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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29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보름, 보름, 갈 기한이 정해지자, 보름은 고사하고 반나절, 아니 반 시진도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문호는 지금 감국태자(황제를 대신해 정사를 돌보는 태자)로 어쨌든 일은 잘 진행해야 했기에 우선 아바마마께 서신을 보냈다. 보름 후에 자신이 긴급한 용무로 경성을 떠나야 하는데, 아바마마께서 순시가 끝나시면 바로 경성으로 복귀에 주시기를 청했다.

우문호는 편지를 보내고 따져보기 시작했다. 뭘 가지고 갈까, 장인어른 집이 좀 살기 어려워 보이던데, 가져갈 수 있는 대로 좀 많이 가져다드렸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반드시 데려가야 했다. 엄마 아빠의 혼례에 아이들이 빠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은 데려갈 수 없는 것이 서일처럼 입이 가벼운 사람이 현대에 갔다가는 온 북당이 다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모시고 돌아야지. 혼례에 할머니께서 빠질 수 있나? 그래서 우문호는 바로 할머니께 가서 시간 약속을 했다. 혜민서 일 중 먼저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처리해 두고 충분히 쉬신 후에 시공간 터널의 세례를 받도록 말이다.

우문호는 이것저것 사들이고 집안 창고를 뒤져서 처가에 가져다줄 좋은 물건들을 찾았다.

태자가 정사엔 관심이 없자 냉정언이 불평불만을 터트리려고 집으로 찾아왔다. 태자가 일정 기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얼마나 오래 있을지는 몰라 더욱 불만스러웠다.

우문호가 당당하게 말했다. “아니 내가 왜 널 재상으로 천거했다고 생각해? 바로 네가 일당백이라서야. 조정 일은 지금 문제도 별로 없고 나중에 아바마마께서 오셔서 좌정해 계실 텐데 내가 가는 게 대체 무슨 문제야?”

“가는 건 괜찮지만, 적어도 얼마나 걸리는지는 얘기해 줘야 할 거 아냐?” 냉정언이 물었다.

“확실히 말할 수가 없어.” 우문호가 이번에 결심한 게 있다. 혼례를 치르고 신혼여행을 가야 하는데 놀 곳은 전부 돌아다니며 놀고 오기로 말이다. 나중에 가도 되겠지만 인생에 휴가가 몇 번이나 있을까?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결혼 휴가가 아닌가. 우문호는 이건 북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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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는 우문호의 서신에서 주 재상과 태자비를 마중하러 가야겠다는 말을 읽고 주 재상 일행이 무탈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얼른 돌아오겠다는 말에 안심했다.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돌아보는 것에 아쉬움이 잔뜩 남았지만 역시 어가를 경성으로 되돌렸다.명원제는 돌아오는 길에 가리개를 젖히고 바깥 풍경을 보며 한마디 했다. 비록 판에 박힌 말이지만 명원제의 지금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었다. ‘밖에 나와 보니 세상이 넓은 줄 알겠다.’어가로 며칠을 가 경성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좀 쉬어볼까 하는 찰나에 마침 맞은편 아름다운 산꼭대기에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뒤에 호랑이 한 마리와 늑대 한 마리가 있고 두 사람 모두 흰옷을 입은 것이 신선처럼 하늘하늘 자유롭기 그지없어 보였다.“안풍 친왕 전하와 왕비 마마시죠?” 호비가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호랑이와 늑대는 알아봤다.명원제가 보며 답했다. “그럴 거야!”“두 분 매화장이 바로 이 부근입니다.” 목여 태감이 밖에서 말했다.명원제는 매화장 경치가 아름답다는 얘기를 일찍부터 들어왔다. 마침, 지금 따스한 봄이라 꽃이 만개했을 테니 산과 들이 온통 꽃밭일 것이다. 이 얼마나 장관일까!명원제는 마음이 동해졌다. “기왕 부근까지 왔으니, 매화장을 방문해 큰아버지, 큰어머니께 문안드리는거 어때?”“좋아요!” 호비도 좋다고 얼른 대답했다.명원제가 어가를 매화장 쪽으로 돌리도록 바로 분부를 내리고 사람을 시켜 먼저 매화장에 기별하도록 했다.그리고 산꼭대기에 서 있던 부부 두 사람은 신선 같은 흰옷 안에 실은 진 흙범벅의 베옷을 입고 있었으며, 호랑이와 늑대는 지쳐서 바닥에 엎드려져 있었다.“분명 왔을 텐데. 맞죠?” 안풍 친왕비가 어가 방향을 바라보더니 벅차오르는 기쁨을 감추며 말했다.“왔어, 틀림없어!” 안풍 친왕의 얼굴이 풀어지며 턱을 들고 외쳤다. “매화장으로 왔어!”“그럼, 우리도 갑시다!” 안풍 친왕비가 말했다.“그래, 돌아가지!” 안풍 친왕이 왕비 손은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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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노을을 감상하다가 고개를 돌리자 온통 울긋불긋 복사꽃이고 그 복사꽃 사이로 언뜻 누군가 그림자가 지나간 듯했다.그리고 조용조용 느긋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복사꽃 무지에 도화암 있고, 도화함 아래에 도화 신선 있네. 도화 신선이 복숭아 나무 심어, 복사꽃 따서 술 만들어 파네. 술이 깨면 꽃 앞에 앉았고 술에 취하면 꽃 아래 잠자네. 취하고 깨는 나날이 반복되고, 꽃은 피고 지고 해마다 반복되네. 화주에 파묻혀 죽을지언정, 권세에 절하며 살지 않으리.….”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토록 고요한 공기속에서 안풍 친왕의 시를 듣고 있으니 명원제는 크게 감동을 받았다.“화주에 파묻혀 죽을지언정, 권세에 절하며 살지 않으리......” 명원제가 되뇌어 보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구절인가!명원제는 어릴 때부터 태자로 정해져 위태부에게 학문을 배우고 나중에 조정 정사에 참여해 조심조심 살얼음을 걷듯이 살았다. 명원제의 일생은 황제가 되는 것이 유일한 일이었고 다른 것은 쉽사리 좋아할 수 없었다. 좋아했다가는 빠져들기 때문이었다.궁 밖으로 출행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아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나와보니 달랐다. 그동안 도대체 어떤 나날을 보낸 걸까?“황제!” 안풍 친왕의 얼굴이 복사꽃 가시 사이로 천천히 드러났다. 따사롭고 고상한 모습이 이전과 크게 달랐다. 전에는 늘 살벌하고 냉정한 모습으로 패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소탈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얼굴에 평온함이 넘쳤다.“큰아버지!” 명원제가 상당히 공손하면서도 외경스러운 모습으로 안풍 친왕을 불렀다.호비는 십 황자를 데리고 와서 예를 취했다.“황제가 어쩐 일로 갑자기 매화원을 찾아왔어?” 안풍 친왕이 물었다.“지나는 길에 오랫동안 큰아버지를 뵙지 못한 게 갑자기 생각나서 문안드리러 왔습니다!” 명원제가 미소를 지었다.“들어와 앉으렴!” 안풍 친왕이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안풍 친왕비가 복도의 복사꽃 숲에서 손짓하더니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차 끓였어. 어서 들어와 한잔해!”

  • 명의 왕비   제 28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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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33화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지자 명원제는 오늘 안에 경성에 들어갈 수 없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 매화장에서 묵어가기로 했다.라만 왕비는 명원제 일행에게 새 침대와 이불을 준비해 주었는데 깨끗하게 빤 이불에 방도 깨끗하고 환한 것이 마침 복사꽃을 마주하고 있으니 명원제는 귀로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그리고 침실의 뒤창이 살짝 열려 있었다. 듬성듬성 심어놓은 큼직한 천사의나팔꽃이 활짝 피어 복사꽃 향기와 섞여 사람을 편안하고 포근하게 잠들게 했다.명원제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 마자 잠에 들어 일찍 잠들었는데도 아침에 해가 높이 뜰 때까지 계속 잤다.원래는 오늘 경성으로 들어갈 여정에 오르기로 했으나 명원제가 고집을 부려 하루 더 묵기로 했다.안풍 친왕은 계속 명원제 곁에서 차를 끓이고 음미하고 나랏일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저녁이 되어 다시 차를 끓이며 얘기를 나누는데 명원제가 충동적으로 한마디 했다. “큰아버지, 제가 할 말이 있는데, 듣고 화내시면 안 됩니다.”안풍 친왕이 찻잔을 든 손을 살짝 떨며 눈을 치켜떴다. “말해!”명원제가 좌우를 물리고 본관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뒤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짐은 퇴위할 생각이 있습니다!”안풍 친왕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직접 결정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가 압박한 건가?”명원제의 얼굴이 굳더니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짐의 진심입니다. 큰아버지 실망하셨을까요?”안풍 친왕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명원제가 중얼거렸다. “그.... 제가 이기적인거 알아요. 이렇게 내팽개치면 다섯째를 곤란하게 한다는 것도요.”안풍 친왕은 눈을 부릅떴다가 다시 부드럽게 했다. “내가 실망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마, 그저 네 마음을 따르면 돼. 다섯째를 곤란하게 하는 것에 관해서는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지. 다섯째는 분명 지치겠지. 하지만 우문씨 집안 사람 중에 지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 지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제일 중요한 건 다섯째가 마침내 하고 싶은 일을 대담하게 해 낼 수 있다는 거야.

  • 명의 왕비   제 2834화

    명원제가 당황해서 안풍 친왕에게 말했다. “짐은…. 그런 문제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둘 중에 선택해 본 적도 없고요.”“이제 한번 잘 생각해 봐. 생각을 마치면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거야.”명원제가 찻주전자를 들자, 마음속 깊은 곳의 돌덩이가 조금 치워진 듯했다.다음날 명원제는 돌아갔다.안풍 친왕과 명원제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을 얘기했다. “며칠 지나면 갈 거고, 이 매화장도 팔 거야. 매화장은 네 큰어머니가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거라 다른 사람에게 팔자니 내키지않아서 말이야. 황제가 마음이 있으면 가격을 불러 보게. 우리 협상하세!”“큰아버지 정말 매화장을 파시려는 겁니까?” 명원제는 의아했다. ‘매화장은 지극히 아름답고 곳곳에 사람의 흔적과 세월이 스며있는데 팔아버리다니 너무 아깝잖아?’“그래, 이미 사겠다는 사람이 몇 있어!”명원제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 말했다. “짐이 필요하니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마세요. 얼마입니까?”그러자 안풍 친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만 냥, 전체 매화장과 앞뒤 산까지!”“물건마다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이 매화 숲과 복사꽃 숲은 이미 조성된 지 오래되었고, 지리와 위치도 좋아서 관도를 바로 마주하고 있어 고요하면서도 왕성한 기색이 있으니 구하기 힘든 명당이지. 핵심은 이 산인데 옥 광산으로 내 사유재산이지. 조정도 걷어갈 수 없네.”“정말입니까?”“그럼, 내가 전에 캤거든. 광구를 하나 뚫었는데 너희들이 오면….” 안풍 친왕이 그들을 데리고 집 앞에 작은 길을 통해 뒤쪽으로 향했다. 뒤쪽에는 볏짚으로 덮여 있는 게 있는데 안풍 친왕이 볏짚을 열어젖히니 암청색 돌이 드러났다.“이게 비취인가요?” 호비가 묻자 안풍 친왕이 입을 열었다. “그건 모르지. 돌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말이야.”“짐이 사겠습니다. 당장 사겠어요!” 명원제가 바로 말했다. 비취는 태상황과 태자비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가치가 만만치 않고 채굴해서 팔면 얼마나 좋은 물건이 나올지 몰랐다.“좋아, 그럼, 백만

  • 명의 왕비   제 2835화

    명원제가 경성에 도착할 즈음 태자와 대신들이 마중을 나갔다. 태자는 궁으로 돌아와 명원제가 남순 기간 동안가지고 돌아온 문서와 보고서를 정리해 내일 조회 때 상의해야 했다.하지만 격무에 지쳐도 곧 태자비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만은 어쩌지 못했다.꼽아보니 아직 사흘이 남았다!물건은 거의 다 샀고 집에도 다 준비해두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가족을 모두 이끌고 가는 거라 지나치게 서둘러도 안 되고 시간을 너무 정확하게 짜도 안 됐다.유모를 경호까지 데리고 가되 경호에 도착하면 사람을 시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쪽으로 가면 분유가 있으므로 유모를 데려갈 필요 없었다.원래 희상궁과 같이 갈 생각은 없었지만, 만두가 현대에 갔다가 희상궁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해서 우문호는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날이 다가올수록 점점 긴장이 되어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다음 날 아침 조회 뒤에 명원제가 우문호에게 어서방에 남아 같이 점심 수라를 들자고 했다.우문호는 원래 점심때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른과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니 경성을 나서는 것은 해 질 녘이 될 것이고,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 여의찮으니 점심 수라는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수라를 같이 들자고 초대하는 일이 드물어서, 아마도 뭔가 중대한 일이 있을 거라 출행하는 날을 내일로 미루는 한이 있어도 점심 수라는 함께 해야 했다. 내일 가도 하여튼 시간에 맞게 갈 수 있다.점심 수라는 여전히 간단한 두세 가지 반찬으로 우문호는 가끔 아바마마는 평생 힘들게 지내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높디높은 제왕의 위치에 있으나 먹고 마시는 것은 아주 검소하고 부귀영화에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으셨다.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원 선생을 데리고 오면 원 선생 말대로 아바마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점심 수라를 마치고 우문호가 물었다. “아바마마, 소신께 말씀하실 중요한 일이 있는 건 아닌지요?”명원제가 우문호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부자지간에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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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자는 태자비 마중 가야 해.” 명원제가 고개를 들어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목여가 짐을 따른 지 얼마나 됐지?”목여태감이 차 도구를 내려놓고 웃음을 지었다. “폐하, 잠깐 같은데 벌써 30년이나 지났습니다!”“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 목여, 짐이 만일 어느 날 궁을 떠나면 태자가 자네 주인이 될 테니 짐에게 하듯이 태자의 시중도 잘 들어줘야 하네. 알겠나?”그러자 목여태감의 안색이 살짝 변하였다. “폐하께서 어떻게 궁에 안 계실 수가 있습니까?”명원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목여태감을 흘끔 보고는 답했다. “만약에 말이야.”“그런 '만약'은 없습니다.”명원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왜 그런 '만약'이 없느냐? 짐이 가게 될 날이 분명 올 텐데.”목여태감이 얼른 꿇어앉아, “폐하,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소인도 일찌감치 가겠습니다. 소인만 남아서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명원제가 벌컥 성을 냈다. ”됐네, 짐이 이렇게 말하니 넌 이렇게 기억하면 돼.”“소인....” 목여태감이 고개를 들고 당황하며 명원제를 봤다.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저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소인 명을 받들겠습니다..!”우문호는 원래 내일 가려고 했으나 궁을 나서는 길에 쉬더라도 역시 먼저 출발하는 게 좋을듯싶었다.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마차를 서서히 성문으로 출발시켰다.서일과 탕양이 말을 타고 와서 환송을 해주었다. 둘 다 경호에 가는 줄 알고 있고, 태자비가 전에 경호에서 사라진 것도 알아서 굉장히 따라가고 싶었지만, 태자가 그쪽은 이상한 곳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므로 평생을 그쪽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서일은 분명 못 갈 것이다. 서일에겐 사식이와 키워야 할 사랑스러운 딸이 있기 때문이다.탕양도 갈 수 없는 게 비록 초왕부에 주인은 자리를 비울 수 있어도 안팎으로 할 일은 해야 했기 때문이다.우문호와 같은 심정은 현대의 원경릉과 주 재상도 마찬가지였다.주 재상은 그냥 한 번 해 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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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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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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