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멤버십 카드? 왜 그래,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 우리 범소각에 오는 사람 중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을 빼고는 들어오려면 다 멤버십 카드가 필요하잖아.”“사장님, 그게 아니라 그 카드는... 진 회장님의 카드입니다.”여비서가 다급하게 말했다.쿵!중년 남자는 순식간에 머리가 터지는 듯한 느낌에 몸을 일으켜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물었다.“뭐라고? 진 회장님의 카드라고? 진 회장님이 오셨어?”“진 회장님이 아니라 한 젊은이입니다...”여비서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고 중년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한 젊은이라고?”중년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찾아서 전화를 걸고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진 회장님.”“응? 조한아, 왜 갑자기 전화했어?”전화 맞은편에서는 진천호가 한약을 먹고 있었다.유조한은 얼른 웃음을 띠고 말했다.“진 회장님, 아까 어떤 사람이 범소각에서 멤버십 카드를 만들었습니다.”“고작 이런 일로 나한테 전화를 할 게 되나?”진천호가 불만스럽게 말하자 유조한이 얼른 해명했다.“아닙니다, 진 회장님. 그 사람이 내민 카드는 진 회장님의 진씨 가문 로얄 카드입니다...”“로얄 카드?”진천호는 멈칫하더니 벌떡 일어서서 뭐가 생각난 듯 정중하게 말했다.“조한아, 그 사람은 나 진천호의 생명 은인이고 우리 진씨 가문의 귀인이야! 반드시 제대로 모셔야 해! 그분이 범소각에서의 모든 소비는 내가 책임질 거야. 만약 그분이 범소각을 가지고 싶다고 하더라도 당장 명의 이전해줘야 해, 알겠어?”유조한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떨더니 얼른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진 회장님 말대로 하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난 유조한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다시 내뱉었다.'진 회장님 생명의 은인? 범소각을 달라고 해도 줘야 한다고? 큰일이다, 큰일이야!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빨리 나랑 내려가서 우리 범소각이 개장한 이래 최고로 존귀한 손님을 맞이하자!”유조한이 흥분하여 말하고는 빠르게
두 경호원은 유조한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장님, 어쩐 일로 내려오셨습니까?”주먹이 다친 경호원이 얼른 허리를 숙여 이렇게 물으면서 동시에 사납게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사장님, 이 자식이 저희 범소각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당장 이 자식을 혼내겠습니다.”말을 마친 경호원이 사나운 얼굴을 하고 서강빈을 향해 걸어갔다.하지만 이때 유조한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들어서는 그 경호원의 뺨을 내리쳐 그는 바닥에 나뒹굴었다.“사장님, 저는 왜 때리시는 겁니까?”경호원이 놀라 얼굴을 움켜쥐고 물었고 유조한은 그를 노려보면서 호통쳤다.“어디서 감히! 이분이 누군지 알아?”“얼굴만 반반한 기생오라비 같은 놈 아닙니까.”경호원이 이렇게 소리치자 유조한은 화를 냈다.“기생오라비? 이분은 우리 범소각에서 제일 존귀한 손님이시다!”말을 마친 유조한은 두 경호원의 놀란 얼굴을 뒤로하고 빠르게 서강빈의 앞으로 가서 굽신거리며 말했다.“서강빈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범소각의 사장입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문지기 둘이 서강빈 씨의 심기를 무척 불편하게 했죠, 여기서 제가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유조한은 말하면서 허리를 숙였고 이 광경을 본 두 경호원은 깜짝 놀랐다.‘유 사장님이 이 자식한테 사과해?’보아하니 정말 귀빈인 모양이다...서강빈도 미간을 찌푸리고 권효정과 눈이 마주쳤다.“저희가 안면이 있었나요?”서강빈이 의아해서 묻자 유조한이 얼른 웃어 보이며 말했다.“서강빈 씨, 방금 멤버십 카드를 충전하셨죠?”“네, 맞습니다.”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조한이 계속하여 말했다.“서강빈 씨께서는 진 회장님의 로얄 카드를 사용하셨죠?”서강빈은 이 말을 듣자 영문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범소각이 진 회장님과 연관이 있나요?”“서강빈 씨는 잘 모르시겠지만, 이 범소각은 진 회장님의 사업장 중 하나이고 저는 그저 바지사장일 뿐입니다. 방금 진 회장님과 통화를 마쳤는데 진 회장
서강빈은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한 눈빛으로 떠나가는 두 경호원을 바라보았다.그는 두 경호원이 당장에서 떠나지 않고 어두운 곳에 서서 무언가를 상의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에 대해서 서강빈은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이윽고 서강빈과 권효정은 유조한을 따라 범소각으로 들어갔고 유조한은 다른 일이 있었기에 서강빈과 권효정의 곁에 계속 머물 수 없어 두 사람도 임의로 자리나 찾아서 앉았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연규진은 선글라스를 낀 그 여자를 데리고 또 서강빈의 앞에 나타났다.“너희들 어떻게 들어왔어?”연규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무척 불만스럽게 물었다.“너랑 상관있어?”서강빈은 차갑게 대답했다. 연규진과 같은 재벌 망나니에 대해서 서강빈은 1도 흥미가 없었다.“X발!”연규진은 욕을 한마디 퍼붓고는 서강빈과 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앞에 앉았다. 다만 그는 불쑥불쑥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향해 위협적인 손짓과 행동을 했는데 서강빈은 그 모습을 보며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그는 주위를 몇 번 둘러봤는데 범소각 안에는 무사가 많았고 일부는 실력이 꽤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경매는 빠르게 시작되었다.붉은색 치파오를 입은 여자 진행자가 무대에 올라서자 현장은 신속하게 조용해졌다.“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저녁 진행될 경매에서는 저희가 좋은 물건들을 여러분께 준비하였습니다. 멀리서 방문하신 손님들께서도 반드시 원하는 물건을 낙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진행자가 이렇게 얘기를 하자 박수 소리가 쏟아져나오며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범소각에서 경매하는 물품은 약재뿐만 아니라 보석, 골동품, 금은 장신구 및 희귀한 소장품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나온 경매품이 바로 조선 시대의 도자기인데 2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두 번째 경매품은 오래된 서예작품인데 황희 선생의 친필이어서 6억 가까이 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서강빈은 이런 것들에 대해 흥미가 없었고 그저 자신이 필요한 약재가 있을지 운을 시험해보기로 했다.“마음에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팻말을 들고는 말했다.“22억이요!”연규진은 안색이 변하더니 차갑게 말했다.“30억!”말을 마치고 그는 서강빈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계속하여 도발하였다.“야,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나하고만 값을 불러봐! 네가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는지 한번 봐야겠어!”“40억!”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계속하여 팻말을 들고 가격을 올렸다.이 광경을 본 현장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고 10억짜리 옥의 가격이 순식간에 40억까지 치솟았다.‘이 사람은 어디서 온 벼락부자지?’연규진도 미간을 찌푸리고는 무척 불만인 모습이었다.‘이 자식이 미쳤나! 값을 단번에 10억이나 올리다니...’“젠장! 너 이 자식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지?”연규진이 화를 내자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대체 지금 시비를 거는 사람이 누군데? 규진 씨가 정 불쾌하다면 가격을 더 부르면 될 것을.”“이런 젠장!”연규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바로 팻말을 들어 소리쳤다.“60억!”“70억.”서강빈이 덤덤하게 말했다.헉!현장에서는 여전히 쥐죽은 듯 조용했다.한 번에 1억씩 값을 부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된 게 10억 단위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가...거기다가 연규진인데, 연 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말이다. 이 강성에서 그 누구도 감히 연 씨 가문의 사람들과 적대시하지 못한다.“저 자식은 어디서 왔길래 감히 연 씨 가문 둘째 도련님과 저울질을 하고 있어.”“몰라, 보아하니 낯선 얼굴인 게 강성 사람이 아닌 것 같아.”“두고 봐, 연 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화를 돋웠으니 저 자식은 이 범소각을 살아서 나갈 수는 없을 거야.”사람들은 수군거리면서 서강빈을 불쌍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연규진도 화가 단단히 났다. 오늘은 근래 기분이 최악으로 곤두박질치는 하루였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놈이길래 이렇게 사사건건마다 자신과 부딪히는가 말이다.“90억!”연규진은 이렇게 소리치며 서강빈을 노려봤다.
무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는데 하이라이트라고 내놓은 경매품이 너무 별 볼 것 없다는 의미였다.하지만 쭉 가만히 앉아 있던 서강빈이 이때 눈에 빛을 내면서 그 야생 산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 속 연규진의 곁에 앉아서는 별로 말이 없었던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이때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흥분하면서 선글라스를 벗고는 자신의 아리따운 용모를 드러냈다.“규진 씨, 저 야생 산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낙찰해줘요!”여자가 차갑게 말하자 연규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대답했다.“희진 씨, 확실해요? 그냥 야생 산삼이잖아요? 우리 집에 차고 넘치는데 갖고 싶으면 바로 사람을 시켜서 몇 트럭이라도 줄 수 있어요.”여자는 차갑게 연규진을 흘겨보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당신이 뭘 알아요? 저 야생 산삼은 적어도 500년이 된 거예요. 야생 산삼 중에서도 특급이라고요!”“뭐라고요? 특급 야생 산삼이라고요? 500년이요?”연규진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규진이 아직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 등 뒤 멀지 않는 곳에 앉아 있던 서강빈은 이미 팻말을 들고 가격을 불렀다.“200억!”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소란을 멈추고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시선은 서강빈을 향했다. 앞줄에 있던 연규진과 선글라스를 벗은 여자도 그를 쳐다보았다.“저 사람이 역시 물건을 볼 줄 아네요.”유씨 성을 가진 그 여자가 차갑게 말했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지금 수군거리고 있었다.“또 저 자식이야? 미친 거지?”“바로 200억을 부른다고? 고작 야생 산삼을 하나 사려고?”“저 자식은 약재를 잘 모르는 것 같네!”많은 사람이 의아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고 그가 단지 주의를 끌려고 저런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는 사장님이고 자금도 두둑하지만 200억을 들여서 야생 산삼 하나를 살 만큼 호구는 아니다.“300억!”연규진이 갑자기 팻말을 들고 외치자 사람들은 더 깜짝 놀랐다.“규진 도련님도 가격을 불렀어?
서강빈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놀랐다.남령 유씨 가문인데! 옛 4대 무가에 속한 가문이란 말이다.이 자식이 감히 유씨 가문의 아가씨한테 이렇게 무례한 말을 하다니? 이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다!과연 서강빈의 말을 들은 후, 유희진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는데 예쁜 미간에도 한기가 서렸다.“저기요, 저희 남령 유씨 가문이 뭘 의미하는지 아직 모르는 눈치인데 잘 알아보거나 다른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보는 것을 권해요. 저희 유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대가는 아주 엄중할 거예요.”유희진은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고 아주 불쾌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감히 이렇게 유씨 가문과 시비를 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경매 행사라면 당연히 값을 더 비싸게 부르는 사람이 낙찰하는 거잖아요. 남령 유씨 가문에서는 자신들의 권력으로 사람을 괴롭히려는 것입니까?”유희진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급격히 나빠졌다. 곁에 있는 연규진은 분노하여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꾸짖었다.“야! 내가 경고하는데 너 자리를 잘 봐. 여기는 강성이야! 몸을 사려, 아니면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규진 씨의 경고는 고마운데, 이 야생 산삼을 나도 무조건 써야 할 곳이 있어서 미안하지만 공평하게 경쟁을 해야겠어.”서강빈은 태연하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는 연규진과 유희진의 출신을 알고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이 행동은 연규진의 화를 머리끝까지 돋워 그는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서강빈을 향해 협박했다.“좋아, 이 자식아. 네가 오늘, 이 야생 산삼을 가지고 무사히 강성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랄게.”유희진의 낯빛도 아주 굳어져서는 서강빈을 몇 번 훑어보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강빈 씨, 괜찮겠어요? 남령 유씨 가문, 옛 4대 무가에 속하는 가문이에요.”권효정은 살짝 걱정되어 물었다. 정말 어쩔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녀는 할아버지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으며 두 손을 머
“그래? 그럼 기다릴게.”서강빈은 굴하지 않고 웃어 보였고 연규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소리쳤다.“칼이 목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 부디 살아서 강성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랄게!”서강빈은 연규진과 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권효정과 함께 돈을 지급하고 물건을 가지러 무대 뒤로 갔다.떠나는 서강빈과 권효정을 보면서 연규진은 화 때문에 얼굴이 굳어서는 이를 갈며 말했다.“젠장! 저 자식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규진 씨, 저는 오늘 밤에 저 야생 산삼을 꼭 가져야 하니까 알아서 처리하세요.”유희진은 차갑게 말하고 나서 선글라스를 끼고는 범소각을 떠났고 연규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번호 하나에다 전화를 걸고 차갑게 말했다.“노철공을 불러와. 뭐하냐고? 사람 죽이려고!”연규진은 화를 내며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다급하게 앞에서 가고 있는 유희진을 따라잡았다.한편, 서강빈과 권효정은 물건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진행자가 다가오더니 야생 산삼을 서강빈에게 건네주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서강빈 씨, 방금 저희 유 사장님께서 얘기하시길 오늘 밤의 소비는 모두 범소각에서 부담한다고 합니다. 이 야생 산삼은 서강빈 씨한테 드리는 선물입니다.”“저한테 선물한다고요?”서강빈은 조금 놀랐다가 영문을 알아차렸다. 아마도 진천호의 뜻일 것이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야생 산삼을 받아들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유 사장님께 고맙다고 전해주세요.”말을 마치고 서강빈은 권효정과 함께 범소각을 떠났다. 문을 나서는 순간, 사방에서 느껴지는 그윽한 여기는 서강빈을 웃음 짓게 했다.“강성, 정말 수행하기 좋은 곳이로구나.”서강빈이 감탄했다.“저희 갑시다.”서강빈의 말에 권효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범소각을 떠나 얼마 가지 못했는데 갑자기 봉고차 몇 대가 나타나더니 서강빈과 권효정의 앞에 서서 길을 막았다.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는 권효정을 자신의 뒤에 숨게 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앞에 있는 봉고차
그 경호원의 꾸짖음과 협박을 들으면서도 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내놓지 않겠다면?”“그럼 가 죽어!”그 경호원은 사납게 소리치고는 비수를 제대로 잡고 서강빈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상대의 비수가 날아오는 순간에 손을 들어 상대의 칼날을 잡았다.그리고는 상대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서강빈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비수를 두 동강 내버렸다.“너!”그 경호원은 매우 놀라서 마치 귀신이라도 본듯하였다, 하지만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서강빈의 손에 들려있던 칼날의 잔해는 빠르게 서강빈의 손에서 빠져나와 그 경호원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그 경호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가슴을 움켜잡고 뒤로 고꾸라졌다. 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이 광경을 본 나머지 네 명의 경호원은 모두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들고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는데 서강빈은 역시도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분수를 모르는 것들!”펑펑펑!이윽고 서강빈이 만든 막에 가로막힌 경호원들은 거대한 힘으로 튕겨 나가서 일제히 바닥에 쓰려져서는 피를 토하며 가슴을 움켜쥐고 앓는 소리를 냈다.이를 본 연규진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미간을 치켜들고 욕을 퍼부었다.“쓸모없는 것들! 이런 망할 놈들!”“도련님, 제가 상대하겠습니다.”이때, 연규진의 뒤에 있던 허리가 굽고 거친 삼베옷을 입은 노인이 나서면서 차갑게 말했다. 연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랭하게 한마디 했다.“숨은 붙여놔. 내가 제대로 괴롭혀줄 거야!”“네.”노인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앞으로 나서서 두 손을 자연스레 드리운 채 허리를 굽히고는 혼탁하고 연륜이 느껴지는 눈으로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음침하게 말했다.“너도 무사고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보아낼 수 있구나. 하지만 고작 그까짓 기술과 실력으로 내 앞에서는 아직 애송이야.”“그래요? 해보면 알겠죠.”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었는데 아주 침착한 기색이었다. 노인은 사악한 표정으로 크게 소리 내 웃고는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