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빈은 그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더니 손을 들어 관위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고 펑 소리를 낸 이 공격은 번개와도 같아 관위는 반응하기도 전에 가슴을 맞았고 따라서 거센 기운이 순식간에 체내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관위는 풉하고 시뻘건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나 곁에 있던 테이블과 의자가 부서졌고 바닥에 쓰러져서는 가슴을 움켜쥐고 입에서는 왈칵왈칵 피를 쏟아냈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관위는 너무 놀라 벌게진 얼굴로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실력을 갖춘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고 서강빈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송주, 서강빈.”이때, 의자에 앉아있던 강백호의 안색도 엄청 어두워져서는 바닥에 쓰러진 관위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두창아, 저 자식을 잡아!”“네, 맹주님!”나머지 삐쩍 마른 남자는 검은색 비단옷 차림이었고 도도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야, 경고하는데 이쯤에서 순순히 항복해. 그렇지 않으면 정말 비참하게 죽을 거야.”“그래? 그럼 어디 한번 실력을 보여줘 봐.”서강빈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고 두창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기를 모으기 시작하여 온몸의 근육이 신속하게 부풀어 올랐다.“강기공?”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고 상대는 경멸하듯 웃으며 말했다.“네 놈이 어디서 본 건 있나 보네. 하지만 틀렸어, 이건 강기공이 아니야!”말을 마친 두창은 들소처럼 돌진하여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서강빈은 신속하게 손으로 막았지만 띵 하는 소리가 나며 서강빈은 주먹이 강철에 부딪힌 듯 낭랑한 쇳소리를 냈고 거대한 힘으로 하여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났다.“금강공?”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빠르게 숨겨진 상대의 무도 술수를 알아챘다. 바로 소림사의 금강공이라는 기술인데 강기공보다 훨씬 강한 공격이었고 이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과 맞붙으면 강철에 대고 공격하는 것과 같이 끄떡없었다.“재밌네, 보아하니 너도 보통은 아닌 것 같구나. 소림사의 금강공까지 알아보다니.”두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고 다부진 몸
강천호의 분노 섞인 호통이 울려 퍼지자 강성 무사 연맹 본부 건물 안팎으로부터 신속하게 수백 명의 구성원이 달려 들어왔고 순식간에 문 앞에 있는 평지를 꽉 채워 사람이 빼곡히 들어섰다.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의자에 있는 강백호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강 맹주님, 지금 저를 공격하려는 것입니까?”“흥!”강백호는 차갑게 콧방귀를 끼고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망할 놈! 우리 강성 무사 연맹은 아무 사람이나 들어와서 함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네가 어떤 신분,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야!”“얘들아, 저 자식을 잡아! 사지를 부러뜨리고 본부 건물에 걸어놔서 사람들한테 보여줘. 감히 강성 무사 연맹을 건드린 사람의 말로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네!”문밖에서는 수백 명의 강성 무사 연맹의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사나운 모습으로 기합을 지르면서 서강빈을 향해 돌진해왔고 서강빈은 눈빛이 변하더니 신속하게 잔상으로 변해 그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펑펑펑!얼마 지나지 않은 사이에 벌써 수십 명이 쓰러졌고 모두 손발을 움켜잡고 쓰러진 채 신음을 냈다. 이 강성 무사 연맹의 구성원들은 서강빈의 눈에는 모두 감초와 같아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중당 의자에 앉아있던 강백호는 문밖에서 거침없이 쓸어버리는 서강빈을 보면서 미간을 찡그리더니 손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내리치며 호통쳤다.“이 자식아, 내가 직접 너를 상대해주지!”말을 마친 강백호의 형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문밖으로 돌진해서 서강빈의 등을 향해 흑호도심이라는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서강빈은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뒤돌아 주먹을 휘둘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힘으로 인해 강백호가 뒤로 몇 걸음 물러났지만 서강빈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제자리에 서 있었다. 강백호는 팔뚝이 아직 살살 저렸고 놀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믿기지 않는 듯 서강빈을 쳐다보며 소리쳤다.“이놈, 네 스승이 누구야?”“당신이 무슨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자식은 9대 종가의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강백호의 안색은 크게 변하였다.“어떻게, 강 맹주님의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됩니까? 이 강성 무사 연맹의 맹주 자리를 저한테 물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고 이 말을 들은 강백호는 크게 분노하여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 너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보아하니 오늘 너는 죽을 수밖에 없는 목숨이구나!”강백호는 말을 마치고 다시 기운을 모아 서강빈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고 이번에 서강빈은 봐주지 않았다. 공격이 세 번도 채 되지 않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강백호는 가슴에 주먹을 맞았고 몸 전체가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7, 8미터 곤두박질하고 나서야 멈추었다. 강백호는 풉하고 시뻘건 피를 울컥 토해냈다.“맹주님!”강성 무사 연맹의 무사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들 누구도 강성 무도계의 꼭짓점에 있는 강 맹주가 보잘것없는 어린 녀석한테 맞아 피를 토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맹주님!”두창이 빠르게 달려와서 강백호를 일으켰고 강백호는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고 가슴의 혈기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서강빈을 보며 물었다.“너 도대체 누구야?”“말했잖아요, 제가 누군지 중요한가요? 오늘 여기로 온 이유는 그저 강 맹주님께 작은 경고를 하고 싶었는데 강 맹주님이 계속 기세로 사람을 내리누르려고 하니 어쩔수 없이 저도 손을 썼습니다.”서강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는데 겁먹은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미친놈! 방금 네가 기습공격을 했다고 내가 너를 무서워한 줄 알아?”강백호가 호통쳤고 방금까지도 강백호가 서강빈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해 가슴을 졸이고 있던 강성 무사 연맹의 무사들은 이 말을 듣자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기습공격이었네!”“맹주님이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이 자식이 감히 맹주님한테 기습공격을 하다니, 비겁해!”사
강백호는 서강빈의 발밑에 밟혀서 얼굴 절반이 망가졌고 살이 짓이겨져 피로 얼룩졌다.“너, 네가 감히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다니? 내가 이 강성에서의 지위와 실력을 몰라?”강백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낮게 으르렁거렸고 이로써 서강빈에게 겁을 주려고 했지만, 서강빈은 태연한 기색으로 밟혀있는 강백호를 내려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강 맹주님, 보아하니 아직 자신의 처지를 잘 모르는 것 같네요.”“내가 물은 것은 살고 싶은지 죽고 싶은지 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강백호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는 서강빈의 몸에서 넘실대는 살기를 느끼게 되었다.“너, 너, 너 정말 나를 죽이려고? 나는 강성 무사 연맹의 맹주야!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너 이 강성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강백호는 이렇게 호통쳤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감히 나를 정말 죽이지는 않겠지?’“보아하니 강 맹주님은 죽고 싶은 모양입니다.”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했고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 말을 마친 서강빈은 발에 힘을 세게 주어 밟혀있는 강백호는 비명을 질렀다.“아악, 그만, 그만... 살고 싶어, 나는 살고 싶어...”강백호는 이렇게 소리를 질렀고 이 순간에야 그는 상대가 정말 자신을 죽일 배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강빈이 발을 살짝 들자 방금까지 강백호의 머리에 있던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느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럼 우리 조건을 협상합시다.”서강빈은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말했지만, 그 웃음은 강백호의 눈에서는 악마가 따로 없었다. 그는 서른도 안 된 청년이 이 정도로 대단한 실력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무조건 어느 대종의 핵심인물로 되는 제자이거나 심지어는 소종주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강백호는 그가 어떻게 돼서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조건... 무슨 조건?”강백호는 떠보듯 물었고 서강빈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오늘부터 강성 무사
강백호는 이 말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리며 소름이 끼쳤고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아닙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오늘부터 선생님은 강성 무사 연맹의 가려진 실세이십니다. 나 강백호는 선생님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서강빈은 코웃음을 짓고는 바로 뒤돌아 떠났고 서강빈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강백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얼른 명령했다.“빨리, 당장 노 신의를 모셔와!”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가 지긋한 노인인 약상자를 들고 강성 무사 연맹으로 왔고 홀에서 강백호의 외상은 이미 치료가 끝났다.“노 신의, 빨리 한번 봐줘. 내 가슴에 은침이 몇 개 꽂혔어. 빨리 좀 꺼내줘.”강백호는 긴장하여 다급하게 말했고 백발을 한 노 신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백호의 가슴 부위를 살펴봤다. 은침들이 박힌 위치를 파악했을 때 노 신의의 안색은 바로 크게 변하여 질겁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이건... 구귀탈명 침술입니다!”말을 마친 노 신의는 얼른 공수하며 강백호에게 말했다.“강 맹주님, 제 무능함을 용서해주십시오. 이 침들은 꺼내면 안 됩니다.”“왜?!”강백호는 낯빛이 어두워져서 물었고 노 신의는 다급하게 설명했다.“강 맹주님, 이건 구귀탈명 침술입니다. 만약 외부인이 강제적으로 아무 침 하나라도 꺼내는 날에는 강 맹주님께서는 온몸의 경맥이 터져서 사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 침술은 오랫동안 전파되지 않은 비밀 술수이고 침을 놓은 사람만이 풀 수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강백호는 낯빛이 어두워져서는 참담한 얼굴로 말했다.“망했다...”잠시 후, 노 신의를 보내고 강백호는 의자에 앉아있었고 곁에는 이미 상처 치료를 끝낸 관위와 두창이 양옆에 서 있었다.“맹주님, 아니면 저희가 청성문의 사람들한테 연락하여 그 자식을 잡아달라고 할까요?”관위가 제안했고 강백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두창도 맞장구를 쳤다.“맹주님, 설마 평생 그 자식한테 굽신거리고 그 자식에게 잡혀서 살 생각입니까?”“너희들이 말해봐, 이제
서강빈과 권효정은 만물상점으로 돌아왔다. 서강빈은 자신이 놓고 갔던 장생단이 아직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상한 할아버지가 아직도 안 돌아온 거야?’“왜 그래요?”권효정이 가까이 오면서 물었고 서강빈은 웃어 보이고는 장생단을 서랍에 넣으면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뭐 먹고 싶어요?”“국수해주세요. 먹고 싶어요.”권효정이 히히 웃으며 말하자 서강빈이 대답했다.“좋아요. 내가 만들어줄게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주방으로 가서 간장 달걀 국수를 두 그릇 만들었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주방을 나오는 국수를 보면서 식욕이 돈 권효정은 일찌감치 식탁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다리고 있었다.“와, 진짜 맛있어요.”권효정은 한 입 먹고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서강빈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국수를 얼마 동안이나 못 먹은 거예요?”“강빈 씨가 만든 국수인데 당연히 맛있죠.”권효정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자 서강빈은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먹는 데 집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 앞에는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송해인은 만물상점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빠르게 문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서강빈과 권효정이 연애질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서강빈은 흠칫하고 권효정이 자신한테 뻗은 젓가락을 밀쳐내고는 눈썹을 치켜들고 문 앞에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왜 왔어?”송해인은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아주 단아하고 세련됐고 예쁜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말했다. “네가 죽었는지 보러왔지.”삐딱하게 말이 나왔지만, 어쩔수 없는 게 들어오자마자 연애질하는 두 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이혼한 아내로서 송해인의 마음은 당연히 괜찮지 않았다. 서강빈은 낯빛이 변하여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으며 물었다.“나 왜 찾아왔어?”“어떻게 강성을 떠난 거야?”송해인이 묻자 서강빈은 눈썹을 치켜들고 대답했다.“그냥 그렇게 떠났지.
요란한 엔진소리에는 서강빈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고 서강빈은 주방에서 나와 식탁에 놓인 청첩장을 한번 보았다. 권효정은 그 청첩장을 쥐어 서강빈에게 건네주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갈 거예요?”서강빈은 고개를 들어 문을 한번 보고 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네, 간다고 약속했거든요.”“좋아요.”권효정은 웃어 보이며 국수를 다 먹고는 일어서서 말했다.“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저녁에 다시 강빈 씨를 만나러 올게요.”“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권효정이 떠나자 만물상점은 한순간에 조용해졌고 아주 썰렁했다. 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는 강성에서 낙찰했던 야생 산삼을 생각했다.“내 몸에 있는 화한독을 억누를 수 있는지 시도해봐야겠어.”서강빈은 이렇게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뒷방으로 들어가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채 야생 산삼을 정제하기 시작했다.전체 과정은 복잡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체내의 영기를 끌어내서 야생 산삼을 감싸는 것으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약의 성질을 정제하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유광이 한줄기씩 야생 산삼에서 흘러나와 서강빈의 경맥을 따라 그의 체내에 들어갔다. 이 과정은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이 사이에 여러 개의 강성 차량이 송주로 향해 오고 있었다. 연규진은 먼저 송주에서 호텔을 예약한 뒤 작당 모의를 하기 시작했다.“도련님, 권씨 가문의 그 아가씨를 납치하여 협박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때가 되면 그 자식은 무조건 속수무책일 거라 장담합니다.”부하 한 명이 제의했고 연규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부하의 머리를 소리 나게 내리치며 소리쳤다.“너 미쳤어? 천주 권씨 가문의 따님이야! 그 사람을 납치하겠다고? 내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부하는 얼른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서 서러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도련님, 그렇다면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연규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벽에 기대서서 분위기를 잡는 중년의 장발 남자를 보았다. 이 남자는 검은 색 티를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어깨를 넘어가고
한편, 송주에서 제일 크고 제일 화려한 호텔 안에서는 수백 개의 테이블이 세팅되어있었다. 오늘 밤은 제우 그룹의 대표 진기준과 비오 그룹의 대표 송해인의 결혼식이었고 송주 절반의 유명인사들이 초대되었다.현장은 아주 왁자지껄했다.진기준도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문 앞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각 명문가의 가주와 기업의 총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잠시 후, 진기준은 한쪽으로 빠져 부하에게 물었다.“해인이는?”“해인 씨는 아직 위층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중입니다.”부하가 대답하자 진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위층으로 올라가 메이크업 룸의 문을 여는 순간,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을 보고 넋이 나갔다. 너무 예뻤다. 이야말로 경국지색의 미인이었다.“해인아, 너 정말 너무 예뻐.”진기준은 감격한 눈빛으로 탐욕스럽게 송해인을 바라보았고 송해인은 담담하게 웃고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무엇 때문인지 그녀의 기분이 처져있었다. 특히 거울 속의 자신을 볼 때면 머릿속에 3년 전 서강빈과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재생되었다.그때,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하고 기뻐했었다. 그때는 서강빈이 바로 그녀 마음속의 빛이었고 그녀의 전부였다.하지만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게 변해 있었고 서강빈은 이토록 보잘것없고, 타락해있었다.“무슨 생각해?”진기준이 다가와서 두 손을 송해인의 새하얗고 부드러운 어깨에 올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코끝에는 송해인의 은은한 향기가 맴돌았다. 오늘 밤이면 이 여자는 자신의 소유가 된다는 생각에 진기준은 몹시 흥분하여 온몸에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송해인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거울 속의 자신과 진기준을 보면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좀 피곤해서 그래.”“괜찮아, 이제 결혼식이 끝나면 우리 함께 해외로 한동안 여행을 가자.”진기준이 웃으며 말했고 송해인도 살짝 웃음을 띠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하인 한 명이 들어와서 말했다.“진 대표님, 아래에 고씨 가문의 고 씨 어르신이 오셨습니다.”“뭐라고? 고 씨 어르신이?”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