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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25화

태상황이 전에 혼례를 치를 거면 너무 초라하게 하지 말고 반드시 성대하게 하라고 했지만, 원 교수 집에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혼례에 돈 쓰는 게 아까워서가 아닌 다른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모두가 알다시피 원 교수가 시집을 보내는 건 수양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청첩장을 보낸다고 해도 결혼식장에 얼굴을 비추는 건 아마 병원 관계자 정도로 집안 친지들이 올 거란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랑 쪽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데 헛돈 쓰면서 피로연을 성대하게 하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 교수와 그의 아내는 상의 끝에 태상황에게 다시 한번 고려해 보라고 하기로 했다. 피로연은 예약하지 않으면 좋은 호텔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태상황은 삼 선생님 저택에서 놀고 있는 모양으로, 삼 선생님은 세 사람을 각별히 생각했다. 골동품을 하는 사람 눈은 어떻게 된 건지 사람까지 골동품이면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살아있는 세 골동품이라!

원 교수가 태상황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알림이 울리자 받기는 했는데 전화 너머에서는 소음만 들리고 서로 소리치고 난리였다. 소요공은 태상황에게 전화기에 손가락을 대고 동쪽으로 밀라고 하고, 주 재상은 동쪽은 오른쪽이라고 했다. ‘아니 뜬금없이 동쪽은 뭔데?’ 태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성질을 부렸다. “과인은 손가락 살이 벗겨져서 못 민다고. 어라, 됐네.”

“여보세요!” 마침내 태상황이 전화기에 대고 말할 수 있었다.

원 교수가 얼른 말했다. “여보세요, 여섯째 어르신이십니까? 어르신. 애들 혼사 문제로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그…. 전에 성대하게 치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와 아내가 상의 한 결과 성대하게 치를 경우 손님이 많지 않을 수 있어서 말이죠. 어쨌든 사위 쪽에서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어르신들 몇 분이 다인 데다가, 저희 쪽도….”

“기다려 봐, 과인이 물어볼 사람이 있으니까.” 태상황이 전화기에 대고 큰소리로 소리치자, 옆에서 소요공이 얼른 말했다. “다 들리니깐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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