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아무도 없느냐? 손님들을 배웅해 드리거라!” 소요공은 우문호와 진정정에게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었다.“아닙니다!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우문호가 말했다. 우문호의 말은 묵살됐고, 두 사람은 소요공부의 하인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쫓겨나듯 나왔다. 그 둘은 소요공부의 대문이 굳게 닫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늙은이 성질 한 번 고약하네, 비위 맞춰주기 여간 힘든 게 아니야……’진정정은 근심이 가득 찬 우문호의 얼굴을 보고 걱정이 됐다. “이제 어쩌지?” “두 사람을 잘 아는 사람에게 두 사람의 관계가 왜 틀어졌는지 물어봐야지.” 우문호가 말했다.“그 사람이 누군데?”“수보, 아니면 태상황님이지. 근데 이런 사소한 일로 태상황님을 찾아가는 건 좀 그러니…… 일단은 재상께 물어봐야겠어.”진정정은 우문호의 말을 듣고 내심 기뻐했다. 그는 재상을 매우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재상은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재상에게 술을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재상은 바쁜지 술집으로 오지 않았다. 그는 이틀 연달아 재상에게 편지를 보냈고, 재상 쪽에서는 늘 바쁘다고 하며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이틀 내내 재상의 거절을 받은 우문호가 수심에 찬 얼굴로 왕부로 돌아오자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고,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내 생각엔 재상이 너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은데?” 원경릉이 말했다.“재상은 내 편이니까, 나와 머리를 맞대고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리를 해야 하는 거 아냐?”“아무리 네 편이라고 해도 재상은 주국공과 비슷한 연배잖아. 그런 재상이 대놓고 너와 만나면 주국공이 재상을 뭐라고 생각하겠어? 당연히 재상 입장에서는 주국공이 신경 쓰이지!”우문호는 이제야 주수보가 거절했는지 이해가 갔다.“그럼 이제 어떡해?” “술집으로 모시려고 말고, 네가 직접 주씨 집안으로 찾아가.”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맞다! 최근에 희상궁님께서 몸이
희상궁의 감기원경릉이 그 문제를 물어보려는 순간 사식이가 들어와 말을 멈췄다.사식이가 ”태자비마마, 희상궁이 저한테 가서 약 좀 가져 오래요.”“무슨 약?” 원경릉이 물었다.사식이가 “희상궁이 계속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려요, 희상궁 말이 언니 약은 효과가 빠르니 가서 가져오라고.”원경릉이 놀라며, “정말 아프셔?”사식이가 “누가 이런 걸로 거짓말 해요? 오늘 희상궁을 못 보셨죠? 아파서 그런 거예요.”“난 또 다른 일로 바쁘신 줄 알았지. 내가 가서 좀 볼 게.” 원경릉이 일어나 병풍 뒤에서 약상자를 꺼내 사식이, 만아와 같이 희상궁에게 갔다.희상궁은 방에서 침대에 모로 누워 쉬고 있는데 기침 소리가 들렸다.“어머나,” 원경릉을 보고 희상궁이 얼른 땅에 엎드리며, “어찌 태자비 마마께서 직접 오셨습니까?”원경릉이 희상궁을 부축하며, “됐어요, 희상궁은 누워요, 환자가.”희상궁이 웃으며 “괜찮아요, 무슨 대단한 병도 아니고 아마 이틀전에 옷이 젖었을 때 감기가 들었나 봅니다. 하여간 나이가 들면 쓸모 없다니 까요, 별 일 아닙니다.”원경릉이 희상궁의 손바닥과 이마를 만져보더니 꽤 뜨겁다. “열나네요, 콧물이랑 재채기 말고 또 어디가 불편해요?”“전신에 뼈마디가 쑤시고 오한이 들어요.” 희상궁이 말했다.원경릉이 체온을 재어보니 39도라서 “해열제를 지어드릴 게요, 우선 열부터 떨어뜨리도록 해요. 물 많이 드시고, 있다가 좁쌀 죽 끓여드리라고 할 테니 죽 드시고 약 드세요. 만약 그래도 불편하면 저한테 얘기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예, 태자비 마마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희상궁이 오히려 원경릉을 위로했다.원경릉이 희상궁에게 “희상궁, 오늘 태자 전하께서 주재상과 상의할 일이 있으니 오시라고 했는데 재상이 오지 않으셨거든요. 그래서 희상궁이 아프다고 하라고 제가 태자에게 귀띔했어요. 그런데 희상궁이 정말 아플 줄이야. 진짜 이 놈의 입이 방정이예요.”희상궁이 웃으며 “그게 태자비 마마와 무슨 상관이라고요? 나이가 많으면 아프기
주국공과 소요공은 왜 원수가 되었나?주재상은 우문호가 이걸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몸을 뒤로 젖히더니 손에 찻잔을 든 채 천천히 찻잔 뚜껑으로 차거품을 걷어내며 기억에 잠겼다. 웃음기 어린 입꼬리로 “이 일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저 웃어 넘길 수준이지만, 두 사람은 당시에 고집 센 풋내기여서 한 걸음도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결국 지금의 화해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우문호가 “그럼 도대체 어떤 일이었습니까? 듣기론 두 분이 절친이셨다고 하던데, 그 지경에 이르도록 싸운 게 작은 오해 때문일 수 있을까요?”주재상이, “당시 둘은 회안(淮安)에서 비적을 토벌했습니다. 사실 비적 토벌은 원래 주국공의 임무였지요. 그런데 마침 소요공이 그 일대를 지나다가 주국공을 찾아가서 술을 얻어 마시게 되었습니다. 비적토벌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 비적이 숨은 위치가 후미져서 공격이 쉽지 않았지요. 주국공은 산길을 막고 비적들의 군량을 끊어 독 안의 쥐를 만들겠다는 작전이었습니다. 두 사람 술자리에서 이 비적 토벌 건을 얘기하는데, 소요공이 듣기에 비적은 고작 이백 명 뿐으로 주국공의 오백명 군사가 공격은 하지 않고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마냥 기다리고 있으니 낭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요공은 술기운을 빌려 혼자 산에 올라가서 비적을 섬멸하겠다고 했지요, 주국공도 반쯤 취해서 칼을 빼 들고 소요공과 같이 갔습니다. 단 둘이 술기운에 산을 오른 거지요, 병졸 하나 없이 말입니다.”주재상이 여기까지 말하더니 잠시 멈추고 헤벌쭉하게 웃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정정 대장군이 주재상의 얘기를 듣고 상당히 놀라며, “당시 주국공과 소요공은 모두 대장 아니셨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무모하실 수가?”주재상이 “맞습니다, 그 때 두 사람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지요. 하지만 술과 놀이에 일생을 탕진하는 소요공은 용맹하고 무공이 강했으며, 책략이 뛰어난 주국공이 합류했으니 두 사람은 전장을 풍미했습니다. 비적을 토벌하던 그때 주국공은 소요공과
주국공 공략법우문호가 눈을 크게 뜨고, “주재상께선 언제부터 이렇게 말수가 많아 지졌습니까? 아주 수다쟁이가 되셨군요. 지금 모습이 재상이란 직분과 맞다고 느끼십니까?”주재상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국공이 아내를 목숨처럼 사랑한다는 건 들어 알고 계시지요? 그 부인이 3년전 병으로 쓰러졌습니다. 만약 태자비 마마께서 부인의 병을 낫게 하실 수만 있다면 전하께서 주국공을 손자로 대한다고 해도 그러겠다 할 판인데, 전하의 정치적 의견을 지지하는 건 일도 아니지요.”우문호가 이 얘기를 듣고, “주국공의 부인은 무슨 병입니까?”“모릅니다,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어의를 보내신 적이 있는데 낫게 하지 못하고 듣기론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우문호가 낙심해서, “병의 원인도 모르는데 원 선생에게 어떻게 치료해보라고 하겠습니까? 굳이 남의 집을 찾아가서 치료 못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사람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닙니까?”“그래도 해보는 수밖에요. 만약 치료를 못해서 사이가 나빠져도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없지 않습니까.” 주재상이 말했다.우문호가 생각해보더니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다. 이 일은 우선 원 선생과 상의해 봐야겠다.우문호는 눈늑대와 소요공 사부의 일이 생각나서 묻는 김에 “맞아요, 주재상, 소요공 사부 일 아십니까? 소요공께서 당신 사부님이 무슨 늑대족 사람이라며 우리 떡들에게 눈늑대 세 마리를 보내셨는데 정말 기이한 것이 심지어 주인도 알아본다고 하니 특별한 것이 도리어 걱정 됩니다.”주재상의 안색이 순식간에 공손해 지며, “알지요, 루신(落神)이지 않습니까, 그녀는 늑대족의 젊은 지도자로 그녀가 기른 눈늑대는 충성심이 지극해 주인을 지킵니다. 태자 전하께서는 마음 푹 놓으세요. 이건 큰 예물로 평생을 두고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원해도 구할 수 없는 거지요. 아마 태상황 폐하를 봐서 증손자들에게 주신 걸 겁니다.”“정말 입니까?” 우문호가 주재상의 이 말을 듣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주국공 부인의 병세주재상이 우문호의 반응을 보고 바보랑 말을 섞지 말아야지 마음 먹고 잔을 내려 놓더니 희상궁을 찾아 갔다.우문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진정정을 보고, “내가 잘못 말한 거야?”대장군은 보고 들은 식견이 넓고 대주에는 기인이나 이상한 일도 많은 관계로 조심스레 추측하길, “이 늑대족 젊은 지도자라는 게 사람임에 틀림없어.”“사람이 어떻게 늑대무리를 이끌 수 있지?” 우문호가 믿지 않았다.대장군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지, 어떤 지방에는 새를 부리는 술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거든.”“새를 부리는 술법? 그런 것도 있어?”대장군이 웃으며 “새를 부리는 술법은, 모든 새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새를 자신의 병마로 삼는 거야. 생각해 보니 아마도 이 늑대족 젊은 지도자도 같은 부류가 아닐까 싶어, 늑대족 젊은 지도자가 늑대 무리를 지배하니 늑대는 그의 병마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않으면 자신도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거든. 그들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그들은 신통력이 있어서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우문호가 놀라며, “그럼 만약 두 나라가 승부를 겨루면 그들은 늑대무리나 새들로 우리 병사들을 대적하거나, 심지어 큰 능력의 소유자가 국가간 전쟁에 참여하면 대적할 자가 없는 거 아닌가?”대장군이 손을 저으며, “아냐, 절대 그럴 리 없어, 큰 능력이 있으면 큰 제약이 따르는 법이니까.”“그건 금시초문인데.” 우문호가 상당히 흥미를 보이며, “그런 큰 능력자를 아는 거 아냐?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나한테도 꼭 소개해줘.”“한 두 명 알아, 소개하고 말고.” 대장군이 말했다.“약속했다!” 우문호가 즐겁게 말했다.우문호가 조어의를 찾아 가서 주국공 부인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 물었다.조어의가 “부인은 원판 대인께서 직접 치료하러 가셨던 건으로, 구체적으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소신이 대신 여쭤 볼 수 있습니다.”우문호가 “그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조어의가
주국공 부인이 석림?“원판은 뭐라고 진단했다고 하던가?” 원경릉이 물었다.조어의가 “석림(결석)이 분명하다고 판단해 원판은 기혈을 풀어주고 혈행을 돕는 처방을 내려 처음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저 진통처방에만 의존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공부인은 신장이 상당히 심각하게 손상되신 상태로 단순하게 진통처방을 써서도 안되는 것이 심장과 신장을 상하게 할 지 모르고 위에 열이 있고 음허(陰虛)한 상태라 더욱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석림은 사실 큰 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석림의 고통으로 죽기 일수지요. 원판 말로 노부인이 또 발병하셔서 오늘 아침 일찍부터 통증이 시작되어 아직도 좋아지지 않으셨다고 합니다.”원경릉이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석림은 신장 결석으로 아프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죽을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한방에도 신장 결석을 치료하는 처방이 많고, 현대 사람들 중에서도 한약을 복용해 결석의 돌을 빼내기도 하는데 어떻게 원판이 내린 처방이 소용없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석림이라고 진단을 했다고 하니 돌을 빼내는 처방을 써 봤다고 하던가?” 원경릉이 물었다.조어의가 “어찌 안 써봤겠습니까? 여러 번 써봤지요. 하지만 돌을 배출하는 처방은 환자가 뛰어올라서 돌이 떨어지게 하는 것인데 노부인이 연로하시니 어디 뛰실 수가 있나요? 이 처방약을 계속 복용하시면 배출이 위주라 양기가 상하게 되어 갈수록 약해지시지요. 듣기로 어제는 혈뇨를 보셨고 오늘은 배뇨를 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원판이 아침 일찍 갔으니 아마 지금쯤 돌아왔을 시각입니다.”“고작 석림이 그렇게 심각한가?” 원경릉이 의아해 했다.조어의가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눈이 커지며, “고작 석림이라니요, 태자비 마마, 석림이 큰 병인 것은 아십니까? 석림에 걸리면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합니다. 방금 소신이 아파서 죽고 싶다고 한 것은 고통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소립니다. 오죽하면 벽에 부딪혀 자진하려고 하겠습니까?”원경릉은 약간 놀랐다. 신장 결석은 한의학으로 치료 효과가 꽤 괜찮은데.원경릉
적위명과 원경릉주국공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문지기가 원경릉의 신분을 안 덕분에 들어가서 통보한데다 조어의를 데리고 가서 다소나마 환영을 받았다.주국공부에 들어서니 안은 고요하게 적막에 쌓여 있고 하인들도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걸어 정적만이 감돌았다.원경릉과 조어의가 본관으로 맞아들여 졌다. 본관엔 주씨 집안 사람들이 가득 있고 적위명과 부인도 있어서 원경릉을 보고 두 사람과 다른 사람이 일시에 일어나 예를 취했다.원경릉이 작은 소리로 일어서시라고 하고 좌중을 보니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보는데 아마도 원경릉이 무슨 꿍꿍이로 왔나 의심하는 듯 했다.이때 적위명이 “태자비 마마 자상하십니다, 이렇게 직접 병문안 오시 다니요, 이건 태자 전하의 마음이지요? 태자 전하는 참으로 마음씀씀이가 너르십니다.”적위명의 이 말은 비꼬는 말로 원경릉이 태자의 명을 받들고 와서 수작을 부린다는 뜻이다.그래서 적위명의 이 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그런 거군’ 하는 표정을 드러냈다.이상할 일도 아닌 게 지금 태자가 옹립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은데다 막 정치적 의견을 내고 여기저기서 지지를 끌어 모으는 중인데, 주국공에게 턱 막혔으니 와서 비위를 맞추는 것도 당연하다.자연히 그들이 원경릉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만한 게 마치 원경릉이 무슨 부탁이라도 하러 온 것 같다.원경릉은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알아챘다. 북당의 권력이 표면적으론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어 보이지만 실실적으로 그렇지 않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북당에는 내각이 있고 내각은 재상이 우두머리다. 이 내각이란 것은 장식이 아니라 황권을 억제해 균형을 잡는 기관으로 많은 국가 대사가 내각에서 상의가 이뤄진 후 황제에게 상소가 올라가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내각은 당연히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으며 황제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어떨 때는 황제가 뭔가를 할 때 대신들의 안색을 살피지 않을 수 없고, 태자는 말 할 것도 없다.주국공은 북당의 원로 대신으로 지금까지 군
거절당하는 원경릉적위명은 은근히 까인 것 같아 표정이 굳어졌으나 명성이 자자한 조정 대신이 어디 원경릉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괴롭힐 수 있을까?주씨 집안의 장자 주후덕(朱厚德)은 진통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얼른 나와 예를 표하며, “태자비 마마, 소신 주후덕으로 주씨 집안의 장자입니다. 태자비께서 어머님 병문안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진통제가 있으시다고요? 약효는 어떻습니까?”주후덕은 나이가 대략 오십이 넘었고 체격이 딱 벌어지게 생긴 게 후덕하다는 이름과 들어맞았다.원경릉이 주후덕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효는 있지만 부인의 상황을 봐야 합니다.”주후덕이 난감하다는 듯이 “그게…… 기왕 약을 가지고 오신 거면 소신에게 주시고 어떻게 복용하는지 알려주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어머님은 지금 병상에서 계시고 통증이 심하셔서 손님을 대하기 어렵습니다.”“하지만 부인을 뵙지 않으면 제가 복용량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원경릉이 말했다.이때 비단 옷을 입은 부인이 일어섰는데, 나이는 대략 오십 전후에 생긴 것이 적위명의 부인과 닮은 것으로 보아 부인의 자매임이 분명했다.그녀가 원경릉에게 나와 예를 취하고, “주씨 태자비를 뵙습니다, 우선 어머님께 관심을 쏟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의술에 정통 하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와 주시니 어머니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아버지께서 지금 어머님 곁을 지키고 계시며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십니다. 말씀드렸다가 성질이라도 부리시면 태자비 마마께 죄를 짓게 되니 정말 마음이 있으시면 약을 주시고 효과가 있으면 제가 반드시 찾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원경릉은 그녀가 자신을 ‘주씨’라 칭하는 것을 듣고 틀림없이 주국공의 딸이며, 다른 사람들을 다시 보니 대부분 아들이나 손자 뻘인데 들어가지 못하고 다들 여기 있는 것이 주국공이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구나 싶다. 곧 준비해온 진통제와 위장약을 꺼내 “이 두 알 중 한 알은 위장약이고 한 알은 진통제입니다. 위장약은 공복에 드시고 복용하신 후 조금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