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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24화

“그러니까 혼인해서 자식을 낳으라는 겁니다.” 냉정언이 말했다.

홍엽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당분간은 생각 없습니다. 전 딸이 있으니까요.”

“태자 전하께서 인정하지 않아요!” 냉정언이 말했다.

홍엽이 껄껄 웃었다. “전하는 결정권자가 아니시죠.”

하지만 냉정언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군주를 좋아하십니까? 전에 황태손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시더니.”

“황태손들…. 도 좋긴 하지만.. 막 태어났을 때 기억 나시나요? 제가 처음 군주를 직접 봤을 때 그렇게 똘망똘망하게 저를 볼 수가 없었어요. 눈도 감지 않고 군주의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이 보였어요. 그 순수하고 깨끗하면서 티끌 하나 없는 모습이라니. 세상의 어떤 사람이나 어떤 물건도 군주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원숭이도 비교할 수 없나요?”

“달라요, 달라.” 홍엽의 눈에 어색한 눈빛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제가 내려놔야 하는 거죠. 원숭이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데 계속 제가 억지를 부리고 있을 뿐입니다.”

냉정언이 홍엽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사람은 하상 가슴에 희망 하나는 꼭 품는 법이지요!”

냉정언은 일어나 나가더니 산더미 같은 국사에 다시 파묻혔다.

홍엽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기 어깨를 보고 피식 웃더니 검을 차고 나갔다.

명원제는 남순하는 길에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 보위에 오른 뒤로 경성을 떠나본 적이 없어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그저 상소문 속에나 있고 세상 시인 묵객들의 작품 속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 상상에 불과했지만, 이제 직접 나가게 되니 세상이 크고 넓다는 게 실감이 났다. 궁이란 한쪽 구석에 있던 거에 비하면 세상은 아주 널찍해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회왕을 따라 내려가는 때가 마침 모내기가 한창이라 눈에 보이는 건 전부 파릇파릇한 못자리였다. 이곳은 부요한 남방이고 역시 북당의 곡창지대라 할만했다. 전에 상소문에서 보던 것이 이렇게 눈앞에 직접 펼쳐지자 명 원제는 심호흡하며 가마에서 내려 호비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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