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회장은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착실한 사람으로 말발굽 금에 115억이나 낸다고 했으나 95억만 받겠다고 했다. 그들이 보물을 다 내놓는다해도 터무니없이 큰돈을 요구할 리는 없었다.말발굽 금에 대해 살펴본 결과 바닥에 북당 내탕고 주조라고 적혀 있는 것이, 그가 아는 북당은 주나라 왕조 시기의 서북 소수민족 주목왕 때로, 기록된 바에 의하면, 하권 ‘주목왕팔년춘, 북당래빈, 헌일준마, 시생빈이’라는 구절에 나오는 북당으로, 그 북당은 일개 소수민족 부족으로 이런 말발굽 금을 주조할 만큼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 회장은 자신이 잘못 볼 리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주 짧은 왕조나 문명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흥분돼서 어쩔 줄 몰라했다.우 회장은 직접 노 수집가를 찾아갔다. 노 수집가는 상당히 대단한 사람으로 고금해 통달해서 한 눈에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건 물론이고, 핵심은 이 수집가가 말발굽 금으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란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는 것이며, 말발굽 금 아래 조각된 글자도 북당 내무부 주조라고 들었다. 직접 본 게 아니고 전에 업계 사람에게 어깨너머로 들은 거라 우 회장도 정확히는 몰랐다.“삼 선생님, 이거 좀 보세요. 제가 최근 모은 말발굽 금인데 아래쪽 글자 좀 보시라니까요!” 우 회장은 말발굽 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못 참겠는지 서재 벽에 걸려 있는 고서화를 보며 침을 다셨다. 한 뼘이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이 방에 있어서는 과장이 아니었다.테이블 뒤에 앉은 삼 선생님은 홍안백발의 노인이었다. 우 회장은 볼 때마다 삼 선생님이 일부러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해서 늙어 보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얼굴이 자기보다 더 젊어 보였기 때문이었다.삼 선생님은 말발굽 금을 뒤집어서 아래 써 있는 글씨가 ‘북당 내무부 주조’라는 것을 보고 살짝 동요했다. “어디서 난 거지?”“어느 의사분이 가지고 있던 건데, 상대가 금 하나에 95억이나 요구했어요!”
우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잖아요, 우리 골동품 수집가들이 모르면 몰랐지, 좋은 걸 보고 나서 어떻게 단념합니까? 담뱃대가 있는데 조각이 아주 세밀하고 아름다운 게 그렇게 좋은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때 억지로라도 팔라고 못 한 게 아쉽습니다.”이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물건을 자기 수중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미련이 남았다.그래서 삼 선생님 댁을 나오면서 바로 원 교수에게 전화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 좀 하자고 했다.원 교수는 말발굽 금값을 비싸게 쳐 받았으나, 북당이 지금 역사에는 실존하지 않는 국가라는 사실에 줄곧 불안불안했다. 그런데 우 회장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하자니까, 상대가 산 걸 후회하는구나 싶어 얼마를 모아서 돌려줘야 하는지 계산했다.그 돈은 집 사는 데만 쓰였고, 원경주의 차는 자기 돈으로 샀다. 경릉이는 금값으로 사라고 했지만, 원경주가 부득부득 자기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집값만 모으면 우 회장에게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 집값으로 쓴 돈은 19억 정도였다.하지만 저축한 돈을 다 합쳐도 4~5억 정도 뿐이라 근심에 빠졌다.원 교수는 우 회장에게 날짜를 연기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갚겠다고 할 생각을 했다.방향이 서자 원 교수는 원경릉에게 우 회장의 초대 얘기를 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 말발굽 금에 대해 자기보다는 원경릉이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원 교수는 이번 일은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건을 팔 때도 우 회장을 속인 일이 없고 가격도 우 회장 본인이 제시했다. 따라서 우 회장이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 서서 원경릉을 불러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원경릉은 아빠가 고민하는 내용을 알아 차리고 웃으며 위로했다. “우 회장님은 후회돼서 물리시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더러 오라는 건 우리 손에 있는 다른 물건을 더 팔라는 게 틀림없을걸요.”“하지만 북당이란 왕조가 실지로 없었잖아.”“아빠, 북당은 실제로 존재해요. 비록 다른 세상이긴 하지만 시공간과 시
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세 분은 제 선배님으로 말발굽 금도 다 저분들 겁니다.”“오, 이런! 제가 몰라뵀습니다!” 우 회장이 두 눈을 번뜩이며 얼른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그러자 셋이 미소를 지었는데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대문을 열고 우 회장은 그들을 안으로 데려갔다.대저택은 밖에서 보기엔 유럽식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식 인테리어로 둘러싸여 있었다. 문을 들어서니 바로 정원이 보였는데 정문 맞은 편에 있는 가림벽은 바깥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밖에서는 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가림벽은 금칠한 바탕에 붉은 용이 휘감아 돌며 구름과 안개를 몰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북당에서 이런 밝은 황금색과 붉은 용은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 백성들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세 노인도 이미 잘 알고 있어 놀라지는 않았다. 삼엄한 계급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조각 기술을 칭찬하고 나니 딱히 뭔가 느껴지는 건 없었다.가림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익숙한 설계 방식의 정원으로 가림벽 바로 뒤가 마당이였다. 마당으로 들어가면 본관, 본관 밖 동서 양쪽은 복도로 양쪽 어느 쪽에서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이런 인테리어 설계에 삼대 거두는 마치 북당으로 돌아온 것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다섯 사람이 우 회장을 따라 본관으로 들어서자 본관 배치도 북당과 같았다. 정좌의 맨 위 상석은 태사의고 좌우 양쪽 의자는 손님용이었다.좌우 상석 태사의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왼쪽 사람이 보기에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게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오른쪽 사람은 얼굴에서 붉은빛이 났고, 눈 밑에 주름과 백발을 제외하면 사실 그다지 노쇠해 보이지는 않았다.삼대 거두는 두 사람 중 특히 오른쪽 사람을 보고 약간 놀랐으나, 다행히 실례를 범할 정도는 아니었다.우 회장이 오른쪽 노인을 삼대 거두에게 소개 시켜 주었다. “이분께서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
다른 사람이었다면 태상황은 담뱃대를 꺼내지 않았겠지만, 눈앞에 두 사람은 너무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으로는 경외감이 들어 태상황은 기꺼이 담뱃대를 내놨다.금룡 담뱃대가 삼 선생 앞에 놓이자 삼 선생은 보지 않고 우선 두 손으로 큰 선생님께 주었다. 큰 선생님은 받아 들고 자세히 보더니 삼 선생께 다시 전달해 주었다.삼 선생이 담뱃대를 받고 담뱃대에 새겨진 붉은 용을 보고 용 머리의 수염을 세 본 뒤 살짝 동요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태상황에게 물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주 재상이 얼른 무례하다고 꾸짖으려 했으나 삼 선생의 눈빛을 본 순간 무례하다는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태상황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삼 선생님 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문호?”그러자 태상황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눈동자도 굴리지 않고 삼 선생님을 보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마침내 벌어지고만 것이다. 막장 아침 드라마가 뇌리를 스쳤다.잠시 후 태상황이 벌게진 얼굴로 한마디 했다. “너…. 혹시 과인의 동생이냐?”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아바마마는 밖에서 여자 여럿을 데리고 놀다가 아들을 낳았는데 집에 감히 데리고 들어오지는 못하고 몰래 밖에 숨겨두었고, 그 아들은 어쩌다 이 시대로 오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가 아니면 아바마마와 이렇게 닮은 것과 자신의 이름을 아는 걸 설명할 길이 없었다.아침드라마 같은 무구한 상상 끝에 이젠 배다른 동생이 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태상황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이때 금룡 담뱃대가 공중으로 날아갔고, 삼 선생님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무엄하다!”소요공이 한 손으로 담뱃대를 받아 쥐고는 크게 노했다. “무엄하다!”그리고 곧 무시무시한 기세로 태상황 앞을 가로막아 서며 태상황을 단단히 보호했다.그 자리의 우 회장과 원경릉 부자는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래?’큰 선생님이 일어나 우
삼 선생이 난감한 나머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십팔매, 비켜!”십팔매란 한 마디에 소요공은 놀라 나자빠지며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휘종제 어르신?”주 재상이 태상황의 팔을 움켜쥐고 눈을 가늘게 뜨고 삼 선생님과 큰 선생님을 자세히 보더니 재빨리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소신 건종 태자 전하, 휘종제 폐하를 뵙습니다!”주 재상의 말에 소요공과 태상황도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고개를 들어 당황한 와중에 힐끔 보니 삼 선생이 태상황을 노려보는 눈빛은 이미 상당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태상황은 이윽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 휘종제의 시체가 도난당해 모욕을 당한 사실은 태상황 평생에 가장 뼈아픈 일이자 지울 수 없는 불효였다. 그뒤로 태상황은 단 한 번도 휘종제 일을 언급한 적이 없었고 다들 입에 담지 않았지만, 태상황은 때때로 아바마마께서 자신을 꾸짖고 책임을 묻는 꿈을 꾸곤 했다. 태상황이 만년에 출정하며 겁이 났던 건 죽어서 아바마마를 뵐 면목이 없는 것이었다.그런데 사실은 아버지가 죽지 않았고 심지어 아직도 이렇게 팔팔하게 살아있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엄청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태상황은 순간 예전부터 가슴을 내리 누르고 있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말할 수 없이 푸근했다. 역시 인생은 아직 겪을 게 많고 갈 곳은 아직 멀었다.소요공도 바닥에 쓰려져 엉엉 우는데 마치 90kg짜리 아가가 우는 것 같았다.주 재상도 뜨거운 눈물이 솟아나는 걸 참지 못하고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 ‘휘종제 어르신이 아직 살아계신 태상황은 행복하다. 시체가 모욕당한 일 따위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하고 싶은 수많은 말을 비록 가슴에만 담아두고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삼 선생님도 눈가가 촉촉해서 태상황의 머리를 때리며, “일어나, 일어나서 얘기해!”태상황이 점점 더 애처롭게 울었다. “소신이 불효해서 아바마마께서 아직 살아계신 줄 모르고 왕릉에….” 삼 선생이 태상황을 잡아 일으키자, 태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태상황이 손을 휘휘 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당시 안풍 친왕이 저한테 그랬어요. 저를 황제로 등극시키는 건 조정의 모든 중신이 상의한 결과였다고, 상의에 참여한 조정 신하는 모두 80명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이 전원이 지지했다고 했단 말입니다.”건종 태자와 휘종제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둘 다 당혹스러워했다. ‘당시에 그랬다고?’휘종제가 난감해하며 입을 열었다. “결정된 뒤 확실히 조정의 신하들을 부르긴 했지. 하지만 모든 조정 대신이 다 반대했어. 지지하는 자가 하나도 없었거든. 그러자 안풍 친왕이 신하들에게 한마디 했지. 우문호가 보위에 오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관직을 사임하고 돌아가 고구마나 심어 먹고 살아라, 대대손손 벼슬은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신하들이 전부 동의했지.”태상황이 안색이 확 변했다. 절대 생각도 못 한 일이였다. ‘그런 상황이었을 줄이야.’태상황은 이를 갈며 새로운 학문인 영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 마이 갓!”당시 휘형이 돌아와서 그들에게 한 말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여섯째가 보위에 오르게 하는데 십팔매와 주 꼬맹이가 보조를 맞춰야 하고, 너희들 셋은 특출난 인재로 북당의 정치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할 운명이라며 장장 반 시진 동안이나 입에 침을 튀겼었다.그 말이 그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했고, 북당이 패권 대국이 되는데 자신들이 운명적으로 선택된 존재라고 느끼게 했다.태상황이 보위에 오른 뒤 북당은 온통 엉망진창이었고 전란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며 백성은 피폐했다. 가장 비참했던 건 바로 가난으로,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다.그 시기를 정말 힘들게 지났다. 사방이 곤경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때마다 휘형의 말을 떠올렸고, 모든 대신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세 사람을 버텨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진짜 말처럼 됐다. 그때 대충 명단에서 아무나 짚은 게 마침 우문호였을 뿐이지, 누구든 황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풍 친왕이 아마 다른 사
자기가 생각하고도 화들짝 놀랐다. 이 일은 너무 이상하고 비상식적이다.하긴 자신이 겪어왔던 일에 비하면 이 정도가 뭐?태상황을 생각하니 기뻤다. ‘그 나이에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다니 얼마나 행복하겠어.’원 교수도 안심이 됐다. 여기 올 때 딸이 상대가 물건을 물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머릿속으로 환불금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말발굽 금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말발굽 금은 제 가치로 팔았다는 것이 증명되어 속인 게 아니라 안심이다.한참 뒤 문을 열고 소요공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가세요, 우린 내일 가도록 하겠습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죠?” 원경릉이 소요공의 붉어진 두 눈을 보고 묻자 소요공이 고개를 흔들었다. “있을 리가 없죠. 있다고 하면 경사죠. 태상황 폐하 입장에서는 이번에 온 최대 수확이 바로 이걸 겁니다!”이 말로 원경릉의 추측이 맞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거 잘됐네요. 우리 먼저 돌아갈게요. 잠시 계시다가 돌아오고 싶으시면 전화하세요, 제가 모시러 올 게요. 전화하실 줄 아시죠?”소요공이 안심하라는 듯 다정하게 말했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전화를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가봐요, 어서. 주저하지 마시고!”“알았어요. 저희 갈게요!”원경릉이 얼른 안을 들여다보니 역시 태상황은 삼 선생님 곁에 앉아 계속 삼 선생님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원 교수와 같이 나오는데 우 회장이 어리둥절해하며 오늘 아마도 그에게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같이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돌아가 주진을 찾아 지난 일을 물었다.주진도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가만있었다. “아마도 정말 하늘은 뜻이 있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나 봅니다!”주진이 이전 일을 들추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진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들추면 가슴이 몹시 아플 것이다.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지 않는 것 사이에서 현실과 미래 중에 버리기 힘든
휘종제 대 저택 안에 군신과 부자는 여전히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중이었다.예전에 휘형이 그들을 데리고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는 말에 태상황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휘형은 나중에 어떻게 돌아갔어요?”휘종제가 말했다. “돌아가서 지켜보겠다고, 북당이 태평성대를 이루면 꼭 돌아오겠다고 했지.”태상황이 경건한 마음이 들어 숙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휘형은 북당을 위해 정말 혼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휘종제가 콧방귀를 뀌었다. “원래 돌아가기 싫었는데 장인이 돌아가라고 해서 간 거야. 안 돌아가면 아내를 아프리카에 수박 농사 보내고 부부는 10년에 8년은 떨어져 지내게 할 거라니까 방법이 있나, 돌아가야지.”태상황이 큰 결심한듯 이를 갈았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죠, 업보를 제대로 갚아주지 못했군요!”모두 깊이 공감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안풍 친왕 때문에 가슴이 철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소요공의 관심사는 평생 백성들과 다른 엉뚱한 부분일 것이다. 휘종제와 건종 태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던 소요공이 의문을 제기했다. “휘종제 어르신은 왜 건종 태자 폐하보다 이렇게 젊어 보이십니까?”휘종제 안색이 순간 미세하게 변하며 횡설수설했다. “이게…. 무예가 고강하면 신체가 보양 되는 것이 당연한 일로….” 건조에 태자가 건조하고 매정하게 한마디 했다. “쟨 보톡스 했어!”소요공이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보톡....스요?” ‘그 작업을 하면 영원히 청춘을 간직할 수 있는 건가?’주 재상이 소요공을 발로 툭 찼다. “보톡스. 네가 여기 지식이 없어서 그러는데, 미용 수술의 하나로 태자비 마마께서 과학 상식 설명할 때 얘기해 주셨어.”소요공이 공부가 젬병인 사람 특유의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얘기하셨다고? 난 못 들었는데...”주 재상이 신경 쓰지 않고 휘종제에게 물었다. “왜 보톡스를 하셨나요? 젊어 보이기 위해서요? 기왕 그러실 거면 머리는 왜 염색 안 하셨나요?”“두피가 예민해서 염색하면 머리에 계속 딱지가 앉거든!” 건종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