녀를 안고, 조심스럽게 아랫배에 힘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난 여전히 영락한 친왕에 불과한데 누군가 계속 나를 눈엣가시로 여겨서 죽이려 해. 게다가 지금 경조부 부윤 직을 맡고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나. 그리고 너도 여섯째의 목숨을 살려내고 또 태상황 폐하의 눈에 들었으니, 우리 부부는 사람들 눈에 들어간 티요 살에 박힌 못 같은 존재일 수 밖에.”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똑바로 우문호를 바라보며, “우리 아이가 만약 태어나면 진짜 위험한 거네.”그러면 차라리 우리가 아이를 낳아서 고생을 시키느니…… 원경릉은 심사숙고했지만 차마 입 밖으로 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안고 단호하게: “아내와 아이를 지키는 건 남자의 의무야. 안심해. 절대로 너희 모자를 힘들게 하지 않을 테니까.”남자의 건장한 가슴에 묻혀 감미로운 말과 굳은 다짐을 들으면 여자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원경릉도 감동했다. 사실 둘이 같이 있은 후로 원경릉은 우문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우문호는 전처럼 패권적이고 냉엄하지 않다. 지금은 가끔 바보짓을 하고, 때론 온정을 베푸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게다가 지금은 우문호가 믿음직하다고 느낀다. 전에도 책임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강하게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이남자는 정말 일생을 맡길 만한 사람이 확실하다.이 시대에 귀족 남
어서방 앞에 무릎 끓은 우문호우문호가 벌떡 일어나서 원경릉의 입을 막으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마. 아직 다 생기지도 못한 아이는 마음이 여려서 세세하게 다 마음속에 기억했다가 앞으로 너랑 싸운 단 말이야.”우문호의 긴장한 모습에 원경릉은 그의 손을 치우고 진지하게: “하지만 우리 태아는 안정적이지 않아서……만약……내 말은 그러니까 만약에 유산되면 어떡하지? 실망하고 슬퍼할 거야 그지?”“실망하지 않을 거야.”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가져다 입맞추고, 가볍게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주며 아련하고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단지 너 때문에 가슴이 아플 거야. 네가 나보다 훨씬 더 슬퍼할 테니까.”원경릉이 눈을 깜박이자 결국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게, 더 말했다 가는 정말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아서 이다.우문호의 가슴을 배게 삼아 그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원경릉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우문호가 사람들 앞에서 술에 취해 도박을 하고 싸운 일은 아침 일찍부터 어사가 황제 폐하께 상소를 올렸고 연루된 사람에 구사도 있었다.두 사람은 어서방 앞으로 끌려갔고, 명원제는 두 사람이 반성하는 의미로 밖에 꿇어 앉아 있으라고 명했다.어서방을 드나드는 대신들 중에 두 사람을 본 사람들은 다 고개를 흔들었다. 초왕은 침착한 성정 인줄 알았는데 이런 짓을 저지를 줄 몰랐다는 얼굴이다.기왕도 어서방에 와서 우문호가 밖에 꿇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약을 올리며: “다섯째야, 네가 뭘 잘못했지? 기세 등등하게 경조사 관아를 주관하는 부윤이 어쩌자고 술 마시고 도박하고 사람들 앞에서 싸움박질을 해서 이 꼴이 되었냐? 이번엔 큰형도 널 구명해 주질 못하겠으니 착실하게 꿇어 앉아 있으렴.”우문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상대하지 않았다.얼마전에 후궁이 죽은 사람은 부정한 사람이니까.기왕이 들어간 뒤 구사가: “분명 기왕 전하가 어사한테 알린 게 틀림없어, 그 어사가 기왕 전하의 식객이거든.”우문호는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
우문호, 지방 파견?우문호와 구사는 황급히 일어났다.목여태감은 구사를 힐끔 보고, “구대인은 계속 끓어 앉아 반성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구대인도 들어오라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구사는 순간 벙 쪘다. 아니 황제 폐하는 자기 아들만 편애하고 남의 아들 고생하는 건 마음이 안 아프다는 말이지.구사는 어젯밤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계속 꿇어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문호가 들어가자 기왕과 내각 대신 손정방(孫庭方)이 안에 있다.손정방은 어서방을 왕래하는 대신이라 어서방을 자주 출입하고 명원제가 그를 각별하게 아낀다.우문호가 앞으로 나와 인사하며, “소신 아바마마를 뵙습니다!”명원제는 쌀쌀맞게 우문호를 흘겨보더니, 눈가를 잔뜩 찌푸리고 아주 기분이 언짢다는 듯, “못난 놈. 친왕이 되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좀 봐라.”우문호는 입을 떼며 거의 바보 같은 미소를 띠더니, “아바마마, 죄는 나중에 물으시고 소신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명원제는 차갑게: “네가 저지른 짓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라. 짐이 너를 들게 한 것은 너를 파견할 일이 있어 서다.”“파견이요?” 우문호가, “무슨 파견입니까?”명원제가 상소문을 우문호에게 던져주며, “네가 직접 봐.”우문호가 상소문을 보니, 정강부(亭江府) 지부가 올린 것으로 정강부에 최근 비적 떼가 출몰하여 정강(亭江) 부근 마을에 불을 질러 살인과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이미 비적 떼의 손에 12명이 죽었으므로 조정에서 군대를 파견하여 비적 떼를 토벌해 줄 것을 청하는 내용이다.우문호가 어리둥절해 하며: “아바마마, 군사를 파견해 비적을 토벌한다 치더라도 정강 근처 대안영(大安營)에서 병마를 파견하면 될 일이 아닌지요?” 이번 파견은 우문호가 가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기왕이: “다섯째가 모르는 모양인데, 대안영의 병마는 이미 전부 수사영(水師營)으로 복귀했네. 대군이 이미 출발했지.” “언제 일 입니까?” 우문호가 어이가 없었다. 이 일을 어째서 전혀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대안
황궁에 원경릉의 임신 소식을 알리다“예,” 기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사랑이 크다 보니 잠시 슬플 뿐입니다. 아바마마 안 심 하소서. 소신이 얼른 좋아져서 조정과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겠습니다.”명원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우문호에게, “그럼 이번 파견은 네가……”우문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아바마마 아룁니다.”명원제는 우문호가 가기 싫은 줄 알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해봐라!”우문호가: “이번에 정강에 가서 비적을 토벌하는 일은 가깝고 멀고를 떠나 토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확실치 않고, 소신이 상소문을 보건데 정강부도 도적떼의 소굴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번 비적 소탕은 한달이 걸릴지 세 달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소신이 지금 경조부 부윤 직을 맡고 있어 너무 멀리 나가기는 어려운……”기왕은 초왕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만약 관아 일이 걱정이라면 다섯째는 그럴 필요 없네, 보좌관이 잠시 네 직무를 대신할 수 있으니.”우문호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그래, 이렇게 3개월, 5개월 가면 경조부 부윤 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 까봐 걱정인 거라고.우문호도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아바마마, 소신이 비적을 토벌하러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왕비가 막 임신을 했고, 어의 말이 태아가 아직 불안해 유산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소신 정강부로 가자니 마음이 좀처럼 놓이지 않습니다.”명원제는 세차게 고개를 들고 우문호에게, “뭐하고 했느냐? 초왕비가 회임을?”“아바마마께 아룁니다. 그렇습니다!” 우문호는 아버지가 된다는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신 경하 드립니다. 왕야!” 내각대신 손정방이 웃으며 예를 취했다.“손대인 고맙소!”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명원제가 일어나 조금 초조한 목소리로, “어의에게 진맥은 청했느냐?”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어젯밤 이미 어의를 초왕부로 청해 진맥한 결과 확실히 회임이라고 합니다. 단지 왕비가 전에 자상을 입은 적이 있어 원기를
원경릉의 회임에 대한 현비와 태후의 반응현비쪽도 원경릉이 회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기뻐했다.비록 현비는 원경릉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던 말던 원경릉은 이미 초왕비고 이 점은 어쨌든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다시 말해 초왕비는 처가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만약 적자를 낳는 날엔 상황이 달라진다.이 태아가 아들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금 친왕 중에 아직 아들을 낳은 사람이 없다.“이 기간동안 너는 죽을 힘을 다해 원경릉의 복중의 아이를 지키거라. 조정에 무슨 바람이 불고 있는지 너도 아마 대충은 알고 있겠지. 만약 원경릉 복중의 아이가 아들이……” 현비는 목소리를 낮춰 우문호의 귀에 대고: “네가 태자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거야.”현비는 원래 다섯째가 태자의 자리에 오를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원경릉이 회임이 현비에게 강심제 역할을 해서 현비의 온몸엔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며 투지가 불타올랐다.조정의 정세는 변화무쌍해서 전에 과연 누가 황제 폐하가 후사 여부로 태자를 결정할 줄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웃으며, “어마마마, 그런 희망은 품지 마세요. 조정에 부는 바람이 아바마마의 진정한 의중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게야?” 현비는 우문호를 노려보며, “예전이라면 이럴 필요도 없었지만 너도 생각을 해봐. 아바마마가 마음이 급하지 않으시겠어? 아바마마 슬하에 황자가 이렇게 많은데 남자 황손을 데려오는 아들이 하나도 없으니, 백성들이 너도나도 비난할까 두렵구나.”그리고 현비가 하지 않은 말이 한 마디 더 있다.그건 바로 황제 폐하의 마음이 어디에 있던지 중요한 건 조정에 부는 바람이란 말이다.문무대신들이 이 말을 전부 믿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섯째를 추대할 것이 틀림없다.곧 태자의 지위를 다투는 때 충분히 좋은 패가 될 것이다.현비는 우문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계속: “이 태아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해. 내가 널 위해 처방을 찾아보마. 민간에 아들을 낳는데 특히 효험이 있다는 비방이 있다는
원경릉의 입덧태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초왕비가 질투심이 많고 속이 좁은 걸 잊었구나. 됐다. 복중의 아이의 얼굴을 봐서 너는 절대로 왕비에게 화내지 말아라. 기껏 참아봤 자 1년반 정도가 아니냐. 아이가 태어나면 할미가 나서서 너에게 후궁을 넉넉히 정해주도록 하마.”우문호는 어서 출궁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얘기했다 가는 후궁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우문호가 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막 탕을 마시고 한바탕 토한 참이다.황제폐하께서 보낸 내의원 원판에게도 보였는데 태아가 확실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처방대로 매일 달여서 매일 먹어야 한다고 우문호에게 신신당부했다.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임신성 구토는 어쩔 수 없지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여야 한다고 말이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이 토하느라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끌어 안고 관아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원경릉은 전신이 힘이 없고, 머리를 우문호의 다리에 댄 채 엉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맥없이: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 어요. 임신을 했어도 어제 오늘이 아닐 텐데 전에는 토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토하게 됐는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가슴 아프게: “약 상자에 약이 있는지 봤어? 토하는 거 멈출 수는 없어?”“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어요.”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정말 내가 너 대신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문호는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건 아마 별거 아닐 거예요, 낳을 때가 진짜 고통스럽죠.”현재의 의학수준을 보건데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한 발을 관속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다.일단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못할 때, 역아나 가로 태위 등으로 큰 출혈이 발생할 경우 구할 방법조차 없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자기가 목숨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도 마음이 괴롭긴 마찬가지다. 회임은 원래 기쁜 일이지만 궁 안의 압박과 외부 세력의 압박, 임신으로 인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