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방 앞에 무릎 끓은 우문호우문호가 벌떡 일어나서 원경릉의 입을 막으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도 마. 아직 다 생기지도 못한 아이는 마음이 여려서 세세하게 다 마음속에 기억했다가 앞으로 너랑 싸운 단 말이야.”우문호의 긴장한 모습에 원경릉은 그의 손을 치우고 진지하게: “하지만 우리 태아는 안정적이지 않아서……만약……내 말은 그러니까 만약에 유산되면 어떡하지? 실망하고 슬퍼할 거야 그지?”“실망하지 않을 거야.”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가져다 입맞추고, 가볍게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주며 아련하고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단지 너 때문에 가슴이 아플 거야. 네가 나보다 훨씬 더 슬퍼할 테니까.”원경릉이 눈을 깜박이자 결국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게, 더 말했다 가는 정말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아서 이다.우문호의 가슴을 배게 삼아 그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원경릉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우문호가 사람들 앞에서 술에 취해 도박을 하고 싸운 일은 아침 일찍부터 어사가 황제 폐하께 상소를 올렸고 연루된 사람에 구사도 있었다.두 사람은 어서방 앞으로 끌려갔고, 명원제는 두 사람이 반성하는 의미로 밖에 꿇어 앉아 있으라고 명했다.어서방을 드나드는 대신들 중에 두 사람을 본 사람들은 다 고개를 흔들었다. 초왕은 침착한 성정 인줄 알았는데 이런 짓을 저지를 줄 몰랐다는 얼굴이다.기왕도 어서방에 와서 우문호가 밖에 꿇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약을 올리며: “다섯째야, 네가 뭘 잘못했지? 기세 등등하게 경조사 관아를 주관하는 부윤이 어쩌자고 술 마시고 도박하고 사람들 앞에서 싸움박질을 해서 이 꼴이 되었냐? 이번엔 큰형도 널 구명해 주질 못하겠으니 착실하게 꿇어 앉아 있으렴.”우문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상대하지 않았다.얼마전에 후궁이 죽은 사람은 부정한 사람이니까.기왕이 들어간 뒤 구사가: “분명 기왕 전하가 어사한테 알린 게 틀림없어, 그 어사가 기왕 전하의 식객이거든.”우문호는 자신의 잘못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
우문호, 지방 파견?우문호와 구사는 황급히 일어났다.목여태감은 구사를 힐끔 보고, “구대인은 계속 끓어 앉아 반성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구대인도 들어오라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구사는 순간 벙 쪘다. 아니 황제 폐하는 자기 아들만 편애하고 남의 아들 고생하는 건 마음이 안 아프다는 말이지.구사는 어젯밤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계속 꿇어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문호가 들어가자 기왕과 내각 대신 손정방(孫庭方)이 안에 있다.손정방은 어서방을 왕래하는 대신이라 어서방을 자주 출입하고 명원제가 그를 각별하게 아낀다.우문호가 앞으로 나와 인사하며, “소신 아바마마를 뵙습니다!”명원제는 쌀쌀맞게 우문호를 흘겨보더니, 눈가를 잔뜩 찌푸리고 아주 기분이 언짢다는 듯, “못난 놈. 친왕이 되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좀 봐라.”우문호는 입을 떼며 거의 바보 같은 미소를 띠더니, “아바마마, 죄는 나중에 물으시고 소신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명원제는 차갑게: “네가 저지른 짓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해라. 짐이 너를 들게 한 것은 너를 파견할 일이 있어 서다.”“파견이요?” 우문호가, “무슨 파견입니까?”명원제가 상소문을 우문호에게 던져주며, “네가 직접 봐.”우문호가 상소문을 보니, 정강부(亭江府) 지부가 올린 것으로 정강부에 최근 비적 떼가 출몰하여 정강(亭江) 부근 마을에 불을 질러 살인과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이미 비적 떼의 손에 12명이 죽었으므로 조정에서 군대를 파견하여 비적 떼를 토벌해 줄 것을 청하는 내용이다.우문호가 어리둥절해 하며: “아바마마, 군사를 파견해 비적을 토벌한다 치더라도 정강 근처 대안영(大安營)에서 병마를 파견하면 될 일이 아닌지요?” 이번 파견은 우문호가 가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기왕이: “다섯째가 모르는 모양인데, 대안영의 병마는 이미 전부 수사영(水師營)으로 복귀했네. 대군이 이미 출발했지.” “언제 일 입니까?” 우문호가 어이가 없었다. 이 일을 어째서 전혀 모를 수 있다는 말인가?대안
황궁에 원경릉의 임신 소식을 알리다“예,” 기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사랑이 크다 보니 잠시 슬플 뿐입니다. 아바마마 안 심 하소서. 소신이 얼른 좋아져서 조정과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겠습니다.”명원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우문호에게, “그럼 이번 파견은 네가……”우문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아바마마 아룁니다.”명원제는 우문호가 가기 싫은 줄 알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해봐라!”우문호가: “이번에 정강에 가서 비적을 토벌하는 일은 가깝고 멀고를 떠나 토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확실치 않고, 소신이 상소문을 보건데 정강부도 도적떼의 소굴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번 비적 소탕은 한달이 걸릴지 세 달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소신이 지금 경조부 부윤 직을 맡고 있어 너무 멀리 나가기는 어려운……”기왕은 초왕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만약 관아 일이 걱정이라면 다섯째는 그럴 필요 없네, 보좌관이 잠시 네 직무를 대신할 수 있으니.”우문호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그래, 이렇게 3개월, 5개월 가면 경조부 부윤 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 까봐 걱정인 거라고.우문호도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접: “아바마마, 소신이 비적을 토벌하러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왕비가 막 임신을 했고, 어의 말이 태아가 아직 불안해 유산 기운이 있다고 합니다. 소신 정강부로 가자니 마음이 좀처럼 놓이지 않습니다.”명원제는 세차게 고개를 들고 우문호에게, “뭐하고 했느냐? 초왕비가 회임을?”“아바마마께 아룁니다. 그렇습니다!” 우문호는 아버지가 된다는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신 경하 드립니다. 왕야!” 내각대신 손정방이 웃으며 예를 취했다.“손대인 고맙소!”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명원제가 일어나 조금 초조한 목소리로, “어의에게 진맥은 청했느냐?”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어젯밤 이미 어의를 초왕부로 청해 진맥한 결과 확실히 회임이라고 합니다. 단지 왕비가 전에 자상을 입은 적이 있어 원기를
원경릉의 회임에 대한 현비와 태후의 반응현비쪽도 원경릉이 회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기뻐했다.비록 현비는 원경릉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던 말던 원경릉은 이미 초왕비고 이 점은 어쨌든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다시 말해 초왕비는 처가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만약 적자를 낳는 날엔 상황이 달라진다.이 태아가 아들이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지금 친왕 중에 아직 아들을 낳은 사람이 없다.“이 기간동안 너는 죽을 힘을 다해 원경릉의 복중의 아이를 지키거라. 조정에 무슨 바람이 불고 있는지 너도 아마 대충은 알고 있겠지. 만약 원경릉 복중의 아이가 아들이……” 현비는 목소리를 낮춰 우문호의 귀에 대고: “네가 태자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거야.”현비는 원래 다섯째가 태자의 자리에 오를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원경릉이 회임이 현비에게 강심제 역할을 해서 현비의 온몸엔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며 투지가 불타올랐다.조정의 정세는 변화무쌍해서 전에 과연 누가 황제 폐하가 후사 여부로 태자를 결정할 줄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웃으며, “어마마마, 그런 희망은 품지 마세요. 조정에 부는 바람이 아바마마의 진정한 의중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네가 뭘 안다고 그러는 게야?” 현비는 우문호를 노려보며, “예전이라면 이럴 필요도 없었지만 너도 생각을 해봐. 아바마마가 마음이 급하지 않으시겠어? 아바마마 슬하에 황자가 이렇게 많은데 남자 황손을 데려오는 아들이 하나도 없으니, 백성들이 너도나도 비난할까 두렵구나.”그리고 현비가 하지 않은 말이 한 마디 더 있다.그건 바로 황제 폐하의 마음이 어디에 있던지 중요한 건 조정에 부는 바람이란 말이다.문무대신들이 이 말을 전부 믿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다섯째를 추대할 것이 틀림없다.곧 태자의 지위를 다투는 때 충분히 좋은 패가 될 것이다.현비는 우문호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계속: “이 태아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해. 내가 널 위해 처방을 찾아보마. 민간에 아들을 낳는데 특히 효험이 있다는 비방이 있다는
원경릉의 입덧태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초왕비가 질투심이 많고 속이 좁은 걸 잊었구나. 됐다. 복중의 아이의 얼굴을 봐서 너는 절대로 왕비에게 화내지 말아라. 기껏 참아봤 자 1년반 정도가 아니냐. 아이가 태어나면 할미가 나서서 너에게 후궁을 넉넉히 정해주도록 하마.”우문호는 어서 출궁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얘기했다 가는 후궁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우문호가 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막 탕을 마시고 한바탕 토한 참이다.황제폐하께서 보낸 내의원 원판에게도 보였는데 태아가 확실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처방대로 매일 달여서 매일 먹어야 한다고 우문호에게 신신당부했다.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임신성 구토는 어쩔 수 없지만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여야 한다고 말이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이 토하느라 새파랗게 질린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끌어 안고 관아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원경릉은 전신이 힘이 없고, 머리를 우문호의 다리에 댄 채 엉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맥없이: “저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 어요. 임신을 했어도 어제 오늘이 아닐 텐데 전에는 토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토하게 됐는지.”우문호는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가슴 아프게: “약 상자에 약이 있는지 봤어? 토하는 거 멈출 수는 없어?”“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었어요.”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정말 내가 너 대신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문호는 가슴이 갈가리 찢기는 것 같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건 아마 별거 아닐 거예요, 낳을 때가 진짜 고통스럽죠.”현재의 의학수준을 보건데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한 발을 관속에 넣는 거나 마찬가지다.일단 태아의 위치가 바르지 못할 때, 역아나 가로 태위 등으로 큰 출혈이 발생할 경우 구할 방법조차 없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자기가 목숨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도 마음이 괴롭긴 마찬가지다. 회임은 원래 기쁜 일이지만 궁 안의 압박과 외부 세력의 압박, 임신으로 인
원경릉의 회임의 위험원경릉이 침대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절반쯤 죽어가는 상태였다.침대에서 일어나면 하늘과 땅이 뱅뱅 돌고 미친듯이 토한다.어의가 들어오자 원경릉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왜 전 이렇게 심하게 입덧을 하나요?”조어의가: “왕비마마, 몸이 많이 상하셨고, 그제 밤에 화가 올라와서 간에 울혈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니 이렇게 힘이 드신 겁니다. 서서히 몸조리를 하시면 점차 좋아지실 겁니다.”“빨리 몸조리 해주세요. 무슨 약이든지 괜찮으니까 어지럼증이랑 구토 좀 멈추게……” 원경릉은 눈을 뜰 힘조차 없었다.우문호는 마음이 급해서 한손으로 어의를 끌고 나오며, “좀 더 잘 듣는 처방은 없나? 태후께서 하사하신 약이 잔뜩 있는데 그걸 써 보는 건 어때?”조어의는 오히려 우문호를 끌고 더 멀리 가서 한숨을 쉬며, ”왕야, 사실대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내의원 원판과도 상의했는데 왕비마마께서 이번에 회임하신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마마의 몸이 아직 낫지 않으셨고, 그때 자금탕을 드시고 틀림없이 날짜를 사이에 두고 해독약을 드셨을 겁니다. 그 해독약은 자금탕의 차가운 성질을 강제로 억제했던 것으로, 지금 한꺼번에 폭발하니 왕비마마께서 백배로 고통스러우신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 때 기혈이 상하셨습니다. 합당하지 않은 말이나 소신이 감히 말씀 올립니다. 왕비마마의 오장육부는 낡은 솜 같은 상태로 가볍게 누르기만해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지탱할 힘 이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우문호가 이 말을 듣자 이가 다 뿌드득 갈렸다. 그때의 자신은 어쩌면 그렇게 망할 자식이었을까?어의가 계속: “왕비마마의 몸 상태가 이러 신데 회임을 하실 수 있었다니, 틀림없이 지금단의 위력일 겁니다. 자금단이 기혈의 순환을 도왔으나 어쨌든 임시방편이라 약효가 떨어지면 그저 왕비마마 본인의 신체의 조화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우문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어의에게: “만약 이 아이가 필요 없다면?”어의가 대경실색해서, “그건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원경릉의 임신에 대한 정후의 생각정후는 둘째 노마님과 아내 황씨의 얼굴을 보고 이게 무슨 일인가 어이가 없어서, “왜 이렇게 빨리 와? 남아서 밥 먹고 가라고 안 해?”황씨는 입이 댓 발 나와서: “남긴 뭘 남아요? 들어와서 물건 여기에 두고 가라는데, 초왕비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아무도 안 만난데요.”“아직도 유세를 떨어? 이 몹쓸 것 같으니!” 정후가 펄펄 뛴다.황씨가 변명하며: “뭐 그렇게 유세부린 건 아니고요, 다른 왕비랑 공주도 만나 주지 않고 그냥 보내더라고요. 듣자 하니 태아가 불안해 어의가 절대 안정을 취하도록 지키고 있고, 초왕도 누구든 병문안 오는 것을 엄금했다고 해요.”“태아가 안정적이질 못해?” 정후는 흠칫 놀라 안색이 돌변해, “어째서 태아가 불안한 거야? 물어봤어?”“누구한테 물어봐요?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황씨가 기분이 상해서, “아니 초왕도 그렇지, 내가 좋으나 싫으나 장모 아니야, 그런데 이따위로 냉대를 해? 앞으로 나도 안 가고 말지.”정후가 꾸짖으며, “닥쳐, 초왕이 널 냉대한 게 뭐? 아직도 분을 못 참아? 초왕은 어엿한 친왕이고, 당신을 장모님이라고 부르더라도 당신은 군신의 예를 차려야 하는 법이거늘.”황씨는 꾸지람을 듣고 감히 말대꾸도 못했다.둘째 노마님이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팔룡아, 숙모가 그러지 않았니, 네가 서둘러도 쓸데없다고. 초왕이 만나고 싶지 않다는데 네가 직접 가도 만날 수 없다는 뜻이지. 우선 좀 기다려 보는 게 낫겠구나.”정후가 손으로 탁자를 지그시 누르며, 눈썹을 치켜 올리고: “못 기다립니다. 관리의 인사고과가 연말엔 시작될 텐데 반드시 경릉을 만나 초왕에게 아부하라고 시켜야 된다고요. 그러면 초왕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일을 처리할 거란 말입니다. 지금 경릉이 임신했으니 초왕은 무조건 그녀의 말을 따를 거예요.”황씨가 가만 들어보니 정후의 관직과 연관이 있는지라 긴장해서, “이 못된 기지배, 처음부터 에미랑 가깝게 지낼 것이지 아니, 에미가 가게 만들어? 초왕이 설마
할머니와 원경릉정후는 큰 마님이 자신의 말을 분명 듣지 못하고 손씨 아주머니에게 준비를 분부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큰 마님이 분명 자신의 앞날을 생각해 주실 거라 믿고, 괜히 신신당부할 필요 없다고 여기고 인사를 하고 나갔다.정후의 생각이 딱 들어 맞았다.우문호는 정후부 사람이 원경릉을 만나지 못하게 했으나, 원경릉이 할머니에겐만은 신경 쓰는 것을 알고 있고, 원경릉의 할머니인 큰 마님이 아프신 와중에 직접 오셨 다니 만나지 않게 할 방도가 없다.초왕이 친히 나가서 모시고 와서 공손하게 예를 올리고 할머님이란 존칭을 사용했다.큰 마님은 현주 출신으로 예의 범절을 잘 알고 있어 우문호의 손을 잡아 말리며: “왕야, 어서 일어나세요. 할머니라니요.”초왕의 할머니는 사실 현재의 태후마마로, 만약 좀더 친근한 사이였으면 이런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텐데 예의로는 이렇게 하는 게 합당하니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다.사양의 말이 나오기 전에 우문호가 먼저 인사를 올려서 큰 마님도 뭐라 다시 말하기 어려운 게 자칫하면 눈치 없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우문호가 웃으며 들어오시라고 하고 원경릉은 할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듣고 일어나려고 했다.우문호가 서둘러 가서 막으며, “일어나지 마. 누워있어도 돼, 할머니가 어려운 분도 아니고.”원경릉이 투덜거리며, “누워있느라 허리가 끊어질 거 같아.”“있다가 허리 주물러 줄게. 우선 큰 마님이랑 애기 나눠, 난 관아에 좀 다녀올 게.”정후부 인물 중에 우문호가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큰 마님이다.그래서 큰 마님이 오셨으니 안심하고 할머니와 손녀가 얘기 나누게 하려는 배려다. 만약 자신이 초왕부에 있으면서 두 사람과 같이 있지 않으면 모양세가 좋지 못하니, 이 참에 관아에 다녀올 생각인 것이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자리를 비키길 간절히 바랬다. 꼬박 이틀을 삼엄하게 주시하는 우문호의 눈빛을 받으며 누워 있었더니 미쳐버릴 지경이기 때문이다.우문호가 가고 큰 마님은 침대 곁에 앉아 심지어 만족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