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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21화

작가: 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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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종제 대 저택 안에 군신과 부자는 여전히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중이었다.

예전에 휘형이 그들을 데리고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는 말에 태상황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휘형은 나중에 어떻게 돌아갔어요?”

휘종제가 말했다. “돌아가서 지켜보겠다고, 북당이 태평성대를 이루면 꼭 돌아오겠다고 했지.”

태상황이 경건한 마음이 들어 숙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휘형은 북당을 위해 정말 혼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휘종제가 콧방귀를 뀌었다. “원래 돌아가기 싫었는데 장인이 돌아가라고 해서 간 거야. 안 돌아가면 아내를 아프리카에 수박 농사 보내고 부부는 10년에 8년은 떨어져 지내게 할 거라니까 방법이 있나, 돌아가야지.”

태상황이 큰 결심한듯 이를 갈았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죠, 업보를 제대로 갚아주지 못했군요!”

모두 깊이 공감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안풍 친왕 때문에 가슴이 철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소요공의 관심사는 평생 백성들과 다른 엉뚱한 부분일 것이다. 휘종제와 건종 태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던 소요공이 의문을 제기했다. “휘종제 어르신은 왜 건종 태자 폐하보다 이렇게 젊어 보이십니까?”

휘종제 안색이 순간 미세하게 변하며 횡설수설했다. “이게…. 무예가 고강하면 신체가 보양 되는 것이 당연한 일로….” 건조에 태자가 건조하고 매정하게 한마디 했다. “쟨 보톡스 했어!”

소요공이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보톡....스요?”

‘그 작업을 하면 영원히 청춘을 간직할 수 있는 건가?’

주 재상이 소요공을 발로 툭 찼다. “보톡스. 네가 여기 지식이 없어서 그러는데, 미용 수술의 하나로 태자비 마마께서 과학 상식 설명할 때 얘기해 주셨어.”

소요공이 공부가 젬병인 사람 특유의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얘기하셨다고? 난 못 들었는데...”

주 재상이 신경 쓰지 않고 휘종제에게 물었다. “왜 보톡스를 하셨나요? 젊어 보이기 위해서요? 기왕 그러실 거면 머리는 왜 염색 안 하셨나요?”

“두피가 예민해서 염색하면 머리에 계속 딱지가 앉거든!” 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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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걸고 소요공이 말했다. “삼 선생님께서 태자비 마마를 좀 뵙자고 하십니다. 선물 챙겨오시는 거 잊지 마세요, 삼 선생님이 손위 어른이십니다.” 손을 꽉 쥐고 고개를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엄청난 비밀이 있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엄청난 비밀입니다!”전화를 마치고 열띤 모습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모습이 흡사 늘 전화하던 사람처럼 경쾌했다!소요공은 속으론 좀 떨렸지만, 자신이 정말 이 세계에 융화된 느낌이 들었다.원경릉은 주진과 같이 있다가 소요공의 전화에 웃음을 터뜨리자 주진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소요공이 저더러 오래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엄청난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원경릉이 웃었다. 소위 날벼락 같은 거대 비밀이 뭔지 원경릉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그런데 소요공의 흥분한 말투를 듣고 있으려니 어찌나 웃기는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엄청난 비밀이죠. 누가 꿈이나 꿨겠어요? 북당의 건종 태자와 첫 번째 황제가 기꺼이 권력을 내려놓고 여기 와서 은거하고 있을 줄을? 사실, 휘종제 폐하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루지 못하는 일을 이뤘잖아요. 곤룡포를 몸에 둘렀다는 건 절대적인 권력을 지녔다는 말인데, 인간이 가장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바로 권력 아니겠어요. 휘종제 폐하는 정말 대단하세요!”원경릉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북당의 우문군과 안왕은 그 황위를 빼앗기 위해 목숨까지도 내걸지 않았던가? 하지만 휘종제는 반대로 황위에서 손을 뗐다. 내려놓겠다고 말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내려놨다. 얼마나 도량이 넓은가? 얼마나 담담하고 욕심이 없냔 말이다.선물을 사서 차를 몰고 저택으로 갔다. 정정당당하게 진짜 조상님을 알현하러 가는 것이다.그리고 휘종제는 증손주 며느리를 보자 기쁨에 겨워했는데 특히 아들 5명에 딸 하나를 낳았다는 말에 더할 나위 없이 놀라며 그 자리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좋아, 우리 우문 가문의 사람은 역시 달라. 태자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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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23화

    남강에서 서신이 왔다. 아홉째와 만아가 태자비가 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성으로 돌아와 당장이라도 축하하고 싶다며, 강북의 못난이도 경성으로 와서 홍엽을 보겠다는 내용이었다.남강이 평정된 뒤로 소소한 전투가 있었으나 이제는 다 해결되어 지금 강북과 강남은 아직 완전한 평화는 이루지 못했지만,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남강이 진정 하나로 통일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믿음이 생겼다.이날 어서방에서는 모두가 냉대인의 혼사를 논의하기 시작했다.태부는 그전까지 매우 한가한 상태였다. 지금 조정에는 신경 써야 할 만큼 큰일이 없고, 태자가 원래 태부를 찾아가 수업을 받았으나 지금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핑계로 안 간 지 꽤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일 할 일이 없다 보니 재상의 혼사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위 태부 생각에 남자는 생업이 있은 다음엔 가정을 이루고 자리를 잡아야 했다.“한가로운 삶이 좋아도 꼭 혼사는 치르셔야 합니다. 남자는 70~80이 되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해도 자기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없으면 결국 한으로 남아요. 재상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역시 혼인을 좀 서두르시죠. 제가 몇 명 소개해 드릴까요?”냉정언이 손을 내 저으며 막았다. “아뇨, 나랏일이 중요하지요!”위 태부가 우문호에게 소리쳤다. “전하, 재상의 일에 신경을 좀 써주세요!”우문호는 턱을 받치고 저녁에 딸을 데리고 나가 놀 궁리 중에 갑자기 위 태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건성으로, “신경 쓰라고? 그래, 신경 쓰도록 하지.”태자가 신경 쓰겠다는 말에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집 아가씨가 곱고 지혜롭다더라, 어느 집 아가씨가 덕과 재능을 겸비했다더라, 어느 집 아가씨가 맏며느릿감이라더라.꼬리에 꼬리를 물고 처녀 품평이 이어지는데 문득 보니 주 재상이 없다.우문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재상이 낯을 가리지!”서른 몇 살짜리에 낯 가리는 남자아이라니!냉정언은 궁정 복도에 서서 봄볕에 만발한 꽃을 보고 있었다. 군데군데 복사꽃이 피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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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혼인해서 자식을 낳으라는 겁니다.” 냉정언이 말했다.홍엽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당분간은 생각 없습니다. 전 딸이 있으니까요.”“태자 전하께서 인정하지 않아요!” 냉정언이 말했다.홍엽이 껄껄 웃었다. “전하는 결정권자가 아니시죠.”하지만 냉정언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군주를 좋아하십니까? 전에 황태손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시더니.”“황태손들…. 도 좋긴 하지만.. 막 태어났을 때 기억 나시나요? 제가 처음 군주를 직접 봤을 때 그렇게 똘망똘망하게 저를 볼 수가 없었어요. 눈도 감지 않고 군주의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이 보였어요. 그 순수하고 깨끗하면서 티끌 하나 없는 모습이라니. 세상의 어떤 사람이나 어떤 물건도 군주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원숭이도 비교할 수 없나요?”“달라요, 달라.” 홍엽의 눈에 어색한 눈빛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제가 내려놔야 하는 거죠. 원숭이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데 계속 제가 억지를 부리고 있을 뿐입니다.”냉정언이 홍엽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사람은 하상 가슴에 희망 하나는 꼭 품는 법이지요!”냉정언은 일어나 나가더니 산더미 같은 국사에 다시 파묻혔다.홍엽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기 어깨를 보고 피식 웃더니 검을 차고 나갔다.명원제는 남순하는 길에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 보위에 오른 뒤로 경성을 떠나본 적이 없어 아름다운 금수강산은 그저 상소문 속에나 있고 세상 시인 묵객들의 작품 속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 상상에 불과했지만, 이제 직접 나가게 되니 세상이 크고 넓다는 게 실감이 났다. 궁이란 한쪽 구석에 있던 거에 비하면 세상은 아주 널찍해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회왕을 따라 내려가는 때가 마침 모내기가 한창이라 눈에 보이는 건 전부 파릇파릇한 못자리였다. 이곳은 부요한 남방이고 역시 북당의 곡창지대라 할만했다. 전에 상소문에서 보던 것이 이렇게 눈앞에 직접 펼쳐지자 명 원제는 심호흡하며 가마에서 내려 호비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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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이 전에 혼례를 치를 거면 너무 초라하게 하지 말고 반드시 성대하게 하라고 했지만, 원 교수 집에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혼례에 돈 쓰는 게 아까워서가 아닌 다른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모두가 알다시피 원 교수가 시집을 보내는 건 수양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청첩장을 보낸다고 해도 결혼식장에 얼굴을 비추는 건 아마 병원 관계자 정도로 집안 친지들이 올 거란 보장이 없었다.그리고 두 번째는 신랑 쪽 친척이나 친구가 없는데 헛돈 쓰면서 피로연을 성대하게 하면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 교수와 그의 아내는 상의 끝에 태상황에게 다시 한번 고려해 보라고 하기로 했다. 피로연은 예약하지 않으면 좋은 호텔을 찾기 어렵다.하지만 태상황은 삼 선생님 저택에서 놀고 있는 모양으로, 삼 선생님은 세 사람을 각별히 생각했다. 골동품을 하는 사람 눈은 어떻게 된 건지 사람까지 골동품이면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살아있는 세 골동품이라!원 교수가 태상황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 알림이 울리자 받기는 했는데 전화 너머에서는 소음만 들리고 서로 소리치고 난리였다. 소요공은 태상황에게 전화기에 손가락을 대고 동쪽으로 밀라고 하고, 주 재상은 동쪽은 오른쪽이라고 했다. ‘아니 뜬금없이 동쪽은 뭔데?’ 태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성질을 부렸다. “과인은 손가락 살이 벗겨져서 못 민다고. 어라, 됐네.”“여보세요!” 마침내 태상황이 전화기에 대고 말할 수 있었다.원 교수가 얼른 말했다. “여보세요, 여섯째 어르신이십니까? 어르신. 애들 혼사 문제로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그…. 전에 성대하게 치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와 아내가 상의 한 결과 성대하게 치를 경우 손님이 많지 않을 수 있어서 말이죠. 어쨌든 사위 쪽에서 오는 사람도 많지 않고 어르신들 몇 분이 다인 데다가, 저희 쪽도….”“기다려 봐, 과인이 물어볼 사람이 있으니까.” 태상황이 전화기에 대고 큰소리로 소리치자, 옆에서 소요공이 얼른 말했다. “다 들리니깐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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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이 응했다. “좋아요, 오세요. 우리 얘기 좀 합시다!”원 교수는 전화를 끊고 아픈듯 귀 안을 만지작거렸다. 만 년 묵은 귀지도 전화 소리에 울려서 떨어져 나올 판이었다.그리고 원 교수는 태상황이 이번에 논의하자고 한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양가 가장이 아이들의 혼사를 놓고 결정을 내리는 자리란 것을 깨달았기에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원경릉은 엄마와 자신의 아들에게 전화해서 가급적 이쪽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 무조건 오늘 결판을 내리겠다는 생각이였다. 원경주가 차를 몰고 부모님을 태웠는데, 대저택으로 가는 길에 원경릉 엄마가 물었다. “벌써 계산 다 해봤는데 우리 쪽은 많아 봤자 병원 동료들이랑 친구 일부뿐이에요. 집안 친척들에게 전화해 봤는데 딸이 결혼한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친딸도 아니고 오가다가 알게 된 수양딸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진짜 피붙이도 아닌데 크게 할 필요 없다며. 아무래도 집안에서는 별로 안 올 거 같아요.”“지금 태상황이 그러시는데 그쪽은 올 사람이 있다는군.” 원 교수가 말했다.원경주가 웃음을 터트리며, “북당 사람을 전부 데리고 오시려는 건 아니겠죠. 설마? 경호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뛰어내리면 금방이라도 올 수 있다고.”“아니냐?” 원 교수가 당황하며 묻자 원경릉이 답했다.“당연히 아니죠. 주진에게 물어보니 경호를 통한다고 해도 정확하게 오는 건 그렇게 쉽지 않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시공간을 잘못 들어가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지 못해요. 제가 한번 거기 들어갔을 때는 아직 법칙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성이 분명하지 않았어요. 오락가락했다가는 정신을 잃고 소리를 지르기 쉽죠.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가는 광원의 길을 잘못 봐서 실수하게 되는 거죠. 어쨌든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에요.”“시공간 터널로 대규모로 사람이 올 수는 없을 거야. 아니면 이 세계가 엉망이 되지 않겠어?” 원 교수가 말했다.“누가 아니래요?” 원경주가 자기 입으로 이유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주진이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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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택에 도착해 전에 왔던 본관으로 들어가자, 태상황이 한마디 했다. “어쨌든 혼례는 성대해야 합니다, 초라해서는 안 돼요. 피로연을 하는데 사람이 별로 없으면 전문 바람잡이 꾼들이라도 불러다 먹으라고 합시다. 백성과 기쁨을 나누는 거죠!”원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으십니다. 친척이나 친구 관계로 청첩장을 받지 않으면 누가 와서 밥을 먹겠습니까?”태상황은 고집이 상당한 사람으로 젊을 때 싸움 좀 해본 사람이었다.삼 선생님이 원 교수에게 말했다. “하객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피로연은 두 집안이 한데 어울리는 자리니 반드시 성대하게 치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나요? 날짜가 정해졌으면 호텔을 정하면 되겠군요. 저는 리젠트 호텔을 통째로 빌렸으면 합니다!”주 재상이 물었다. “리젠트 호텔은 식탁이 몇 개죠?”“리젠트 한식당이 3층으로 돼 있고, 한 층에 테이블이 80개는 너끈하니까 전부 합쳐서 대략 200개 정도 되겠군.” 삼 선생님이 말했다.주 재상이 놀라며 물었다. “탁자 200개요? 그렇게나 올 사람이 많습니까?”‘어째 오늘 삼 선생님께서 이렇게나 배포가 크시지? 낯설다 낯설어.’“사람 수는 문제가 안 됩니다. 지금까지 국내외를 망라한 정·재계 인사들과 적지 않은 사귐이 있어서 부르기만 하면 달려와 자리를 채울 사람은 차고 넘칩니다. 결혼식에 필요한 돈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내겠습니다.” 삼 선생님이 호기롭게 기꺼이 거액을 투척하기로 했다.원 교수가 당황해서 제안을 거절했다. “그건 안됩니다. 어떻게 제가 선생님께서 다 내시게 할 수가 있습니까?”“왜 제가 낼 수 없죠? 제가 신랑 쪽 가장이니 제가 내는 게 마땅하죠!” 삼 선생님이 말했다.원 교수 가족은 이해가 안가 서로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봤다. ‘삼 선생님께서 어떻게 우문호 집안의 가장이 되는 겁니까?’ 원 교수 가족이 의문의 눈길로 태상황을 바라봤는데, 태상황은 뭐라고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기에 대충 주워 삼켰다. “삼 선생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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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 명의 왕비   제3126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 명의 왕비   제3125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 명의 왕비   제3124화

    북당의 황후가 의원을 이끌고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약도성의 백성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감히 믿을 엄두도 없었다.우문택란이 이미 약도성에 왔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 다들 그저 그녀가 약도성에 놀러 왔고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린아이답지 않은 그녀의 비범한 능력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약도성의 성주로서 약도성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초토화되었고, 재건하려면 조정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당의 조정이 약도성을 방치하고 자연적으로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약도성 백성들은 줄곧 조정을 적대시하였기 때문에, 조정이 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황후가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약도성은 조정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지진 발생 열흘째 되던 날, 원경릉 황후가 이끄는 의원들이 약도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약도성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황후께서 약도성에 오신다고 얘기를 전했다.사람들의 생각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지진 이전까지만 해도 조정을 적대시하고 북당을 적국으로 여겼던 약도성 백성들이, 이제는 원경릉을 환영하며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이는 택란이 지진을 미리 알아차린 것과 구조 활동 덕분이었다.원경릉은 백성들의 뜨거운 환영을 예상하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어머니!”군중 속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경릉은 단번에 딸을 찾아내고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택란은 엄마 품에 안기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어머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너무 많아요!"택란이 흐느끼며 말했다.원경릉은 딸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원경릉은 딸을 품에 꼭 안

  • 명의 왕비   제3123화

    택란은 어릴 적부터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철저히 억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을 제어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스승님을 따른 후, 스승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틈새가 생기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일을 담담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녀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꼬마 봉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 주었다.그들은 수년간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택란은 다시 구조 현장으로 나갔고, 여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위왕과 안왕은 어린 조카의 침착함에 깜짝 놀랐다.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천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그들은 택란이 애초에 아이로서의 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빠르게 세상을 이해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어른처럼 모든 것을 맞서야 했다.사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한두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대나 요구가 없었으며, 능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하고 감시하지 않았다.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약도성의 일이 안정된 후, 그녀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번 약도성 방문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습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의지와 감정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구조 작업은 계속되었고, 지진이 발

  • 명의 왕비   제3122화

    한 마을 주민이 눈물을 닦으며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원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오. 조정은 우리를 모조리 죽이길 바라오. 우리가 죽어야 조정은, 이 약도성을 완전히 삼킬 수 있소.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소.”택란은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여기에 왔잖냐! 빨리 계속 파시게!”주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물었다.“웬 꼬마가, 넌 누구냐?”택란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어둠 속이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다들 의아해했다.“약도성의 성주, 우문택란이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뒤, 산사태가 난 지역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작은 몸집이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작아 보였다.황실의 공주라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공주가 이런 곳에 직접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저택 안에서 잘 보호받고 있어야 할 존재다.그녀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해 접근한 곳의 흙을 한 겹씩 옮겨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울부짖는 소리와 구조 요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가 급히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약도성의 지진은 강북부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낡은 집도 무너졌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 약도성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위왕과 안왕은 신속히 구조 병사를 파견했다. 그들은 택란이 약도성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들 여태껏 택란이 스승과 함께 떠났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네 오빠들은 바로 병사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향했다. 지진 발생 12 시진 후 약도성에는 8천 명 이상의 병사가 합류했다.약도성의 백성은 조정이 지원군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정이 약도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든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과거에도 가뭄, 메뚜기 떼, 산사태 등의 재난이 일어났지만, 북막조정은 몇 포대의 쌀만 보내며 형식적인 구조를 했을 뿐이다.약도성

  • 명의 왕비   제3121화

    지진이 발생하기 전, 호명과 주 아가씨는 약도성 중심부에서 백성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새벽녘은 사람들이 가장 피곤할 시간이다.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백성들은 분노했다. 그중 한 집안은 도축업을 하는 홀아비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새벽 무렵에야 돼지를 잡고 고기를 나눠주고 돌아와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난 데다 아이까지 깨우니,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옆집 사람은 칼을 들고 나가 저들을 쫓아내면 다시 잘 수 있다고 부추겼다.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상황이라 아들을 방으로 데려다 놓고, 즉시 칼을 들고 나가 주 아가씨와 맞섰다.그가 칼을 휘두르며 집안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지진이 발생했다. 그들은 자기 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먼지가 자욱했고, 곁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옆집 역시 무너졌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집 처마 아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깔려 있었다.“아들! 아들아!”홀아비는 그제야 안으로 데려다 놓았던 아들을 떠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겨우 세 살밖에 안 되는 아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그는 미친 듯이 벽돌과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서둘러 도왔다.지진은 단 몇 초 만에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무너진 집에 깔린 백성들이 매우 많았다. 약도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방에서 울부짖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평소 조정과 맞서던 이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그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홀아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들 함께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도구가 없어서 맨손으로 작업해야 했다. 주 아가씨의 손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흙벽을 밀어내고 벽돌을 옮겼다.반 시진 후, 주 아가씨가 마침내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는 다리를 크게 다쳐 엉엉 울고 있었다. 홀아

  • 명의 왕비   제3120화

    “그럼... 호명, 가십시다!”주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택란의 말을 믿었다.호명도 주 아가씨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지진이 생기지 않으면 백성들을 귀찮게 한 정도로 끝날 테지만, 정말 지진이 발생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게다가 약도성의 백성들은 조정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더 미움을 사도 중요하지 않다.일행은 즉시 돌아가 병사들을 소집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백성에게 넓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백성은 역시나 원치 않았다.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성주가 단호하게 명령한 일이었기에, 백성들은 마지못해 끌려 나갔다.그러나 문제는 강제로 밖으로 끌어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떠난 후 많은 백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게다가 일부 폭도들은 이를 계기로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서며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다.부분 병사가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는 마을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마을은 거의 조정을 적대시하는 곳이었다. 너무 외진 곳이고 여인도 적은 곳이라, 이곳 남자들은 혼사도 치르지 못하고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루 세 끼를 유지하기조차 힘들었고, 금나라의 선동이 더해져 이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이 몇몇 마을에서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병사들이 징과 북을 울리며 백성을 깨우자, 폭도들이 화를 내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20여 명의 병사들이 이들에게 압도당해 심하게 얻어맞았다.결국 병사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약도성에서 대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약 만 명 정도였다. 대부분 병사가 떠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조정이 백성을 괴롭힌다고 욕하며 약도성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에 주 아가씨가 분노를 참지 못해 말했다.“성주께 말씀드려서 집을 전부 불태워버리자고 해야겠습니다! 정말 너무합니다.”호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119화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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