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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0화

이리 나리는 여자들을 잘 알았다.

‘여자들은 선물 몇 개 주고, 듣기 좋은 말로 아첨 몇 번 하면 바로 넘어오게 되어있어.’

왕부에 있는 동안 부상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상처가 많이 나아서 계획을 진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미색을 불러 초두취(梢頭醉)를 시켜 귀한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미색은 번쩍거리는 비단함을 들고 들어와 탁자 위에 놓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 유월검(流月劍)은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으니 그대로 선물로 드리면 되겠네요.”

“이 검은……” 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왜요? 태자비에게 주려니 아깝습니까?”

“이건 당숙이 내게 준 청망검인데…… 이 검을 값으로 따지자면 천금이 넘어! 근데 이걸 원경릉에게 주자니 참으로 아깝구나.”

“그럼 다른 걸 줘요.”

“다른 적당한 게 있느냐?”

미색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엔 없죠. 금 몇 상자와 무기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그럼 금을 주는 게……”

“에이, 선물인데 금을 주면 너무 속이 보이잖습니까?”

이리 나리는 원경릉을 남편과 아이 곁에서 떼어놓게 할 심산이었기에 그냥 유월검을 그녀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그냥 이 검을 주자.”

“맞다! 듣자 하니 왕부에서 우리 둘을 위해 오늘 밤 연회를 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밖이 아주 시끌벅적합니다.”

“정말로? 그거 잘 됐네! 안 그래도 이곳은 너무 지루했거든. 연회라면 좋은 술도 있겠지?”

“하인들이 옮기는 술을 보니 그리 질 좋은 술이 아니더라고요. 아니면 나리, 저장고에 있는 술을 꺼내는 건 어떠십니까? 하인들 보고 몇 개 나르라고 할까요?”

이리 나리는 연회가 열린다는 생각에 들떠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화려한 장식과 맛있는 음식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따분한 것은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늑대파의 규율이 있어 망정이지 늑대파가 없었으면 그는 방탕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는 비단함을 안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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