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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14화

Author: 유애
우 회장은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착실한 사람으로 말발굽 금에 115억이나 낸다고 했으나 95억만 받겠다고 했다. 그들이 보물을 다 내놓는다해도 터무니없이 큰돈을 요구할 리는 없었다.

말발굽 금에 대해 살펴본 결과 바닥에 북당 내탕고 주조라고 적혀 있는 것이, 그가 아는 북당은 주나라 왕조 시기의 서북 소수민족 주목왕 때로, 기록된 바에 의하면, <죽서기년>하권 ‘주목왕팔년춘, 북당래빈, 헌일준마, 시생빈이’라는 구절에 나오는 북당으로, 그 북당은 일개 소수민족 부족으로 이런 말발굽 금을 주조할 만큼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 회장은 자신이 잘못 볼 리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주 짧은 왕조나 문명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흥분돼서 어쩔 줄 몰라했다.

우 회장은 직접 노 수집가를 찾아갔다. 노 수집가는 상당히 대단한 사람으로 고금해 통달해서 한 눈에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건 물론이고, 핵심은 이 수집가가 말발굽 금으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란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는 것이며, 말발굽 금 아래 조각된 글자도 북당 내무부 주조라고 들었다. 직접 본 게 아니고 전에 업계 사람에게 어깨너머로 들은 거라 우 회장도 정확히는 몰랐다.

“삼 선생님, 이거 좀 보세요. 제가 최근 모은 말발굽 금인데 아래쪽 글자 좀 보시라니까요!” 우 회장은 말발굽 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못 참겠는지 서재 벽에 걸려 있는 고서화를 보며 침을 다셨다. 한 뼘이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이 방에 있어서는 과장이 아니었다.

테이블 뒤에 앉은 삼 선생님은 홍안백발의 노인이었다. 우 회장은 볼 때마다 삼 선생님이 일부러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해서 늙어 보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얼굴이 자기보다 더 젊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삼 선생님은 말발굽 금을 뒤집어서 아래 써 있는 글씨가 ‘북당 내무부 주조’라는 것을 보고 살짝 동요했다. “어디서 난 거지?”

“어느 의사분이 가지고 있던 건데, 상대가 금 하나에 95억이나 요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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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5화

    우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잖아요, 우리 골동품 수집가들이 모르면 몰랐지, 좋은 걸 보고 나서 어떻게 단념합니까? 담뱃대가 있는데 조각이 아주 세밀하고 아름다운 게 그렇게 좋은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때 억지로라도 팔라고 못 한 게 아쉽습니다.”이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물건을 자기 수중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미련이 남았다.그래서 삼 선생님 댁을 나오면서 바로 원 교수에게 전화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 좀 하자고 했다.원 교수는 말발굽 금값을 비싸게 쳐 받았으나, 북당이 지금 역사에는 실존하지 않는 국가라는 사실에 줄곧 불안불안했다. 그런데 우 회장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하자니까, 상대가 산 걸 후회하는구나 싶어 얼마를 모아서 돌려줘야 하는지 계산했다.그 돈은 집 사는 데만 쓰였고, 원경주의 차는 자기 돈으로 샀다. 경릉이는 금값으로 사라고 했지만, 원경주가 부득부득 자기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집값만 모으면 우 회장에게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 집값으로 쓴 돈은 19억 정도였다.하지만 저축한 돈을 다 합쳐도 4~5억 정도 뿐이라 근심에 빠졌다.원 교수는 우 회장에게 날짜를 연기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갚겠다고 할 생각을 했다.방향이 서자 원 교수는 원경릉에게 우 회장의 초대 얘기를 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 말발굽 금에 대해 자기보다는 원경릉이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원 교수는 이번 일은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건을 팔 때도 우 회장을 속인 일이 없고 가격도 우 회장 본인이 제시했다. 따라서 우 회장이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 서서 원경릉을 불러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원경릉은 아빠가 고민하는 내용을 알아 차리고 웃으며 위로했다. “우 회장님은 후회돼서 물리시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더러 오라는 건 우리 손에 있는 다른 물건을 더 팔라는 게 틀림없을걸요.”“하지만 북당이란 왕조가 실지로 없었잖아.”“아빠, 북당은 실제로 존재해요. 비록 다른 세상이긴 하지만 시공간과 시

  • 명의 왕비   제 2816화

    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세 분은 제 선배님으로 말발굽 금도 다 저분들 겁니다.”“오, 이런! 제가 몰라뵀습니다!” 우 회장이 두 눈을 번뜩이며 얼른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그러자 셋이 미소를 지었는데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대문을 열고 우 회장은 그들을 안으로 데려갔다.대저택은 밖에서 보기엔 유럽식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식 인테리어로 둘러싸여 있었다. 문을 들어서니 바로 정원이 보였는데 정문 맞은 편에 있는 가림벽은 바깥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밖에서는 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가림벽은 금칠한 바탕에 붉은 용이 휘감아 돌며 구름과 안개를 몰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북당에서 이런 밝은 황금색과 붉은 용은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 백성들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세 노인도 이미 잘 알고 있어 놀라지는 않았다. 삼엄한 계급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조각 기술을 칭찬하고 나니 딱히 뭔가 느껴지는 건 없었다.가림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익숙한 설계 방식의 정원으로 가림벽 바로 뒤가 마당이였다. 마당으로 들어가면 본관, 본관 밖 동서 양쪽은 복도로 양쪽 어느 쪽에서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이런 인테리어 설계에 삼대 거두는 마치 북당으로 돌아온 것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다섯 사람이 우 회장을 따라 본관으로 들어서자 본관 배치도 북당과 같았다. 정좌의 맨 위 상석은 태사의고 좌우 양쪽 의자는 손님용이었다.좌우 상석 태사의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왼쪽 사람이 보기에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게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오른쪽 사람은 얼굴에서 붉은빛이 났고, 눈 밑에 주름과 백발을 제외하면 사실 그다지 노쇠해 보이지는 않았다.삼대 거두는 두 사람 중 특히 오른쪽 사람을 보고 약간 놀랐으나, 다행히 실례를 범할 정도는 아니었다.우 회장이 오른쪽 노인을 삼대 거두에게 소개 시켜 주었다. “이분께서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

  • 명의 왕비   제 2817화

    다른 사람이었다면 태상황은 담뱃대를 꺼내지 않았겠지만, 눈앞에 두 사람은 너무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으로는 경외감이 들어 태상황은 기꺼이 담뱃대를 내놨다.금룡 담뱃대가 삼 선생 앞에 놓이자 삼 선생은 보지 않고 우선 두 손으로 큰 선생님께 주었다. 큰 선생님은 받아 들고 자세히 보더니 삼 선생께 다시 전달해 주었다.삼 선생이 담뱃대를 받고 담뱃대에 새겨진 붉은 용을 보고 용 머리의 수염을 세 본 뒤 살짝 동요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태상황에게 물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주 재상이 얼른 무례하다고 꾸짖으려 했으나 삼 선생의 눈빛을 본 순간 무례하다는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태상황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삼 선생님 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문호?”그러자 태상황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눈동자도 굴리지 않고 삼 선생님을 보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마침내 벌어지고만 것이다. 막장 아침 드라마가 뇌리를 스쳤다.잠시 후 태상황이 벌게진 얼굴로 한마디 했다. “너…. 혹시 과인의 동생이냐?”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아바마마는 밖에서 여자 여럿을 데리고 놀다가 아들을 낳았는데 집에 감히 데리고 들어오지는 못하고 몰래 밖에 숨겨두었고, 그 아들은 어쩌다 이 시대로 오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가 아니면 아바마마와 이렇게 닮은 것과 자신의 이름을 아는 걸 설명할 길이 없었다.아침드라마 같은 무구한 상상 끝에 이젠 배다른 동생이 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태상황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이때 금룡 담뱃대가 공중으로 날아갔고, 삼 선생님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무엄하다!”소요공이 한 손으로 담뱃대를 받아 쥐고는 크게 노했다. “무엄하다!”그리고 곧 무시무시한 기세로 태상황 앞을 가로막아 서며 태상황을 단단히 보호했다.그 자리의 우 회장과 원경릉 부자는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래?’큰 선생님이 일어나 우

  • 명의 왕비   제 2818화

    삼 선생이 난감한 나머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십팔매, 비켜!”십팔매란 한 마디에 소요공은 놀라 나자빠지며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휘종제 어르신?”주 재상이 태상황의 팔을 움켜쥐고 눈을 가늘게 뜨고 삼 선생님과 큰 선생님을 자세히 보더니 재빨리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소신 건종 태자 전하, 휘종제 폐하를 뵙습니다!”주 재상의 말에 소요공과 태상황도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고개를 들어 당황한 와중에 힐끔 보니 삼 선생이 태상황을 노려보는 눈빛은 이미 상당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태상황은 이윽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 휘종제의 시체가 도난당해 모욕을 당한 사실은 태상황 평생에 가장 뼈아픈 일이자 지울 수 없는 불효였다. 그뒤로 태상황은 단 한 번도 휘종제 일을 언급한 적이 없었고 다들 입에 담지 않았지만, 태상황은 때때로 아바마마께서 자신을 꾸짖고 책임을 묻는 꿈을 꾸곤 했다. 태상황이 만년에 출정하며 겁이 났던 건 죽어서 아바마마를 뵐 면목이 없는 것이었다.그런데 사실은 아버지가 죽지 않았고 심지어 아직도 이렇게 팔팔하게 살아있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엄청난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태상황은 순간 예전부터 가슴을 내리 누르고 있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말할 수 없이 푸근했다. 역시 인생은 아직 겪을 게 많고 갈 곳은 아직 멀었다.소요공도 바닥에 쓰려져 엉엉 우는데 마치 90kg짜리 아가가 우는 것 같았다.주 재상도 뜨거운 눈물이 솟아나는 걸 참지 못하고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 ‘휘종제 어르신이 아직 살아계신 태상황은 행복하다. 시체가 모욕당한 일 따위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하고 싶은 수많은 말을 비록 가슴에만 담아두고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삼 선생님도 눈가가 촉촉해서 태상황의 머리를 때리며, “일어나, 일어나서 얘기해!”태상황이 점점 더 애처롭게 울었다. “소신이 불효해서 아바마마께서 아직 살아계신 줄 모르고 왕릉에….” 삼 선생이 태상황을 잡아 일으키자, 태

  • 명의 왕비   제 2819화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태상황이 손을 휘휘 저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지난 날을 회상했다. “당시 안풍 친왕이 저한테 그랬어요. 저를 황제로 등극시키는 건 조정의 모든 중신이 상의한 결과였다고, 상의에 참여한 조정 신하는 모두 80명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 하나 없이 전원이 지지했다고 했단 말입니다.”건종 태자와 휘종제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둘 다 당혹스러워했다. ‘당시에 그랬다고?’휘종제가 난감해하며 입을 열었다. “결정된 뒤 확실히 조정의 신하들을 부르긴 했지. 하지만 모든 조정 대신이 다 반대했어. 지지하는 자가 하나도 없었거든. 그러자 안풍 친왕이 신하들에게 한마디 했지. 우문호가 보위에 오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관직을 사임하고 돌아가 고구마나 심어 먹고 살아라, 대대손손 벼슬은 할 수 없다고 했더니 신하들이 전부 동의했지.”태상황이 안색이 확 변했다. 절대 생각도 못 한 일이였다. ‘그런 상황이었을 줄이야.’태상황은 이를 갈며 새로운 학문인 영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오 마이 갓!”당시 휘형이 돌아와서 그들에게 한 말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여섯째가 보위에 오르게 하는데 십팔매와 주 꼬맹이가 보조를 맞춰야 하고, 너희들 셋은 특출난 인재로 북당의 정치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할 운명이라며 장장 반 시진 동안이나 입에 침을 튀겼었다.그 말이 그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했고, 북당이 패권 대국이 되는데 자신들이 운명적으로 선택된 존재라고 느끼게 했다.태상황이 보위에 오른 뒤 북당은 온통 엉망진창이었고 전란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며 백성은 피폐했다. 가장 비참했던 건 바로 가난으로,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다.그 시기를 정말 힘들게 지났다. 사방이 곤경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때마다 휘형의 말을 떠올렸고, 모든 대신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세 사람을 버텨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진짜 말처럼 됐다. 그때 대충 명단에서 아무나 짚은 게 마침 우문호였을 뿐이지, 누구든 황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풍 친왕이 아마 다른 사

  • 명의 왕비   제 2820화

    자기가 생각하고도 화들짝 놀랐다. 이 일은 너무 이상하고 비상식적이다.하긴 자신이 겪어왔던 일에 비하면 이 정도가 뭐?태상황을 생각하니 기뻤다. ‘그 나이에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다니 얼마나 행복하겠어.’원 교수도 안심이 됐다. 여기 올 때 딸이 상대가 물건을 물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머릿속으로 환불금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가 말발굽 금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말발굽 금은 제 가치로 팔았다는 것이 증명되어 속인 게 아니라 안심이다.한참 뒤 문을 열고 소요공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가세요, 우린 내일 가도록 하겠습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죠?” 원경릉이 소요공의 붉어진 두 눈을 보고 묻자 소요공이 고개를 흔들었다. “있을 리가 없죠. 있다고 하면 경사죠. 태상황 폐하 입장에서는 이번에 온 최대 수확이 바로 이걸 겁니다!”이 말로 원경릉의 추측이 맞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거 잘됐네요. 우리 먼저 돌아갈게요. 잠시 계시다가 돌아오고 싶으시면 전화하세요, 제가 모시러 올 게요. 전화하실 줄 아시죠?”소요공이 안심하라는 듯 다정하게 말했다. “당연히 가능하지요, 전화를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가봐요, 어서. 주저하지 마시고!”“알았어요. 저희 갈게요!”원경릉이 얼른 안을 들여다보니 역시 태상황은 삼 선생님 곁에 앉아 계속 삼 선생님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원 교수와 같이 나오는데 우 회장이 어리둥절해하며 오늘 아마도 그에게 떨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같이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원경릉이 돌아가 주진을 찾아 지난 일을 물었다.주진도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가만있었다. “아마도 정말 하늘은 뜻이 있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나 봅니다!”주진이 이전 일을 들추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진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들추면 가슴이 몹시 아플 것이다.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지 않는 것 사이에서 현실과 미래 중에 버리기 힘든

  • 명의 왕비   제 2821화

    휘종제 대 저택 안에 군신과 부자는 여전히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중이었다.예전에 휘형이 그들을 데리고 상처를 치료하러 왔다는 말에 태상황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휘형은 나중에 어떻게 돌아갔어요?”휘종제가 말했다. “돌아가서 지켜보겠다고, 북당이 태평성대를 이루면 꼭 돌아오겠다고 했지.”태상황이 경건한 마음이 들어 숙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휘형은 북당을 위해 정말 혼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휘종제가 콧방귀를 뀌었다. “원래 돌아가기 싫었는데 장인이 돌아가라고 해서 간 거야. 안 돌아가면 아내를 아프리카에 수박 농사 보내고 부부는 10년에 8년은 떨어져 지내게 할 거라니까 방법이 있나, 돌아가야지.”태상황이 큰 결심한듯 이를 갈았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죠, 업보를 제대로 갚아주지 못했군요!”모두 깊이 공감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안풍 친왕 때문에 가슴이 철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소요공의 관심사는 평생 백성들과 다른 엉뚱한 부분일 것이다. 휘종제와 건종 태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던 소요공이 의문을 제기했다. “휘종제 어르신은 왜 건종 태자 폐하보다 이렇게 젊어 보이십니까?”휘종제 안색이 순간 미세하게 변하며 횡설수설했다. “이게…. 무예가 고강하면 신체가 보양 되는 것이 당연한 일로….” 건조에 태자가 건조하고 매정하게 한마디 했다. “쟨 보톡스 했어!”소요공이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보톡....스요?” ‘그 작업을 하면 영원히 청춘을 간직할 수 있는 건가?’주 재상이 소요공을 발로 툭 찼다. “보톡스. 네가 여기 지식이 없어서 그러는데, 미용 수술의 하나로 태자비 마마께서 과학 상식 설명할 때 얘기해 주셨어.”소요공이 공부가 젬병인 사람 특유의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얘기하셨다고? 난 못 들었는데...”주 재상이 신경 쓰지 않고 휘종제에게 물었다. “왜 보톡스를 하셨나요? 젊어 보이기 위해서요? 기왕 그러실 거면 머리는 왜 염색 안 하셨나요?”“두피가 예민해서 염색하면 머리에 계속 딱지가 앉거든!” 건종

  • 명의 왕비   제 2822화

    전화를 걸고 소요공이 말했다. “삼 선생님께서 태자비 마마를 좀 뵙자고 하십니다. 선물 챙겨오시는 거 잊지 마세요, 삼 선생님이 손위 어른이십니다.” 손을 꽉 쥐고 고개를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엄청난 비밀이 있어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엄청난 비밀입니다!”전화를 마치고 열띤 모습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모습이 흡사 늘 전화하던 사람처럼 경쾌했다!소요공은 속으론 좀 떨렸지만, 자신이 정말 이 세계에 융화된 느낌이 들었다.원경릉은 주진과 같이 있다가 소요공의 전화에 웃음을 터뜨리자 주진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소요공이 저더러 오래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엄청난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원경릉이 웃었다. 소위 날벼락 같은 거대 비밀이 뭔지 원경릉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그런데 소요공의 흥분한 말투를 듣고 있으려니 어찌나 웃기는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엄청난 비밀이죠. 누가 꿈이나 꿨겠어요? 북당의 건종 태자와 첫 번째 황제가 기꺼이 권력을 내려놓고 여기 와서 은거하고 있을 줄을? 사실, 휘종제 폐하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루지 못하는 일을 이뤘잖아요. 곤룡포를 몸에 둘렀다는 건 절대적인 권력을 지녔다는 말인데, 인간이 가장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바로 권력 아니겠어요. 휘종제 폐하는 정말 대단하세요!”원경릉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북당의 우문군과 안왕은 그 황위를 빼앗기 위해 목숨까지도 내걸지 않았던가? 하지만 휘종제는 반대로 황위에서 손을 뗐다. 내려놓겠다고 말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내려놨다. 얼마나 도량이 넓은가? 얼마나 담담하고 욕심이 없냔 말이다.선물을 사서 차를 몰고 저택으로 갔다. 정정당당하게 진짜 조상님을 알현하러 가는 것이다.그리고 휘종제는 증손주 며느리를 보자 기쁨에 겨워했는데 특히 아들 5명에 딸 하나를 낳았다는 말에 더할 나위 없이 놀라며 그 자리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좋아, 우리 우문 가문의 사람은 역시 달라. 태자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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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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