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이 배짱이 대단하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는 이가 있을 줄은 몰랐어. 거기다가 내가 직접 만나러 가라고 혀를 함부로 놀리기까지 하고 말이야!”고정용은 분노하면서 손잡이를 세게 내리치고는 차갑게 말했다.“얘야, 차를 대기시켜! 이 자식이 목숨이 대체 몇 개인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말을 마치고 고정용은 저택을 나섰다.백 명은 족히 넘은 검은 슈트의 타자들이 얼른 그 뒤를 따랐고 저택 문 앞에는 열몇대의 검은 세단이 세워졌다.고정용이 차에 올라타자 육재호도 뒤따라 올라타서는 말했다.“어르신, 저 녀석이 너무 건방집니다. 저는 이따가 어르신께서 저 자식에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남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나도 알아.”고 씨 어르신이 차갑게 말하고 나서 차에 시동이 걸리고 신속하게 만물상점을 향해 달려갔다.육재호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건방진 자식! 이번에 너는 죽었어!”이와 동시에, 황규성과 공명진도 다급하게 만물상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고 씨 어르신의 뜻이니 그들은 감히 무시하지 못했고 어쩔수 없었다.만약 어르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들은 송주에서 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십여 분 후.기세가 높은 차량의 행렬이 만물상점의 문 앞에 서서 거리 전체를 점령했다.이 광경은 행인들의 관심을 끌어 구경꾼들이 생겼고 주위 가게 사장님들도 고개를 기웃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만물상점 문 앞에는 사람들이 꽉 찼다.“무슨 일이야?”“이 가게 주인이 누구의 심기를 건드린 건가? 좀 전에도 사람들이 와서 시비가 생긴 것을 보았는데.”“얼른 봐봐, 차 문이 열렸어. 누군지 봐봐.”행인들과 가게 사장들은 모두 목을 쭉 뻗고 차량을 쳐다보았다.펑펑펑!열 몇 대의 검은 세단의 문이 열리면서 백 명이 넘는 검은 슈트의 타자들이 일제히 내리더니 만물상점 주변 500미터 범위를 통제했다.이윽고 제일 앞에 있던 검은 메르세데스에서 고 씨 어르신이 지팡이를 들고 흰색 개량 한복을 입고는 차에서 내
고정용은 서강빈의 태도가 아주 불만이었다.송주에서 그는 말 한마디가 천금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그런 그가 언제 이렇게 어린 녀석에게 멸시를 받은 적이 있겠는가?“건방진 놈! 지금 정용 어르신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당장 어르신한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려!”육재호는 서강빈을 가리키면서 호통을 쳤는데 분노로 동그랗게 뜬 눈은 서강빈을 산 채로 찢어버리고 싶은 듯했다.서강빈은 미간을 꿈틀거리더니 치켜들고는 육재호를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지금 당신이 끼어들 상황입니까?”“너!”육재호는 크게 분노하며 고개를 돌려 고정용을 보았다.“어르신, 보십시오. 이 자식은 너무 건방집니다! 보세요, 이건 아예 어르신의 체면을 눈곱만큼도 봐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고정용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 봐, 젊은이, 내가 송주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나?”고정용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고 서강빈은 웃어 보이더니 대답했다.“좀 알아요. 근데 그게 왜요?”“그런데도 너는 나를 보고 왜 무릎을 꿇지 않는 거지?”고정용은 호통을 치면서 시선이 사나워졌는데 그의 몸에서는 견디기 힘든 위엄을 풍겼다.서강빈은 웃어 보이더니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짱 끼고는 의자에 기대 고정용을 보면서 말했다.“무릎을 꿇으라고요?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습니까?”“건방진 놈!”고정용은 분노하면서 등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하면서 지시했다.“얘들아, 저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무릎을 꿇고 나와 대화를 하게 해!”“네!”두 경호원은 손에 철로 만든 야구방망이를 들고는 신속하게 앞으로 달려갔다.이때 갑자기, 밖에서 목소리 두 개가 울려 퍼졌다.“잠깐만!”“멈춰!”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보니 황규성과 공명진이 연이어 달려 들어왔다.“정용 어르신, 이 일은 서 선생의 잘못이 아닙니다.”황규성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려 들어와서 고정용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공명진도 숨을 몰아쉬면서 다가와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는 입을 열었
육재호는 사전에 이런 얘기들을 자신한테 하지 않았고 그저 서강빈이 막무가내로 도박장에 쳐들어와서는 도박장을 박살 냈다고만 했다.그리고는 황규성이 사업의 규모를 넓히고 세력을 키우려고 하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육재호는 몸을 떨더니 다급하게 해명했다.“정용 어르신, 저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두 제 부하들이 벌인 일인데 어르신도 알다시피 사람들이 많으면 관리가 부족한 경우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그리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자식이 카지노에 무단침입하여서 행패를 부리는 이유가 되지는 않잖습니까?”“나는 정용 어르신의 사람인데 저 자식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르신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고정용은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더니 서강빈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나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관심 없어. 네가 먼저 사람을 폭행했다면 네 잘못이야!”이 말이 나오자 서강빈이 웃었다.“그 말인즉 정용 어르신께서는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겠다는 뜻입니까?”서강빈이 소리 내 차갑게 웃었고 고정용은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화를 냈다.“어린놈이, 네 놈이 지껄이는 소리를 더 듣고 싶지 않다. 당장 행동해!”두 경호원은 빠르게 돌진했다.서강빈은 시선이 흠칫하더니 바로 반격을 취하여 펑펑 두 번 걷어차더니 두 사람은 그대로 날아갔다.휙!“세상에! 이 자식이 이렇게 담대한 거야? 고 씨 어르신의 사람을 때렸어?”“망했다, 망했어. 저놈은 고 씨 어르신이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 정말 모르네.”“고 씨 어르신이 어떤 분이야? 이 송주에서의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분인데! 말 한마디는 천금이고 한 사람을 살리려면 살리고 죽이려면 죽일 수 있는 분이잖아.”주위에 있는 군중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고 고정용의 안색은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겁 없는 자식! 감히 반격해? 좋아, 오늘 내가 너를 제대로 손봐주지 않으면 너는 이 송주가 누구의 법도를 따르는지 알지 못하겠구나!”고정용이 화를 냈다.“얘들아! 잡아!”고정용이 포효하자 순
진천호?진씨 가문의 그 회장님? 그 사람이 지금 송주에 있다고?순식간에 고정용의 안색이 크게 변하였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육재호는 여전히 욕을 퍼붓고 있었다.“진천호든 진전호든 모르겠고! 당장 튀어와서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그렇지 않으면 정용 어르신의 심기를 건드린 죄로 너희 주인은 목숨이 열 개라고 살 수가 없어!”이 말을 들은 고정용은 놀라 까무러칠뻔했다.“닥쳐!”고정용은 화내며 손을 들어서는 육재호의 뺨을 내리쳤고 뺨을 맞은 육재호는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정용 어르신, 저를 왜 때리시는 것입니까?”육재호는 얼굴을 움켜쥐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는데 분노한 고정용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보면서 꾸짖었다.“이 미친놈아! 네가 나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것이야? 너 진천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저는... 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떻게 정용 어르신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겠습니까?”육재호는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정용 어르신이 미친 건가?고작 진천호라는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사람한테 손을 댈 필요가 있는가?“정말 멍청하구나!”고정용은 손에 지팡이를 들고 육재호를 가리키면서 꾸짖었다.“진천호는 진씨 가문의 회장님이셔!”고정용은 차갑게 말하면서 수중에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몇 번 쳤다.이것들은 마치 거대한 망치처럼 육재호의 가슴을 내리치는 듯해 순식간에 그는 정신이 들었다.진씨 가문?바로 그 진씨 가문?세상에!그 회장님이었다!예전에 화가 나서 바로 사람들을 명령하여 도시 절반을 다 봉쇄해버린 그 회장님!육재호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표정이 썩었다.그는 빠르게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그 정장 남자한테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주인이라는 분이 진 씨 회장님인 줄 몰랐습니다...”“흥!”정장 남자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날카로운 눈길로 고정용을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
그는 병들어서 거의 죽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청색 옷을 입고 있는 늙은이 한 분이 진천호의 맥을 짚어주고 있었다.“방 선생, 어떻습니까?”진천호가 물었다.어찌 된 일인지, 개인 감상회에서 돌아온 뒤로부터 진천호는 갑자기 병에 들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사지가 시큰시큰 쑤시고 아프며 머리가 어지럽고 가끔 각혈하기도 했다.방 의사는 진천호의 전담 주치의였고 의술도 아주 대단했다.그는 맥을 다 짚고 나서 살짝 망설이는 듯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진 회장님, 큰 문제는 없고 그저 감기가 든 듯합니다. 거기에 회장님 체내의 암질이 더해져서 심해진 모양이니 좀 있다가 제가 침을 놓아드리고 약을 처방해드리겠습니다. 며칠 동안 쉬시면 괜찮아 질 겁니다.”진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방 선생이 수고해주세요.”“진 회장님, 별말씀을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방 의사는 웃어 보이고 일어나서 준비하러 갔다.진천호는 몇 번 더 기침하더니 다가오고 있던 정장 남자에게 물었다.“사람은 데리고 왔어?”“손님 방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정장 남자가 대답했다.“데리고 와.”진천호는 대답하고 나서 기침을 몇 번 더 했는데 안색이 더욱 안 좋아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강빈은 중당으로 들어왔는데 그는 들어오자마자 진천호의 상태를 주시하고는 바로 미간을 찡그렸다.진천호는 지금 얼굴색이 검고 인당에 죽음의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이건 죽음을 앞둔 징조였다!서강빈은 전에 그의 생명이 5일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한나절도 남지 않았다.서강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진천호가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했지? 자네를 부른 이유는 아주 간단해. 저번에 그 연명 단약이 아주 좋더라고, 그래서 한 알 더 사고 싶어. 가격은 자네가 제시해.”진천호는 말하고 나서 또 격렬하게 기침을 했는데 거의 숨이 잘 올라오지 않는 정도였다.곁에 있던 하인이 얼른 달려와서 진천호의 등을 쓸어주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진 회장님, 연명 단약은 급한
이 말이 나오자마자 중당 전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공기조차도 꽁꽁 얼어붙는 듯싶었다.진천호의 안색은 더없이 어두워졌고 원래도 기색이 좋지 않은 것이 더해져서 지금에는 얼굴이 완전한 검은빛을 띠었다.“뭐라고?”진천호는 차갑게 물었는데 글자마다 이를 악문 느낌이 진했다.곁에 있던 정장 남자도 미간을 찌푸리고 서강빈의 발언에 대해 아주 불만이었다.감히 진 회장님을 한나절도 못 산다고 저주해?죽으려고 환장했구나!방 의사는 냉랭하게 웃으며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가 머리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생각했다. 감히 진 회장님에게 저런 얘기를 하다니.그러나 서강빈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한 모습으로 말했다.“진 회장님, 믿든 말든 회장님 마음입니다만 회장님의 지금 상태로 봤을 때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건 확실합니다.”“그 연명 단약은 제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회장님 손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건방진 놈!”진천호는 크게 화를 내며 손잡이를 내리쳤다.감정이 격해지자 진천호는 또다시 격하게 기침을 하더니 왈칵 피를 토했고 방 의사는 매우 놀라며 얼른 달아가서 말했다.“진 회장님, 절대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병세가 더 악화할 거예요.”진천호는 미간을 찌푸리고 기침을 더 심하게 했는데 와중에 손짓하며 뜻을 전했다.“당장 저 자식을 끌어내!”정장 남자는 명령을 알아듣고 바로 냉랭한 얼굴로 서강빈한테 가더니 차갑게 말했다.“혼자 나가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내보내 드릴까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 회장님께서 믿지 않겠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진 회장님한테서 영석을 얻게 된 인연으로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십여 분 후에 회장님께서는 코와 입 등 곳에서 피가 흘러나올 것이고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환각이 보일 것입니다.”“그때가 되면 진 회장님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고 그 누가 와도 회장님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말을 마친 서강
그는 방 의사를 노려보면서 호통쳤다.“만약 진 회장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은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당장 와서 이 사람을 가둬!”그러자 경호원 두 명이 들어와서는 바로 방 의사를 잡아서 감금했다.“이건, 이건... 저랑 상관없는 일입니다.”방 의사는 겁에 질려 소리쳤다.그도 진 회장님이 갑자기 이럴 줄 생각지 못했다.이때, 진천호는 어렵게 입을 열면서 한자씩 내뱉었다.“빨, 빨리... 서... 서강빈을 불러와...”말을 마치고 난 진천호는 정신을 완전히 잃고 쓰러졌다.정장 남자는 바로 일어서더니 사람들을 시켜서 진천호를 방에 눕히고 자신은 서강빈을 따라 나갔다.이때 서강빈은 이미 택시를 타고 만물상점으로 돌아갔는데 만물상점에서는 고정용이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고 문 앞에 서서 서강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듯했다.황규성과 공명진도 아직 돌아가지 않고 한쪽에 서 있었다.서강빈이 차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황규성과 공명진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서 거장, 진 회장님이 무슨 일로 찾으신 것입니까?”“서 선생, 혹시 진 회장님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한 건 아니죠?”서강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저 괜찮아요.”이때, 고정용도 다가와서는 덤덤하게 웃으며 물었다.“서강빈, 서 거장 맞죠.”“정용 어르신 아직 안 가셨습니까?”서강빈이 알수 없는 표정을 띠고 묻자 고정용은 불만스럽다는 듯 안색이 변하였다.하지만 서강빈과 진천호의 관계를 똑똑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정용도 함부로 서강빈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하였다.“서 거장도 참, 아까 진 회장님의 사람이 왜 서 거장을 찾았는지요?”고정용의 물음에 서강빈은 차갑게 웃고는 대답했다.“정용 어르신과 상관없는 일이잖아요?”이 말은 고정용을 말문이 막히게 해서 그의 마음속에 있던 분노의 수치는 하늘을 찔렀다.하지만 고정용은 그래도 마음속에 있는 분노를 억누르고 억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서 거장은 정말로 젊고 혈기왕성하네요.”“칭찬 고맙습니다.”서강빈은 태연하게 대
“서강빈 씨, 제발 저희 진 회장님을 살려주세요.”정장 남자는 멈추지 않고 머리를 조아렸다.서강빈은 그 모습을 몇 번 보더니 숨을 내쉬고는 일어서며 말했다.“알겠어요, 당신의 충성심이 깊은 것을 보아서 제가 함께 가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서강빈은 만물상점을 나왔는데 마침 너무 놀라 넋이 나간 채로 문 앞에 서 있는 고정용과 마주쳤다.고정용은 서강빈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태도를 정돈하고는 허허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서 거장, 전에는 오해가 많았습니다. 부디 마음에 두지 말기를 바랍니다.”서강빈은 고정용을 한번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그 정장 남자도 다급하게 달려 나와 차에 타서는 페달을 밟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떠나가는 차를 보면서 고정용의 몸은 살짝 떨렸고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맺혀있었다.진 회장님의 사람마저도 무릎 꿇고 빌어야 한다니, 보아하니 서강빈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황규성과 공명진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고정용은 다급하게 물었다.“황규성, 서 거장이 평소에 뭐를 좋아하나?”고정용은 이미 생각을 마쳤다. 반드시 서강빈에게 큰 선물을 하나 해서 제대로 속죄해야겠다고 말이다.“정용 어르신, 왜 그러시는 겁니까?”황규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입가의 미소는 이미 그의 기분을 말하고 있었다.‘이 자식이 다 알면서 일부러 저러는 거다.’고정용은 황규성과 얼버무릴 시간이 없어 그냥 말했다.“왜 그러겠어, 서 거장에게 사죄하려고 그러지.”황규성은 그 말을 듣더니 공명진과 눈이 마주치고는 둘 다 웃음을 띠었다.공명진이 말했다.“정용 어르신, 선물까지는 필요 없고 어르신께서는 그저 부하들을 잘 다스리면 됩니다. 육재호의 부하들을 데리고 서 거장의 전처한테 가서 사과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고정용은 이 말을 듣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서 거장의 전처는 이름이 뭐야?”고정용이 곁에 있는 사람한테 묻자 그 사람은 바로 대답했다.“송해인이라고 비오 그룹의 대표님입니다. 내일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